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클린정치위원회 위원장인 홍준표 의원이 이회창 전 총재의 독자 출마를 거의 기정사실화 했다. 이명박 캠프의 원로 격인 박희태 의원 역시 이 전 총재의 출마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한나라당의 대표적 의원인 두 사람은 31일 오전 각각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이같이 말했다.
두 사람이 공통적으로 이명박 후보와 박근혜 계와의 불협화음을 이회창 출마설의 배경으로 지목하며 이 후보가 직접 사태 해결에 나설 것을 주문한 점도 의미심장하다. 패자와 비주류 끌어안기에 실패한 '이명박 리더십'에 대한 경고음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홍준표 "이회창, 지인들에게 지지선언 부탁"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홍 의원은 이회창 전 총재의 출마가능성에 대해 "오래 전부터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면서 "이 전 총재 본인의 의사가 강하면 주변에서 아무리 말려도 되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홍 의원은 "이 전 총재께서 최근에 제가 듣기로는 지식인 100인 선언, '출마 촉구하는 선언을 해 달라'는 형식으로 전화를 몇몇 분들한테 해서 지지를 부탁한 걸로 알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근 지지자들이 이 전 총재 사무실에서 '출마 촉구 점거 농성'을 할 때도 한나라당의 한 주요 인사는 "이 전 총재가 한 의원한테 직접 전화를 걸어 버스 두 대를 준비해달라고 한 것으로 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홍 의원은 "대안후보가 이 전 총재가 되기에는 지금 시대정신도 지났고 이회창 전 총재께서 법과 원칙을 내세웠는데 그것이 국민들한테 다 깨졌다"고 '이회창 불가론'을 강조했다. 그는 "이 전 총재가 출마해야 한다는 의견을 인터넷 등에 많이 표명하는 분들은 대다수가 소위 범여권 진영을 지지하는 분들이라고 본다"며 '역선택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비슷한 시간 KBS라디오 <안녕하십니까 백운기입니다>에 출연한 박희태 의원도 '당내 불협화음도 이 전 총재 출마설에 한 몫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런 점이 전혀 없다고 얘기할 수는 없다"고 답했다.
박 의원은 "지금 2위 후보하고 30% 이상의 격차를 유지하고 있다"면서도 "만일 이 전 총재께서 출마를 하신다면 표의 분산이 이루어 질 것이고 아무리 우리가 압도적인 리드를 하고 있더라도 상황이 위험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그는 'BBK 논란 때문에 이명박 후보가 위기에 처해 이회창 후보 출마를 해서 이명박-이회창 단일화 이벤트를 한 번 해 보는 자작극이다'는 일부의 음모론에 대해선 "그것은 호사가들이 지어낸 말 같다"면서 "BBK문제 때문에 우리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이 심하게 요동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그러나 "(이 전 총재 출마 시) 단일화를 위해서 저희들이 총력을 다해서 국민들이 보더라도 '참 눈물겨운 노력을 한다' 그런 모습이 보이도록 하겠다"고 이 전 총재의 출마 가능성을 크게 열어놓은 듯한 말을 하기도 했다.
'당 차원에서 이 전 총재를 직접 만나 출마를 만류할 계획은 없냐'는 질문에 대해 박 의원은 "밑에 있는 사람들이 가서 심기를 불편하게 한다는 것이 큰 결례가 아니겠느냐, 이런 생각들 많이 하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말씀을 드려야 한다는 쪽도 있다"고 복잡한 내부 기류를 숨기지 않았다.
"이명박 본인이 나서야 한다"
사태 해결의 방법과 관련해 홍준표 의원은 "이명박 후보께서 본인이 이 사태 해결에 적극 나서야 될 때"이라고 강조했다. 이 후보가 전날 이 전 총재의 출마설에 대해 "의연하게 대처하라"고 무심한 듯한 뉘앙스를 풍긴 것이 옳은 방법이 아니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는 "좀 더 이명박 후보가 이회창 총재나 박근혜 대표에게 좀 더 다가서는 그런 모습이 더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그는 박근혜계를 향한 이재오 최고위원의 경고성 발언이 나온 이유도 이 후보 지지율의 "불안한 고공행진"에서 찾았다. 홍 의원은 최근 국정감사 등에서 이명박 후보의 의혹에 대한 집중적 문제제기가 이뤄지는 것을 두고 "만약 이렇게 자꾸 이슬비에 옷 젖듯 그렇게 두들겨 맞아서야 2002년 같은 악몽의 시나리오가 또 나오지 않느냐, 그런 불안감에서 이재오 최고위원이 발언한 것"이라고 말했다.
홍 의원은 "그런 불안한 심정에서 당이 제대로 결집이 되지 않고 그러니까 욱하는 심정에서 그런 발언이 나온 것"이라며 이재오 최고위원의 발언이 "부적절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다만 '이 최고위원에게 엄중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박근혜 계열 일부 의원들의 주장에 대해서는 "엄중한 가시적 조치를 취하는 것이 이 사태를 수습하는 길은 아니다"고 진화에 주력했다.
상황 즐기는 박사모 "이회창 출마 찬성이 78%"
그러나 박근혜 대표 지지자 모임인 박사모의 정광용 회장은 이날 평화방송 라디오에 출연해 "이재오 의원은 화합을 위한 것이 아니라 분열을 작정하고 덤비는 사람"고 맹공을 가했다.
그는 "어제밤 박사모 내부 무기명 비밀투표 결과 이회창 전 총재 출마 찬성이 78%, 이회창 출마 반대가 3%였다"면서 "이회창, 이명박 두 후보가 단일화할 경우 박사모의 이회창 지지 가능성을 배제하진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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