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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FTA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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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FTA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주간 프레시안 뷰] 전략부재와 양 다리 작전의 한계

안녕하세요? 경제의 맥을 짚어 드리는 프레시안 도우미 정태인입니다. 세월호 실종자 수색작업이 11일 공식적으로 종료됐습니다. 이준석 선장과 선원들에겐 최장 35년에서 5년까지 징역형이 선고됐습니다.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는 아무런 답도 찾지 못한 채 정부는 한중 FTA라는, 거대 경제권과의 FTA를 또 하나 타결했습니다(타결이란 협상이 마무리됐다는 뜻이고 체결은 정부가 서명하는 것, 그리고 비준은 의회를 통과하는 걸 말합니다. 한미 FTA의 경우엔 협상은 1년 6개월 만에 마쳤지만, 체결에서 비준까지 4년 이상 걸렸죠).

중간 수준의 포괄적 FTA

2014년 11월 10일 중국 베이징에서 한중 정상은 FTA 협상이 사실상 타결되었다고 공식선언했습니다. 양국 정상은 협정문의 작성(영문 작성 후 양국 언어로 작성) 등 기술적인 사안을 연내에 마무리하라고 지시했습니다. 2005년 민관 공동연구를 시작했던 한중 FTA는 2012년 5월 첫 번째 협상을 개시한 후, 14차례 협상을 거쳐 30개월 만에 일단락됐습니다.

공식 협정문도 작성되지 않은 상태이고, 한미 FTA와 달리 반대의 목소리가 크지 않아 협상 중에 흘러나온 내용도 거의 없어서 현재로선 정부의 보도자료를 보고 판단할 수밖에 없습니다.


▲ 지난 10일 중국 베이징에서 개최된 한·중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한·중 FTA 협상이 실질적으로 타결되었다고 공식 선언했다. ⓒ청와대

상품 분야의 전체적인 결과는 농수축산물 수입과 자동차, LCD, 철강 수출을 맞바꿨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정부 보도자료를 보면, 농수축산물의 수입을 얼마나 제외했는지 누누이 강조하고 본문(16쪽)보다 더 긴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의 설명자료(40쪽)가 붙어 있습니다.

실제로 대중 수입 농수축산물 중 수입액 기준으로 60퍼센트(%)를 관세철폐 대상에서 제외했고, 이 중 30%는 어떤 추가적 개방 의무로부터도 보호되는 '양허제외' 지위를 획득했습니다. 한미 FTA의 양허제외가 0.9%, 한EU FTA가 0.2%이었던 데 비하면 상대적으로 농수산물이 보호된 건 분명합니다. 또 민감성이 큰 목재류 및 섬유, 수공구 등 영세중소기업품목 일부분도 양허제외, 관세 부분 감축에 성공한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이런 결과는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중국은 타국과의 FTA에서 일단 합의하기 쉬운 품목부터 타결하고(조기성과프로그램, Early Harvest Program, EHP) 이후에 다른 이슈로 확대하는 전략을 써 왔으니까요. 따라서 한국이 지적재산권, 서비스, 투자 분야에서 한미 FTA 수준의 개방을 관철시키지 않는다면(요구는 하되 미끼로 쓴다면), 즉 중국의 요청을 받아들인다면 농수산물 쪽에서 일정한 양보를 얻을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서비스 및 투자 분야를 포지티브 방식으로(개방할 분야를 열거하는 것) 개방하기로 한 것은 한국이 중국의 요구를 수용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미국이나 EU와 한 것처럼 훨씬 광범위한 개방을 의미하는 네거티브 방식(개방하지 않을 분야를 열거)은 후속 협상에서 진행하기로 한 거죠. 지적 재산권이나 규범 분야를 봐도 특별한 사항이 눈에 띄지는 않습니다.

물론 현재의 관세율을 유지하기로 했다고는 하지만 지금도 중국 수입 농산물로 피해가 큰 농수산물 분야가 앞으로 더 심각한 타격을 받을 건 불을 보듯 뻔합니다. 실제 협정문의 내용을 세세히 살펴서, 예컨대 관세율이 낮은 냉동 고추나 마늘을 수입한다면 고추와 마늘의 고관세가 별로 효과가 없는 것과 같은 구체적 상황에 대한 대책을 세울 필요가 있습니다.

정부 발표문에는 관심을 모은 투자자국가제소권(ISD)에 관해서 별도의 언급이 없습니다. 이미 한중 투자협정에 ISD가 들어가 있어서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구체적인 내용은 없고 다만 비관세조치에 대한 중개절차(mediation)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제소국 협의 요청 시 피소국의 답변의무(10일 이내)"(13쪽)와 같은 표현이 있는 걸 보면 정부가 분쟁해결 절차에 개입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보입니다(언론 보도로 보면 협정위반에 대해서만 투자자국가제소권을 행사할 수 있어서, 계약까지 투자자의 권리를 광범위하게 인정한 한미 FTA보다 강도가 약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아직 공식적으로 확인되지는 않았습니다).

따라서 한중 FTA는 금융이나 통신을 별도의 챕터로 설정하고 지재권과 서비스, 투자 부분도 들어갔다는 점에서는 포괄적이라고 할 수 있지만 한미 FTA나 한EU FTA에 비해서는 개방도가 낮은 '중간 수준'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겁니다.

