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 정책과 관련, 원희룡 제주도지사의 '말 바꾸기'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원 지사가 지난 달 일본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아직 허가도 나지 않은 특정 기업의 카지노 복합리조트를 "제주도의 모델케이스가 될 것"이라고 밝혀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지난 9일 중국 베이징 방문 중 가진 언론인터뷰에서 "제주에 국제적인 수준의 카지노가 2∼3개 정도는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가 "기존 8개 카지노 외 국제수준의 대규모 카지노 2~3개를 추가 허용하겠다는 것이냐"란 논란을 자초한 데 이은 발언이다.
당시 원 지사는 논란이 일자 "기존 8개 카지노는 소규모이다. 장차 국제적 수준의 2~3개로 재편해나가야 한다는 취지였다"고 해명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일본 외신과의 인터뷰 내용 중 카지노에 관한 발언은 그 수위와 내용이 사뭇 다르다.
원 지사, 겐팅 '신화역사공원 카지노 리조트' 제주형 모델 발언 배경은?
문제의 인터뷰는 중국 베이징 특파원들과의 간담회보다도 앞선 지난해 12월 16일 자 마이니치신문(每日新聞) 19면에 실린 특집 기사다. 마이니치신문은 아사히신문(朝日新聞), 요미우리신문(讀賣新聞) 등과 일본의 3대 일간지로 꼽히는 유력지로 중도 성향의 언론이다.
마이니치신문은 이날 지구촌 이슈현장을 찾아가는 '지구 ING'라는 기획연재 제11회 기사에 '한국 제주도 카지노' 포커스 기사와 원희룡 제주도지사 인터뷰 기사를 한 면에 걸쳐 할애,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원 지사는 그동안 '국제적 수준의 카지노 감독기구'나 '카지노 산업 제도 정비' 이전의 현행 제도 내에서는 카지노의 신규허가는 없다고 못 박아 왔다.
그러나 원 지사는 마이니치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제주신화역사공원에 홍콩 란딩그룹과 싱가포르 겐팅그룹이 추진 중인 카지노 복합리조트사업인 '리조트월드 제주'를 구체적으로 언급, "향후 제주의 모델케이스가 될 것"이라고 추켜세우면서 까지 카지노 허용을 기정사실화함으로써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원 지사는 이날 '제주도 카지노는 복합리조트(IR, Integrated Resort)가 아니다'라는 마이니치신문 기자 질문에 "제주가 과거에는 관광호텔 유치수단으로 카지노를 만들었지만 지금은 테마파크나 국제회의장(컨벤션) 등도 함께 있는 IR이 주류를 이룬다"며 "제주도 역시 IR형태로 성공한 싱가포르를 모델로 하고 싶다"고 우선 밝혔다.
싱가포르는 '마리나베이샌즈', '리조트월드 센토사' 등 세계적인 복합 리조트(IR) 업체를 공모로 유치해 대표적인 IR 성공 도시로 꼽힌다. 박근혜 정부 역시 마이스(MICE)와 연계해 한국형 복합리조트(K-IR)를 전략 관광산업으로 개발하기 위해 그 모델을 싱가포르에서 찾고 있다.
원 지사는 이와 관련 "겐팅 싱가포르사(社)는 현재 200만㎡ 넘는 부지에 테마파크와 호텔, 국제회의장, 카지노 등을 구비한 IR건설 프로젝트를 제주도에서 추진 중"이라며 "경제효과가 직접 고용하더라도 6000명으로 크다. 2018년 개업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겐팅사의 IR이 향후 모델케이스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카지노 제도정비 전 추가허가 없다" 발언 뒤집나?
바로 이 대목이다. 원 지사가 직접 '경제효과'와 '직접 고용'의 수치까지 구체적으로 강조하면서 '겐팅'의 IR 즉, 카지노 복합리조트인 '리조트월드 제주'를 제주도 복합리조트의 모델케이스가 될 것이라고 언급한 것은 그동안 "제주도에 2~3개의 국제수준의 카지노가 필요하다"면서도 "카지노 감독기구 설치와 제도정비 전까지는 카지노 추가 허가는 없다"던 자신의 발언을 뒤집은 셈이다.
원 지사가 복합리조트(IR)의 모델케이스가 될 것이라고 말한 겐팅 싱가포르사의 프로젝트는 홍콩의 란딩그룹과 겐팅 싱가포르의 합작법인인 람정제주개발(주)이 서귀포시 안덕면 신화역사공원 내 A·R지구에 신청한 '리조트월드 제주' 사업이다.
람정제주개발은 신화역사공원 내 A·R·H지구 251만9627㎡에 2조2649억원을 들여 2018년까지 유니버설 스튜디오형 월드테마파크, 카지노 특급호텔(객실 2038개), 휴양형 콘도미니엄(객실 1518개), 컨벤션센터 등이 포함된 복합리조트 '리조트월드 제주'를 건설할 계획이다.
