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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망신' 아시안게임, 그래도 한 번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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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망신' 아시안게임, 그래도 한 번 더?

[좋은나라 이슈페이퍼]<51> 메가이벤트 유치, 제대로 망해봐야 멈추겠는가

인천아시안게임의 막이 내렸다. 한 언론기사 제목대로 ‘대망신’ 수준이었다. 개막식에서부터 삐걱거리더니 시설과 운영 등 참으로 다양한 면에서 사고가 터졌음은 물론 지역 주민들의 호응도 이끌어 내지 못해 거의 모든 경기가 관중석이 텅 빈 가운데 치러졌다. 스포츠를 즐기는 게 아니라 스포츠를 이용하려다 보니 생긴 일이다. 2018년 차기 동계올림픽 개최준비에 바쁜 강원도도 이미 삐걱대기 시작했다. 오래 전부터 ‘올림픽 저주’의 조짐을 보여주고 있는 알펜시아리조트 문제 뿐 아니다. 조선왕조 때부터 보존해 온 가리왕산 자연림을 단 3일 간의 행사를 위해 파헤쳐 훼손하기 시작하면서 지역 내 갈등을 촉발시킨 상태다.

한때 국내 지자체들의 스포츠메가이벤트 유치가 ‘묻지마 유치’라고 할 정도로 비이성적이었고 또 ‘선거용 프로젝트’란 말이 나돌 정도로 여기저기서 빈발했다. 논란이 분분하더니 결국 전남 영암F-1이 폭삭 망한 데 이어 인천이 쪽박을 차게 생겼다. 화투판 피박이라고 해야 할까. 한국에서 지자체들의 스포츠메가이벤트 유치 광풍은 결국 폭탄돌리기였던 것이다.

왜 그랬을까. 왜 우리는 스포츠이벤트에 미친 듯 달려들었나. 정당하고도 상식적인 문제 제기마저 가로막는 이러한 전체주의적 분위기가 어떻게 21세기 한국에서 가능하게 된 걸까. 몇 가지 요인들이 보인다. 이 지경을 어떻게 고쳐야 할지 대안도 고민해야 할 것이다.

▲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열린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리듬체조 개인종합 결승 경기에서 1위를 한 한국의 손연재가 경기 직후 열린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뒤 태극기를 들고 활짝 웃고 있다. ⓒ연합뉴스

잘못된 신화의 탄생

스포츠 메가이벤트 유치에 나서는 사람들, 또 개최를 준비하는 이들이 하나 같이 외치는, 금과옥조와도 같은 말이 있다. “LA올림픽 같은 흑자 대회를 만들겠습니다!” 평창동계올림픽 개최준비에 여념이 없는 최문순 강원도지사도 다짐하듯 이 말을 했는데 이는 유수한 학자들도 떠들고 다니는 이야기다.

그런데 이상하다. 1984년에 열린 LA올림픽 이후에도 많은 올림픽과 월드컵 등 수많은 스포츠메가이벤트가 열렸는데 왜 21세기에 들어선 지금도 다른 대회는 말 하지 않고 유독 1984년 대회처럼 치르겠다고만 하는가. 이유는 간단하다. LA대회를 제외하면 흑자대회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LA올림픽의 특수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1976년 몬트리올올림픽을 먼저 설명해야 한다.

올림픽은 원래 유럽(과 북미) 백인 엘리트들의 잔치였다. 세계대전 이후엔 패전국들의 국제무대 컴백 무대로 활용됐다. 그래서 이탈리아가 1960년, 일본이 1964년, 그리고 독일이 1972년 개최하면서 ‘죄사함’을 받았다. 2차 대전 죄 값(?)이 가장 큰 독일이 가장 나중에 용서받았음을 보면 올림픽은 예나 지금이나 강대국들의 놀이터였음을 알 수 있다. 이후에는 (반)주변국의 국력과시용으로 활용된 경우가 많았다. 1968년 멕시코 개최 이후 캐나다(1976), 한국(1988), 스페인(1992)의 경우가 그러했다.

