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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삼스럽지 않은 '재벌 3세, 조현아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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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삼스럽지 않은 '재벌 3세, 조현아 사태'

[주간 프레시안 뷰] 재벌, 소득분포, 그리고 소득주도성장

안녕하세요? 경제의 흐름을 짚어드리는 프레시안 도우미 정태인입니다. 일지를 작성하려고 신문을 검색하는데 경제면이 온통 '땅콩 회항'으로 도배되어 있군요. 아마도 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은 "왜 나만 갖고 그래~"라며 시간이 지나기만 기다릴 겁니다. 청와대는 이 사건이 좀 더 확대되기를 바라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땅콩 회항과 한국의 소득분포

사실 재벌 3세의 문제는 새삼스러운 게 아닙니다. <경향신문>의 '짤방뉴스'가 그동안 재벌2세와 3세가 일으킨 굵직한 사건들을 요약해 놓았습니다.


▲ 삼성은 공히 대한민국 대표 재벌 그룹이며, 대한항공은 공히 대한민국 대표 항공사다. ⓒ프레시안

문제는 재벌3세의 일을 청와대처럼 '개인적 일탈'로 치부할 수 없다는 데 있습니다. 청와대의 '개인적 일탈'이 국사를 그르칠 수 있는 것처럼 재벌 총수의 '개인적 일탈'은 경제 전체를 뒤흔들 수도 있으니까요. 우리나라의 10대 재벌의 연간 부가가치 생산은 이미 북한을 넘어섰을 겁니다. 북한의 GDP가 한국의 40분의 1 쯤 되니까요. 북한의 3대 세습이 국기를 흔들만한 일이라면 재벌의 3대 세습은 재벌도 무너뜨릴 수 있다고 말할 수 있겠죠.

저는 재벌개혁에 관해서 김상조 한성대 교수와 장하준 케임브리지대학 교수의 중간쯤 되는 견해를 가지고 있습니다. 재벌이라고 하는 시스템의 효율성이 상당 정도 있어서(거대 규모 자금의 동원 능력, 아이폰을 따라갈 때처럼 재벌 내 지식의 총동원 가능성, 신속한 의사결정 등), 기업지배구조를 바꿀 때 이런 장점이 많이 훼손되어 그 비용이 새로운 기업지배구조가 가져올 이익을 넘어서면 안 되니까요. 하지만 재벌이 경제적 독점을 넘어서 정치와 사법체계, 언론에 영향을 미치고 나아가서 삼성처럼 지배하는 것, 그리고 객관적인 승계 시스템 없이 다만 혈족이라는 이유로 승계하는 일 만큼은 근절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보통 사람보다도 사회적 의식이 훨씬 낮은 사람이 경제만은 잘 할 거라고 볼 이유는 어디에도 없으니까요.

한국의 소득분포

지난 9월 2일 일제 강점기부터 지금까지 한국의 소득분포를 세금자료로 계산해 피케티 교수가 주도하는 월드톱인컴데이터베이스(WTID)에 오른 김낙년 교수가 또 한번 화제가 됐습니다.


김 교수는 최근 발표한 논문에서 2010년 한 해 동안 근로소득과 재산소득, 사업소득을 모두 합친 개인 소득자의 중위소득이 1074만 원이라고 밝혔습니다. 중위소득이란 가장 소득이 적은 사람부터 많은 사람까지 일렬로 세웠을 때 중간에 있는 사람의 소득을 말합니다. 그러니까 이번 연구의 조사대상 약 3122만 명 중 1561만 번째 쯤 되는 사람의 소득이 1100만 원이 안 된다는 거죠. 한편 약 3122만 명의 평균소득은 2046만 원으로 나타났는데요, 소득의 빈부격차가 심할수록 중위소득과 평균소득의 차이는 커지기 마련입니다.

