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간 끌어온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이 여야 절충으로 연장전에 돌입했다. 철도-의료 민영화도 일방적으로 강행되고 있다. 복지와 경제민주화 공약도 신자유주의 처방으로 녹아나고 있다. 전시작전통제권 반환 무기 연기에 사드 배치, 미군기지 평택 이전 취소를 얹어주고 있다. 종편 양산과 방송 장악, '일베'에 이어 카톡 사찰, 서북청년단 재건 준비위까지 등장하고 있다.
'통일대박’론, 통일준비위 구성에도 불구하고 남북관계는 거꾸로 가고 있다. 북한 최고위급의 방문으로 어렵게 돌파구를 마련했으나 북핵-미사일을 들먹이고 인권문제를 정치도구화하는 미국의 간섭, 서해와 휴전선 근방의 총격전, 삐라냐 대화냐로 10월말~11월초 2차 남북고위급회담이 무산됐다.
여기에 정체성의 혼란, 계파의 갈등을 거듭하는 제1야당의 모습은 국민들의 낙담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진보정치세력의 형편은 어떠한가? 존재감은 갈수록 약화되고 있다. 과거 상처로 인한 상호 불신으로 통합은커녕 연대 연합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일반 국민들은 물론이고 조직적으로 지지 지원했었던 민주노총, 전농, 전여농 등의 조직 대중에게도 새로운 믿음과 기대를 불러일으키지 못하고 있다.
어떻게 할 것인가? 진보당, 정의당, 노동당이 혁신 단결이나 재편 통합을 논의하고, 11~12월 민주노총 직선제 공간에서 제2의 노동자 정치세력화 방안이 공론화될 전망이다. 이런 시점에 혁신노동 혁신자주, 노동중심 진보통합을 주창하는 전국정치단체 <새로하나>가 진보정치를 아끼는 각계 인사들, 진보정치에 몸담아온 정치인들과의 연속 인터뷰를 통해 [진보정치, 성찰과 모색]에 대한 고견을 들어보았다.
다음은 그 여섯 번째로 울산 동구청장을 역임했고 울산 북구에서 국회의원선거에 출마한 바 있는 김창현 전 민주노동당 사무총장, 현 통합진보당 ‘단결과혁신위원회’ 위원을 인터뷰한 내용이다. 인터뷰는 11월 7일 서울역 근처 카페에서 정성희 새로하나 집행위원(소통과혁신연구소 소장)이 진행했다. 편집자.
정성희 소장 : 우선 지금 정세의 특징을 간추려주시지요
김창현 위원 : 위기의 시대라고 표현할 수 있겠지요. 저는 크게 3가지 위기가 우리를 덮치고 있다고 봅니다.
세 가지 위기의 시대 ; 민주 민생 평화의 위기
우선 민주주의의 위기입니다. 87년 6월 항쟁 이후 이제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는 대세이므로 결코 어떤 세력도 돌려 세울 수 없을 것이라는 경향이 넓게 퍼져 있었던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에 이어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우리가 얼마나 안이하게 수구보수 세력을 평가했는지 깨닫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사실 박근혜 정부는 유사 파시스트 정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군사독재정권과 맞서 싸우며 소중히 지켜온 민주주의는 이제 엉망으로 망가져 버렸습니다. 70년대나 있을 법한 내란음모 조작, 통합진보당 해산시도, 전교조와 공무원노조 파괴 및 민주노총 탄압, 사이버 공간 털기, 온갖 도청 감청이 횡행하는 모습을 보다 보면 역사의 초침이 거꾸로 돌아가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심지어 친일과 반공으로 한국근현대사까지 왜곡하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어요.
둘째는 민생의 위기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철도-의료 민영화, 각종 규제완화, 복지정책 후퇴, 경제민주화 포기 등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을 밀어붙이고 있어요. 수많은 노동자와 서민들의 삶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는 실정입니다. 담배 값 인상 방식처럼 일방적으로 서민들의 주머니를 털고 있지요. 공무원들의 연금을 잘라먹겠다는 것도 그렇습니다. 해당 당사자들이 납득할 만한 이유와 근거, 그리고 타협이 필요한 일 아닙니까? 일방적으로 몰아세우면서 경제 살리기를 외친다면 누가 이를 받아들이겠어요? 재벌들의 엄청난 곳간부터 열어야지요.
