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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이 지적한 '김영란법'의 문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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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김영란이 지적한 '김영란법'의 문제는?

"이해충돌 방지 조항 빠지고 '가족' 범위 배우자로 축소"

이른바 '김영란법'으로 잘 알려진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과 관련, 원작자인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입을 열었다. 원안에서 후퇴한 것이 아쉽다는 취지였다.

김 전 위원장은 10일 오전 서울 서강대학교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원안(입법예고안)에서 일부 후퇴한 부분은 아쉽게 생각한다"며 가장 먼저 "이해충돌 방지 규정이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김 전 위원장은 "이해충돌 방지 규정이란 쉽게 생각하면 장관이 자기 자녀를 특채 고용하거나 공공기관장이 친척의 회사에 특혜 공사발주를 하는 등 사익 추구 금지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하며 "이는 반부패정책의 매우 중요한 부분인데도 분리돼 일부만 국회를 통과했다"고 비판했다.

두 번째로는 "100만 원 이하 금품 수수시 직무관련성을 요구한 것"을 그는 문제 삼았다. 그가 만든 원안에서는 100만 원을 넘든 안 넘든 공무원이 수수한 금품에 대해서는 직무관련성과 관계없이 처벌할 수 있었다. 그는 "직무관련성이 있으면 뇌물죄를 물을 수 있다"며 "뇌물죄로 처벌할 수 있는 행위에 대해 이 법은 과태료를 물리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 번째로 그는 "(금품 수수를 처벌하도록 한) 가족의 범위를 '배우자'로 축소한 것도 아쉽다"고 비판했다. 그는 "원안에서는 민법 770조의 가족 개념을 적용해 배우자, 직계혈족, 형제자매와 생계를 같이하는 직계혈족의 배우자, 배우자의 직계혈족·형제자매로 규정했다"며 "전직 대통령의 자녀나 형님들이 문제가 많이 되지 않았나. (이들을 포함하지 않도록) 범위가 축소된 것은 문제가 있다"고 했다.

공직자의 자녀나 부모, 형제가 금품을 받았다면 이는 "본인이 받은 것과 동일시할 수 있는 경우" 아니냐는 것이다. 가족이 금품을 받았을 때에는 직무관련성을 입증해야 처벌할 수 있게 한 것도 원안과 달라진 부분이라고 그는 부연했다.

네 번째로 그는 '부정 청탁'의 개념이 축소된 것을 지적했다. 그는 "원안에서는 부정 청탁을 '특정 직무를 수행하는 공직자에게 법령을 위반하게 하거나 지위 또는 권한을 남용하게 하는 등 공정한 직무수행을 저해하는 청탁 또는 알선행위'로 광범위하게 규정했으나, 통과된 법에서는 이것을 모두 삭제하고 15개 유형을 열거하는 방식을 취했다"며 "금지행위를 구체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이 역시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는 주장이 나온다"고 했다.

그는 "이 규정의 근본 취지는 매사를 제3자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제3자 청탁' 풍토를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데 있었다"고 원래의 입법 취지를 설명하며 "우리사회에는 일만 생기면 유력자 등 제3자를 찾아가 청탁하는 풍조가 만연했고, 이로 인해 우리 사회는 '빽 있어야 하는 사회', '브로커가 설치는 사회', '배달사고가 일어나는 사회' 등 타락한 모습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다섯 번째로는 "선출된 공직자들의 제3자 고충민원 전달"은 부정 청탁이 아니라고 규정한 부분을 그는 문제라고 봤다. 그는 "제3자의 고충민원이라 해도 내용적으로 이권청탁, 인사청탁이 있을 수 있어 부정 청탁의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자칫 의원 등 선출직 공무원을 브로커처럼 활용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

그러나 이같은 주장에 대해서는 논란이 예상된다. 유권자의 이해를 국회에서 대변하는 것이 국회의원이고 이것이 대의민주주의의 기본 원리인데, '대변'과 '부정 청탁'을 검찰이 구분하도록 두는 것이 온당한가 하는 반론도 있을 수 있기 때문. 실제로 지난해 '입법 로비' 사건 때도 비슷한 논란이 있었다.

