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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료 개편, 이번엔 제대로 하자"

[복지국가SOCEITY] "건보료, 재산과 소득 모두에 하후상박식으로 부과해야"

지난 1월 8일, 보건복지부는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선기획단'(2013년 7월 발족)이 1년 6개월 동안 활동한 결과를 내놓기 위한 최종 회의를 연기했다. 그리고 급기야 최종회의 하루 전인 1월 28일 개편 자체를 연내에는 추진하지 않겠다는 폭탄선언을 했다. 연말정산 파동이라는 최근의 상황을 이용하여 일부 중상층과 고소득층에게 부담을 더 지울 수 있는 개선안을 폐기함으로써 현 정부의 기조인 '증세 없는 복지'를 다시 한 번 실천하려는 것으로 읽혔다.

그나마 새누리당 지도부의 반대로 6일 만에 폐기 방침을 번복하기는 했지만, 내용을 얼마나 충실히 개선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러한 정부·여당의 미숙하고 무능한 일 처리 과정과는 별개로, 현행 부과체계는 적지 않은 문제가 있다. 따라서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선 자체는 분명히 필요하며, 이를 위한 활발한 공론이 있어야 한다. 이런 취지에서 이 글은 현행 건강보험료 부과체계의 문제와 기획단 개선안의 문제를 짚어보고 공론의 장에서 무엇을 중심으로 논의가 이뤄져야 하는지를 제시하고자 한다.

현행 부과체계의 가장 큰 문제 : 형평성이 낮다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부담의 형평성이 낮기 때문이다. 직장가입자는 근로소득(월급)을 기준으로, 그리고 지역가입자는 종합과세소득, 재산, 자동차 등을 기준으로 건강보험료를 부과하기 때문에 소득과 재산이 비슷하더라도 건강보험료가 크게 다른데, 대체로 지역가입자가 불리하다. 이에 대한 단적인 사례가 퇴직한 후 지역가입자로 전환된 경우다. 재산상 별다른 변화가 없는 반면, 매달 받던 근로소득이 없어졌음에도 건강보험료는 더 높게 부과된다(퇴직 등으로 지역 가입자로 바뀐 세대의 45%가 건강보험료 증가를 겪고 있다).
이런 형평성 문제는 지역가입자들 사이에서도 심각하다. 소득이나 재산상 더 낮은 위치에 있는 지역가입자들이 상대적으로 부담능력(소득능력과 재산능력의 합)과 비교해 과중하게 부담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재산이 1억 원이면 7만 7000원을 내지만, 30억 원 이상이면 26만 원의 건강보험료가 부과된다. 지역가입자의 재산은 30배의 차이가 남에도, 건강보험료는 겨우 3.7배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더군다나 50억 원대 자산가이더라도, 상한선 제도에 의해 30억 원대 자산가와 동일한 건강보험료인 26만 원만 부담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직장가입자는 기본적으로 월정 근로소득인 보수월액에 대해서만 건강보험료를 내기 때문에, 월급만을 소득으로 갖는 가입자와 사업소득이나 금융소득 등의 여타의 소득을 더 갖고 있는 가입자 사이에도 부담 상 실질적인 비형평성이 발생한다. 특히, 피부양자 제도는 소득과 재산이 상당한 피부양자의 건강보험료를 '0원'으로 만들어 비형평성을 넘어 도덕적 해이의 문제를 낳고 있다.

▲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오른쪽)와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가운데)이 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건강보험료 개편 관련 당정 현안보고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개선안은 '연대와 재분배의 원리'에 충실해야

정부 기획단의 개선방안은 공식적으로 공개된 바가 없다. 작년 9월 11일 기획단은 대략의 큰 골격을 발표했고, 언론에 더 구체적인 내용들이 비공개로 소개되었을 뿐이다. 따라서 정부의 안에 대해 세세하게 따질 수는 없다. 그래도 기존에 공식 또는 비공식적으로 알려진 내용들을 참고하여 대략의 평가는 할 수 있겠는데, 결과는 미흡한 부분이 다수 발견되지만 그래도 받아들일 만하다는 것이다.

