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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언제까지 이대로 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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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언제까지 이대로 살 수 있을까?

[주간 프레시안 뷰] 어두웠던 2014년, 그래도 희망은 있다

2014년은 지구적으로나 대한민국 차원에서나 생태적 측면에서는 어두운 소식들이 많았습니다. 편집진에서 5대 뉴스를 뽑아달라고 했는데, 4개는 어두운 소식이고, 1개는 그래도 희망적인 소식입니다. 그러나 내용을 읽어보시면 어두움 속에 희망의 불씨가 아직 살아 있기도 하고, 희망적인 소식 속에 권력과 이권의 어두운 그림자가 자리 잡고 있기도 합니다.

우선 어두운 소식 4개를 뽑아봅니다.

첫째, 2005년부터 주민들이 강하게 반대해 온 밀양 송전탑 공사가 끝내 강행되었습니다. 송전 철탑이 세워지고 송전선이 걸렸습니다. 그러나 밀양 주민들은 오늘도 115번 철탑 부지 아래에서 노숙농성을 하고 있습니다.

밀양 송전탑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그동안 많이 얘기를 해 왔습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정부와 한전이 주민들을 철저하게 속이고 무시하고 비민주적으로 공사를 강행했다는 것입니다.

▲ 전국에서 핵발전소를 반대하는 1000여 명의 시민들은 2014년 11월 15일 부산에서 고리원전 1호기 폐쇄 촉구 집회를 열었다. ⓒ연합뉴스

밀양 송전탑 공사와 관련해서는 많은 의문점이 제기돼 왔습니다. 예를 들면, '고리 1호기 같은 낡은 원전을 폐쇄한다면 송전선을 추가로 건설할 필요가 없지 않느냐'는 문제제기에 대해 정부와 한전은 아무런 답변이 없습니다. 실제로 고리 1호기는 이미 수명이 끝났고, 고리 2·3·4호기도 수명이 30년이 넘은 낡은 원전입니다. 따라서 이 원전들을 폐쇄한다면, 굳이 새로운 송전선을 건설할 필요성은 없습니다.

의문점은 또 있습니다. 정부와 한전은 신고리 3·4호기를 새로 건설하기 때문에 추가 송전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습니다. 물론 과연 그런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있습니다. 최소한 신고리 3호기까지는 기존 송전선으로도 송전이 가능하다는 것이 확인됐기 때문입니다.

또한 아직도 신고리 3·4호기는 완공이 안 된 상태입니다. 시험성적서가 위조된 부품이 들어가 있는 바람에 교체공사를 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신고리 3호기에서는 최근 노동자 3명이 질소가스 누출로 사망하는 등 안전성에서 계속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공사가 전면 중단된 상태입니다.

발전소 완공이 늦어진다면, 송전선 건설공사를 서두를 이유가 없습니다. 그런데 정부와 한전은 공사를 졸속으로 서둘렀고, 지금은 시험 송전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발전소가 완공이 안 되었으니, 송전할 전기를 엉뚱한 곳에서 끌어오고 있습니다. 대구지역의 전기를 역으로 끌어다 시험 송전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12월 29일 자 <문화일보>가 이 부분에 대해 보도를 했습니다.


이처럼 밀양 송전탑 공사와 관련해서는 밝혀져야 할 진실이 많습니다. 그 진실들을 밝혀야만 다시는 이런 식으로 사업이 추진되지 않을 것입니다.

두 번째는 평창 동계올림픽으로 인한 환경파괴 문제입니다. 대표적으로 500년 된 숲인 가리왕산 숲에서 대규모 벌목이 이뤄졌습니다. 가리왕산에 동계올림픽용 스키 활강경기장을 건설하려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겨우 사흘 동안 열릴 활강경기용으로 500년 이상 된 숲을 훼손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세 번째 어두운 소식은 4대강 진상규명이 지지부진하고, 영주댐, 영양댐, 지리산댐 등 자연을 파괴하고 예산을 낭비하는 토건사업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12월 23일 국무총리실에 설치된 4대강사업 조사·평가위원회가 4대강 사업에 대한 조사결과를 발표했지만, 핵심적인 진실은 밝혀내지 못했습니다. 조사·평가위원회는 스스로 자료접근도 제대로 못 했다고 인정하고 있습니다.