셋째는 평화의 위기입니다. 얼마 전 북으로 날리는 삐라문제로 결국 2차 남북고위급회담이 무산되었습니다. 오랜만에 다가 온 남북관계 개선의 기회를 걷어차 버린 거지요. 박근혜 정부 들어 좀처럼 남북관계는 회복되지 않고 긴장이 커져왔습니다. 삐라로 인한 DMZ 총격전도 그렇고 작년 한미합동 군사훈련 중 발생한 전쟁위기도 그렇습니다. 국민들은 늘 불안한 상태입니다.
동북아는 새로운 질서를 향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미국의 대중 포위 전략은 보다 노골화되고 중국은 또 하나의 세계적 강국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이제 전쟁할 수 있는 나라를 공공연하게 외치고 러시아는 옛 영광을 되찾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요. 그야말로 낡은 진영논리는 약화되고 각자도생의 새로운 동북아 움직임이 태동하고 있는 것이지요. 지금 남북긴장을 서로 격화시키고 있을 때 입니까? 정말 바보 같은 짓이에요. 100여 년 전 보다 상황이 훨씬 좋지 않아요. 지금 한반도 평화는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습니다.
아무튼 이명박 대통령은 장사꾼 출신이지요. 돈이 되면 하고 돈이 안 되면 안 하는 것이 속성에 깔려 있었다면 박근혜 대통령은 나름 이념형 입니다. 체제와 이념을 지키는 사명감이 있어요.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 동안 우리 사회가 왼편으로 기울어져 있었다고 보면서 이를 바로 잡겠다는 과도한 사명감이죠. 전형적인 극우보수 논리라고 볼 수 있겠지요. 그러니 더욱 위험하지요.
대중정당 단결, 대중조직 강화, 반 박근혜 연대연합
정성희 소장 : 민주주의, 민생, 한반도 평화를 위해 노력하는 진보세력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합니까?
김창현 위원 : 정세는 엄중한데 진보진영은 분열하고 야권연대는 깨진 채 복원의 기미가 없으니 그야말로 심각한 상황 아니겠습니까? 누구보다 우리 민족의 역사를 만들어 온 진보진영은 민주주의와 민생, 한반도 평화를 위해 단결해 싸워야 한다고 봅니다. 무엇보다 단일하고 강력한 반 박근혜 연대연합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실 단결은 투쟁을 통해 얻어지는 것 아니겠습니까? 여러 견해의 차이도 있고 묵은 감정도 있지만 위기감을 공유하고 함께 투쟁해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지 않을까요?
단결은 우선 진보정치세력의 단결이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이렇게 어려운데 여전히 진보정치 세력은 조각조각 갈라져 대중들의 사랑과 기대를 받지 못하고 지리멸렬하고 있으니까요. 하나의 진보통합당을 만들어 강력하게 뭉치는 것이야말로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최대의 과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민주노총, 전농 등 진보적 대중단체들이 튼튼하게 강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진보정당의 근간이고 우리 운동의 미래이며 동력이니까요. 진보정당의 분열은 곧 대중조직의 분열로 이어지는 상황입니다. 이 분열을 시급히 극복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고 봅니다.
이런 바탕 아래 진보정치세력과 진보적 대중단체의 단결과 연대를 실현하는 것, 이것이 아무리 힘들어도 우리의 지상 최대 과제입니다. 결국 단결하여 투쟁하자는 것이지요. 단결은 결국 대중으로부터 나오는 것이잖아요? 대중의 힘과 의지에 기초한 아래로부터 단결운동이 광범하고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정성희 소장 : 진보정치세력이 분열 약화되면서 울산의 제1야당 자리를 새정치민주연합에 내준 형국인데, 지역의 상황은 어떠합니까?
