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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움’과 ‘낮춤’의 시작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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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비움’과 ‘낮춤’의 시작과 끝

5월 노자학교


노자학교(교장 이석명. 동양철학자·도가사상 전공)가 새해 봄학기를 준비합니다. 이번 강의 주제는 <노자 속의 ‘비움’과 ‘낮춤’의 세계>. 노자가 말하는, 자신을 비우고 낮추는 소박한 태도로 세상을 대하고 인생을 살아가라는 진정한 의미는 무엇일까요.

이석명 교장선생님은 강원도 평창의 오대산 자락에 깃들어 있는 ‘상월오개리’(上月五介里)라고 하는 조금은 긴 이름의 작은 산골마을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초등학교와 중학교 시절을 보냈습니다. 어린 시절, 사시사철 산에 둘러싸여 늘 산을 바라보면서 산과 같은 깊고 맑은 삶을 꿈꾸었습니다.

중학교를 졸업할 무렵 서울로 상경하여 생전 처음으로 도시 생활을 접하게 되었으며, 새로운 환경에 대한 문화적 충격으로 인해 한동안 비틀거려야 했습니다. 대학은 영문과에 진학하였으나, 대학시절 내내 삶의 근본문제로 깊이 고민하면서 방황하다가 결국에는 동양의 자연사상 즉 노장(老莊)철학에 관심을 갖게 되었지요.

대학 졸업 후 경기도 마석 지둔리 골짜기에 있는 지곡서당(芝谷書堂)에 들어가, 고(故) 청명(靑溟) 임창순(任昌淳) 선생님의 문하에서 3년 동안 한문 공부에 몰두하였습니다. 이 시절 사서삼경(四書三經)을 비롯해 여러 동양 고전들을 두루 읽고 익혔습니다.

3년간의 서당생활을 마치고 대학원에 진학하여 본격적으로 동양사상을 공부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고(故) 김충열 선생님의 문하에서 석사, 박사 과정을 마치고 <회남자의 무위론 연구>로 박사학위를 하였죠. 학위 취득 후 중국으로 건너가 북경대학교에서 1년 6개월 동안 박사후 과정(Post-Doc)을 이수하였으며, 이 기간 동안 본격적인 <노자> 연구에 몰두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귀국 후에도 <노자>에 대한 연구는 계속 이어졌으며, 그 사이 <노자>와 관련된 몇 권의 저술들이 세상에 나오게 되었습니다. <백서노자>(2003년), <노자와 황로학>(2010년), <노자, 비움과 낮춤의 철학>(2011년) 등이 그것들입니다.

고려대 경희대 강원대 등에서 강의하였고 강원대학교 연구교수, 전북대 HK교수 등을 역임하였습니다. 현재는 노장(老莊)의 자유로운 삶을 꿈꾸며, 틈틈이 고전번역 저술 강의 등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저서로 <노자, 비움과 낮춤의 철학>, <노자와 황로학>, <회남자-한대(漢代)지식의 집대성>, <백서노자>가, 번역서로 <도덕경>, <회남자>(1,2), <노자도덕경하상공장구>, <문자>, <도가를 찾아가는 과학자들>, <마음의 문을 여는 삶의 지혜>, <배고프면 먹고 피곤하면 잠자라> 등 다수가 있습니다.

▲노자, 함곡관을 나서다. 정선의 <노자출관(老子出關)> (간송미술관 소장). 노자가 주나라의 쇠망 조짐을 감지하고 함곡관을 거쳐 서쪽 지역으로 떠나는 장면이다. 그림에서 소를 타고 있는 이가 노자이고, 소고삐를 잡고 있는 이가 함곡관의 수문장 윤희다. 당시 함곡관을 지키고 있던 윤희가 노자에게 간청하여 '노자 5천여 자'를 남기게 하였다고 한다.


교장선생님은 <노자학교를 열며>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지금으로부터 약 2천5백여 년 전, 천년의 세월을 간직한 아주 오래된 나라에 한 늙은이가 있었습니다. 그는 어느 날 문득, 이제 그만 세속으로부터 벗어날 때가 되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그는 모든 것을 정리하고 나라 밖을 향해 길을 떠났습니다. 이때 국경 지역의 관문을 지키고 있던 한 사내가 늙은이를 알아보고 그에게 가르침을 남기고 떠날 것을 강력히 요청하였습니다. 이렇게 하여 남겨진 5천여 자의 글이 바로 오늘날 우리가 읽고 있는 <노자>라고 하는 책입니다.