오늘날 유럽 복지 선진국들의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는 사회보험이 갖고 있는 몇 가지 원리에 기반을 두고 있다. 사회보험은 일차적으로 '사회적 위험의 분산을 통한 해결'이라는 원리에 따른다. 그리고 비용 분산은 '연대의 원리'에 의해서 이뤄진다. 연대의 어원은 '공동책임'이며, 이것의 다른 이름이 바로 '공동부담'이다. 오늘날 공동부담은 강제 가입의 공적 의료보험제도나, 국가가 운영하는 의료제도를 통해 이뤄지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국민건강보험이 바로 여기에 해당한다.

이런 '연대의 원리'는 누구나 건강보험에 일정한 기여를 하도록 한다. 자신과 타인이 동시에 책임을 지면서 더 합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이런 공동부담의 원리는 더 나아가 능력에 따라 차등적으로 책임과 부담이 배분되는 '재분배의 원리'와 연결된다. 즉, 능력이 클수록 더 책임을 지는 것이다. 이 원리가 작동하는 것을 주위에서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가족 내에서 능력을 더 가진 구성원이 비용을 더 지불하는 것은 흔하다. 그렇다고 능력이 덜한 구성원이 언제나 받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재분배의 원리' 또는 '누진성의 원리'가 작동하는 방법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동일한 비율인 '정률'을 적용하는 것이다(액수상의 누진성). 비록 비율은 동일(정률)하지만 능력의 크기에 정률이 적용되기 때문에 부담 금액에서는 차이가 난다. 이보다 더 누진성이 강화된 형태가 비율 자체를 차등적으로 적용하는 것이다(비율상의 누진성). 즉 능력이 낮은 사람은 낮은 비율을, 높은 사람은 높은 비율을 적용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소득세율을 소득구간에 따라 누진적으로 부과하는 것이다.

'능력에 따른 공정한 부담'을 담보하는 부과체계라야 한다

우리나라의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는 어떤 구성을 견지해야 '연대의 원리'와 '재분배의 원리'를 제대로 담아낼 수 있을까?

먼저, 현행 부과체계의 이원적 구조는 한시적으로 유지해야 한다. 현재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논의의 핵심적인 사안은 '소득 중심의 단일 부과체계로 일원화'하자는 것이다. 따라서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의 이원적 구조를 유지할 것인가, 아니면 단일의 구조로 바꿀 것인가, 이 문제를 정리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의 이원적 구조를 바꾸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재산에 대한 건강보험료 부과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소득과 재산 모두를 부과 기준으로 삼아야 하는데, 문제는 이 두 기준을 현재의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에게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는지 여부이다. 만약 소득과 재산이라는 두 기준을 모두 적용한다면, 주로 소득뿐 아니라 재산도 많이 가지고 있는 직장가입자들이 급격한 건강보험료 변동을 겪게 된다. 그러므로 현실적으로 수용 가능한 방안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한편, 현재 지역가입자의 경우 상대적으로 소득 파악 정도가 낮다. 비록 지역가입자의 다수가 사회경제적 수준이 낮다고 할지라도 현실적으로 이들에게 건강보험료를 부과하기 위해서는 기준이 필요한데, 소득만을 기준으로 삼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재산에서 나온 소득에도 건보료 차등 부과해야

그러므로 소득과 재산이라는 '부담능력에 따라' 부담을 누진적으로 배분해야 한다. 부담능력은 단순히 근로소득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모든 종류의 소득이 포함되고, 재산도 여기에 포함된다. 특히 재산의 경우에는 재산 자체가 갖는 능력과 재산으로부터 파생되는 소득을 구별해서 고려해야 한다.

재산 자체를 능력으로 간주하는 것은 간단한 사례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20억 원의 넓은 자가 주택에서 사는 경우와 1억 원의 좁은 자가 주택에 사는 경우는 휴식의 질적 차이를 낳고, 따라서 사람의 노동능력이나 여타의 심적 능력을 제고하는 데도 차이를 보인다. 그리고 아예 집이 없어서 월세를 사는 사람은 차이가 더 크다.

따라서 재산 자체에도 건강보험료에 차등적으로 반영되어야 한다. 재산으로부터 파생되는 소득의 경우에는 재산이 이동할 때 나오는 소득, 즉 양도소득, 상속소득, 증여소득 등은 비록 일회성이긴 하지만, 소득으로 간주하여 건강보험료를 부과해야 한다. 재산의 활용을 통해 얻는 소득, 즉 이자소득, 배당소득, 부동산임대소득 등도 건강보험료 부과대상이어야 한다.

