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도시 기후 환경 네트워크 이클레이(ICLEI) 총회가 오는 4월 8일부터 12일까지 서울에서 열린다. 세계 147개 도시 대표단과 NGO 관계자 2000여 명이 모여 지속 가능한 도시를 모색하는 자리로 국가적으로도 중요한 행사임에 분명하다.
지속 가능한 도시, 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도시, 생물 다양성 도시, 저탄소 도시, 회복력 있는 도시, 녹색 사회 기반 시설을 갖춘 도시, 녹색 도시 경제, 건강하고 행복한 공동체가 실현되는 도시. 주요 의제를 보면, 도시와 지역 사회가 21세기에 마주한 과제를 망라하고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특히 올해는 파리 기후 변화 협약 당사국 총회를 앞두고 열리는 만큼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실천이 관심을 받고 있다. 이를 위해 총회는 신기후 체제가 출범하는 가교 역할을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서울시 역시 2030년까지의 이행 목표와 구체적인 행동 계획을 담은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서울의 약속'을 준비하고 있다. '원전(핵발전소) 하나 줄이기' 2단계 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탈핵 에너지 전환 도시'도 중요해 보인다.
에너지와 기후 변화는 어느 하나를 따로 떼어 놓고서는 해결할 수 없는 서로 밀접하게 연결된 복합 문제이다. 따라서 '저탄소 녹색 성장' 이후 그리고 후쿠시마 사고 이후, 지방과 도시 차원에서 에너지 전환과 기후 변화 대응에 나서고 있는 탈핵 에너지 전환 도시들을 되돌아 볼 때가 됐다. 올해 5월 중에 탈핵 에너지 전환 도시 선언 2기가 조직되고 있다고 하니 더욱 그 동안의 성과와 한계를 평가할 필요가 있다.
2012년 2월, 성대한 기념식을 치른 탈핵 에너지 전환 도시에는 현재까지 총 46개의 지방자치단체가 이름을 올리고 있다. 도시 선언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내부의 평가를 들어보자.
(서울) 노원구, 성북구, 은평구, 강동구, 금천구, (인천) 남구, 부평구, (대구) 동구, (울산) 북구, (광주) 광산구, (대전) 유성구, (경기도) 수원, (전라북도) 완주, (전라남도) 순천 등의 지방자치단체는 탈핵 에너지 전환 도시 선언 이후 에너지 행정 체계를 개편하고 지원 사업을 확대하는 등 에너지 전환 정책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특히 서울시의 새로운 시도는 다른 지방자치단체에게 많은 영감을 줬고, 관련 법제도 개정을 위해 중앙 정부를 설득하는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이 대열에 동참한 충청남도와 노원구, 수원시, 삼척시도 지역 사회의 기반을 바탕으로 전환 도시를 선도하고 있거나 준비하고 있다.
지역 단체와 주민들의 참여가 (비록 참여를 내세운 동원의 형태가 사라지지 않고 있긴 하지만) 과거보다는 활성화되고 있다는 점은 바람직한 모습이다. 이런 일련의 흐름을 에너지 자치와 분권을 위한 시도로 해석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후한 점수도 여기까지다. 도시 선언에 참여한 46개 기초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에너지, 기후 계획이 없는 곳이 수두룩하고 자치 법규가 마련되지 않는 곳도 많다. 많은 지방자치단체가 중앙 정부의 보급 사업이나 공모 사업을 따내거나 재생 가능 에너지를 또 다른 개발 사업으로 이해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물론 재정, 인력, 권한이 부족한 구조적 제약을 고려해야겠지만, 자체적인 노력이 태부족하다는 사실은 전환 도시라는 말이 무색할 지경이다. 제보다 젯밥에 더 관심을 두는 것 같아 그 진정성이 의심된다. 비판보다 격려가 필요하다고 강변하기 전에, 무엇을 했는가 그리고 무엇을 할 것인가, 이 질문에 먼저 답하는 것이 순서라고 생각한다.
4대강 사업에 애매한 입장을 취했던 2012년 제주 세계자연보존총회를 떠올릴 필요가 없어 한편으로는 다행이지만, 정작 우리의 민낯을 드러내는 데 주저하는 것 같아 아쉬운 느낌이 들기도 한다.
우리가 생활하는 바로 이곳을, 온실 기체 배출을 줄이고 기후 변화에 적응하고 정의가 살아 숨 쉬는 공간으로 만들려면, 탈핵 에너지 전환 도시들이 그 이름에 부끄럽지 않으려면, 이클레이 총회에서 우리의 현재를 바로 보고 보다 솔직해져야 한다. 이것이 바로 국제 환경 도시로서의 서울의 위상을 제고하고, 탈핵 에너지 전환 도시가 내실을 기해 새 출발하는 정직한 태도일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의 노력만으로는 기후 정의와 에너지 전환을 온전히 실현할 수 없을지라도, 분명 국가 시스템의 곳곳에 틈새를 만들고 큰 물줄기가 되어 더 넓은 세상으로 향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단체장과 지방자치단체 행정을 움직이는 것은 기후 시민, 에너지 시민들의 몫이라는 사실 또한 명심해야 한다.
우리 사회가 여기까지 온 것도 시민 행동 덕분이다. 녹색당의 '10만 탈핵 시민 행동' 조직 선언이 중요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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