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전 총재에 대한 인격적 비난은 최대한 자제하면서도 완강하게 그의 불출마를 촉구한 일종의 '무력시위'인 셈이다.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그 동안 한나라당을 사랑하고 또 이끌었던 이회창 전 총재가 오늘 출마선언을 한다고 한다"면서 "아직도 믿기지 않는 일"이라는 심경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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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원내대표는 "좌파정권 종식이라는 국민적, 시대적 요구 앞에서 (이 전 총재의) 출마선언이란 있을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날 채택한 결의문을 통해 "느닷없이 한나라당에서 2번이나 대통령 후보로 나왔던 이 전 총재가 경선이 끝나고 후보등록이 임박한 시점에서 부모와 같은 한나라당을 버리고 탈당해 출마한다니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들은 "어떠한 원칙과 명분도 없이 출마하는 것은 정권교체의 염원을 짓밟는 행위"라면서 "국가의 원로로서 역사적 소임과 국민의 염원이 무엇인지 통찰하시고, 애당심을 발휘해 출마입장을 거두어 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나라당은 또 각종 정치현안 속에서 제대로 된 논의조차 진전시키지 못하고 있는 정치관계법 개정문제를 들고 우회적으로 이 전 총재를 압박하기도 했다.
이날 의총에 참석한 한나라당 의원들은 '대선후보 유고시 선거일 연기', '허위사실 유포 금지', '재외동포 투표권 보장' 등의 피켓을 든 채 구호를 외쳤고, "신당은 대선후보의 유고를 바라는가"라는 플래카드가 내걸리기도 했다.
일단 대통합민주신당을 겨냥한 것이지만 이 전 총재 측이 대선출마의 명분 중 하나로 내 세우고 있는 '스페어(예비) 후보론'을 함께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출마선언 직후 '총공세'로 전환될 듯
이는 마지막까지 이 전 총재를 설득에 나선다는 방침에 따른 것. 그러나 이날 출마선언 직후 한나라당은 일제히 '이회창 때리기 모드'로 전환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명박 후보의 최측근인 박희태 의원은 같은 날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이 전 총재 본인이 과거 이인제 씨의 경선불복을 얼마나 비난했느냐"면서 "그런데 자신이 이번에 '이인제 역할'을 하겠다니 이런 모순이 어디 있느냐"고 맹비난했다.
일단 공식적으로는 만류에 나서고 있는 이명박 후보 본인도 전날 이방호 사무총장을 불러 과거 탈당했거나 공천에서 탈락한 인사들을 중심으로 이회창 전 총재를 지원하게 될 세력의 규모를 파악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전통보수'의 텃밭인 영남지역 의원들에게는 지역민심 동향파악과 함께 '표 단속'을 주문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지난 대선의 불법 정치자금 문제를 두고 이 전 총재의 '차떼기 이미지'를 최대한 부각시켜 총공세에 나선다는 방침도 세웠다. 이 과정에서 이방호 사무총장이 언급한 소위 '최병렬 수첩'의 내용이 공개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이 전 총재의 출마는 되돌릴 수 없다는 판단 속에서 이미 '진검승부'를 준비하고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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