공제제도 도입하고, 건보료 소득 상한선 없애거나 높여야

결국, 건강보험료는 소득과 재산이라는 두 기준 모두를 준거로 삼아 현재의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에게 모두 적용되어야 한다. 다만 소득 파악의 정도에 따라 각기 다르게 적용되어야 하며, 일차적으로 소득을 중심으로 하고 재산 기준을 부가적인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이런 면에서 현재 우리나라의 부과체계가 갖는 문제점이 하나 있다. 건강보험료가 주로 '초과기준'으로 적용된다는 점이다. 그 결과, 특정의 기준을 초과했을 경우와 초과하지 않았을 경우에 급격한 보험료의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

예를 들어, 2013년 5월 1일부터 연간 4000만 원을 초과하는 연금소득이 있는 피부양자는 지역가입자로 전환하도록 했다. 이 경우, 연금소득이 3천900만 원인 경우와 4000만 원인 경우 사이에는 건강보험료의 급격한 차이가 발생한다. 즉, 전자는 피부양자로 등재되어 건강보험료를 전혀 납부하지 않지만, 후자는 지역가입자 부과기준이 연금소득 전액에 적용되어 지역가입자 건강보험료를 납부한다. 이런 경우를 해소하기 위해 공제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

문제가 되는 또 하나의 기준은 상한선이다. 현행 부과체계에 따르면, 연봉이 8억 원인 경우와 80억 원인 경우가 모두 동일한 건강보험료를 내고 있다. 이는 직장가입자의 '소득 기준 상한선'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례는 지역가입자의 재산 기준에도 마찬가지다. 건강보험료 상한선은 고액 연봉자나 재산이 많은 초자산가들에게 저평가된 부담을 지운다. 따라서 이런 상한선을 폐지하거나 현행보다 더 높게 올려야 한다.

직장가입자의 모든 소득에 건강보험료 부과해야

정부기획단이 제시한 방안에는 다음과 같은 문제가 있다.

첫째, 정부 기획단은 일회성 소득이라는 이유로 퇴직소득, 양도소득을 제외하자고 한다. 하지만 또 다른 일회성 소득인 이자소득과 배당소득(연 2000만 원 이상)은 포함시켰다. 양도소득은 배제하고 이자소득과 배당소득은 포함한다면 내적 모순이 발생한다.

또한 국민연금이나 공무원연금 등 퇴직연금에는 건강보험료를 부과하는데, 퇴직금에는 이를 부과하지 않는 것은 논리적으로 타당하지 않다. 특히 공무원의 경우, 정부는 퇴직금을 퇴직연금으로 연금화하여 제공하겠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러한 주장에는 퇴직금과 퇴직연금이 같은 기능을 수행하고, 이를 서로 바꾸어도 무방하다는 점이 기반이 되어 있다. 즉, 퇴직금도 퇴직연금과 동일하게 건강보험료 부과대상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처럼 '능력에 따른 부담'은 모든 소득에 대해서 건강보험료를 부과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

둘째, 상속과 증여로 얻은 자산에 대해서도 건강보험료를 부과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가계의 자산 중에서 금융자산의 비중이 낮고, 부동산 자산의 비중이 매우 높은 특징을 보인다. 이런 현실에서 부동산 자산은 부의 대물림 또는 경제적 불평등 확대의 주요 수단이 되고 있다. 이런 특수성을 고려한다면 충분히 건강보험료의 부과대상이 될 수 있다. 다만, 부과 방식은 근로소득에 대한 부과와 다르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공제제도를 적용하는 식으로 다른 부과방식을 적용하거나, 또는 더 큰 틀의 조세재정체계에서 상속세와 증여세의 일부를 국민건강보험의 재원으로 편재하는 방식을 고려할 수도 있을 것이다.

셋째, 기획단은 2000만 원 이하의 이자·배당소득과 일용근로소득 등은 보험료 부과 대상에서 면제했다. 분리과세 소득에 대한 부과를 위해 관련 법령 개정 및 소득자료 확보 등이 우선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는 '모든 소득'에 부과해야 한다는 '능력에 따른 공정한 부담'의 원칙에 위배되는 주장이다. 사실 이자․배당소득의 규모가 2000만 원인 사람은 약 8억 원의 금융자산을 가진 것으로 볼 수 있어 상당한 자산가에 해당한다. 재분배의 원리와 형평성의 원칙을 위해서라도 고액 자산가의 재산 활용을 통한 소득에 대해서도 반드시 건강보험료를 부과해야 한다.

