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昌이 '반드시' 답해야 할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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昌이 '반드시' 답해야 할 것들

[기자의 눈]"대관절 대한민국을 어떻게 구하겠단 건가?"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7일 기자회견을 열고 한나라당을 탈당, 무소속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이날 이 전 총재가 15분 여 동안 낭독한 기자회견문의 핵심은 "이번 대선에서 반드시 좌파 정권을 바꾸어야 한다. 그런데 국민은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에 대해 매우 불안해 하고 있다"였다.

한 마디로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이야기다. 이날 이 후보 기자회견 배경에도 한나라당의 전통 색깔인 파란 바탕에 '대한민국을 살리겠습니다'라는 흰 글씨가 도드라졌다.

'대한민국 구원투수'를 자임한 이 전 총재는 이날 기자들과 몇 가지 항목에 대해 질의 응답을 나누기도 했다. 하지만 본격적 대선 행보를 시작하기 전에 반드시 명확하게 답해야 할 문제들에 대한 답으로는 턱없이 부족해 보였다.

#1 과거 : 누가 '차떼기'를 용서했나

이날 이 전 총재는 두 번의 대선 패배 때문에 '역사적 죄인이 됐다'고 자책했지만 그같은 평가는 기실 한나라당 지지자들에 국한되는 문제다. 또한 병풍, 기양건설 의혹 같이 법적으로는 무혐의 판결을 받은 사안에 대해서도 이 후보 나름의 억울함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1997년 세풍, 2002년 불법대선자금 차떼기 문제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1997년 첫 출마 때도 후배인 이석희 당시 국세청 차장이 기업체들로부터 돈을 걷고 다니는 '국기문란' 행위를 저질렀고 2002년에도 그의 측근 서정우 변호사, 최돈웅 의원, 동생인 이회성 씨 등이 대기업들로부터 수십, 수백 억 원의 불법자금을 걷고 다녔다.

대선 패배 후 이들을 줄줄이 감옥으로 들어갔고 그는 검찰에 자진 출두해 "국법에 따라 나를 사법 처리하기 바란다"고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그는 눈물의 이벤트로 이미 면죄부를 받았다고 생각하는 걸까? 이날 이 전 총재는 "과거 어떤 정당 총재나 대표도 검찰에 자진 출두해 조사 받은 일도 없지만 저는 검찰에 자진 출두해서 '모든 것이 저의 책임'이라고 말했다"면서 "이미 조사되고 다 알만큼 알려진 사실이라고 생각한다"고 자신 있게 답했다. '대선 잔금 문제'에 대해선 아예 언급도 없었다.
▲ ⓒ연합뉴스

하지만 이회창 지지자를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 특히 한나라당 사람들 생각도 이와 다른 것 같다. '천막 당사에서 고생한 사람들, 천안 연수원까지 팔아서 국가에 헌납한 사람들은 따로 있는데 지금 와서 무슨 염치냐'는 이야기다.

게다가 무소속 출마를 감행하는 이 후보가 '무슨 돈으로 선거를 치를까'하는 궁금증은 불법 대선 자금 잔금 문제와도 이어져 의혹을 낳고 있다. 한나라당 주변에서는 '최소한 백 수십 억이 그 쪽으로 갔다'는 이야기가 들리지만, 어느 대기업에서도 '잔금을 반환 받았다'는 이야기는 없다.

물론 그도 정치인들이 전가의 보도처럼 써먹는 '국민 심판론'을 내놓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지율이 높으니 이미 해결된 문제'라고 생각하면 그건 착각이다. 그가 신뢰하지 못하는 이명박 후보 조차도 "당선 후에라도 BBK가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면 대통령직을 내놓겠다"고 다짐하고 있는 판국이다.

#2 현재 : 성경을 읽기 위해 초를 훔쳤다고?

한 때 이회창 후보의 트레이드 마크는 '대쪽', '원칙'이었다. 2002년 대선 패배 이후 은퇴를 선언하면서도 그는 눈물을 훔치며 "법과 원칙을 바로 세우는 게 저에게 주어진 시대적 사명이라고 굳게 믿어왔다"괴 회한을 토했다.

물론 이번에도 그는 "법치주의 원칙을 확립해 나라를 구하겠다"고 기염을 토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반응이 신통찮다. 그의 필생의 정적(政敵)으로 경선 불복의 낙인을 아직도 벗지 못한 이인제 민주당 후보조차 "나보다 훨씬 더 악질이다"고 비아냥거리고 있을 정도다.