아마도 "너무 적은 거 아냐?", 이런 생각을 하실 겁니다. 이런 결과가 나온 이유는 첫째, 아르바이트를 한 학생도, 원천 징수 때문에 이번 연구의 대상이 되었다는 겁니다. 즉 아르바이트 학생이나 단시간 노동자는 보통 취업자 통계(2013년 말 약 2500만 명)에서 빠지는데 여기엔 포함되어 대상이 600만 명 정도가 더 많습니다. 그러니까 아주 소득이 적은 사람이 20퍼센트(%) 정도 추가된 거죠. 둘째로 우리가 소득을 얘기할 때는 주로 가계소득을 생각하는데 이건 개인소득이라는 점도 고려해야 합니다. 김낙년 교수가 통계를 자의적으로 취급한다거나 실수를 할 사람은 아닙니다.

이렇게 넓어진 모집단을 대상으로 하면 연간 소득 1000만 원 미만자가 전체의 48.4%, 즉 거의 절반이고, 4000만 원 미만까지 포함하면 전체의 86%에 이릅니다. 즉 자신의 연간 소득이 4000만 원을 넘는다면 개인소득 상위 15%에 들어가는 겁니다.

국회예산정책처와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공기업 정규직 직원과 300인 이상 민간 기업 정규직 직원의 월평균 임금(특별상여 포함)은 각각 509만 원과 458만 원이니까 이들의 연봉은 5000만 원 이상이 되어 모두 상위 15%에 들어가는 겁니다.

중위소득이 이렇게 낮다는 건 소득분배가 대단히 악화되어 있다는 걸 뜻합니다. 우리나라 상위 1%의 소득 비중은 12.97%, 상위 10%의 소득 비중은 48.05%로 나타났는데요. 피케티의 연구와 비교해 보면 상위 1%가 22.46%를 차지한 미국 다음의 순위에 해당합니다. 독일과 영국의 소득 상위 1%의 집중도는 각각 12.71%, 12.93%, 덴마크·핀란드·네덜란드·프랑스 등은 6~8%에 불과합니다.

피케티의 연구에서 잘 나타났듯이 세금자료에 의한 이 연구결과는 정부의 가계동향조사와 큰 차이가 나타납니다. 센서스 조사(표본을 대상으로 한 조사)는 소득과 자산의 빈부격차를 과소 추정합니다. 왜냐하면 최상위 구간(소득의 경우 2억 원)은 표본이 적게 잡힐 뿐 아니라 실제 소득이 10억 원이든 100억 원이든 '2억+알파(예컨대 3억~5억 원쯤으로)' 대답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죠. 반면 세금조사(세금 부과 대상 전수 조사)는 허위로 기재하는 경우 나중에 세금을 더 내야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정확한 편입니다. 나아가서 세금을 탈루한 진짜 부자도 있을 것이기 때문에 세금자료도 실제의 최상위 소득을 과소평가할 수 있습니다.

제가 여러 번 얘기했지만 현재 한국경제가 살 길은 부채주도성장이나 수출주도성장이 아니라 중위 부근의 소득을 늘리는 소득주도성장 밖에 없습니다. 또 보편복지를 원한다면 4000만 원 이상의 소득을 올리는 상위 15%는 물론 1000만 원 이상의 소득을 올리는 사람도 세금을 조금 더 내는 보편증세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증세 이전에 피케티가 강조했듯이 부와 소득의 분포가 시민들에게 정확히 알려져야 합니다. 그래야 합리적인 세금 수준과 복지 수준을 토론할 수 있을 테니까요.

재벌과 소득분포의 관계

한국은행은 12월 15일 '국민계정(1953~1999년) 개편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처음으로 동일한 국제기준(2008 국민계정체계)을 이용해 1953년부터 2013년까지의 한국 경제 흐름을 짚어볼 수 있게 된 겁니다.

