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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S 정부 이전 시대로 돌아가고 있나?

[상지대는 지금‧⑤] 엉터리 사학은 정권에게도 부담이다

또다시 상지대가 내홍에 휩싸였다. 2014년 3월 31일 김문기 아들 김길남 씨가 이사장이 되면서 본격화됐다. 학내 구성원들은 현 이사회를 해체하고 임시이사를 파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프레시안>에서는 상지대가 또다시 혼돈 사태로 가게 된 배경을 살펴본다. 편집자

원주의 상지대에서 들려오는 답답하고 씁쓸한 소식은 가뜩이나 을씨년스러운 겨울의 체감온도를 더욱 떨어뜨리고 있다.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교수를 파면하고 학생을 징계하고 있다. 피해자들의 죄목은 총장을 비판해 학교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것이다. 물론 일반 사회인들이 보기에 교수와 학생이 사회 지도층인 대학총장을 비판하는 것은 모양이 좋지 않다. 그러나 명색이 총장이라는 사람이 자기 대학에서 구성원들에게 존경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문제이다. 아래로부터 도전받는 권위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이미 수없이 보도된 사실이지만 사업가이며 국회의원 출신인 김문기는 1993년도에 상상을 초월하는 갖가지 비리를 저질러 구속되고 상지대 이사장 자리에서 쫓겨났다. 그러나 사학은 주인에게 돌려주어야 한다는 입장을 가진 사학분쟁조정위원회의 결정을 발판으로 2014년에 총장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이러한 전력을 가진 인물이 총장이 되었으니 권력 과시 차원에서 대학의 민주적 운영을 위해 노력하던 교수와 학생에게 복수할 것임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당연한 일이었다.

파면의 부당성을 호소하며 연구실을 지키고 있는 정치학자인 정대화 교수는 시범케이스로 표적이 되었다. 교육부가 작년 연말에 감사도 실시했으며 김문기에게 총장 그만두라고 종용했다는 소식도 있지만 전혀 말발이 먹히는 기색이 없다. 더구나 감사보고서를 공개하지 않고 있는 교육부의 속내도 알 수가 없다. 물론 김문기는 사회 여론에도 반응하지 않는다.

대학 사정을 아는 사람은 조금만 생각해 보아도 사실상 지방 소재 사립대에 대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교육부나 정부가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압도적 다수의 대학생이 사립대에 다니고 있는 현실을 감안해보면 상지대의 민주화는 전국의 사학 경영자들이 위기의식을 느끼게 되는 엄청난 일이다. 교육 정책 당국으로서도 정원을 대폭 감축하는 방향으로 대학 구조조정 정책을 추진하는 행정 조치에 저항할 가능성이 있는 교수나 학생의 기를 미리 죽여 놓아야 일이 편하다. 여당을 포함한 보수 정치권은 민주적인 방법으로도 대학이 제대로 운영될 수 있다는 성공 사례가 만들어지는 것이 반갑지 않다. 야권 정치인들도 위에 있는 권위에 도전하는 반골 기질을 가진 교수들의 발언권이 높아지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들에게는 상지대 사태와 같은 사학 분규는 표나 자금과 같은 정치 자원 획득과 무관한 귀찮은 일거리에 불과하다.

ⓒ연합뉴스

진보정당은 노동자와 동떨어진 높은 곳에 있는 팔자 좋은 중산층 지식인들의 고민거리인 대학 문제에 관심을 기울일 여유가 없다. 실제로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에는 사학 법인과 이해관계를 공유하는 인사들이 수두룩하다. 심지어 김영삼 정부 하에서도 상지대 민주화를 주도하다가 쫓겨난 교수가 개인적 불이익을 감수하며 원상화복이 아니라 신규 채용 절차를 밟아 간신히 복직했을 정도였다. 시민의식과 괴리된 정치권의 무딘 현실 감각은 교육과 같은 생활 현장의 민주화를 지연시키는 중요한 원인의 하나이다.
그러나 사립대 교직원이나 학생들의 입장에서 보면 상지대의 과거 회귀는 앞으로 일어날 끔찍한 사태를 예고하는 불길한 징조이다. 즉, 경영자가 어떠한 악행과 비리를 저질러도 괜찮다는 잘못된 신호가 사립대학에 전달되면 대부분의 사립대학 법인은 마음 놓고 횡포를 부리며 폭주할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올해 봄에 예정대로 대학구조개혁 법안이 통과되면 엄청난 일이 계속 생긴다. 여름이 되면 정원 감축 때문에 교수, 직원의 신분 보장 문제가 표면화 되고 전공이 없어지는 학생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대학법인을 장악한 오너는 구조조정 보조금이나 폐교 보상금을 많이 받으려고 정부 방침에 순종하며 내부 단속에 나설 것이다.

전국 각지의 사립대는 오너 일족이 절대 권력을 휘두르는 '겨울공화국'이나 '동토의 왕국'으로 전락하거나 악성 분규의 현장으로 변모할 수 있다. 국립대도 법인화되고 있으므로 정부 말을 잘 들어야 정원을 적게 감축하고 보조금은 많이 타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총‧학장을 비롯한 보직 교수들이 민주적 대학 질서 확립을 위해 노력할 까닭이 없다. 이들은 오히려 내심으로는 상지대와 같이 먼저 분규가 터진 곳에서 모범적으로 시끄러운 사람들을 손보아 반골들에게 교훈을 주도록 바라고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정부, 사학 법인, 총학장 등 대학 경영진으로 구성된 이익연합체의 단기적 이익 추구 행동은 교수, 학생의 엄청난 반발을 불러오고 대형 사회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시민들이 가지고 있는 정권의 국가 관리능력에 대한 불신감은 더욱 고조될 것이다.

상지대는 전체 한국 사회에 누적된 첨예한 갈등이 총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현장이다. 2010년대에 들어와 상지대 사태가 급속하게 악화되는 과정을 보면 김문기 개인이나 사학분쟁조정위원회에 참여한 보수적 인사들만 탓할 수 없다. 1987년 6월 항쟁 이후 어렵게 이룩한 민주화의 성과를 깡그리 지워버리려는 정권의 총체적 역주행이 문제의 핵심이다. 더구나 상지대는 김영삼 정부가 사회비리 척결 차원에서 이사장을 구속하고 관선이사를 파견해 양심적인 민주 인사가 총장으로 취임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 사태를 수습했던 곳이다. 상지대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보면 시계가 김영삼 정부 이전의 군사정권 시대로 돌아가고 있다.

1970~1980년대에 민주화 운동을 경험했던 세대들은 피와 땀으로 지켜낸 '학원의 자유'가 사라지는 모습을 보며 허탈해 하고 있다. 물론 야권이나 재야세력도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10년 동안에 대학관리 체제를 제대로 만들어 놓지 못한 사실을 겸허하게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국가를 운영하는 정부와 여당은 악성 사학 분규의 확산을 방지하고 사회적 비용을 절약할 수 있는 책임감과 합리성을 발휘해야한다. 지금 대통령의 인기가 떨어져 문제라는데 제대로 된 정부라면 미적거리다가 상지대 사태 정도의 작은 일을 크게 만들 필요가 없다. 보수파의 입장에서 생각해도 상지대 사태를 방치하면 이른바 산업화 세력이 도매금으로 모리배가 되는 것이므로 정권의 안정과 재창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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