피부양자 선정기준은 종합과세소득 2000만 원으로 낮춰야 한다

바람직한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방안은 다음과 같다. 먼저 피부양자 선정기준은 종합과세소득 2000만 원, 재산세 과표기준 5억 원으로 낮춰야 한다.

첫째, 소득상의 피부양자 선정기준은 개별소득에서 종합과세소득으로 변경해야 한다. 현재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해 주는 기준은 크게 다섯 가지다. 사업소득이 없어야 하고, 연금소득은 연간 4000만 원 이하여야 하며, 이자소득과 배당소득 등의 금융소득이 연간 4000만 원 이하여야 하고, 근로소득과 기타소득의 합이 연간 4000만 원 이하여야 한다. 보유하고 있는 재산의 경우, 재산세 과세표준의 합이 9억 원 이하(형제, 자매는 3억 원 이하)여야 한다. 이런 기준들 중에서 어느 하나라도 넘어서면 피부양자 자격을 취득할 수 없다.

하지만 이런 개별소득을 독립적으로 적용하는 경우에는 적지 않은 문제가 발생한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금융소득이 2000만 원, 연금소득이 2000만 원, 근로소득이 2000만 원이라고 하자. 이 사람의 종합소득은 연 6000만 원인데도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가 될 수 있고, 그래서 건강보험료를 한 푼도 내지 않는다. 지나치게 관대하다. 따라서 선정기준은 개별적일 것이 아니라 전체를 묶은 '모든 소득'이어야 한다. 즉, 모든 소득을 합쳤을 때 일정 기준 이상이면 피부양자가 될 수 없도록 개선해야 한다.

둘째, 종합과세소득은 2000만 원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 연간 2000만 원 소득이면 대략 월 160만 원인데, 기본적인 생활에는 지장이 없다(최저생계비가 1인 기준 61만7000원, 2인 기준 105만1000원과 비교하면 그렇다). 현재 연소득 2000만 원 이상인 피부양자는 대략 20만 명에 이른다. 이런 개선이 가져올 효과는 명백하다. 송파 세 모녀는 소득이 전혀 없었는 데도 지역가입자의 성∙연령 기준에 따라 월 5만 원의 보험료를 낸 반면, 김종대 전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재산이 5억 원 이상이고 연금소득이 3000만 원 이상인 데도 피부양자로 등록되어 건강보험료를 한 푼도 내지 않을 수 있었다.

▲ 송파 세 모녀가 남긴 '마지막 집세와 공과금'이라고 적힌 쪽지. ⓒ서울지방경찰청

셋째, 재산상의 피부양자 선정기준은 재산세 과표기준으로 5억 원 수준까지 낮춰야 한다. 현재의 재산상 피부양자 선정기준은 재산의 실질가치 대신 재산세의 과세표준 가치가 기준이 된다. 후자의 기준은 주로 재산이 거래되는 실제가격보다 훨씬 낮은 것으로 주로 공시지가 수준이다. 일반적으로 공시지가가 거래가격보다 2-4배가 낮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현재의 재산 9억 원이라는 피부양자 선정기준은 매우 높다. 따라서 이 기준을 대폭 낮출 필요가 있으며, 그 수준으로는 5억 원이 적당하리라 여겨진다.

2011년을 기준으로 하면, 피부양자 중에서 종합과세소득을 보유한 자는 약 233만 명으로 전체 피부양자의 약 11.5%였다. 이 중에서 약 154만 명(66%)이 연 소득 336만 원(월 28만 원) 이하의 소득을 보유한 사람들로서, 소득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리 높은 편이 아니었다. 위의 기준을 도입한다고 해서 중∙저소득층이 피부양자의 자격을 박탈당하는 것은 아니다.

지역가입자의 평가소득과 자동차 기준 폐지하고, '하후상박'으로 부과하자

지역가입자에 대한 건강보험료 개편방안은 다음과 같다. 먼저, 지역가입자의 평가소득 기준과 자동차 기준을 폐지한 정부 기획단 안은 환영할 만하다. 이를 통해 지역가입자의 경우 소득과 재산이라는 두 가지 부과대상만을 고려할 수 있게 된다.