이후 개최된 모든 올림픽들의 사례까지 종합해서 내릴 수 있는 결론이 하나 있다. 이는 바로 올림픽은 국가프로젝트라는 것이다. 현재의 물가로도 하계대회는 적어도 50조 원, 동계대회는 20조 원이 필요한 대회다.(1) 국가가 주도해야만 하는 이벤트였다. 그런데 이러한 올림픽의 특성을 간과하고 덤벼든 도시가 있으니 그것이 바로 1976년 개최지인 캐나다의 몬트리올이다. 당시 시장은 개최비용에 부담을 느낀 시민들의 반대에 나서자 “올림픽으로 적자를 본다는 것은 남자가 아이를 낳는다는 말과 같다”고까지 단언하며 밀어붙였다.(2) 결과는 참혹했다. 폐막 후 몬트리올시는 부도 직전까지 몰렸고 퀘벡주까지 엄청난 타격을 받았다. 몬트리올은 개최비용으로 인한 빚을 갚기 위해 이후 30년 동안 특별세까지 시민들에게 징수해야 했다.

몬트리올에 휘몰아친 재정 파탄은 연쇄적으로 IOC에 엄청난 후폭풍을 몰고 왔다. 몬트리올이 빚더미에 올라앉은 꼴을 목격한 다른 도시들이 개최의향을 철회한 것이다. 1980올림픽은 개최지가 이미 모스크바로 확정돼 문제가 없었으나 몬트리올대회 폐막 직후인 1977년에 결정해야 할 1984년 대회는 유치에 나서는 도시가 없었다. IOC로서는 절체절명의 순간이었다. 이때 등장한 이들이 있었으니 바로 피터 위베로스를 위시한 LA의 경제인들이었다. 이들은 당시 침체기에 놓여있던 LA의 경제를 살려보자는 목적으로 LA시장을 설득해 IOC와 접촉한다. 그들이 내건 조건은 두 가지였다. 첫째 경기장 신축 없이 기존 시설만으로 대회를 치르겠다는 것, 둘째 대회 개최를 통해 발생하는 모든 수익은 대회 조직위원회가 가져간다는 것이었다. 스포츠마케팅이란 개념이 존재하지도 않던 시기였다. IOC로서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이렇게 해서 LA경제인들이 전권을 거머쥐게 되었고 그 유명한 ‘LAOOC(LA올림픽조직위원회)’가 세간에 알려지게 된다. ‘조직위’의 효시였다. 이들은 1923년에 지어진 LA콜로세움을 주경기장으로 정하고 그 이전에는 개념조차 희미하던 중계권료와 스폰서십을 통해 엄청난 수입을 거두어 들였다. 눈앞에 보이는 모든 것을 팔아치우는 ‘올림픽 비즈니스’의 모델이 바로 이때 만들어진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이후 올림픽에서는 흑자올림픽이 보이지 않을까. LA올림픽이 흑자를 내는 것을 본 IOC가 가장 큰 돈줄인 중계권료와 스폰서쉽 협상권, 그리고 입장권 판매까지 모두 다시 가져갔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이후 IOC는 아무런 자본도 없으면서 국가 간, 도시 간 개최 경쟁을 부추겨 엄청난 이권을 챙기고 자신들은 귀족 대접을 받는 사기성(?) 농후한 집단으로 변질되어 갔다. 그래서 4년 마다 반복되는 결과? 젊은이들의 축제? 평화의 제전? 가장 확실한 결과는 개최도시가 빚더미에 올라앉는 것이다. 결국 스포츠메가이벤트 개최론자들이 전가의 보도처럼 떠벌이는 ‘LA올림픽 같은 흑자대회’는 그 이전에도 없었고 그 이후에도 존재하지 않는, 전무후무하면서도 유일무이한 경우다.