'원칙주의자'를 자임하는 그가 이번에는 정당민주주의 원칙을 기회주의적으로 깼기 때문이다. 조·중·동이 일제히 "차라리 한나라당 경선에 참여했어야 한다"고 비판하는 것은 '적전분열'에 대한 우려 때문이겠지만 논리적으로 전혀 문제될 것은 없어 보인다.

'이명박 후보가 경선 이후 박근혜 전 대표 측을 제대로 껴안지 못했기 때문이다'는 이야기도 제3자의 사후적 분석 결과라면 몰라도 스스로 명분으로 삼기에는 보는 이들의 낯이 뜨겁다. 언제 이 후보가 이명박-박근혜 두 사람을 불러 손이라도 맞잡게 한 적이 있었던가? 오히려 불협화음을 즐기며 자신의 공간을 확대시키고자 애쓰는 모습만 보였을 뿐이다.

이 전 총재는 이날도 '성경을 읽기 위해 초를 훔치는 게 옳냐 그르냐'는 고전적 질문에 현 상황을 빗대 "좌파 정권을 종식시키기 위해서라면 당원 동지들의 돌팔매를 비롯한 어떤 비난도 감수하겠다"고 짐짓 비장한 표정을 짓었다. 하지만 이 역시 '그들만의 생각'일 뿐이다.

게다가 그는 '막판 보수 후보 단일화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우리의 대의, 최종목표는 정권교체이고 정권교체를 위해서 정말 이길 밖에 없다는 상황이 온다면 제 자신이 필요하다면 살신성인의 결단을 드릴 수 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답했다.

"정권교체라고 해서 아무나 대통령이 돼서는 안 된다"는 자신의 이날 주장과도 정면으로 배치되는 발언이다. 이 발언이 그의 진심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제 2의 이인제라는 비판을 피하기 위한 꼼수'라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 것 같다.

#3 미래 : 대한민국을 어떻게 살리겠다고?

지금도 이회창 대법관의 '개혁적 면모'를 추억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김영삼 전 대통령과 충돌해 총리를 그만두고 있던 시점에선 심지어 당시 '노무현 전 의원'이 몸담고 있던 꼬마 민주당의 '러브콜'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두 차례의 대선 출마를 거치고 또 '원로'로 복귀하면서 그는 '극우 정치인'으로 자리매김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개인적 감정이 깊어진 나머지 우향우를 거듭하고 있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행보를 빼닮았다.

이 전 총재는 이날 한나라당과 이명박 후보의 대북정책에 대해서 조차 "북핵폐기와 무관하게 대북지원한다는 한나라당의 평화비전"이라며 "실패로 판명난 햇볕정책을 고수하고 있다"고 맹비난 했다.

그는 대권을 잡으면 기존의 남북 합의사항 조차도 완전히 원점으로 되돌리려는 태세다. 혹여 궁극적으로 대선 이후 총선에서 극우 시장을 겨냥하는 '심모원려'일지도 모르겠다.

문제는 대북정책만이 아니다. 그는 "법치혁명을 이룰 것"이라며 "시도 때도 없이 고속도로를 점거하고 도심 도로를 점거하는 교통마비를 가져오는 일을 '저 이회창'은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젊은 전경들에게 쇠파이프를 휘두르는 자들은 공공의 적으로 엄단할 것이다"고도 했다. '법치혁명'과 '공안정국'이 어떻게 다른지 모르겠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또한 그는 경제, 외교, 교육에 대해서도 '내가 대통령이 되면 다 잘 될 것'이라고만 말했지 '어떻게'는 없었다.

자신 스스로가 '혈혈단신'을 강조하는 마당이니, 말을 아끼는 것이 아니라 할 말이 없는게 아닌가 싶다. 하지만 미래에 대한 약속, 집권 시 대한민국 개조에 대한 구체적 플랜을 내놓는 것은 유권자에 대한 대선 후보의 최소한의 예의다.

이날 이 전 총재 본인은 "대통령이 누가 되더라도 정권교체만 되면 나라는 잘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환상이고 매우 위태로운 생각이다"고 했다.

정말 맞는 말이다. '혈혈단신'으로 설령 대권 3수에 성공한들 정권교체 외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금산분리를 어떻게 하느냐, 자립형사립고를 어떻게 하느냐' 수준의 논의가 진행되는 대선판에 "내가 도탄에 빠진 나라를 구하겠다"는 '나홀로 사자후'는 뜬금없기 짝이 없다.

게다가 '어떻게?'라는 질문에 돌아오는 답은 "온 몸을 바쳐서"이다.

대한민국을 날로 먹은 후 달랑 '정의 사회 구현'이라는 슬로건 하나만 내놓은 80년 신군부와 '정권교체로 대한민국을 살리겠습니다'만 들고 나온 이회창 후보의 용기가 그리 달라보이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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