그렇다고 해서 한국 경제에 별 영향이 없을 거라고 말하는 것은 물론 아닙니다. 권투로 치면 한국의 체급이 미들급이라고 할 때 헤비급 세 명을 한꺼번에 링 위로 불러들인 건 분명히 미친 짓에 속합니다. '칠레와 페루에 이어 제3의 경제영토를 가지게 되었다'고 자랑하는 건, 그리고 언론이 그렇게 받아쓰는 건 참으로 한심한 일이죠. 경제와, 국민의 삶이 땅따먹기 게임으로 보이는 모양입니다.

전략 부재와 양 다리 걸치기의 한계

원래부터 한중 FTA는 외교안보적 요소가 훨씬 강한 협상이었습니다. 특히 중국 쪽에서 보면 미국이 '아시아로의 회귀'를 선언한 뒤, 아시아 미사일방어계획(MD계획, THAAD의 한국 배치)과 환태평양경제협력협정(TPP)를 밀어붙이고 있는 상황에서 한중 FTA는 대응 전략의 일환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따라서 한국은 상당히 유리한 위치에서 협상을 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협정문이 나오면 이런 장점을 얼마나 잘 활용했는지 판단할 수 있겠죠.

더구나 세계 금융위기 이후에 중국은 아시아 각국과 영토분쟁에 돌입하는 등 전략적 실수를 저질렀고('패권 굴기가 아니냐'는 의심을 낳았죠), 이에 따라 아세안과 일본이 TPP로 달려가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중국에게 한중 FTA는 중국 고유의 경제 우선 실용주의에 더해서 이런 실수를 만회할 대미 전략의 일환이었던 겁니다.

문제는 이런 대 변화의 시기에 한국은 어떤 전략을 지녀야 하는 건가입니다. 김대중 정부의 ASEAN+3, 노무현 정부의 동북아 구상 이후, 한국은 한미 FTA 발효, TPP 참가 의향 표시, 전시작전권 이양의 사실상 포기 등 미국 쪽으로 달려가고 있습니다. 전반적인 동아시아 전략은 없는 채 경제는 중국, 안보는 미국이라는 어정쩡한 실용주의에 기대고 있다고나 할까요?

<한겨레>와 <한국일보>의 다음 두 기사는 이런 전략이 언제까지 가능할 건지 묻고 있습니다.


앞으로 미국과 중국이 동아시아에서 패권 투쟁을 벌일 때 과연 한국은 어떤 전략으로 맞서야 할까요? 현재와 같은 양다리 걸치기는 자칫하면 양쪽으로부터 뭇매를 맞는 결과를 초래할지도 모릅니다.

당장 통상 분야만 보더라도, 미국 주도의 TPP와 중국 주도의 RCEP(Regional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 ASEAN과 한·중·일, 호주, 인도, 뉴질랜드 등 16개국의 역내 무역협정) 또는 FTAAP(아시아태평양 연안 21개국으로 구성된 APEC이 최종 목표로 지향하는 다자간 무역협정) 중 하나의 선택을 강요받을 수도 있습니다. 또 중국이 전향적으로 제안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도 미국이 반대하는 탓에 "앞으로 긴밀한 소통을 계속해 나가겠다"는 식으로 유보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데 이런 자세가 앞으로도 용인될 수는 없습니다.

제가 보기에 길은 하나입니다. 중국과 미국의 패권을 모두 두려워하는 러시아, 남·북한, 일본, 아세안, 인도를 연결해서 반패권 연합세력을 형성하는 겁니다. 이들 나라가 중심이 돼서 중국과 미국도 다자간 경제공동체, 안보체제에 동등하게 참여하도록 하는 거죠. 전후 제3세계에 대해서 미국과 소련이 그랬듯이 두 대국도 이 중간국가들의 호의를 얻으려고 노력할 수밖에 없겠죠.

한중 FTA는 미국식 FTA의 틀에서 동아시아 공동체의 협력 틀로 전환하는 계기가 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RCEP이나 FTAAP가 미국식 FTA, TPP를 견제하기 위해서는 상대국의 시장 공략 보다 참가 국민 모두의 이익이 되는 협력 프로그램 위주로 플랫폼을 바꿔야 한다고 중국을 설득해야 합니다.

현재의 FTA 의제 외에 동아시아 공동의 거시정책, 역내 수요 확대 등을 제시할 수 있겠죠. 통화 협력, 에너지-환경-식량 협력, IT 협력, 철도-가스파이프 협력 등 동아시아의 협력 의제는 무궁무진합니다. 장기적으로 이런 동아시아 공동체 구상이 진전됨에 따라, 한미 FTA 등 기존 FTA의 개정 및 폐기도 도모할 수 있을 겁니다. 물론 이런 전략을 박근혜 정부에서 기대한다는 건 나무에 올라 물고기를 잡는 것보다도 더 어렵겠죠.

<주간 프레시안 뷰>는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만의 차별화된 고급 칼럼지입니다. <프레시안 뷰>는 한 주간의 이슈를 정치/경제/국제/생태/세월호 등으로 나눠 각 분야 전문 필진들의 칼럼을 담고 있습니다.

정치는 임경구 프레시안 기자 및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가 번갈아 담당하며, 경제는 정태인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원장, 국제는 박인규 프레시안 편집인이 맡고 있습니다. 생태와 세월호는 각각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과 김익한 명지대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 원장이 격주로 진행합니다.

이 중 매주 한두 편의 칼럼을 공개하고자 합니다.

※ 창간 이후 조합원 및 후원회원 '프레시앙'만이 열람 가능했던 <주간 프레시안 뷰>는 앞으로 최신호를 제외한 각 호를 일반 독자도 내려받을 수 있습니다.(☞ <주간 프레시안 뷰> 내려받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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