인천아시안게임의 경우를 보자. 아시안게임 같은 대륙별 스포츠이벤트는 많이 있지만 이들 대회는 해당 대륙에서는 우리나라의 전국체전 분위기의 대회라고 보면 된다. 규모나 관심 면에서 올림픽이나 월드컵과는 비교도 되지 않은 소박한 대회인 것이다. 그런데 안상수 당시 인천시장은 인천아시안게임 유치에 성공한 후 “아시안게임을 올림픽대회 못지않게 치를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했고 김정길 조직위원장은 “아시안게임을 올림픽 보다 더 큰 규모로 개최”하겠다고 했다 한다. 이들이 스포츠메가이벤트에 대해 얼마나 무지했는지 알 수 있다. ‘대망신’의 씨는 이미 그때 뿌려진 것이다.

전지구적 변동과 도시정책의 변화

사실 이러한 스포츠메가이벤트 유치 열기는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 2012년 올림픽을 유치했던 런던은 사실 프랑스 파리가 ‘유럽 문호의 중심은 파리’라는 기치를 내걸고 올림픽 유치에 먼저 나서자 도저히 파리가 올림픽을 개치하는 ‘꼴’을 못 보겠다며 후발주자로 뛰어들어 역전승을 거둔 것이었다. 메가이벤트 유치에는 국가 간, 도시 간 자존심도 작동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대결구도의 뒷면에는 글로벌화라는 전 세계적 흐름이 있어왔다.

레이거노믹스와 대처리즘이 세계의 흐름을 결정짓던 시기 복지의 축소와 시장경쟁의 강화는 서구의 각 도시들을 각자 도생의 길로 접어들게 했다. 중앙집중에서 지방분권으로 전환하는 시기였다. 그러면서 이전에는 볼 수 없던, 리스크를 마다 않는 도시정책이 등장하기 시작했고 많은 도시들이 기업적 도시주의(entrepreneurial urbanism)를 채택하게 된다. 새로운 도시개발전략이 부상하게 된 것이다.(3) 이러한 도시경제의 재구조화는 도시행정의 특성변화를 불러오게 되는데 과거 안정적 관리주의에서 흥행성 강한 기업주의로 전환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다분히 위험요소가 있더라도 지방정부의 재정과 위상제고를 위해 많은 도시들이 기업적 특성을 지닌 정책을 채택하기 시작했다.(4)

기업 도시주의는 새로운 경제 특구 설정, 행정 규제의 완화, 국내외 대기업의 자본투자 확대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사회간접자본시설에 민간투자가 확대되었고 대규모 경기장과 컨벤션센터에 투자를 유치했으며 다양한 규모의 대회를 개최하고 화려한 쇼핑센터를 도심에 지어 도시의 화려하고 활기찬 이미지를 유포하고자 했다.(5) 제조업을 통한 경제발전이라는 구시대 모델에서 벗어나 소비 기반의 탈근대 도시로의 전환을 도모하면서 레저, 엔터테인먼트, 관광, 스포츠에서의 ‘소비를 통한 생산’ 방식을 채택한 것이다. 도시의 생존방식이 재구성되면서 거대 도시들은 스포츠메가이벤트를 명품도시의 이미지 고착을 위한 가장 효과적인 수단으로 주목하게 됐다.(6) 4년마다 개최되는 올림픽은 희소성에 있어 견줄 상대가 없으며 개회식이 만들어내는 스펙터클한 도시 이미지는 명품도시로 격상했다는 최대의 만족감을 느끼게 해주기 때문이다.

