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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을 떠나는 지방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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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지방을 떠나는 지방대학

[대학구조개혁, 무엇이 문제인가 <6>·끝] 대학을 서울로 몰아가는 대학 구조개혁

"가자 북으로! 가자 서울로!"

지방대학들이 지방을 떠나고 있다. 지방에 있으면 미래가 없기 때문이다. 지방대의 입장에서 보면, 수도권 대학이 더 나을 것도 없는데도 불구하고 단지 교육 소비자의 포화상태에 기대어 수월하게 대학을 운영을 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방대학은 수도권만 가면 모든 문제들이 해결될 것으로 본다. 또 이것은 사실이기도 하다. 이 같은 현상은 교육소비자(학생)의 이탈이 심한 호남지역이 가장 활발하다. 충청권의 대학들이 수도권으로 올라간 빈 공간들을 채우는 양상이다.

2013년 충남 홍성의 청운대가 인천 도화지구에 제2캠퍼스를 개교했고, 중부대는 경기 고양캠퍼스, 을지대는 의정부캠퍼스, 동양대와 침례신학대는 동두천 캠퍼스 조성을 각각 추진중이다.

호남 지역 대학들 가운데 충청권에 가장 먼저 진입한 대학은 전북 남원의 서남대였다. 서남대학교는 2002년 충남 아산시 송악면으로 일부 학과를 옮겼다. 현재 서남대 아산캠퍼스에는 23개 학과 3000여 명의 학생이 재학 중이다. 이어 2007년 전북 익산의 원광대가 대전에 치과병원 문을 열고 충청권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이 병원은 물론 캠퍼스는 아니지만 익산에서 전주 등지로 나가지 않고 대전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2012년 전남 영암군에 위치한 옛 대불대학교는 교명을 세한대로 바꾸고 2013년 특성화 학과들로만 구성된 당진캠퍼스(충남)를 열었다. 이 대학은 '대전충남지역 총장협의회'에 신규 회원 대학으로 가입을 신청하는 등 충청권 대학으로서의 입지를 구축하기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중도일보> 2014.2.1).

2014년 3월 전북 완주군의 우석대도 충북 진천에 캠퍼스를 오픈했다. 진천캠퍼스에는 3개 단과대학을 운영 중이다. 진천은 경기도 안성과 접해 있어 서울까지는 불과 1시간 거리다. 한 일간지의 보도에 따르면, 진천군은 우석대를 유치하기 위해 유영훈 군수가 대학을 여러 차례 방문해 "수도권과 가까이 있어 우수 학생을 유치하기 쉽다"고 설득했다.(<중앙일보>2014.12.19) 지리적으로 추풍령에 가까운 영동대(충북)는 2016년 아산에 제2캠퍼스 개교를 준비중이다.

2015년 충북 제천의 세명대는 경기도 하남시로 이전할 계획이다. 이미 하남시와 세명대 간에는 하남캠퍼스를 신설하는데 동의한 상태다. 하남캠퍼스에는 한방대학도 함께 들어설 것이라고 한다. 하남시의 이교범 시장은 "제천시가 세명대 이전을 반대하고 있지만 세명대의 하남캠퍼스 신설에는 큰 문제가 없고 잘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하남시는 세명대학교의 제2캠퍼스가 유치가 되면 지하철 연결을 통한 역사 개설까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충북일보> 2015.2.4).

천안 지역 대학 관계자는 "충청권 대학은 수도권으로, 호남권 대학은 충청으로 이동하는 현상은 예견됐던 일"이라며 "4~5년 뒤엔 호남 지역 대학들이 캠퍼스를 몽땅 충청권으로 옮기는 등 새로운 생존 경쟁이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중앙일보> 2014.12.19)
[그림 ➀] 캠퍼스 이전(또는 일부 이전) 전과 이전(또는 이전예정) 상황

그러면 왜 이들은 수도권으로 바로 가지 못하고 충청권으로 올라가고 있을까?

수도권은 '수도권 정비법' 등으로 부지 확보가 어렵기 때문에 최대한 수도권에 가까이 감으로서 신입생을 보다 용이하게 유치해보려는 시도인 것이다. 뿐만 아니라 '대학 구조개혁 평가' 등에 있어 수도권 대학과 경쟁해야 하는 현실적인 부담도 있다. 따라서 대학의 생존을 위해서 충청권 대학들은 수도권으로, 호남권 대학들은 충청권으로 이동하는 중앙 쏠림 현상이 지속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한국의 근본적인 사회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불가피한 일이다. 아마도 지방의 대부분의 대학들이 문을 닫고 서울 지역에만 대학이 모여 있을 때까지 지속될 것이다. 그러면 결국 어떻게 될까?