울산, 진보단결 야권연대 못해 제1야당 위상 무너져
김창현 위원 : 지난 6월 지방선거는 전국적으로 어렵고 힘든 선거였지만 특히 울산은 심각한 아픔을 겪었습니다. 울산 북구, 동구의 기초단체장과 시의회 1/3석을 차지하고 있던 명실상부한 울산 제1야당의 위상을 심하게 무너뜨린 결과였으니까요. 시의원 한 석도 못 건지고 단체장을 모두 잃어버렸습니다. 한동안 많은 당원들이 망연자실하며 가슴을 치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무엇보다 마음이 아팠던 것은, 수많은 노동자들로부터 “우리의 당, 우리의 희망”이라는 오랜 기대와 관심이 무너져 있음을 확인했다는 점입니다.
진보정당들은 모두 후보를 내 경쟁했고 힘겹게 야권연대를 실현했으나 새정치민주연합은 중앙에서부터 이를 부인하는 모습을 보여주었고요. 진보진영의 분열, 야권연대의 파괴는 재앙이었습니다. 선거 후 아직까지 공동투쟁, 연대활동이 구체적으로 진행되고 있지 못한 형편입니다.
울산은 노동자의 도시, 진보진영의 든든한 기지입니다. 최근 기층 노동현장에서부터 다시 시작하자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어요. 현장 곳곳에 노동자 당원들이 앞장 서 직장분회와 현장위원회를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울산시당 지도부를 새롭게 건설하였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울산에서 제 1야당의 지위를 갖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봅니다. 당은 기층의 당원이 움직여야 살아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길거리마다 1인 시위, 서명운동, 현장마다 대자보와 현수막을 붙이며 활동하는 당원들은 누가 뭐라 해도 진보정당 당원들이 압도적입니다. 희망을 이 기층당원들로부터 찾고 있어요.
정성희 소장 : 진보정치 분열 약화의 핵심 원인은 무엇입니까? 그리고 대중적 진보정치를 하는 데 어떤 한계와 약점이 있다고 보십니까?
김창현 위원 : 무엇보다 우리는 지난 민주노동당 시절부터 통합진보당에 이르기까지 상호존중과 배려의 리더십을 구축하는 데 실패했다고 봅니다. 노선이 다르고 오랜 운동의 전통과 문화, 경험이 다른 세력이 함께 당을 만들어 공동의 선을 실현하려면 정말 인내하고 또 인내하며 설득하고 토론하고 서로를 세워줘야 한다고 봅니다. 그야말로 깨어지기 쉬운 달걀을 다루듯 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러나 이 단결을 앞세우는 기풍이 무척 취약했지요. 아니 통합의 리더십에 대한 이해가 아주 부족했다고 봅니다.
통합 리더십 부족, 당내 민주주의 실패, 노동중심 약화, 종북공세 무기력, 운동권당 한계
더불어 당원중심의 당내 민주주의 구현에 실패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노동자당원이 전체의 60%를 차지하는 당인데 여전히 노동자당원의 입에서 “우리는 돈 대고 몸 대는 사람들”이라는 불만이 쏟아지는 현실이니까요. 정파의 결정이 당의 결정이 되는 풍토, 소수의 활동가들이 이끌고 가는 당에서 벗어나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지향해야 할 당의 모습이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단결의 구심으로 노동계급의 역할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이 미흡했던 점도 있습니다. 특히 민주노총은 민주노동당을 만든 모체이며 당의 배타적 지지단체로 든든한 주력부대임에도 불구하고 민주노총당으로 불리는 것을 도리어 부담스러워하는 풍토도 있었지요.