이러한 초거대 이벤트의 개최가 가져오는 파생효과는 그 명과 암이 뚜렷하다. 그런데 그 명암은 이 이벤트에 관계되는 이들의 입장에 따라 뚜렷이 갈린다. 정치인과 자본가에게 올림픽은 환상적인 기회가 될 것이다. 그러나 개최지 지역주민에게는 잠깐의 자부심과 흥겨움이 남을지 모르지만 이들에게 떠안겨지는 재정적 부담은 대를 이어 치러야 할 수준이다. 주민들에게 돌아가는 실질적 이득은 없다는 말이다. 스포츠메가이벤트가 지역에 미치는 효과에 대한 연구가 1980년대 이후 서구에서 많이 이루어졌다. 지역, 경제, 도시, 개발 등 다양한 분야의 학자들이 연구에 나섰는데 그 결론은 이렇게 수렴된다. 메가이벤트 유치로 인한 개최지의 경제발전은 없거나 있더라도 매우 제한적이다. 그래서 외국에서는 메가이벤트 유치에 대한 시민사회의 반대를 흔히 보게 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러한 인식이 아직도 요원한 상황이다.

허구의 해체, 진실의 재구성

이제까지 메가이벤트 유치론자들이 가장 앞다퉈 주장했던 것은 바로 경제효과였다. 국민들이 메가이벤트 유치에 열광했던 이유도 바로 이것이었다. 우리 도시가 세계적인 도시가 되고 내가 부자가 될 거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 중 가장 많이 언급되는 네 가지, 즉 관광수입, 고용창출, 내수활성화, 지역경제활성화를 간단하게나마 따져보도록 하겠다.

1. 관광수입: 대형이벤트가 열릴 때면 그 지역의 물가는 뛰어오르고 사람들로 붐비게 마련이다. 그래서 관광객들은 그런 지역을 피한다. 특히 9·11테러 이후 국가 원수들이 모이고 사람들로 붐비는 곳은 극도로 위험한 테러발생 가능지역이 된다.(7) 당연히 철통경비에 나서게 되고 관광은 타격을 입게 된다. 그래서 2004년 개최지인 아테네의 관광업자들은 개최를 앞두고 관광객이 줄자 정부에 항의하는 일까지 벌어졌고 이후 열린 2008년 베이징대회, 2012년 런던대회 모두 지역의 관광업자들은 사실상 돈 벌기를 포기했다. 한국의 경우도 2002년 월드컵 개최 당시 관광 흥행을 노렸으나 기대치의 10분의 1에 그쳤고 이는 공동개최지였던 일본도 마찬가지였다. 또 이제까지 메가이벤트를 개최했던 부산, 대구, 여수 등의 사례에서 보듯 행사 당해 연도의 외국인 관광객(사실은 대회 관계자) 수는 늘어나지만 바로 다음해에 평년 수준으로 돌아가기를 예외 없이 반복해 이러한 이벤트가 지역 관광업계에 ‘지속가능’한 성장을 보장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 이미 증명됐다. 여행지를 선택하는 기준은 그 지역의 관광자원이지 스포츠이벤트 개최여부가 아니다.

2. 고용창출: 스포츠메가이벤트 유치 후 개최준비에 들어가면 경기장 등 대회 시설을 건설하기 위한 토목공사가 벌어지기 시작한다. 그러나 이는 첫째, 그 이벤트가 아니었다면 지역 곳곳에서 벌어졌을 공사들을 중단시키고 오직 대회 시설만을 위한 공사에 집중하는 것이기 때문에 총량에서는 별 차이가 없다. 예를 들어 아시안게임을 치르는 인천이나 유니버시아드대회를 준비하는 광주시는 스포츠이벤트 개최 준비 때문에 지하철 건설 등 원래 계획했던 사회 기반시설 건설을 중지하면서 대회 준비에 나섰다. 따라서 둘째, 고용의 총량은 증가하지 않는다. 또 셋째, 대회를 치르면서 발생하는 고용은 전적으로 저임금, 비정규직이면서도 또 대부분 (초)단기직이기에 지역의 고용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

3. 내수활성화: 이러한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같은 메가이벤트들은 개최 지역의 경제에 오히려 타격을 준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의 경우 올림픽, 월드컵, 아시안게임이 열릴 때 가장 혜택을 보는 업종은 후라이드치킨 배달업소와 맥주집, 그리고 제한적이나마 (신형) 텔레비전을 제조하는 가전사 정도다. 그 외 업종들은 (경기장 인근의 식당 정도를 제외하면) 전혀 상관이 없거나 오히려 타격을 받을 뿐이다. 특히 메가이벤트에 국민들의 관심이 쏠릴 때 영화, 공연, 전시 쪽은 아예 장사를 포기하는 수준이다.