4대강 사업은 무려 22조 원의 예산이 낭비되고 생태계 파괴를 낳았습니다. 이 문제에 대한 국정조사도 실시되지 않고 있습니다.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명박 전 정권의 최대 실정이라고 할 수 있는 4대강 사업과 관련해서도 제대로 싸우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참으로 답답한 노릇입니다.

▲ 4대강사업 이후, 강은 더이상 흐르지 않는다. ⓒ박용훈

네 번째 어두운 소식은 기후변화와 관련된 소식입니다. 12월 페루 리마에서 끝난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에서도 실효성 있는 논의는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내년 12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릴 파리총회까지는 새로운 기후변화협약의 내용에 대해 합의가 이뤄져야 합니다. 문제는 합의가 이뤄져도, 실효성 없는 형식적 합의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이미 많은 온실가스가 배출된 상태이므로, 매우 강력한 합의가 이뤄져야 지구의 이산화탄소 농도를 450피피엠(ppm) 수준에서 묶을 수 있습니다. 이미 400ppm을 넘어섰기 때문에 마지노선이라고 할 수 있는 450ppm에서 억제할 수 있느냐가 중요합니다.

그러나 지금 논의되는 것을 보면, 강력한 대책은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최근 개봉되어 1000만 관객이 봤다는 영화 <인터스텔라>의 배경이 현실로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커집니다. 실제로 올해 미국 캘리포니아 등은 3년째 가뭄을 겪었습니다. 최근에 폭풍우가 덮치면서 가뭄은 해소 기미가 있다고 하지만, 이런 식의 장기 가뭄이 지속되면 농업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수밖에 없습니다. 시간은 흘러가고, 상황은 악화되는 답답한 현실입니다.

과연 우리가 10년, 20년 후에는 어떻게 살고 있을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 MBC에서 방영한 다큐멘터리 <기후의 반란> 3부작은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기후변화가 사람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주었습니다. 지금은 그것이 방글라데시나 남태평양, 미국 캘리포니아 사람들의 얘기인 것 같지만, 언젠가 우리의 얘기가 될지 모릅니다.

마지막 소식은 그래도 약간 희망적인 뉴스입니다. 올해 10월 9일 강원도 삼척에서는 역사적인 주민투표가 있었습니다. 정부가 삼척에 추진 중인 신규 원전에 대해 민간 차원의 찬·반 주민투표가 있었던 것입니다. 이 주민투표에서 85퍼센트(%)에 가까운 주민들이 반대의사를 밝혔습니다. 이 주민투표는 2004년 전북 부안에서 있었던 핵폐기장 찬·반 주민투표에 이어 두 번째로 치러진 민간 차원의 대규모 주민투표였습니다. 이처럼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한국에서도 원전의 위험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긍정적입니다. 다만, 정부는 여전히 원전확대 정책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에, 삼척의 미래는 불투명합니다.

어쨌든 이렇게 또 한 해가 갑니다. 2015년에는 부디 희망적인 소식들이 많아지도록 다 같이 관심을 두고 노력했으면 좋겠습니다. 지구는, 그리고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은 우리가 잠깐 빌려 쓰는 것이지, 우리 마음대로 파괴해도 되는 물건이 아니라는 걸 모두가 인식했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탐욕스럽게 이윤만 추구하는 자본과 이를 뒷받침하는 권력자들이 그래야 할 것입니다.

<주간 프레시안 뷰>는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만의 차별화된 고급 칼럼지입니다. <프레시안 뷰>는 한 주간의 이슈를 정치/경제/국제/생태/세월호 등으로 나눠 각 분야 전문 필진들의 칼럼을 담고 있습니다.

정치는 임경구 프레시안 기자 및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가 번갈아 담당하며, 경제는 정태인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원장, 국제는 박인규 프레시안 편집인이 맡고 있습니다. 생태와 세월호는 각각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과 김익한 명지대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 원장이 격주로 진행합니다.

이 중 매주 한두 편의 칼럼을 공개하고자 합니다.

※ 창간 이후 조합원 및 후원회원 '프레시앙'만이 열람 가능했던 <주간 프레시안 뷰>는 앞으로 최신호를 제외한 각 호를 일반 독자도 내려받을 수 있습니다.(☞ <주간 프레시안 뷰> 내려받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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