서울로 가는 마차

지역(특히 농어촌)에서 도시로 인구가 이동하는 것은 도시가 인구를 끌어 들이는 '흡인요인(吸引要因 : pulling factor)'과 농촌이 인구를 밀어내는 '압출요인(押出要因 : pushing factor)'이 복합적으로 작용함으로써 일어난다. 노춘희의 연구(1994)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구 이동의 가장 중요한 직접적인 동기는 경제적 동기 및 교육기회에의 접근이라고 한다. 교육부의 2000년도 업무보고에 따르면, 수능 상위 5% 이내의 학생들 중 62.5%가 서울소재 대학에 몰렸있다고 한다(<중앙일보>2000.3.3) 교육부는 서울에 있는 대학생 40여만 명 가운데 50%정도가 지방출신이라고 보고한 바 있다.(<중앙일보>2001.4.26) 편입, 학점은행제, 평생교육, 사이버대학, 정원외 모집 등 다양한 형태의 수도권 정원 확대는 지방 대학들의 위기를 심화시킨다.

이규환의 연구(1989)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거대도시(metropolis)'는 100만명 이상을 말하는데, 서울은 2~3개의 거대도시가 들어갈 자리에 10개나 모은 것과 같은 꼴로 이것이 도시 범죄 증가의 원인이라고한다. 앞서 지적했듯이, 수도권 인구의 심각성은 비단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중앙 집중으로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알려진 일본은 수도권 인구가 32%, 프랑스는 18%에 불과한 점(<동아일보>2001.3.29)을 감안해 보면 한국의 수도권 집중이 얼마나 심각한 지 알 수 있다. 지역적으로 1%에 불과한 서울에 우리 인구의 20%가 몰려있고 서울 경기에 한국 인구의 절반이 몰려 있다. 그런데 더욱 심각한 문제는 수도권 인구집중을 주도하는 연령층이 주로 20대라는 점이다.

앞서 본대로, 지방 대학들은 지역 경제와 상생하는 구조를 띠고 있다. 따라서 지역 대학의 몰락은 지역 경제의 몰락을 초래할 것이다. 대학구조개혁의 퇴출 대상 대학의 대다수는 지방대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이들 지역의 학생들은 다시 대학이 있는 대도시권으로 이동해야 한다. 결국 중소도시 지역의 몰락 및 수도권 집중화 심화가 가속화된다. 이 같은 상황이 예견되자 대학의 이전을 막기 위한 지역의 노력은 일반인들이 상상하기도 힘들 정도다. 수도권의 대학이 지방으로 이전해 간다면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다수가 환영할 일이지만, 지방에서는 사정이 다르다.
세명대가 하남간다면 제천시장도 하남가라 !

세명대가 하남시에 제2캠퍼스를 건립할 움직임이 보이자 거의 대부분 제천 시민들이 극력 저지하기 위해 나섰다. 아마 제천 시민 전체가 이 정도로 한마음으로 단합한 적은 없었을 것이다.

2014년 10월 21일 출범식을 가진 '지방대학 이전반대 입법건의 제천시민 추진위원회'가 13만7000명의 제천시민 중 7만1456명의 서명을 받아 11월 4일 중앙 정부와 국회를 방문해 입법건의서와 서명부를 전달했다(제천 시민의 절반이 서명운동에 참여를 했으니 어린이 노인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사람이 캠퍼스 일부 이전을 반대하고 있다는 말이 된다). 이들은 안전행정부와 이원종 지역발전위원장, 국회 등을 방문하여 세명대의 제2캠퍼스 설립에 따른 국회와 중앙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을 요구함과 동시에 제천지역의 29개 시민단체가 주관해 지방대학 이전반대 입법건의를 위한 '제천시민 서명운동'에 나섰다.(<충북일보> 2014.11.4)

