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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무당 사람 잡는' 초이노믹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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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무당 사람 잡는' 초이노믹스

[기자의 눈] 친박 실세가 대통령 공약 파기 앞장서나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경제정책을 '초이노믹스'라고 부른다. '최경환의 경제정책'이라는 의미일 뿐, 무슨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한 나라의 경제수장의 정책에 '노믹스'라고 이름을 붙여주는 것은 상당한 성과를 올렸거나 올릴 것이라는 기대를 반영한 것이다. 하지만 '초이노믹스'가 용어 인플레이션의 한 예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원인 치료가 아니라 대증요법, 그것도 병세를 악화시키는 대증요법"이라는 선무당식 대책으로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최 부총리는 지난 7월 취임하자마자 '41조 원에 달하는 사상 최대의 재정 풀기'를 경기부양책으로 내놓았다. 그리고는 지난 20일 새누리당 중앙위원회 전체 연수회에서 "솔직히 재미 좀 봤다"고 고백했다. 7.30 재보궐 선거를 의식한 정책이라는 것을 '솔직히' 고백한 것이다. 야당은 "정부가 경제정책으로 선거에 개입했다는 것을 시인한 것"이라고 맹비난하고 있다.

8월에는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사실상 없애는 대대적인 '규제완화'를 주택시장 부양책으로 발표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25일 국무회의장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연합뉴스

초이노믹스, 나라빚과 가계빚을 '빛의 속도로 증가' 시킨 효과

그런데 '초이노믹스'의 효과는 어떤가? 선거 전 2100선에 육박하던 코스피는 1980선으로 되돌아갔다. 2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가계부채는 9월 잔액 기준으로 1060조 원을 돌파했다. 석달 사이에 무려 22조 원이 늘어나 가계부채 규모가 또다시 사상 최대를 경신한 것이다. 특히 소비를 반영하는 신용판매(신용카드 등 ) 잔액은 줄어들었는데, 가계대출 특히 주택담보대출이 급증하면서 가계대출로만 1000조 원이 넘어섰다. "가계 빚이 '빛의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는 말이 과언이 아닐 정도다.

금융계에서는 "주택담보대출이 주택구매로 연결되는 게 아니라, 대부분 생계형 대출"이라면서 "가계부채의 구조적 질도 악화되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결국 '초이노믹스'는 "소비가 위축됐다"는 증세에 대해 "재정파탄이 나더라도 일단 나랏빚이라도 풀어대자"는 처방이었고, "주택거래가 부진하다"니까 "빚을 쉽게 지도록 하라"는 게 묘약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이렇게 단순한 논리가 먹혀들 만큼 경제정책이라는 게 쉬운가? 소비가 위축된 것은 소득의 분배가 제대로 안된 탓이고, 주택거래가 부진한 것은 주택값이 터무니 없이 비싼데다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모두가 전세시장으로 몰려가고 있는 탓이라는 것을 정말 모르는 것일까?

이제 최 부총리가 고용시장의 문제도 단 번에 해결할 수 있는 묘책을 찾아냈다고 한다.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에 대해 친박 실세로 신경을 많이 쓴 모양이다. 그런데 그 해법이라는 게 알고보니 "고용 보호 하향 평준화"였다.

최 부총리가 25일 기획재정부 출입기자단 정책세미나에서 이런 소신을 기탄없이 피력했다. 최 부총리는 이 자리에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힘든 게 정규직이 과보호됐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양질의 일자리' 구하기에 지친 일부 취업준비생들은 "정규직이 과보호되어 새내기들 취직이 어려운 건 사실 아니냐"는 반응도 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이렇게 반응해서는 최경환 부총리와 동급의 인식 수준이 된다.

'세계에서 고용불안이 가장 심한 나라'의 경제수장이 보여준 인식

최근 보수 언론들이 일제히 최 부총리의 고용시장 해법에 지원사격을 하기 위해 인용하는 것이 캐나다의 '프레이저 보고서'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이 '노동시장 경제자유' 순위에서 거의 골찌라고 한다.
그런데 이 보고서는 기업인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작성된 것이다. 프레이저 보고서는 기업환경에 대해 국제개발연구원(IMD)이 매기는 순위처럼 기업인들의 주관적 응답을 근거로 해서 노동계로부터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 보고서다.

일부 기업에서는 노동자를 원하는대로 해고하고 싶어도 해고하지 못해 "우리나라는 경제자유가 없다"고 한탄할 수는 있다. 하지만 객관적 수치로 정말 한국의 정규직들이 "양질의 일자리 창출의 걸림돌"이라고 지목을 받을 만큼 과보호되고 있는 것일까?
노동사회연구소에서 OECD 자료를 가지고 분석한 내용을 보자. 한국은 1년 미만 단기근속자 비율이 세계 1위다. 10년 이상 근무한 노동자의 비율도 가장 낮다. 평균 근속연수가 4.9년으로 조사대상 중 최하위다. 비정규직 근로자 비율이 27.5%로 스페인 다음으로 가장 높다. 이미 한국은 "세계적으로 고용불안이 가장 심한 나라"다.

최 부총리는 "독일, 영국, 네덜란드 등 선진국 중에서도 제대로 (노동시장)개혁이 된 나라는 다 잘 나가고 있고, 이것을 못한 나라는 다 못나가고 있다"고 역설했다.

이렇게 최 부총리가 거론한 "노동시장 개혁 모범국가"들은 해고나 실업에 대한 대책이 잘 마련돼 있다. 대한민국에서 해고는 '살인행위'라고 할 만큼 사회보장 장치가 전무하다. 고용대책이 복지정책과 연계한 종합적인 것이 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친박 실세'인 최 부총리가 대통령의 공약을 파기하는데 앞장서고 있다는 아이러니한 상황도 연출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일자리 공약 구호는 '늘지오'다. "새 일자리를 늘리고, 기존 일자리는 지키고, 일자리의 질은 더 올린다"고 해서 '늘지오'다.

"정규직 정리해고 완화를 검토하고 있다"는 기획재정부는 "새 정부 국정과제로 공약집에도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공약집에는 '새누리의 실천: 근로기준법의 정리해고 제도 관련 규정을 개정하겠다'는 내용이 있다. 그런데 어느 방향으로 개정한다는 것일까? 같은 페이지 이 공약 바로 위해 '고용안정 및 정리해고 요건 강화'라고 적혀 있다.

대통령 공약은 정확하게 정리해고 요건을 엄격하게 하겠다는 방향이다. 최 부총리는 지금 '정리해고 요건 완화'를 공공연하게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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