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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푸틴 정말 만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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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푸틴 정말 만나나

[정욱식 칼럼] 북러관계 신밀월시대(하)

최룡해 북한 노동당 비서의 러시아 방문을 계기로 북한과 러시아의 관계가 한반도 및 동북아 정세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북·러 관계가 품고 있는 변수들은 다양하고도 주목할 만하다.

우선 필자가 앞선 글(☞기사 보기 : 김정일의 마지막과 김정은의 시작, 러시아)에서 주장한 것처럼, 김정은 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와 관련해 최룡해와 만난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러시아가 최고위급을 포함한 북한과의 다양한 수준에서의 접촉을 위한 준비가 돼 있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김정은-푸틴의 정상회담이 열린다면, 내년 상반기, 특히 두 나라가 공동으로 치르기로 한 러시아 전승 기념일(5월 9일)이 유력시된다.

북·러 관계가 밀착되면서 북·중 관계에 미칠 영향도 주목된다. 최근 3자 관계를 보면, 북·중 관계는 1990년대 이후 '최악'이고, 북·러 및 중·러 관계는 '최상'이라고 할 수 있다. 냉전 시대 북한이 중·소 갈등을 이용해 등거리 외교를 추구했던 것과는 다른 양상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3자 모두 북·중 관계를 회복해야 할 필요성은 커졌다고 할 수 있다. 아무리 마음이 내키지 않더라도 북한에게 가장 중요한 나라는 중국이다. 그러나 북한으로서는 먼저 고개를 숙이면서 손을 내미는 것이 탐탁지 않을 것이다.

▲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특사로 러시아를 방문했던 최룡해 노동당 비서가 18일(현지시각) 크렘린궁을 찾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만났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하여 북한은 세 가지 카드를 꺼내들고 있다. 하나는 러시아와의 관계를 강화해 한편으로는 중국에게 북·중 관계 회복을 필요성을 일깨워주고, 다른 한편으로는 러시아의 중재를 기대하는 것이다. 중국과 북한 모두와의 관계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러시아로서는 북·중 관계도 좋아져야 극동 개발 프로젝트 및 '동방 정책'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할 것이다.

또 하나는 중국에 대한 외교적 사의 표명이다. 북한은 작년 한 해 유엔에서 중국의 언행을 두고 "줏대 없다"는 등의 강경 발언을 쏟아냈었다. 그러나 최근 중국이 유엔 총회 제3위원회에서 북한인권결의안에 반대표를 던지자 "영원히 잊지 않겠다"며 사의를 표했다.

끝으로 핵실험 위협이다. 북한의 핵실험 강행 시 가장 난처한 입장에 처할 나라는 중국이다. 그래서 중국으로서는 북한의 4차 핵실험을 막아야 할 사유가 대단히 크다. 그런데 압력과 제재는 북한의 반발을 초래할 것임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은 관계 개선을 통해 북한을 설득하는 방향을 취할 공산이 크다.

북·러 관계 강화는 북한의 추가 핵실험을 억제하는 데에도 효과가 있을 전망이다. 최근 북·러 간의 경제협력이 본궤도에 오르기 시작했고, 내년 상반기에는 북·러 정상회담이 타진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이 추가 핵실험을 강행하면 러시아의 태도가 어떻게 돌변할지 예측하기 어려워진다. 아무리 북·중 관계가 밀착되더라도, 지금까지 북한의 핵실험을 반대해왔고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에도 찬성해왔던 러시아가 '없던 일'처럼 그냥 지나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북한이 핵실험 위협을 내년 초에 열릴 한미합동군사훈련 '키 리졸브/독수리 훈련'에 대한 견제 카드로 사용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는 것이다. 북한은 한미군사훈련을 유엔 무대에서도 강력하게 문제 삼아왔고, 중국과 러시아 정부는 이례적으로 한미 양국에게 자제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러한 전례에 비춰볼 때, 북-중-러가 군사훈련 중단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내년 초에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북·러 관계 강화에서 가장 주목할 것은 역시 경제협력이다. 경제협력이 성과를 내서 북한 경제가 호전된다면, 한국과 국제사회가 북한을 굴복시키려고 집착해온 경제 제재의 실효성은 더더욱 반감될 수밖에 없다. 오히려 한미 양국이 "절대로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해온 북한의 '경제건설과 핵무력건설 병진노선'도 상당한 탄력을 받게 될 공산이 크다. 이에 따라 한미 양국의 대북정책의 모순과 딜레마도 자연스럽게 커질 수 있다.