또한 분열 약화의 한 이유로 종북 공세에 대한 무기력한 모습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사실 분단체제는 언제나 숨어 있다가 나타나는 무서운 괴물입니다. 반공 반북 소동은 그 어떤 합리적 사고와 상식을 무너뜨리는 소용돌이입니다. 수구보수 세력은 진보세력을 집요하게 종북으로 공격하였고 우리 내부를 분열시킨 촉매 역할을 하였다고 봅니다.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고 선을 긋는 모습을 야기하니까요. 통합진보당에 대한 분단세력들의 총체적 공격이 노리는 바이지요. 분단체제에 안주할 것인가? 분단의 벽을 넘어 전진할 것인가? 단연코 진보정치는 후자로 가야지요. 그럼에도 이 분단체제에 대한 날카로운 인식이 부족했습니다. 종북 공세가 처음 시작될 때 보다 사활적으로 대응했어야 한다고 봅니다. 대중정당의 열려있는 공간에서 오래 활동하면서 경각심이 많이 약해진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리고 아직도 ‘운동권 정당’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데 한계와 약점을 찾을 수 있겠습니다. 사실 우리는 오랜 세월 민족의 자주통일, 노동자와 민중이 주인 된 세상을 외쳐 왔습니다. 누구보다 도덕적 정당성과 내용의 합리성을 강조하였지요. 그런데 우리 진보정치세력은 정당성만 앞세운 채 대중의 상식과 요구에 맞는 당 활동방식을 새롭게 만들어내고 능수능란하게 집행하지 못해 온 것 아닐까요? 저의 표현으로 아무리 아름다운 이상과 꿈도 대중의 언어로 아주 통속적으로 바꾸지 못하면 그저 꿈이 된다는 겁니다. 대중정당다운 합법성, 공개성, 투명성 등을 어떻게 잘 지키며 당 활동을 대중의 언어로 능숙하게 할 것인가 참 많은 고민이 필요한 시기인 듯합니다.
정성희 소장 : 최근 통합진보당이 ‘단결과혁신위원회’를 구성하고 당원 토론용 보고서를 제출하고 오는 11월 23일 당 대회에서 채택할 예정인데, 그 과정과 내용을 소개해주시지요.
‘단결과혁신위’ 보고서, 큰 변화의 첫걸음
김창현 위원 : 위원회 명칭에서 드러나듯 참 어려운 과정을 밟아 한 발 한 발 나아가고 있습니다. 어렵고 힘든 투쟁을 함께 하면서도 당내 이견이 여전히 존재해 왔고 보다 근본적인 혁신과 미래로 가는데 방해요소가 된 것이 사실입니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지요. 당 분열사태와 내란음모 조작, 당 해산청구라는 전대미문의 탄압을 받고 있는 조건에서 전당적으로 당을 지키는 문제가 지상 최대 과제가 되었기에 모든 일에 우선하여 단결하여 투쟁해야 한다는 입장과, 당은 대중적으로 버림을 받으면 해산유무를 떠나 이미 죽은 것과 다를 바 없으므로 어떻게든 당을 혁신하여 대중적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는 입장이 때로 파열음을 내기도 했지요. 지난 지방선거 이후 이를 극복하기 위해 ‘평가와 전망 위원회’가 가동되어 자연스럽게 이런 토론이 이루어졌습니다.
물론 차이가 무엇이고 무엇이 지금 우리의 문제인가 드러나는 계기이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가장 큰 성과는 우리는 단결하여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고 환골탈태하는 혁신을 통해 앞으로 나가자는 공감대가 형성되었다는 점입니다. 단결이 승리의 비결이고 혁신의 동력이라는 것입니다. 과거 혁신이라는 이름 아래 분열하고 망가진 아픈 경험이 있거든요. 무엇보다 당 사수투쟁과 혁신강화는 대립되지 않고 하나로 통일되어 있으며 이 힘으로 노동자, 농민의 당으로 확고히 세워가자는 것이 ‘단결과혁신위원회’의 정신입니다. 사실 그렇잖아요? 당 내부에서조차 단결하고 힘을 제대로 못 모으면서 타 진보정당들, 대중조직과 연대연합을 계획하고 진보대통합을 이야기하는 것이 어불성설 아니겠습니까?
혁신안에는 현 단계 어떻게 단결할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지난 시기 발생했던 여러 문제들에 대한 성찰이 담겨있습니다. 물론 성에 차지 않아 하는 분들도 많이 있습니다만 이제 큰 변화의 첫 발걸음을 내딛기 시작했다는 데 의미를 가져주기 바랍니다. 당내 민주주의 실현 방안, 비정규직 정당으로 다시 일어서기, 종북 극복 및 국민과 소통하는 정당, 노동중심의 정당, 진보대통합 건설 등을 다양하게 제기하고 있습니다.