4. 지역경제활성화: 이 문제는 위 내용들을 종합하면 대충 결론이 나온다. 대형이벤트 개최가 지역경제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것이 외국 학계에서는 이미 오래된 결론이고 최근 국내의 많은 도시들이 스스로 사례가 되어 증명하고 있다. 언급했듯 경기장 건설 등 토목공사가 진행되지만 이는 곳곳에서 벌어졌을 공사들을 개최지역 한 곳으로 몰아놓은 것일 뿐이다. 사발에 담긴 물을 사발 한 귀퉁이에 빨대를 대고 마시는 것과 마찬가지다. 또 지역의 복지, 교육, 문화예산 투입을 가로막아 정상적이고도 원활한 경제순환을 방해한다. 그래도 메가이벤트를 개최하면 토목공사가 평소보다는 더 많이 발생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지방이 유치하는 경우 건설경기로 인한 수익의 대부분을 중앙의 메이저 건설사들이 휩쓸어 간다는 점이다. 동계올림픽 유치에 한참이던 강원도의 경우 공사를 수주한 중앙의 건설사들이 하청업체마저도 끌고 들어가 강원도 업체들은 하청공사마저도 따지 못해 강원도 경제인들이 도청에 항의를 하는 경우마저 있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폐막 후 경기장 활용이다. 여기에서도 주목할 사례가 하나 있다. 2002년 월드컵을 치르기 위해 전국에 10개의 경기장을 지었는데 이들 경기장은 해당 지자체에 연 20~40억원의 재정부담을 안기고 있다. 그런데 많은 유치론자나 스포츠마케팅 학자들은 서울의 상암경기장이 영화관, 대형마트 등과 함께 하는 복합시설물로 지어 흑자운영을 하고 있다고 광고를 하고 있다.(8) 그러나 이런 것이 바로 눈 가리고 아웅하는 단적인 사례다. 즉 축구경기장에서 발생하는 수십억 원의 적자를 다른 시설물들에서 발생하는 흑자와 뒤섞어 놓고 총액이 흑자이니 축구장도 흑자라고 우기는 것이다. 축구장은 분명하게 적자다. 그래서 건축학에서도 모든 건축 장르 중 가장 경제효과가 낮고 운영비가 많이 드는 건축물로 스포츠시설물을 들고 있다.

이렇듯 개최론자들이 주장하던 경제효과는 그 실익이 매우 제한적이거나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데 메가이벤트는 해당 지역 및 그 주민에게 오히려 심대한 타격을 입히기도 한다. 스포츠메가이벤트 유치는 사실상 도시개발 프로젝트다. 도시가 메가이벤트 유치에 나서는 첫 번째 이유는 이것이 그 이벤트가 아니었다면 도저히 불가능했을 도심(재)개발프로젝트를 가능케 하기 때문이다. 그 일방적인 개발의 폐해는 심대하다. 스포츠메가이벤트는 도심에 거주하는 빈곤계층을 제거하게 해주는 ‘도깨비방망이’다. 그래서 외국에서는 이를 license to land grab(토지강탈면허증)이라고까지 부르는 것이다.

이러한 대형이벤트는 크건 작건 강제철거를 무조건 수반한다. 해외 도시들이 올림픽 유치에 나서면서 작성한 보고서를 훑어보면 모든 도시의 보고서가 서울올림픽을 일관되게 언급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이들은 서울시가 올림픽 준비를 하면서 서울시내에 거주하던 72만 명을 시외로 강제이주 시킨 사실을 언급하며 “이렇게 하면 안 된다”는 사례로 서울을 언급한 것이다.

