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전작권 되돌려 받기가 두려운 장군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전작권 되돌려 받기가 두려운 장군들

[군사주권을 빼앗긴 나라의 비극] <20> 합동참모본부의 실체 (5)

합동참모본부를 창설한 지 25년이 지났다. 노태우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작전권을 환수할 주체가 필요하기 때문에 합참을 창설하게 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역대 장관과 의장이 부임할 때마다 그 포부는 거창했다. 합참이 한반도 전구작전을 지휘하는 명실상부한 한국군작전본부라는 것이다. 그러나 실상을 보면 합참은 사령부라기보다 행정기관에 지나지 않는 것 같고, 합동군사령관(commander)이 아닌 합참의장(chairman)으로서 합동작전의 지휘관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했다. 한국 전구사령관은 여전히 한미연합사령관이라는 인식에서 막상 합참은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어정쩡한 상황이 10년, 20년 계속되어 왔다.

여기에다가 군정과 군령이 분리된 한국 군사지휘체제는 아무리 전문가들이 이해하려고 해도 이해하기 어려운 복잡함 그 자체다. 지금 한국군은 전작권 전환을 연기하면서 앞으로도 이와 같은 체제를 유지하겠다고 한다. 이런 이상한 시스템은 단 한 번의 안보위기로 여지없이 붕괴되었다.

2010년 11월 23일 오후 2시 34분에 북한이 연평도에 백여 발의 포탄을 발사하는 대형 안보위기가 시작되었다. 이 당시 여러 가지 문제점은 생략하기로 하고 과연 합참이 "F-15K 전투기를 동원하여 북한을 응징할 수 있는가"의 논란만 검토해보자.

위기의 순간에 합참의 고위 장교들은 "미국에 협조를 구해야 한다"는 측과 "우리가 단독으로 결정하면 된다"는 측으로 양분되었다. 오후 3시 11분에 북한의 2차 포격이 실시되는 상황에서 지휘통제실에 모인 위기조치반에서 한 대령이 "전투기로 응징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하자 옆에 있던 장군이 "모르면 가만있어"라며 등짝을 쳤다.

상황이 종료되고 나서도 일주일 이상 미국의 협조 여부로 논란이 계속되자 한민구 합참의장은 "미군에 질의서를 보내라"고 지시하였고, 이에 월터 샤프 연합사령관은 11월 30일에 "한국군이 알아서 결정할 일"이라는 답변서를 보내왔다. 김태영 국방장관은 위기 후에 "전투기로 작전을 하려면 미국의 협조를 구해야 한다"며 항공작전을 하지 못한 사유를 국회에서 답변하다가 경질되었다. 유엔사 정전시 교전규칙에 그렇게 나와 있다는 이야기였다.

때마침 12월에 부임한 김관진 국방장관은 인사청문회에서 "한국군 단독으로 전투기로 응징할 수 있다"고 전임자와 다른 의견을 밝혔다. 연합사령관의 답변서 존재를 알고 재빨리 입장을 정한 것이다. 이 말에 항공작전을 수행하지 못한 한민구 의장이 사의를 표명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면 유엔사 정전시 교전규칙이란 게 무엇이길래 한국군 장교들이 허둥대고 논란만 거듭하는 것일까? 교전규칙의 관련 내용을 보면 항공작전은 미7공군사령관이 통제하기 때문에 미군과 협력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런데 이 교전규칙이라는 것이 1994년에 평시 작전권이 한국으로 전환되었으면 그 상황에 맞게 개정되어 있어야 하는데, 과거 모든 작전권을 미군이 가지고 있던 상황 그대로 수정되지 않은 채 오랫동안 방치되어 온 것이다. 그러니 합참이 창설되기 이전인 1990년 이전 상황이 주로 반영되어 야전사령관의 역할은 있으나 합참의장의 역할이 무엇인지는 아예 언급조차 없다.

이따위 문서를 여태껏 평시 한국군 준비태세의 기본규범으로 삼아왔다는 것은 지난 20여 년 간 합참을 만들어 놓고도 한 번도 제대로 작전을 수행할 준비를 안 했다는 이야기다. 미군이 다 해 줄 것으로 믿었기 때문이다. 장교들이 혼란에 빠지니까 국방부 김민석 대변인은 "국제법 학자에게 연구용역을 의뢰했다"고 궁색하게 변명하기에 이른다. 누구도 이 문제에 대한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작전을 지휘하겠다고 합참을 만들었으면 무언가 전쟁을 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법적인 문제를 해결했어야 마땅한 데 지금 한국군 내부에는 "내가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나서는 장교가 없이 오직 미국의 눈치, 여론의 눈치만 본다. 그러면서 연평도 위기와 같은 전쟁위기에서는 위기에 대한 현실감각, 전투감각이 마비된 장교들이 지휘부만 쳐다보는 상황이 이어졌다.

군사지도자들은 오직 입으로만 하는 안보, 자신들의 체면을 세우는 안보에 더 몰입한다. 작전을 어떻게 더 잘할까를 고민하지 않고 여론의 질타를 피해 가는 방법에 더 골몰한다. 자신들의 무능 때문이 아니라 종북세력 때문에 안보가 안 되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 국내 정치에 관심이 많다. 이런 안보만 계속하려는 그들은 전작권을 전환하여 한국 합참이 진정한 사령부로 진화하는 걸 두려워한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