정성희 소장 : 일제하, 해방정국, 4.19공간 등 현대사의 길목마다 진보정치세력의 통합과 분열의 뼈아픈 교훈이 있는데, 2008년 민주노동당 분당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2012년 통합진보당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김창현 위원 : 2011년 통합과정은 수많은 이들의 가슴을 뛰게 만들었던 극적인 드라마였지요. 연초부터 2012년 정치적 격변기를 능동적으로 맞기 위해 모든 진보진영의 총 단결을 호소하며 시작된 진보대통합 이었잖아요. 민주노총, 전농 등 노동자, 농민, 빈민, 학생, 여성을 대표하는 각 대중조직과 민주노동당, 진보신당이 참여하는 통합의 틀을 이루었고 우여곡절을 겪으며 합의점을 찾아가는 과정이었습니다. 논란의 중심은 9월 4일 진보신당의 대의원대회에서 통합이 부결되면서 불거진 참여당과의 통합문제였지요.
2011년 참여당과 통합하면서 노동운동과 공유 부족
참여당과 통합이 잘못된 노선이었을까요? 저는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진보정당의 강령과 당헌 당규를 준수하겠다는 자유주의 성향의 세력과 연합하고 통합하는 것은 바람직하고 가능한 일이니까요. 그러면 무엇이 문제였을까요? 우선 참여당과 통합으로 인해 진보진영, 특히 노동운동 내부가 심각한 분열과 마찰을 빚게 되었다는 점이지요. 노무현 정부에 들어간 인사들과 국민참여당에 대한 노동자들의 거부감은 그럴만한 이유와 정당성을 갖고 있었거든요. 노무현 정권은 민주정부임에도 불구하고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노동자들에게 고통을 안기고 민주노총을 귀족노조로 매도하며 경원시한 정권이었기 때문입니다.
노동자 농민을 튼튼한 주력으로 세우고 이를 근거로 중간 제 세력을 견인하는 것이야말로 연대연합의 기본원칙이 아니겠습니까?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우리는 참여당과 통합하면서 노동운동진영에 대한 설득과 보다 깊은 공유가 많이 부족했음을 성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 역시 진보신당과 통합이 실패한 후 더 이상 다른 방법이 없다는 생각으로 참여당과 통합을 찬성하면서도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진영의 동의를 구하는 문제에 소홀했음을 뼈아프게 돌아보게 됩니다.
더불어 사실 진보정당은 아래로부터 당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는 데 그 생명력이 있지요. 참여당과의 통합처럼 민감하고 어려운 문제일수록 당원들과 다양한 소통구조를 갖고 대중운동으로 만들어가야 할 일이었거든요. 그러나 총선일정에 쫓기며 당원들과 거의 토론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됨으로써 숱한 불만과 문제의식을 불러일으킨 것이 사실입니다.
또 통합 이후 경선을 통해 비례와 지역구를 배분하였는데 결과적으로 당직처럼 50% 할당의 정신이 관철되지 못함으로 분열의 한 원인이 되었다는 점입니다. 당시로는 최선의 합의안이었는데 자꾸 돌아보게 됩니다. 과연 다른 방법은 전혀 없었을까 하고 말이지요. 다시 같은 상황이 와도 우리는 그렇게 할까? 자주 생각합니다. 존중과 배려의 정신을 보다 진정성 있게 끝까지 관철하지 못했다는 안타까움이겠지요.
2012년 총선 비례후보 배분, 부정선거 해결 잘 못해
그 이후 발생하는 부정경선 시비와 이로 인한 분당과정은 보다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었습니다. 2012년 총선을 앞두고 있었던 국회의원 비례대표 경선과정에서 몇 가지 선거부정이 발생했습니다. 당 진상조사위는 너나 가릴 것 없이 모두 저지른 ‘총체적 부정’으로 규정하였고 이에 지도부는 비례대표 당선자들의 전원사퇴 권고를 결정한 바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이 결정을 억울해도 받아들이는 것이 옳다는 생각을 했어요. 온 국민이 보고 있는 사안이고 어차피 이렇게 된 것, 아주 고강도의 결단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절박감이 작동한 것이지요. 그래서 잘잘못을 떠나 정치 도의적 책임을 지는 것이 옳다 뭐 그런 판단이었지요. 그러나 제 생각이 짧았다는 것을 깨닫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이후 벌어지는 과정이 너무 일방적이고 황당했으니까요.