둘째, 소득의 경우, 지역가입자 건강보혐료는 종합과세소득이 부과 대상이었으나, 이제는 직장가입자와 마찬가지로 '모든 소득'으로 확대되어야 한다. 즉, 퇴직소득과 양도소득을 추가하고, 분리과세 항목으로 지목된 연간 2000만 원 이하의 금융소득도 포함해야 한다.

셋째, 재산 보험료의 잔존이 불가피하다고 할지라도 형평성 개선을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개선은 양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우선 기존의 '재산에 대한 부과등급'을 더 늘리고 상한선을 높여야 한다. 기획단 개선안의 내용 중에 고액재산에 대한 보험료 인상 내용이 있는 바, 누진성을 강화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다른 방향은 저가 재산 보유자에 대한 지원조치들이다. 지역가입자 재산의 기초공제 제도를 도입하여 소규모 재산에 대한 부과를 줄이는 것은 옳은 방향이다. 문제는 기초공제의 기준점을 어디로 잡는가에 있을 것이며, 가급적 높은 지점에서 결정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넷째, 최저보험료 도입에 따른 보완조치가 필요하다. 사실 최저보험료는 소득이 낮거나 재산이 적더라도 건강보험료는 수익자 부담의 원칙에 의거하여 일정 정도는 부담해야 한다는 논리가 적용된 것이다. 즉, 아무리 능력이 모자더라도 최저보험료 정도는 부담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논리와 무관하게 최저보험료는 보다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데, 그것은 국가의 지원이 시작되는 지점을 마련해 준다는 것이다.

달리 말하자면, 기존에 최저보험료 이하를 내던 지역가입자들은 그만큼 열악한 경제적 상황에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공공부조의 지원이 들어갈 수 있는 제도적 기준점을 제공한다. 특히, 이 범주에 들어가는 국민의 다수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의료급여 사각지대에 방치된 비수급 빈곤층 가구일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이들에 대한 건강보험료 지원이 필요하며,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국가가 이를 대납을 해줄 수도 있고, 다양한 형태의 공제방식을 도입하는 것도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부담능력에 따른 공정한 부과체계'를 요구한다

일부의 비판에도, 현행 건강보험료 부과체계의 문제점들은 기존 제도를 내부에서 합리화시키는 방법을 통해 극복될 수 있다. 그것이 바로 소득과 재산을 모두 포함하는 '부담능력에 따른 공정한 부담'이다. 소득의 경우에는 '모든 소득'으로 건강보험료 부과의 대상을 확대하고, 재산의 경우에는 저가의 재산과 고가의 재산 사이에서 누진성이 확보되는 형태로 부과기준을 바꾸면 된다. 이를 통해 건강보험료 부과체계의 형평성이 제고되고, 사회적 연대도 보다 강화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정부 기획단의 부과체계 개선안은 일정 정도의 진전된 사항들을 담고 있다.

더 나아가 이번 기회에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는 국민건강보험이 기반을 두고 있는 여러 원리들(위험분산, 연대성, 재분배)을 더욱 제고하기 위해 지금의 소득 기준을 모든 소득으로 확대하고, 재산 기준을 적용함에 있어서도 누진성이 최대한 발현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이런 개편의 방향성은 현행 국민건강보험제도의 가장 큰 문제인 63%의 낮은 보장성을 강화하는 방향성과 함께 가야 한다. 본인부담률인 38%의 비용에 대해서는 건강보험의 부과체계가 갖는 긍정적인 요소들이 전혀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많은 국민이 적지 않은 의료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하여 건강보험료의 2~3배가 넘는 돈을 내고, 결국 보험회사만 좋은 일 시켜주고 있다. 이런 돈을 국민건강보험으로 끌어오기 위한 제도 개혁의 노력이 절실한 때다. 우리는 역동적 복지국가의 건설을 위해 반드시 건강보험료 부과체계의 공정한 개편과 국민건강보험 보장성의 획기적 확충을 동시에 이루어내야 한다. 복지국가 국민운동을 통해, 그리고 총선과 대선을 거치면서 정치적 대중운동을 통해, 이 과제를 달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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