그러나 문제는 원 지사가 당초 사업취지와 달리 '제주신화역사공원' 프로젝트는 제주의 신화와 역사가 빠져 사업 정체성에 의문이 제기된 데다, 과도한 숙박시설과 대규모 카지노 시설계획 등으로 여전히 도민사회 논란과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허가도 나지 않은 '카지노' 사업을 기정사실화했다는 점은 두고두고 논란거리다.
특히 현재 제주도 국제자유도시계획에는 신화역사공원의 카지노 계획이 포함돼 있지 않다. 신화역사공원 내에 카지노를 도입하려면 제주국제자유도시종합계획 변경이 선행돼야 하는데, 아직 계획이 변경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도지사가 이 사업을 "향후 복합리조트의 모델케이스"라며 공개적으로 힘을 실었준 점은 아무래도 석연치 않다.
원 지사는 최근 경향신문(1월14일자) 인터뷰에서도 "제주에 대규모 카지노는 2개 내지 3개가 최대치가 될 것"이라고 '상한선'을 밝힌 바 있다.
무엇보다 원 지사가 그동안 여러 차례 공언해온 국제적 수준의 카지노 감독기구 설치와 제도정비가 아직 윤곽이 드러나지 않은 상태다.
이런 가운데 제주에서 카지노 사업을 계획하고 있는 곳이 기존 허가받은 카지노 8곳과 맞먹는 무려 7~8곳에 이른다. 제주도정 수반인 도지사가 이런 상태에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벌써 특정기업과 특정프로젝트를 거명해 우회적으로 힘을 실었다는 점은 논란이 될 수 밖에 없어 보인다.
한편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자국 내의 카지노 허용 논의와 관련, 이날 기획보도를 통해 제주를 한국의 대표적인 카지노 산업 중심도시로 판단하고 현지 취재를 통해 한국 등 카지노산업의 국제동향을 소개했다.
다음은 원희룡 제주도지사의 '마이니치 신문' 인터뷰 전문.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 인터뷰 / 澤田克己(사와다 가츠미) 기자카지노업자 규제강화는 곤란한 점도…Q. 제주도를 방문하는 중국인 관광객이 많습니다만.A. 제주도는 제조업이 거의 없고, 관광을 중심으로 한 3차산업이 지역총샌산의 약 80%를 차지한다. 제주도만을 방문하는 경우는 노비자 조치가 2008년에 취해진 이후, 중국인 관광객이 급증하고 있다. 올해 11월말까지 제주를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315만명이고, 이중 약 86%인 272만명이 중국인이다. 인도나 동남아시아 등에 대한 관광마케팅활동도 심여를 기울이고 있다.Q. 카지노는 관광산업에 기여하고 있습니까?A. 지금까지 상황으로 보면 관광객 유치에 대한 기여도는 미미하다. 작년 내도 외국인 관광객이 233만명이었으나, 카지노를 이용한 관광객은 24만명에 그쳤다. 제주도 카지노는 규모가 작기 때문에 모객에 어려움이 따른다. 한정된 고객을 통해서 수익을 창출하고자 카지노측이 부정을 저지른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어,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고객이 증가하지 않는 악순환에 빠지고 있다.Q. 카지노의 체질강화를 정책과제로 들고 계시지요.A. 국제적 수준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카지노로 만들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기 위해서 싱가포르를 모델로 한 카지노 감독기관을 만드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무턱대고 규제를 강화하면 정켓(중개업자)이 제주를 피할 것이라는 업계의 우려도 이해하고 있다. 현실을 무시하고 정켓을 금지하려는 생각은 아니다. 새로운 규제도입은 신중하게 추진할 것이며, 업계로부터 합리적인 제안이 있다면 검토하겠다.Q. 제주도 카지노는 통합형리조트(IR, 복합리조트)가 아닙니다.A. 과거에는 관광호텔 유치 수단으로 카지노를 만들었다. 지금은 테마파크나 국제회의장 등도 함께 있는 IR이 주류를 이루는데, 소규모 제주지역 카지노는 경쟁력면에서 문제가 있다. 제주도도 IR형태로 성공한 싱가포르를 모델로 하고 싶다. (싱가폴에서 IR을 운영하는) 겐팅 싱가포르사는 현재 200백㎥미터 넘는 부지에 테마파크와 호텔, 국제회의장, 카지노 등을 구비한 IR건설 프로젝트를 제주도내에서 추진 중이다. 경제효과가 직접고용만하더라도 6,000명으로 크다. 2018년 개업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겐팅사의 IR이 향후 모델케이스가 될 것이다Q. 일본의 카지노 해금 논의에 대해서 어떻게 보십니까?A. IR 도입이 나름대로 큰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다만, 일본 카지노는 자국민도 이용할 수 있는 것으로 상정하고 있다고 들었다. 나는 일본 국민성을 모르지만 사회적으로 주어질 영향은 어떨까? 한국의 경우 게임중독이 큰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대부분의 한국 카지노는 외국인 전용으로), 한국인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은 논의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다.
프레시안=제주의소리 교류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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