사실 ‘정치 도의적 책임’, 혹은 ‘정치력 발휘’란 말도 상호 신뢰와 존중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정치 도의적 책임이란 그 말 그대로 정치적 책임을 진다는 의미이지 부정선거의 주범으로 책임을 진다는 말과 전혀 다른 것 아니겠어요? 그런데 당시 상황은 진상이 완전히 드러나지 않은 채 한쪽을 모든 총체적 부정의 주범으로 몰아가는 형국이었어요. 결국 이 과정에서 있을 수 없는 심각한 폭력사태를 빚었고 또 한 당원이 스스로 자결하는 가슴 아픈 일이 발생하기에 이르렀지요.
그래서 국민들의 뇌리에 부정경선이나 저지르는 부도덕한 집단의 영상이 강하게 자리 잡게 된 것이지요. 이 문제는 올바르게 평가되고 성찰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아픈 상처를 그냥 덮어버려 낫지 않으니 말이지요. 이것이야말로 서로 인정하고 치료해야 할 일 아니겠습니까? 서로 성찰하며 사과해야 할 부분이 많이 있을 겁니다. 결국 엄청난 분열을 겪고 나니 누가 승자고 누가 패자이겠습니까? 국민들 눈에 보일 때 모두 한 결 같이 못난 사람들이지요.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획득하지 못한 것은 여러 요인이 있지만, 진보정치 세력의 분열로 인해 대중들에게 실망감을 준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봅니다.
정성희 소장 : 지금까지 진보정치의 리더십, 정책, 이미지, 조직, 문화, 활동방식 등에서 어떤 문제가 있었습니까? 그리고 진보정치는 보수정치나 자유주의정치와 다르게 어떤 모습을 보여야 합니까?
김창현 위원 : 통합적 리더십 구축 실패는 앞에서 말씀 드렸고요. 상호존중과 단결의 리더십을 건설해 가는 것은 현재 진보정당들의 과제이자 향후 건설되어야 할 진보대통합의 과제이기도 합니다. 다수결주의를 넘는 협치의 리더십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기입니다.
다수결 넘는 협치, 대안사회 상 제시, 대중정당 면모, 새민련과의 차별화 등 보강해야
진보정치의 정책하면 떠오르는 것이 있지요. 바로 무상교육, 무상의료 그리고 부유세 아니겠습니까? 부자에게 세금을, 서민에게 복지를! 정말 많은 이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킨 구호였지요. 그 동안 우리는 10년전 이 구호를 뛰어 넘는 진보정당의 정책을 제시하지 못한 것 같아요. 무상교육과 무상의료정책을 계승 발전시킨 새로운 대안사회의 상을 제시하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 실천과제를 개발하는 것이 급선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미지, 조직, 문화는 대중정당답게 변화하자는 것이 답이겠지요. 2000년 민주노동당 창당시절을 돌아보면 대한민국 운동권은 다 모인 것 아니겠습니까? 그러다 보니 합법정당, 대중정당은 어떻게 운영되어야 하며 어떻게 대중적 지지를 모아야 하는지 많이 서툴렀습니다. 쓰는 용어도 일반 대중들이 듣기에 생경하고 우리 스스로 기자들을 통해 국민과 소통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몰랐던 것이지요. 꼴통이미지가 생기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대중정당답게 발전해 가는 길의 핵심은 당원들의 자발성과 참여를 극대화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보수정치와의 차별성은 정책의 신선함과 분명한 목표의식에서 나타나겠지요. 저는 무엇보다 분단에 안주하지 않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활동하는 정당에서 찾고 싶습니다. 또 민주주의의 참된 수호자가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새정치연합은 박근혜 새누리당이 민주주의를 짓밟고 온갖 폭거를 자행해도 비판과 견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세월호 사건이 터져도 무능 무책임의 극치를 보여준 현 정부를 매섭게 질타하지 못합니다. 그리고 민생을 책임지는 정당으로 자리 잡아야 합니다. 경제가 너무 어렵고 노동자 민중의 삶은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데, 누가 이들의 아픔과 눈물을 대변하는지 분명히 해야 할 때 아닐까요? 지금이야말로 제대로 된 진보야당이 필요한 시기이지요.
