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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올림픽 뒷감당, 어떻게 할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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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올림픽 뒷감당, 어떻게 할 건가?

[기고] 생물다양성과 평창 동계올림픽

한국습지NGO네트워크와 람사르네트워크일본은 매년 한일 양국의 습지 현황을 공유하고 국제 환경회의 대응 활동을 논의하는 포럼을 열고 있다. 2월 28일부터 3일간 충남 서천에서 열리는 포럼에서 양국 환경단체는 '메가 스포츠와 생물다양성'이라는 특별 세션을 마련해 일본 도쿄 올림픽과 한국 평창 올림픽의 문제점을 짚기로 했다. <프레시안>은 정규석 녹색연합 자연생태팀장이 발표하는 발제문을 다듬어 싣는다. 편집자.
"올림픽 운동은 세계에 하나의 이상을 심어주는 일이며, 그 이상은 바로 현실 생활의 일부를 이루는 것이다. 그것은 육체의 기쁨, 미와 교양, 가정과 사회에 봉사하기 위한 근로, 이상 3가지다."

근대 올림픽을 반석 위에 올려놓은 인물인 쿠베르탱이 한 말이다. 그러니까 그의 선언은 올림픽이 시작되며 품고 낳은 올림픽 정신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런데,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는 도통 올림픽 정신이 찾아지질 않는다.

환경 파괴, 예산 낭비 올림픽

환경 파괴, 예산 낭비는 평창 동계올림픽의 유의어로 등극한 지 오래다. 지속가능함, 환경과 평화, 조화가 실종된 평창 올림픽은 그야말로 우리 세대의 골칫거리라는 얘기다.

만들었다가 없앨 스키장을 1000억 원 넘게 들여 만든단다. 훼손된 산을 원래 상태로 되돌리겠다는 도박을 최소 1000억 원의 돈과 수십 년, 수백 년의 시간을 엎어서 더한다. 세수가 부족해 발버둥 치면서도 기어이 4000명 사는 시골 마을에 수백억 원짜리 올림픽 개·폐회식장을 덩그러니 만든단다. 고작 2주 동안 쓸 물이 부족하다고 식수전용 댐을 기어이 새로 짓겠다고 나선다. 그리고 거기에 딴죽 거는 사람은 적군으로 쉽사리 구분한다. 이쯤 되면 올림픽 정신은 고사하고 상식조차 통하지 않는다.

평창 동계올림픽이 생물다양성을 파괴하는 사례는 부지기수다. 거기다가 강원도 재정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그래서 지금 당장 우리는 평창 동계올림픽의 광범위한 분산 개최를 고민해야 한다. 1개 국가 1개 도시에서 진행했던 올림픽을 복수 국가, 복수 도시에서 진행하자는 것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자구책이다. 이제 더 이상 생물다양성을 파괴하고 개최국가에 막대한 재정 적자를 야기하는 올림픽은 인기가 없다. 특히 우수한 산림 등 자연을 최대한 이용해야 하는 동계올림픽은 더욱 그렇다.

▲ 알펜시아 경기장 건설로 강원도 부채는 늘었다. ⓒ녹색연합

생물다양성협약 회의 의장국 한국, 3일간 경기를 위한 500년 숲 파괴

가리왕산 활강경기장은 생물다양성 파괴의 대표사례다.

평창 동계올림픽은 2018년 2월 9일부터 17일 동안 진행된다. 그 중 활강경기 기간은 채 3일이 되지 않는다. 연습 일정까지 포함해도 천재지변 등 중대사고가 없는 한 최대 8일이다. 그런데 한국 정부는 500년 동안 보호해오고 있는 산림을 고작 며칠과 맞바꾸려 한다.

한국은 2020년까지 육상보호구역을 17%로 늘려야 하는 생물다양성협약 가입국이다. 그런 한국 정부가 기존에 있던 보호구역까지 며칠짜리 스키 경기를 위해 해제했다. 더군다나 한국은 생물다양성협약 제12차 당사국회의 의장국이다.

가리왕산 활강경기장에는 건설비와 최소한의 복원 비용을 계산하면 최소 2000억 원 이상이 든다. 물론 수십 년, 수백 년이 지나도 가리왕산이 원래 모습으로 되돌아온다는 보장은 그 어디에도 없다. 이 정도면 확률 없는 도박이라고 말하기도 민망할 지경이다. 돈, 시간 그리고 수백 년 이어온 자연유산을 하릴없이 허공에 뿌리는 것과 다르지 않다.

현재 가리왕산 벌목은 계획 대비 80% 이상 진행된 상황이다. 베어내야 한다고 딱지 붙은 약 6만 그루 나무들 중 4만8000 그루의 나무 밑동이 잘려나갔다. 이제 예정대로라면 가리왕산은 활강경기장을 위한 대규모 토목공사를 목전에 두고 있다. 나무 밑동이 있던 자리는 풀 한 포기 남김없이 깡그리 파헤쳐지고, 설상 유지를 위한 기초공사로 콘크리트보다 더 단단하게 다져질 것이다. 이대로 가다간 가리왕산 생태가치 중 하나인 풍혈지형이 파괴될 것이다. 뿌리만 남고 잘려나간 나무는 그나마 현실적인 복원이 가능하지만, 지형까지 파괴된다면 정말 되돌리기 어렵다.