<노자>를 읽기 시작한 지는 꽤 오래 되었습니다. 대학 시절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삶의 근본문제로 안개 속을 헤매고 다니고 있을 때 처음 만났으니 벌써 30년이 훌쩍 넘어 버렸습니다. 그러나 <노자>는 여전히 나에게 신비의 책입니다. 읽으면 읽을수록 그리고 나이가 들면 들수록 그때마다 씹히는 ‘맛’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굳이 구체적 사물의 맛에 비유하자면 물의 맛과 같다고나 할까? 아침에 일어나 마시는 물과 저녁에 잠들기 전에 마시는 물의 맛이 다르듯이, 그리고 한여름에 마시는 물과 한겨울에 마시는 물의 맛이 다르듯이, <노자>는 그것을 읽는 사람이나 상황에 따라 각기 다른 맛이 납니다. 그리고 물은 언제 마셔도 질리지 않듯이 <노자> 역시 언제 읽어도 싫증나지 않습니다.

그러면 노자는 <노자>라는 책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자 하였을까요? 마시는 때나 상황에 따라 물의 맛이 제각각 다르게 느껴지듯이 <노자> 또한 그것을 읽는 사람에 따라 또는 읽는 상황에 따라 다르게 이해됩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정치철학서로, 어떤 사람은 양생서로, 또 어떤 사람은 종교 경전으로 저 나름의 관점에서 제각각으로 판단합니다. 이러한 혼란은 어쩌면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도’를 글로 써놓은 데서 이미 몇 천 년 전에 그 씨앗이 잉태되어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누구든 <노자>를 읽을 때 필연적으로 감지하게 되는 하나의 중심적인 정서가 있다는 사실입니다. <노자> 전체를 꿰뚫고 흐르는 하나의 흐름이 있으며, <노자> 전체를 감싸고 피어오르는 어떤 분위기가 있습니다. 그것은 소박함에 대한 강한 그리움입니다. 그 어떤 꾸밈도 없는 자연 그대로의 지극히 소박한 삶에 대한 간절한 바람입니다. 국가 경영자로서든 양생을 추구하는 사람으로서든 종교인으로서든 또는 그저 평범한 보통의 독자로서든, 노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자신을 비우고 낮추는 소박한 태도로 세상을 대하고 인생을 살아가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번 노자학교에서는 <노자>의 글 중 ‘비움’과 ‘낮춤’과 관련된 중요 구절들을 추리고 모아 보았습니다. 모아진 글들을 다시 일곱 개의 소주제로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매 주마다 정해진 주제와 연관된 <노자>의 글들을 읽고, 그 의미를 현대적 감각으로 풀이하고 설명하고자 합니다.

<노자>는 가볍게 읽히는 책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너무 무겁고 난해한 책도 아닙니다. 우리 인간의 생생한 삶의 현장에서 느낄 수 있는 평범한 삶의 이치들을 노자가 조금 압축적으로 그리고 약간 은유적으로 표현해 놓았을 뿐입니다. 노자가 감추어둔 삶의 지혜를 캐내는 작업에 여러분들을 초대합니다.

노자학교 2015년 봄학기 강의는 5, 6월 매주 목요일 저녁 7시부터 9시까지 총 8강으로 열립니다. 주제와 내용, 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제1강 [5월 7일] 노자와 <노자>
노자는 지금으로부터 약 2,500여 년 전, 중국의 고대 국가 주(周)나라 왕실의 국립도서관장의 자리를 맡고 있다가 어느 날 함곡관(函谷關)을 지나 서쪽으로 홀연히 사라진 신비의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가 함곡관을 지나면서 그곳의 수문장 윤희에게 남겼다고 하는 5천여 자의 글이 <노자> 혹은 <도덕경>으로 남아 현재까지 전해지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책의 성립 과정과 그 성격에 대해서는 다양한 검토와 좀 더 상세한 설명이 필요하다. 아울러 <노자>의 주요 내용과 사상, 그리고 오늘날 21세기에도 우리가 <노자>를 읽어야 할 이유와 그 의미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제2강 [5월 14일] 비움
한 여름의 무성하던 잎사귀들은 가을이 되면 그 찬란했던 시절의 기억을 가슴에 안은 채 한 잎 한 잎 지상으로 떨어져 내린다. 비움의 때가 된 것을 안 것이다. 비우고 또 비워 모든 잎사귀들을 다 내려놓은 채 온전한 ‘빔’으로 겨울을 기다린다. 이처럼 자연은 때가 되면 비우고 또 비워, 온전한 ‘텅 빔’으로 되돌아간다. 우리 인간 또한 이러한 자연을 본받아 때가 되면 비워야 할 것이다. 노자는 우리에게 그 비움의 이치와 방법에 대해 알려준다.