2015년 제천 시민들은 '세명대 하남분교 설립 반대운동본부'를 결성하고 지난 2월 4일 제천시청 앞에서 “한심한 제천시장은 지금이라도 시민과 함께 총궐기해 세명대 하남 분교 이전을 저지하라.""고 촉구하면서 “제천시민은 분노하는데, 제천시장은 왜 강 건너 불구경만 하느냐?"며 "세명대가 하남으로 간다면 제천시장도 같이 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이근규 제천시장을 비판하는 내용의 현수막들을 시내 곳곳에도 게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연합뉴스> 2015.2.4)

2014년 비수도권 14개 시·도지사와 지역 국회의원 등으로 이뤄진 지역균형발전협의체(공동회장 이시종 충북지사, 정갑윤 국회의원)가 지방 대학의 수도권 이전 허용에 반대하는 뜻을 청와대와 교육부, 안전행정부, 국토교통부 등에 전달했다. '지역균형발전협의체'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대전 을지대(의정부)·침례신학대(동두천), 강원 경동대(양주), 충북 세명대(하남), 충남 청운대(인천)·중부대(고양), 경북 동양대(동두천) 등 전국에서 13개 지방대가 수도권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정부가 지방 대학의 수도권 진입을 허용해 국가 균형발전 정책과 지방 대학 육성 정책에 정면으로 배치되고 있다. 지방 대학이 수도권으로 이전하면 지방 대학 주변 상권이 무너지고 지역 주민들은 생존권을 위협받게 된다"고 밝혔다.(<한겨레> 2014.9.2)

최근 수도권에 지방 대학들이 몰려가고 있는 것은 미군의 주둔지가 이전한 결과다. 그 동안 수도권에 대학을 신증설(新增設)한다는 것이 불가능했다. '수도권정비계획법' 7조(과밀억제권역 행위 제한)가 수도권에서 어떤 형태이든 학교 신증설을 금지해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서울 주변 지역에서 미군이 철수함에 따라 나타난 '주한미군 공여구역 주변지역 등 지원특별법' 17조(학교의 이전 등에 관한 특례)의 "학교를 반환 공여구역이나 주변지역에 이전·증설하는 행위를 허가·인가·승인 또는 협의할 수 있다"는 규정을 근거로 해당 시도가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 대학 유치에 열을 올려 지방대의 '수도권행 쓰나미'가 몰려온 것이다.

교육부가 죽이는 것은 대학이 아니라 그 도시 전체

그러면 왜 시민 전체가 나서서 이 같이 대학 이전을 반대할까? 그리고 이를 막아야할 명분이 과연 있을까?

윤흥창 의원(충북도의회)의 인터뷰 즉 "(세명대는) 2020년도 까지는 전국 대학에서 15만명 이상이 준다고 하는데 우리는(세명대) 여기에 남아있으면 죽는데 (하남시로) 보내달라고 합니다. 그러나 (그들이 가면) 우리 지방은 당장 내일 죽게됩니다"(<안동MBC 뉴스데스크> 2015.2.7)라는 말에 모든 비밀이 숨겨져 있다.

현재 한국사회 구조 하에서 근본적 대책 없이는 지방대가 살아남을 길이 없다는 것을 대부분 지방대가 알고 있다. 그래서 지방대학의 입장에서는 지방에 남아 고사(枯死)할 수만은 없으니 수도권으로 가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그런데 문제는 대학 이전이 바로 지역 경제를 초토화시키게 되어 결국 그 도시가 고사(枯死)하게된다는 점이다. 세명대의 경우, 단지 캠퍼스 일부가 이전하려고 하는데 이 정도이니 대학 자체가 없어지면 어떻게 되겠는가?
보도에 따르면, 인구 약 14만의 제천에서 세명대학교는 경제활동 영역의 30%에 이를 만큼 비중이 크다. 대학의 일부 이전이기는 하지만 그것조차도 급격한 지역경제의 쇠퇴와 공동화를 불러오기 때문에 범시민적인 이전 반대 투쟁이 일어난 것이다. '노인회'와 '부녀회' 등 29개 시민단체는 즉각 '이전반대 추진위'를 결성해 범시민투쟁에 나섰고 7만여 명의 서명을 받아 관련법을 개정해 달라면 정부와 국회에 이를 전달하기도 했다. 박행남 공동위원장(세명대 이전반대 추진위원회)은 "임직원이 거의 1천명이 빠져나갑니다. (빠져나갈 학생) 5천5백명의 (주/부식) 거기에 나가는 돈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 원룸이 1600개가 있습니다. 계산하면, 300억 내지 350억이 되는 거예요. (지역)경제가 파탄나는 것입니다."라고 한탄한다. 제천시도 하남시를 방문해 협조를 구하는 한편, 유화책으로 '대학지원 조례' 제정에 나섰고 제천시의회와 충북도의회는 결의문을 통해 강력한 이전반대 운동을 펼칠 것을 천명하는 등 지역사회가 총동원되어 대학지키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안동MBC 뉴스데스크> 2015.2.7).