또 무리한 경기장 건설은 추후 시민들에게 엄청난 세금부담을 안긴다. 인천의 예를 들어보자. 인천은 월드컵 경기를 위해 1740억 원 들여 지었던 문학경기장으로 인한 누적 적자가 2012년에 이미 300억 원을 넘어섰다. 인천아시안게임을 준비하면서 정부는 문학경기장을 리모델링해 주경기장으로 사용할 것을 권고했다. 그럼에도 인천시는 정부가 건설비를 주지 않으면 인천시가 독자적으로라도 새 경기장을 짓겠다며 지금의 주경기장을 지었다. 그 경기장 하나 짓는 데에 물경 4900억 원이 투입됐다. 인천시는 이제 이 두 경기장을 어쩔 것인가. 많은 사람들이 이 주경기장의 활용방안을 이야기한다. 그런 고민 할 필요 없다. 활용방안 없다.

Szymanski(2002)는 메가이벤트의 거시경제적 효과는 없다면서 정부가 스포츠이벤트 유치에 나서면서 갖은 경제적 효과를 창조(inventing)하는 나쁜 버릇을 멈춰야 한다고 했다. 올림픽을 준비하던 영국의 공공정책연구소는 올림픽을 유치한다고 해서 경제적인 이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며 그 이익이 꼭 필요한 사람들과 꼭 필요한 장소에 쓰인다는 증거도 없다고 했다. 런던의 시의회는 보고서에서 올림픽은 유치 도시의 실업률 치유에 별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고 결론 내렸다. 결국 이러한 스포츠이벤트는 돈을 쓰는 것이지 돈을 버는 기회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오바마 대통령이 그러지 않았는가. 시카고가 올림픽을 유치하는 데 따르는 재정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면 나의 집을 팔 용의도 있다라고. 이벤트 유치에 나서는 우리나라 지자체장 중에 저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 본 적 있는가.

어떤 자세가 필요한가

개인적으로 국가가 주도하고 책임지지 않는 한 한 지자체가 나서서 올림픽은 물론 아시안게임을 치르는 것에 반대한다. 그러나 몇 가지 조건이 충족되면 동의할 수도 있다.

우선 지자체의 솔직함이다. 이 행사를 치르려면 어느 정도의 돈이 들고 얼마만큼의 세금이 들어갈지를 밝히는 것이다. 다름으로 이에 대한 주민들의 동의다. 외국 같으면 아시안게임 규모의 행사 유치에 나서는 경우 공청회, 토론회, 간담회를 수백 번은 했을 것이다. 그러나 평창, 인천, 광주, 부산 등 이제까지 스포츠메가이벤트 유치에 나섰던 도시들 중 유치신청 결정 이전에 주민의 의견수렴을 위한 절차를 거친 도시는 단 한 군데도 없었다.

행사를 유치해서 준비하는 지자체는 그 도시의 규모에 맞는 계획을 세워야 한다. 특히 건물 짓는 것에만 신경 쓰지 말고 운영에 신경 써야 한다. 인천아시안게임이 국제적 망신이라는 비난을 받게 된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다른 어떤 것보다 대회 운영을 쉽게 봤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언론에 등장한 망신살 뻗치는 일들은 대부분 수준 미달의 대회 관계자 또는 운영 스태프의 문제였다. 그렇다면 왜 운영진 수준이 그 모양이었을까. 나는 이를 부족한 예산의 문제였다고 생각한다. 원활한 운영을 위해서는 적정 수준의 스태프를 확보해야 하고 자신의 임무를 완전히 숙지할 때까지 계속 교육을 시켜야 했는데 그러지를 못했다. 경기장 건설 예산이 폭주하게 되자 사람에 대한 예산을 줄여버리는 바람에 이런 일이 생긴 것이다.