한국의 국민총소득은 1953년 483억 원에서 지난해 1441조 원으로, 60년 동안 2만 9833배 불어났습니다. 1인당 국민총소득도 67달러에서 2만6205달러로 늘어나서 60년 동안 연평균 10.5%씩 증가했습니다. 놀라운 성장세죠. 물론 이건 명목소득(즉 53년의 1원이나 지금의 1원이 똑같다고 할 때)으로 봤을 때의 성장률입니다. 어쨌든 이처럼 경제규모가 급격히 커진 결과, 1970년 세계 39위였던 우리나라 국민총소득 순위는 2012년 14위로 올랐고, 1인당 국민총소득 순위도 125위에서 42위로 상승했습니다.

문제는 국민총소득이 급증했지만, 1997년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가계소득 비중은 줄고 기업소득 비중은 급속히 높아졌다는 사실입니다. 제가 여러 번 강조한 대로 우리나라의 거시통계 추세는 9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중요한 변화를 겪습니다.

국민총소득 대비 가계소득 비중은 경제주체별 소득을 집계하기 시작한 1975년 79.2%를 차지했으나 이후 꾸준히 하향 곡선을 그려 지난해에는 61.2%로 쪼그라들었습니다. 이 얘기는 기업부문이 급성장하면서 기업의 영업이익이 국민총소득 증가를 주도했고, 임금이나 가계의 재산소득은 상대적으로 증가세가 낮았다는 겁니다. 물론 이러한 기업소득은 또 재벌들에게 집중되어 있습니다. 소득이나 부의 분포는 파레토 분포를 따른다는 일반적 사실을 우리나라의 통계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거죠.

기업부문에 비해 가계부문의 상대적 위축은 노동소득분배율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1953년 27.3%에 불과했던 노동소득분배율은 이후 꾸준히 상승해 외환위기 직전인 1996년 62.4%까지 올랐죠. 하지만 1997년 외환위기를 계기로 기업들의 구조조정이 가속화되고 임금이 상대적으로 낮은 비정규직이 급증하면서 노동소득분배율 상승세가 꺾였고 2000년에는 57.8%까지 추락했고 지난해에는 61.4%를 기록했습니다.

노동소득분배율을 계산할 때 자영업의 소득을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언제나 논란인데 만일 자영업의 소득을 나머지 재산소득과 노동소득의 비율과 똑같이 나눈다면(피케티 방식) 한은의 노동소득분배율보다 더 낮아집니다.

바로 이 점이 현재 한국경제의 문제를 그대로 보여줍니다. 재벌의 현금유보는 천문학적으로 늘었지만, 수출이 갈지(之) 자 행보를 보이고, 심지어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상황에서 대규모 투자를 하지는 않겠죠. 아무리 재벌들의 세금을 깎아주고 각종 규제를 완화해 줘도 대기업이 투자를 늘릴 리가 없습니다.

반면 가계는 소득을 넘어선 빚에 허덕이고 있어서 소비를 늘릴 수 없습니다. 결국 기업소득을 가계소득으로, 재산소득을 노동소득으로 바꿔야만 내수가 늘어나서 성장률도 회복할 수 있습니다. 제가 소득주도성장을 강조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법인세를 원래대로 되돌려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보조금을 주는 겁니다. 이런 손쉬운 경기회복 방법을 왜 정부는 그토록 외면하는 걸까요?

<주간 프레시안 뷰>는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만의 차별화된 고급 칼럼지입니다. <프레시안 뷰>는 한 주간의 이슈를 정치/경제/국제/생태/세월호 등으로 나눠 각 분야 전문 필진들의 칼럼을 담고 있습니다.

정치는 임경구 프레시안 기자 및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가 번갈아 담당하며, 경제는 정태인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원장, 국제는 박인규 프레시안 편집인이 맡고 있습니다. 생태와 세월호는 각각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과 김익한 명지대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 원장이 격주로 진행합니다.

이 중 매주 한두 편의 칼럼을 공개하고자 합니다.

※ 창간 이후 조합원 및 후원회원 '프레시앙'만이 열람 가능했던 <주간 프레시안 뷰>는 앞으로 최신호를 제외한 각 호를 일반 독자도 내려받을 수 있습니다.(☞ <주간 프레시안 뷰> 내려받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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