지난 2013년, 똑같은 일이 충남 홍성에서도 일어났다. 수도권 진입 지방대 1호인 청운대(홍성)가 인천캠퍼스에 둥지를 틀 때, 충남 홍성군 주민들의 반발이 극심했다. 당시 청운대가 이전을 발표하자 '청운대이전반대 주민대책위'는 홍성군청 앞에서 무기한 농성에 들어갔다. 당시의 보도에 따르면, "세종로 정부청사 후문에서 농성을 벌인지 49일째, 1인 시위 79일째에 접어들었지만 교육부는 제대로 된 면담이나 대책을 내놓지 않고, 홍성군도 주민들이 농성을 하고 있음에도 주민 지원이나 애로사항을 청취, 교육부 설득 등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고 비난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군이 보다 적극적으로 행동하라.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무기한 농성을 풀지 않겠다"고 강조했다.(<충청일보>2013.08.28)

같은 해 9월 충남 중부대 역시 고양캠퍼스(방송·문화산업과 교육서비스 분야의 특성화 대학) 이전을 둘러싸고 지역주민들의 반발로 난항을 격고 있다. 충남 금산군 주민들은 '지역침체 가속화'를 방치할 수 없어 캠퍼스 이전 반대 집회를 꾸준히 열어왔다(<한국대학신문> 2014.11.3).

지방대가 수도권으로 캠퍼스를 이전하려고 하는 것은 학생의 감소와 구조적인 수도권 집중화 현상 및 학생들의 수도권 대학 선호 등으로 신입생 충원이 갈수록 어려워짐에도 불구하고, 바로 이 충원률이 대학 구조개혁 지표의 가장 중요한 변수이기 때문이다. 또 수도권에서는 우수한 학생 유치가 수월하고 취업률(구조개혁 주요지표)도 제고시킬 수가 있는 등 매우 다양한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 그래서 어떤 지방대라도 '수도권정비계획법'의 허점이 조금이라도 발견이 되면, 이내 수도권으로 진입하려고 하는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근본적인 변화나 개혁이 없으면 해소될 수 없다. 그저 눈가리고 아웅하면서 "무조건 현실을 인정하고" 지금 보이는 환부(患部)만 도려내면 된다고 하는 식의 처방으로는 결코 해결될 수가 없다.

도대체 대학이 지역경제에 어느 정도의 효과가 있길래?

그러면 지역 대학이 지역경제에 어느 정도의 효과가 있는 지를 검토해보자. 전체 주민들이 들고 일어나 강력 반발하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전체 학생 1000여 명 정도의 초(超)미니 대학(입학정원이 250명 정도)이라도 지역 경제에 매년 최소 100억×(1+α) 이상 효과를 가져다 준다(이 과정을 제대로 모두 계산하기는 매우 복잡하다. ☞ 미니 부록을 참고). 그래서 아무리 작은 대학이라도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킬 수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대부분 대학을 가진 중소도시는 방학이 되면 불경기가 시작된다.

초미니 대학은 지역에 매년 수백억의 경제 효과와 동시에 다음과 같은 파생적 경제 효과를 발생시킨다.

➀ 대학 설립에 따른 지가 상승으로 인한 소득 증대 효과, ➁ 파급 고용 증대 효과 및 금융기관의 증가, ➂ 서점 및 식당 고급 레스토랑 등 전반적인 상가의 증가, 시장의 활성화, ➃ 문화행사의 증가로 문화적 욕구 충족(문화소외지역 감소 효과), ➄ 이농 방지 효과 및 무공해 산업 유치효과(대학은 교육서비스 산업), ➅ 대학을 중심으로 한 지역 산업 특성화 달성 효과, ➆ 지역 발전의 인프라 및 인재 공급 등이 나타난다. 이러한 파생적 경제 효과는 계량적인 수치로 환산이 불가능하지만 기존의 총지출에 따른 경제효과의 5∼10배에 달할 수도 있다.