실제로 북·러 경협은 주목할 만한 수준으로 올라서고 있다. 러시아는 2020년까지 극동지역에 약 3천억 달러를 투입해 인프라 건설 및 인접국과의 경제협력 토대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이 계획의 일환으로 나온 것이 바로 '나진-하산 프로젝트'이다. 북한 최북단의 나진과 러시아 극동의 하산을 철도로 연결해 유라시아 철도망의 거점으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동시에 부동항인 나진항을 확보해 육로 수송과 해양 수송의 시너지 효과도 도모하고 있다.

11월 말에는 시범 사업이 선보이게 된다. <통일뉴스>에 따르면, 러시아의 서시베리아 광산에서 채굴된 무연탄 4만 5000톤을 하산에서 나진까지 철도로 운송한 뒤, 화물선을 통해 나진에서 포항으로 운송키로 했다고 한다. 이 시범 사업이 주목을 끄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대북 투자를 금지한 5‧24 조치와의 관계이다. 박근혜 정부는 예외를 강조하고 있지만, 시범사업의 성공을 거쳐 본궤도에 올라서면 대북 투자 규모도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 조치의 모순은 더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또한 한국이 러시아 회사에 지분을 투자해 '나진-하산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것은 미국 주도의 러시아 제재 분위기와도 상충된다.

또 하나는 이번 시범 사업을 통해 한반도 종단 철도와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연결하는 '유라시아 익스프레스'의 필요성이 부각될 것이라는 점이다. 하산-나진 철도 수송과 나진-포항 해상 수송의 조합에 따른 비용 절감은 15%에 달한다고 한다. 그런데 철로를 이용한 하산-나진 운송 시간은 1시간 정도에 불과한 반면에, 바닷길을 이용한 나진-포항 운송에는 36시간이나 걸린다. 이것만 놓고 봐도 동해에 남북한 철도가 연결되면, 물류비용이 획기적으로 절감될 것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러시아의 대북 투자는 '나진-하산 프로젝트'에 국한되지 않는다. 승리를 의미하는 '포베다 프로젝트'도 추진 중인데, 이 프로젝트에는 약 20년에 걸쳐 250억 달러를 투자될 계획이다. 이 사업은 약 3500km 길이의 북한 철로를 비롯해 터널, 교량 등 사회간접자본(SOC)을 대대적으로 건설하고 개보수하는 것을 핵심 골자로 한다. 주된 사업 방식은 러시아가 북한의 지하 광물을 국제시장에 판매해 투자금을 조달하고 이를 SOC 건설에 투입한다는 것이다. 첫 사업으로 지난 10월 21일에 평양 인근을 잇는 주요 철도인 재동역-강동역-남포역을 잇는 철도 개·보수 착공식이 열리기도 했다.

이처럼 북·러 경협이 올해 들어 급물살을 타고 있는 데에는 러시아가 북한의 부채 110억 달러 가운데 100억 달러를 탕감해주고 나머지 10억 달러는 러시아의 북한 내 경제활동 자금으로 사용키로 한 합의가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북한 역시 경협 확대를 위해 러시아의 요구를 상당 부분 수용하고, 또 배려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우선 북·러 양국은 무역 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해 양자 거래를 러시아의 루블화로 결재키로 했다. 또한 러시아는 북한이 무역 대가로 현금 결제가 어려울 경우 회토류 등 광물자원으로 지불해줄 것을 요구했는데, 북한 정부는 이러한 요구도 수용했다. 한마디로 구소련 당시 관례처럼 적용되었던 '외상 거래'가 없어지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러시아의 인도적 지원 제안을 정중하고 사양하면서 양측에 이익이 되는 교역 확대에 힘쓰자고 제안한 것이나, 중국 기업보다 러시아 기업을 우대하고 있다는 전언 등은 김정은 정권이 러시아와의 경협 확대에 얼마나 공을 들이고 있는지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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