기존 시설을 활용한 분산 개최만이 평창 동계올림픽을 그나마 살릴 수 있는 길이다.

▲ 지난 지난 12일 활강경기장을 위해 벌목이 진행되고 있는 가리왕산. ⓒ녹색연합

외국이 줄줄이 올림픽 개최 포기하는 이유

지난 2014년 12월 IOC에서 발표한 '아젠다 2020'은 올림픽 개혁안이다. 더 이상 1국가 1도시 올림픽 개최원칙은 현실적으로 지켜지기 어렵다는 시대상을 반영한 것이다.

가장 최근 올림픽 개최지인 러시아 소치는 막대한 환경 파괴를 수반하며 50조 원을 투자했지만 남은 것이 없다. 소치가 유령도시로 전락했고, 거의 대부분의 투자금은 적자로 남았다. 2010년 동개올림픽 개최지인 캐나다의 밴쿠버는 5조 원 적자, 1998년의 일본 나가노는 10조 원이 적자로 기록되어 있다.

그에 따라 2022년 동계올림픽 개최를 포기하는 나라들이 속출하고 있다. 독일의 뮌헨, 스위스 생모리츠, 노르웨이 오슬로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들 도시들은 지방재정 악화, 환경 파괴, 사후 활용 관리비 부담 등을 이유로 지역 주민과 지방 의회들이 유치 신청 반납을 선언했다.

예산 절감 위한 계획 변경은 당연한 자구책

현재 강원도의 재정자립도는 전국 17 곳 중 15위다. 부채 비율도 17곳 중 4위다. 그만큼 동계올림픽으로 인한 재정 부담을 최소화할 방안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과거 사례를 보더라도 이대로라면 적자 올림픽은 당연한 수순이다.

그래서인지 정부와 평창 올림픽조직위원회는 스노보드와 스키 프리스타일 경기장을 애초 계획했던 평창 보광 휘닉스파크에서 정선의 하이원리조트로 변경하는 안을 검토 중이다. 당초 보광 휘닉스파크의 경기장 보완 비용은 205억 원으로 예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현장 실사 이후 사정이 달라졌다. 대규모 시설 교체 등 경기장 보완에 필요한 예산이 500억 원으로 증가했다. 거기다가 보광 측이 요구하는 경기장 사용료와 영업 손실 보상비까지 합하면 보광 휘닉스파크의 경기시설 예산을 1000억 원으로 증액해야 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예산 절감을 위해 이제라도 경기장을 변경하겠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돈 먹는 하마로 전락한 평창 동계올림픽을 위한 자구책 중 하나라고 할 수 있겠다.

여기서 두 가지 중요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하나는 예산 절감을 위한 계획 변경은 현재 우리 상황에서는 당연하다는 것이다. 애당초 평창 올림픽조직위원회가 공언한 민자 유치는 난항을 겪고 있고, 강원도는 뚜렷한 자구책 없이 중앙 정부 예산 증액만을 요구하고 있는 마당에 그 누구라도 달리 뾰족한 수가 없다.

그리고 두 번째는 올림픽 경기시설이 결코 상업성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만약 올림픽 경기시설이 올림픽이 끝난 후 돈 되는 시설로 활용 가능하다면, 민간기업인 보광에서는 경기장 사용료와 영업 손실 보상비를 요구하기는커녕 자기돈 들여서라도 유치하기 위해 안간힘을 쏟았을 것이다.

▲ 벌목되기 전 가리왕산의 모습. 희귀생물 자생지인 가리왕산은 산림청이 지정한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민간은 물론이고 국책사업으로도 개발이 불가능한 보호구역이었으나, 평창 동계올림픽을 위해 벌목되고 있다. ⓒ사진그룹 청사진, 박용훈, 이재구

가리왕산 경기장 건설 재검토해야

이쯤 되면 가리왕산 활강경기장 건설과 관련한 무모한 계획도 당연히 재검토해야만 한다. 활강경기장 건설 비용이 1100억 원이고, 복원 비용만 최소 1000억 원이다. 진행 중인 가리왕산 활강경기장 건설을 백지화하고, 기존시설을 활용한다면 최소 1000억 원의 복원 비용은 들일 필요가 없다. 계획 변경으로 건설사에 물어줘야 하는 피해보상비와 현재까지 벌목된 수목을 복원하는 비용을 매몰 비용으로 계산해도 분명 1000억 원 이상의 예산은 절감할 수 있다. 거기에 더해 그 어떤 올림픽시설보다 가장 상업성이 떨어지는 활강경기장 신설에 따른 논란도 종식시킬 수 있다.

무엇보다 평창에서 동계올림픽을 하려면 기존 시설을 활용한 광범위한 분산 개최가 필요하다. 이대로라면 평창동계올림픽은 미래 세대에게 결코 제대로 된 유산으로 남지 않을 것이다. 환경 파괴와 부채로만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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