실제로 지역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대출제한 대학인 M대학에 문경시에서 60억원을 지원했다. 문경시는 "M대학이 우리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커서 지원하게 되었다"고 한다(안동 MBC, 2011.7.13). 고사 직전에 있는 대학을 지역의 필요에 따라 재생시키기 위해 지자체가 발 벗고 나선 대표적 사례로 볼 수 있다.

지역균형과 고등교육

무엇이든지 균형적으로 발전시킨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불균형성을 방치하게되면, 장기적이고 만성적인 질환을 앓게되고 국가적 위기가 발생하게 마련이다. 그래서 일찌기 뮈르달(Myrdal)은 발전을 "총체적인 사회체계(社會體系)의 상향운동(movement upward of entire social system)"이라고 정의하였다. 나라의 발전도 총체적이고 균형적이며 포괄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21세기의 문제는 인간이 지구와 서로의 균형을 유지하면서 어떻게 바르고 훌륭한 삶을 살아가는가 하는 것이다. 어떤 공동체든 간에 그 공동체의 생태계를 충분히 유지하면서 그 공동체의 발전을 이룩할 수 있는 공동체 자체의 부양능력 즉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을 가져야만 한다.

도시의 지속성을 보장하는 자연환경과 전체 속에서 조화를 강조하는 윤리적인 토대의 구축으로 높은 '삶의 질'을 보장하는 것이야말로 미래문명의 모형이라고 한다면, 당연히 교육이 선도적인 역할을 해야한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현행의 교육이 오히려 과도하게 대도시권으로 인구를 집중시키고 있어 '지속성'의 한계상황을 노정하고, '삶의 질'의 악화, '조화(harmony)'의 파괴 등을 심화시키고 있다. 그리고 이 어두운 현상의 이면에 대학들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보다 복잡하게 얽혀있다. 이를 지양하지 않으면 한국의 고등교육의 미래는 없다.

지역 대학은 일종의 공공재

서양에서는 마을이 생기면서 교회나 성당이 생기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학교가 먼저 생겼다. 우리나라의 학교는 단순히 교육기관을 넘어서 모든 면에서 그 지역의 구심점 역할을 하였다. 학교운동회는 단순히 운동회가 아니고 마을 축제였다. 그러나 인구의 이탈이 가속화되면서 엄청난 수의 학교들이 폐교가 되었고 광역권을 제외한 대부분의 도시들이 황폐화되고 있다. 한국인들의 고향이나 뿌리도 사라져 가고 있는 것이다.

도시는 국적을 잃고 '한국적'인 것들은 사라져 간다. 그런데 이를 막아야 할 한국의 대학정책은 오히려 이를 가속화시키는 괴물이 되고 말았다. 이 좁은 국토를 "더 좁게 쓸려고 하는" 한국인 특유의 조급성이 낳은 병리적 현상이다.

과거부터 우리는 학교를 공공재(public goods)의 개념으로 접근해왔기 때문에 개인이 지은 학교에 대해서도 공익성의 잣대로만 평가해왔다. 지금도 '사학법(私學法)에서는 설립자나 법인에 대해서 오로지 공익적인 잣대만으로 보고, 이사장이나 설립자들에게는 어떤 보수도 주어지지 않고 오로지 맹목적인 헌신만을 요구하는 것이 현실이다. 한때 어수룩할 때, 때로 대학은 돈벌이가 되는 좋은 장사였을 수가 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이 개방된 상황(공시제도가 활발한 상황)에서 수도권과 광역권을 제외한 대학들은 결코 '돈벌이'의 수단이 되지 못한다.

앞에서 봤듯이 지역 경제발전에 있어서 지역 대학이 가지는 의미는 매우 크다. 양극화가 심한 한국에서 지역 발전은 공공재 및 공공 지출의 개념으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지역(특히 비대도시권, 농어촌 포함)의 경우에는 ① '외부 불경제(external diseconomy)'가 심각한 수준으로 존재하고, ② 초기에는 고정 비용이 많이 들어가지만 장기적으로 '규모의 경제(scale of economy)' 효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고, ③ 지역 특히 비대도시권에의 인프라 구축 자체가 시장에 의해 공급될 수 없는 '공공재(public goods)'의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나라의 발전'이 '서울의 발전'이 되면 안 된다

'나라의 발전'이 '서울의 발전'이 되면 안 된다. 나라의 발전이 곧 나라의 발전이어야만 한다. 1%의 땅에 20%의 인구가 살고 있는 환경은 매우 위험하다. 팔과 다리의 모든 모세혈관들이 말라 오그라들어 머리만 남아있게 되면 결국 생명은 끝이 난다. 머리만 굴러다니는 형국을 생각해보라!

