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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폭탄보다 더 위험한 진짜 '킬 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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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폭탄보다 더 위험한 진짜 '킬 체인'

[초록發光] 국가 안보에 역행하는 핵 발전

국가 안보에 역행하는 핵 발전

'킬 체인(Kill Chain)'은 한국이 북한의 핵 위협에 대응해 한국형 미사일 방어 체제와 더불어 2023년까지 구축하기로 한 한미 연합의 선제 타격 체제를 말한다. 이러한 방어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소요되는 예산이 24조 원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북한의 핵 공격을 상정하여 막대한 액수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우리가 운영 중인 23기의 핵발전소에 대한 미사일 공격을 대비한 논의는 전혀 없다. 핵폭탄과 유사한 수준의 피해가 초래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에 대한 논의가 전혀 이루어지고 있지 않는 상황은 비정상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일본의 경우 지진이나 쓰나미 등 자연재해로 인해 핵발전소 사고가 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와 경고가 많이 존재하고 있었다. 특히 후쿠시마 지역의 경우 2011년 3월 11일의 대재앙과 유사한 대형 쓰나미가 닥칠 수 있다는 사실이 이미 수년 전에 확인된 상태에서 도쿄전력과 핵마피아들의 안이한 인식과 대처로 비극적 사고가 현실화되고 말았다.

우리나라의 경우 일본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이유로 지진 등 자연재해 위험 요소에 대한 규제 수준이 일본에 비해 전반적으로 낮은 상황이다. 하지만 북한의 미사일 공격과 같은 위험 요소는 일본의 지진이나 쓰나미와 동일한 수준의 위험 요소이므로 우리도 핵발전소에 대한 미사일 공격 위험에 대한 대비를 하여야 할 것이다. 이 글에서는 미사일 공격 시 현재의 사용 후 핵연료 수조가 가진 위험성을 살펴본다.

후쿠시마 사고 당시 일본 정부는 도쿄도를 포함하여 무려 3000만 명이 넘는 인구에 대해 비상 대피 계획을 세웠다. 이러한 대피 계획은 후쿠시마 1호기부터 3호기까지의 수소 폭발로 인한 방사능 오염 때문이 아니라 4호기 사용 후 핵연료 수조의 냉각 실패를 가정한 것이었다. 올해 5월 일본 법원이 가동 중지 판결을 한 오이 핵발전소 사건에서 법원은 다음과 같이 당시 상황을 정리하고 있다.

"4호기 사용 후 핵연료 수조에 담긴 사용 후 핵연료가 위기적 상황에 빠질 경우에 대한 피난 계획이 검토되었다. 원자력위원회 위원장이 상정한 피해 중, 가장 큰 피해를 야기할 것이라고 예상된 것은 4호기 사용 후 핵연료 수조로 인한 방사능 오염이었으며, 다른 호기 사용 후 핵연료 수조의 오염도 고려할 때 주민의 강제 이전을 요청해야 할 지역은 170킬로미터 이상, 주민이 이전을 희망하는 경우에 이를 용인하여야 할 지역은 도쿄도 거의 전역과 요코하마 일부를 포함 250킬로미터 이상에 달할 가능성이 있었고, 이러한 오염 상태는 자연에 맡겨둘 경우 몇 십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었다.

2011년 3월 11일 당시 4호기는 계획 예방 정지 기간 중이어서 사용 후 핵연료 수조에 인접한 원자로웰이라 불리는 장소에 평소에는 채워져 있지 않았던 물이 들어차 있었다. 동월 15일 이전에 전원 상실로 사용 후 핵연료의 온도가 상승함에 따라 물이 증발하여 수위가 떨어진 사용 후 핵연료 수조로 위 원자로웰에 있던 물이 예기치 않게 흘러들었다. 수압차로 양방 수조를 차단하는 방벽이 어긋났기 때문이었다. 또 4호기에서 당시 수소 폭발이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사용 후 핵연료 수조의 보수(保水) 기능이 유지되었으며, 오히려 당시 수소 폭발로 인해 원자로 건물의 지붕이 날아감으로써 외부 냉각수의 주입이 용이해지는 등의 행운이 존재했다. 결국 4호기 사용 후 핵연료 수조가 파멸적인 사태를 면하고 피난 계획이 현실화되지 않았던 것은 요행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사용 후 핵연료 수조에서 발생할 수 있는 대표적인 사고 유형은 ①냉각계 고장+보급수 실패, ②수조 물의 소규모 상실보급수 실패, ③배관 파손 또는 수조 파손에 의한 수조 물의 대규모 상실에 의해 보급수만으로 수위를 유지할 수 없는 사태 등을 생각할 수 있다. 미사일 공격의 경우 이 중에서 ③ 유형에 의한 사고를 야기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 ③ 유형의 사고는 ① 유형이나 ② 유형에 비해 대형 사고로 발전할 가능성이 훨씬 더 높다.

사용 후 핵연료 수조 냉각수(붕산수) 공급에 문제가 발생하면 사용 후 핵연료의 붕괴 열에 의해 수조 물의 온도가 상승하여 물이 끓게 된다. 수조 수위가 저하되면 사용 후 핵연료의 연료봉이 노출되어 온도가 더욱 상승하면서 핵연료봉의 피복관이 지르코늄-물 반응을 일으키게 된다. 이러한 반응은 발열 반응으로서 가속도적으로 진전되면서 대량의 수소를 발생시킨다. 수소가 대량으로 발생한 상황에서 공기 중에 산소가 있기 때문에 착화원이 존재하기만 하면 화재와 폭발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게 된다. 전기 계통의 불꽃이나 건물이나 설비의 충돌, 마찰 등은 착화원이 될 수 있다.

사용 후 핵연료에는 엄청난 양의 방사성 물질이 들어 있고, 1년이 되어서도 1만 와트 이상의 높은 붕괴열을 낼 정도로 위험하다. 따라서 이를 보관하는 저장 수조는 원자로와 동일한 수준의 방어벽을 필요로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특히 미사일 공격 위험이 현존하고 있는 상황이므로 비용이 많이 들더라도 미사일 공격에 파괴가 되는 현재와 같은 건물이 아니라 격납 용기 수준의 견고한 용기로 수조를 방어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만약 격납 용기와 같은 견고한 방어벽이 없는 상태에서 사용 후 핵연료 수조가 미사일 공격에 의해 파손되어 냉각에 실패하게 되는 경우 건물에 의한 차폐 기능조차 없는 상태에서 대량의 방사성 물질이 외부 환경으로 방출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일본이 반경 250킬로미터의 인구를 비상 대피시킬 계획을 세운 점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 핵발전소에서 일어날 사용 후 핵연료 수조 방사능 대량 유출 사고는 엄청난 재앙이 될 것이다.

북한의 핵공격에 대비하기 위해 10년간 무려 24조 원의 돈을 쓰고 있다. 그와 유사한 피해를 야기할 것으로 우려되는 핵발전소 미사일 공격에 대비하여 사용 후 핵연료 수조를 격납용기 수준으로 강화하는 안전 기준 강화 조치가 취해져야 할 것이다. 그럴 수 없다면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규모 방사능 재앙의 가능성을 감수하면서까지 우리가 핵 발전을 통해 전기를 생산하여야만 할 합리적 이유는 없을 것이다.
'초록發光'은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와 <프레시안>이 공동으로 기획한 연재입니다.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는 이 연재를 통해서 한국 사회의 현재를 '초록의 시선'으로 읽으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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