"기자 여러분 관심 많은 '언론사 포함' 부분, 위헌 아니다"

김 전 위원장은 이처럼 '김영란법' 입법 과정에서 후퇴했거나 본인이 후퇴했다고 주장하는 부분들을 지적한 후, 이어 "원안에서 (법 적용 대상을) 확대한 부분이 있다. 여러분이 가장 관심 많은 부분"이라고 회견장을 채운 기자들에게 말했다. 실제로 회견 후 질의응답에서는 일부 기자들로부터 '김영란법이 잘못 적용될 경우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는 주장이 질문 형태로 나오기도 했다.

그는 "통과된 법은 적용 대상을 공직자 외에 언론사, 사립학교 임직원 등으로 확대했다"며 "특히 공공성이 강한 분야에 확대를 시도한 것이어서 평등권의 문제는 아니다. 국민 69.8%가 바람직하다고 평했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과잉입법이나 비례원칙 위배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애초에 자신은 "우선 공직사회에서 시작해 보고 차츰 민간 분야로 확대하는 법안을 만드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했다며 "급하게 확대된 면이 있다"면서도 "이미 국회에서 민간 분야 일부의 반부패 문제를 개혁하려고 한 마당에 이를 잘못됐다고 비판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장차 확대시켜 나가야 할 부분이 일찍 확대됐을 뿐"이라고 했다.

그는 "민간 분야의 부패 척결도 매우 심각한 문제"라며 "예컨대 민간의 A기업에서 임직원이 하도급업체로부터 부정청탁을 받거나 금품을 수수하는 등 부패한다면 과연 그 기업이 성공한 기업이 될 수 있겠나?"라고 되물었다.

그는 "이 법은 '더치페이법'"이라며 "각자 자기 것을 자기가 계산하는 습관을 들이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예외 조항이 애매한 면이 있어 수사권 남용이 우려된다는 지적에는 "사회상규에 따라 허용되는 금품은 예외로 규정돼 있고, '사회상규'는 형법 등 많은 법률에서 이미 사용하는 개념이고 많은 판례가 형성돼 있어 명확성 원칙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반론했다.

배우자의 금품 수수 사실을 신고하지 않으면 처벌하는 조항이 '불고지죄', '연좌제'라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는 "이 법이 적용될 때 배우자는 처벌 대상이 아니고, (공직자) 본인이 받은 것과 동일시할 수 있을 경우 배우자가 아니라 본인이 과태료 등 처벌 대상"이라며 "불고지죄는 (신고 대상인) 가족이 처벌될 때를 전제로 하는 것이어서 이와는 관련이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이 조항의 취지는, 공직자가 모르게 가족이 금품을 받았을 경우 이를 신고하면 공직자의 책임을 면해 주는 데 있다면서 "오히려 공직자를 보호하기 위한 규정"이라고 했다. 또 그는 "공직선거법에는 배우자, 직계가족, 선거사무장, 회계책임자가 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300만 원 이상 형을 받으면 당선무효"라며 "이에 대해서는 연좌제 얘기가 하나도 없지 않느냐"고 반론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이 법이 경제의 발목을 잡는다는 주장은 큰 그림을 보지 않은 것"이라며 "부패를 없애는 것은 경제적으로 더 큰 성장을 가져올 것이다. 부패는 지금까지 우리나라 경제의 발목을 잡아 왔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법은 최초 제안됐을 때부터 엄청난 저항에 부딪혔고 지금도 이 법에 대한 저항이 계속되고 있다"며 "제일 중요한 저항 세력은 우리 안의 부패 심리"라고 호소했다. 그는 "이 법안은 공직자만을 대상으로 한 법이 아니라, 공직자에게 금품을 제공하거나 청탁을 하려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법"이라며 "당초에는 공직사회의 반부패에 국한했으나 향후 민간분야로의 확대는 불가피하다. 그 범위와 속도, 방법의 문제는 사회적 합의를 형성해 해결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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