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천안함 폭침 때, 북한 잠수정이 감쪽같이 들어와 천안함을 타격한 후 북한으로 복귀했는데 (해군이) 이것을 제대로 탐지해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진상에 대한 의문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천안함 사태를 북한의 소행으로 단정적으로 표현한 것.
문 대표는 25일 해병2사단을 방문해 군 관계자들에게 안보 상황을 보고받는 도중, 북한 잠수함 침투 등에 대한 대비태세에 대해 질문하는 취지로 이같이 말하고 "사전 탐지가 중요한데 어떻게 하고 있느냐?"고 물었다고 김영록 새정치연합 수석대변인이 전했다.
문 대표는 천안함 사태 이후에 어떤 군 장비가 보강됐는지 묻는 한편 "복무 기강도 중요하지만 장병들 사기도 중요하다"며 병사들의 PC나 휴대폰 사용, 초급간부들의 전역 후 취업 문제 등에 대해 관심을 표명했다고 김 수석대변인든 덧붙였다.
문 대표가 천안함 사건에 대해 국방부 합동조사단(합조단) 보고서의 결론을 그대로 인정하는 취지로 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0년 당시 합조단은 천안함이 북한의 120톤 연어급 잠수정이 쏜 중어뢰가 일으킨 버블제트에 의해 두동강났다고 결론내렸다.
그러나 버블제트가 일으킨 물기둥이 목격되지 않았다는 점, 결정적 증거로 제시된 '1번 어뢰'의 매직펜 글씨가 폭발에도 남아 있었던 점, '1번 어뢰'에서 검출된 흡착물질이 폭발물이 아닌 침전물인 점, 열상감지장비(TOD)에 찍힌 천안함 선체의 이동 궤적과 합조단 보고서 내용상의 불일치 등 합조단의 조사에 대해 의문이 제기됐었다. 언론과 시민단체, 과학계를 중심으로 이뤄진 이같은 의문 제기는 '천안함 사건은 북한 소행이 아니다'라는 주장이라기보다는 '합조단의 조사가 엉터리였고 꿰맞추기식으로 이뤄져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데 초점을 둔 비판이었다.
김 수석대변인은 '천안함 사태가 북한의 소행이라고 문 대표가 단정적으로 말한 것인지'를 묻는 <프레시안> 기자의 질문에 "정부 발표 내용을 그대로 믿고 하신 말씀"이라고 했다. 문 대표와 가까운 한 당직자는 "그런 상황이라면 어떻게 할 것이냐 하고 (가정적으로) 말한 것으로 들었다"고 전했다.
문 대표의 이날 발언은 최근의 '안보 강조' 행보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문 대표는 최근 대북전단 문제(☞관련기사 : 문재인 "朴정부 무능" 공격 지속), 방위산업 비리 문제(☞관련기사 : 문재인 "천안함 폭침, 새누리 '안보 무능' 산물") 등을 놓고 박근혜 정부를 '안보 무능'이라고 비판해 왔다. 이에 대해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전날 "천안함 폭침이 북한의 소행임을 분명하게 인정하는 것이 '안보 정당'의 출발"(24일 새누리당 원내대책회의)이라고 한 데 대한 대응 성격도 이날 발언에서 읽힌다.
그러나 제1야당 대표이자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문 대표가 천안함 사태에 대한 합조단 조사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자세를 취하면서, 천안함 사태로 취해진 5.24 제재 조치 문제 등 대북정책에 대해서도 새정치연합 차원의 인식 전환이 있는 것인지 주목된다.
남북관계 전문가인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야당이 정권을 잡더라도 5.24 조치를 대번에 풀 수는 없는 것"이라며 "천안함 사태를 북이 한 것으로 인정하더라도, 푸는 방식에 있어서는 전향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고 했다.
문 대표의 발언이 남북관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 김 교수는 "북은 계속 (천안함 책임을) 부인해 왔기 때문에 첨예한 쟁점은 아니다. 일단 교류를 통해 신뢰를 쌓고, 그렇게 쌓인 신뢰 위에서 천안함 문제는 다른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김창수 '통일맞이' 정책실장은 "북한을 상대로 비판한 게 아니라, 우리 내부에서 방어태세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지를 묻는 취지 아니냐"며 "이런 발언을 가지고 북한의 반응까지 염려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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