그 동안 정부에서 시행하는 지역에 대한 지원 사업의 대부분이 하드웨어적인 측면 즉 외형적으로 돋보이는 부문에 집중되어 왔다. 요즘 우리나라 어느 시골을 가든지 초중등 학교 외벽은 고급 타일이나 외장재로 장식되어있고 각종 운동 또는 레져 시설이나 인조 잔디구장이 깔려있다. 과거에는 상상도 못한 일이다. 시골 학교를 가보면 한국이 교육에 쏟아붓는 돈이 얼마나 많은 지를 알 수 있다. 그러나 만사휴의(萬事休矣)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당장 내일이면 곧 폐교(廢校)가 되고 마는데.

2014년 11월 26일 교육부가 강은희 의원(새누리당)에게 제출한 전국 17개 시도의 폐교 현황에 따르면 1982년부터 2014년 6월 30일까지 폐교한 학교는 모두 3595개교였다. 시도별로는 전남이 789개교로 가장 많았고, 이어 경북이 660개교, 경남이 540개교, 강원이 436개교, 전북이 321개교였다. 가장 적은 곳은 서울로 1개 학교가 폐교했다. 폐교의 61.0%인 2195개교는 매각되었지만. 폐교 중 매각이나 임대를 하지 않은 채 방치된 학교는 401개교로, 전체 폐교의 11.2%였다. 시도별로는 전남이 139개교로 가장 많았다.(<서울신문>2014.10.27) 전체적으로 전남과 경북, 경남, 강원, 전북의 순서로 지방 교육의 황폐화(荒廢化)가 얼마나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는 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들 지역을 합하면 우리나라(북한 제외) 전체의 거의 75%에 해당한다.
[그림➁] 전남 나주 지역과 경북북부 영주지역 폐교현황. (알파벳은 폐교들 : 교명은 생략) 자료 : '네이버 지도'

[그림 ➁]는 전남의 경우 광주광역권과 나주에 이르는 지역의 폐교현황과 필자가 살고 있는 경북 북부 지역의 폐교 현황을 '네이버 지도(나주 폐교/영주 폐교)'를 통해 본 것이다(전국 폐교 현황은 '네이버 지도'를 통해 누구나 쉽게 확인해 볼 수 있다). 경북 북부 지방의 교육 황폐화는 당연히 심각한 것이지만, 광주광역시에서 나주에 이르는 지역은 전남에서도 상당히 발달한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교육 부분의 황폐화가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지금이라도 '개념있는 교육'이 안 되면…"

이제라도 한국의 교육은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안된다. 도무지 지역과 지역발전에 대한 고민이 없다. 유력한 정치인들이 "서울은 아직도 작다. 더 키워서 경쟁력을 강화하자"는 식으로 외치고 다니는 현실을 보면, 그들이 과연 합리적이고 정상적인 사고를 기반으로 한국의 미래를 고민하는 정치가들인지가 의심스럽다.

교육이 지역 개발을 선도해야 한다. 지금처럼 지역 개발의 첨병들인 지역대학들에 대해 마치 부산에 상륙한 왜군(倭兵)을 보듯이 대첩(大捷)을 치러 섬멸하려고 해서는 안된다. 현재 교육부가 하고 있는 대학 구조개혁은 정치전, 물량전, 홍보전 등을 총동원하여 하나의 사실 즉 "부실한 지방 대학들을 한국사회에서 제거하면, 한국 고등교육의 모든 문제는 해결될 것"이라고 국민들에게 알리는데 온힘을 기울이는 듯 보인다. 그런데 지금까지 보아온대로 그들을 다 죽인다 해도 정원 감소의 효과는 미미할 것이고 지역의 중소 도시들은 급격히 몰락해갈 것이다. 그리고 대학들이 지방에서 사멸해가는 것이 아니라 서울로 서울로 몰려들어 우리는 또 다른 괴수(怪獸) '서울'을 만나게 될 것이다.
은창익의 '大學漫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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