제3강 [5월 21일] 고요함
노자는 사태의 본원을 파악하고 현상의 배후를 관찰하며 존재의 본질을 응시한다. 그러기에 바야흐로 무성하게 자라나고 피어나는 초목의 모습에서 그들이 궁극적으로 돌아갈 자리를 짚어내는 것이다. 천지자연에서 나타나는 이러한 이치를 통해 노자는 다시 인간의 문제를 조망한다. 초목이 무성하게 자라다가 결국에는 그것의 뿌리 즉 고요함으로 회귀하듯이, 인간의 궁극적 본질 역시 고요함이라는 것이다. 정신없이 바쁘게 돌아가는 현대인의 삶을 잠시 멈추고 고요함의 세계로 들어가 본다.

제4강 [5월 28일] 물
노자는 물에서 ‘도’의 그림자를 보았다. 만물을 이롭게 하면서도 그 공을 소유하지 않는 그 무소유의 모습에서,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그 낮은 행위에서, 남들이 싫어하는 낮고 더러운 곳에 기꺼이 머무는 그 겸허한 자세에서, 자신을 더럽혀 가면서까지 남을 깨끗하게 만드는 그 정화의 속성에서 노자는 도의 흔적들을 발견한 것이다. 그러므로 노자는 말한다, “물은 도에 가깝다”고.

제5강 [6월 4일] 부드러움
세상은 우리에게 강함을 지향할 것을 요구하지만 노자는 우리에게 부드러움을 지키라고 말한다. 강함은 그 강함으로 인해 자멸하게 되는 위험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살아 있는 생명은 부드럽고 죽은 생명은 뻣뻣하다. 인간이나 동물의 신체가 그러하고 들판의 초목이 그러하다. 노자는 이러한 평범한 사실들을 통해 이 험난한 세상을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에 대해 말하고 있다. 강함을 좇지 말고 부드러움을 따르라는 것이다.

제6강 [6월 11일] 뒤섬
무한경쟁의 시대, 모두들 빛의 속도로 앞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그러나 노자는 우리에게 뒤서기를 권유한다. ‘나’를 완전히 버릴 때 비로소 온전한 ‘나’를 얻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노자는 말한다. “성인은 자신을 뒤로 하기에 앞서게 되고, 자신을 돌보지 않기에 보존된다. 이는 ‘나’를 주장하지 않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남보다 앞서가야 한다는 생각, 남보다 잘 나가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버릴 때 비로소 우리는 삶의 여유와 진정한 행복을 찾게 될 것이다.

제7강 [6월 18일] 역설
굽히는 자 펼쳐지고 펼치는 자 굽혀지며, 일어서려는 자 쓰러지고 쓰러지는 자 일어선다. 세상만사 인생만사 역설(逆說)의 연속이다. 노자의 말은 역설로 가득 차 있으므로 종종 세상 사람들로부터 비웃음을 당하기도 하였다. 노자가 설파하는 진리의 말(도)은 대개 현실감이 떨어지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노자는 말한다. “뛰어난 사람은 도를 들으면 부지런히 실천하고, 보통의 사람은 도를 들으면 반신반의하며, 어리석은 사람은 도를 들으면 크게 비웃는다.” 눈 밝은 사람만이 노자의 역설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제8강 [6월 25일] 길
아주 오래된 길, 그러나 지금은 사람들의 마음에서 잊혀지고 있는 길이 있다. 2,500여 년 전 노자가 걸었던 길이다. 노자가 말하는 ‘길’(도)은 그리 추상적이지도 이해하기 어렵지도 않다. 노자는 우리의 일상에서 흔히 보이고 읽혀지는 이치들을 간결하게 요약하여 ‘길’로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마음속에 이 노자의 ‘길’을 기억하고 또 그것을 실천하면서 살아간다면 우리네 삶은 그리 복잡하지도 그리 힘들지도 않을 것이다.

강의는 인문학습원 강북강의실(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 아래 약도 참조)에서 열리며 참가비는 22만원입니다. 참가신청과 문의는 인문학습원 홈페이지 www.huschool.com 이메일 master@huschool.com을 이용해주십시오. 전화 문의(050-5609-5609)는 월~금요일 09:00~18:00시를 이용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회원 아니신 분은 회원 가입을 먼저 해주십시오. ☞회원가입 바로가기). 노자학교는 생활 속의 인문학 체험공동체인 인문학습원(대표 이근성)이 지원합니다. ▶참가신청 바로가기

▲강의실 약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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