경기장 등 시설물에만 신경 쓸 게 아니라 인적자원 활용에 보다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점 외에 또 우리는 무엇을 고민해야 할까. 어떻게 해야 이미 개최 준비에 들어간 평창올림픽을 제대로 치를 수 있을 것인가. 첫째, 신규 스포츠 시설물 건설을 최소화해야 한다. 짓더라도 규모를 최소화해야 한다. 둘째, 이를 위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의 협상력을 극대화해야 한다. 개최가 확정된 상황이니만큼 IOC 위원들의 마음을 사기 위해 준비했던 화려한 계획들을 뒤로 미루고 현실에 맞는 새로운 계획을 짜야 한다. 경기장 규모나 위치, 개·폐막식 등 행사나 부대시설 등은 모두 협상을 통해 조정이 가능하다. 에누리 없는 장사 없다. 끈질기게 협상해야 한다. 셋째, 민간 투자를 최대한 이끌어 내야 한다. 그런데 위 세 가지는 중요도의 순서이기도 하다. 건물에 대한 신규 투자를 최소화 한다면 둘째, 셋째 조건에 대한 고민도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지적하고 싶은 것이 있다. 각 지방마다 왜 이렇게 메가이벤트를 유치하려 나서는 것일까. 지자체장들의 ‘선거용’이라는 말도 있지만 그렇다면 왜 주민들이 그토록 열광적으로 호응하는 것일까. 그 근본적 원인은 국토의 불균형 개발 때문이다. 지역 간 경제, 사회, 문화적 편차가 너무 크다보니 특히 강원도민의 경우 박탈감에 이어 소외감마저 느끼게 되고 이를 이벤트 유치로 ‘분풀이’하려는 것이다. 지역 간 격차가 줄어들면 이러한 비상식, 비논리적인 유치 열풍은 한결 사그라들 것이다.


(1)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은 러시아가 (또는 푸틴 대통령이) 물경 50조원을 투입하는 바람에 올림픽 개최비용을 한 단계 더 급등시킨 대회로 꼽힌다. 동계올림픽의 경우 이러한 화폐비용 외에 대대적인 환경파괴라는 엄청난 비용의 지불을 강요한다.
(2) 같은 해인 1976년 2월 개최된 동계올림픽은 원래 북미 최대 겨울리조트인 미국 콜로라도주의 덴버가 유치에 성공했었다. 그러나 이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시의회를 통해 올림픽 개최준비에 세금이 투입되는 것을 막아버리자 결국 덴버는 올림픽 개최권을 반납해야 했다. 이 대회는 1964년 개최지였던 오스트리아의 인스부르크가 다시 개최하게 된다.
(3) 장세룡, 유지석(2010). 기업주의 도시 로컬리티의 타자성: 푸코의 통치성 개념과 연관시켜서. 영남대학교 인문과학연구소, 인문연구. 58권 0호. p.883-928.
(4) Andranovich, G., Burbank, M.J., & Heying, C.H. (2001). Olympic cities: Lessons learned from mega-event politics. Journal of Urban Affairs, 23(2), p.113-131.
Harvey, D. (1989). From managerialism to entrepreneurialism : The transformation in urban governance in Late Capitalism. Geographiska Annaler, 71(1),3-17.
(5) 장세룡, 유지석(2010). 기업주의 도시 로컬리티의 타자성: 푸코의 통치성 개념과 연관시켜서. 영남대학교 인문과학연구소, 인문연구. 58권 0호. p.883-928.
(6) Andranovich, G., Burbank, M.J., & Heying, C.H. (2001). Olympic cities: Lessons learned from mega-event politics. Journal of Urban Affairs, 23(2), p.113-131.
(7) 2004년 개최지 아테네는 안전·보안 비용으로만 2조원을 썼고 이후 안전·보안 경비는 계속 상승했다.
(8) 광주와 전주의 경기장도 골프장, 웨딩홀, 사우나 등을 운영해 그 수입을 가지고 적자를 메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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