정성희 소장 : 진보정당의 운영에서 다수 정파의 패권주의는 불가피한 것입니까? 단순히 다수와 소수의 당내 민주주의 문제가 아니라, 위상을 달리하는 정파조직이 진보적 대중정당-대중조직의 단결과 발전을 위해 어떤 자세로 임해야 하는지요?
김창현 위원 : 저는 당권투쟁이나 다수파의 리더십은 어느 당에서나 존재하며 또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당권을 쥐고 자신의 생각과 노선을 현실로 옮기고 싶어 하는 것은 당연하며 이 과정에서 다수파의 전횡, 소수파의 불만이 생겨날 수 있겠지요. 결국 다수 정파의 패권주의는 필연적으로 어느 집단, 어느 정당에서나 크고 작은 차이는 있을지라도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요체는 단결의 리더십을 어떻게 형성하는가에 있겠지요.
패권과 분열 극복의 요체, 대중조직 대중정당의 통합적 리더십의 결합
우리는 다양한 정파가 모여 당을 운영하면서 실제 그런 통합적 리더십을 잘 형성하지 못했어요. 여러 세력이 공존하고 함께 발전하는 단결의 리더십을 세우는 것이 진보의 과제입니다. 이것은 사실 제도문제로 접근해서 답이 나오지 않습니다. 제도적 장치로 패권주의를 완벽히 막을 수 없기 마련이니까요. 과거 민주노동당 시절 당직-공직 선거에 1인 2표제를 1인 1표제로 바꾸는 문제가 참 큰 것이었지만, 다수 정파의 문제가 해결되었나요?
정말 중요한 것은 제도 개선과 함께 정치적 의지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정파를 넘는 리더십, 함께 공감하는 이념과 역량을 갖춘 리더십을 만들어내는 것이 향후 새로운 진보대통합의 근간이 되리라 믿습니다. 그 리더십은 대중적 지지와 연결되어야 하겠지요. 진보정치를 움직이는 힘은 바로 대중의 열망과 지지에 있으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민주노총, 전농 등 대중조직과 진보정당의 통합적 리더십이 결합될 때 정파의 패권과 분파를 극복하는 가장 바람직한 방안이 마련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정성희 소장 : 냉전수구세력의 종북 악선전은 상투적인 수법입니다만, 자주평화통일을 지향하는 진보세력의 어설프고 미숙한 태도는 없었습니까? 종북 공세를 타파할 보다 능동적인 방안은 없을까요?
김창현 위원 : 종북은 상징조작이지요. 민주노동당 시절부터 일관되게 우리민족의 평화로운 자주통일을 지향했습니다. 인간의 얼굴을 남북관계, 남북당국 모두에게서 보고 싶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으며 남북의 대결과 적대감을 해소하고 분단의 상처를 녹이는 길을 찾기에 헌신해 왔지요. 공안세력과 보수언론은 창당초기부터 집요하게 이러한 활동을 친북, 종북 정당으로 매도해 온 바 있고요. 사실 맹목적으로 북을 추종하는 정당도 아닐 뿐 아니라 그런 행동을 벌인 바도 없습니다. 종북 정당의 이미지는 공안세력의 상징 조작의 성격이 크다고 봅니다.
침묵으로 종북 매도, 시시비비 밝히고 국민 설득할 터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중적으로 종북 집단의 이미지가 형성되었다는 것이지요. 여기에는 대북관련 일부 사건에 대한 공안세력과 보수언론의 공세도 있었지만 우리의 소극적 태도 역시 일정 영향을 끼친 것이 사실입니다. 앞으로 종북 공세 타파를 위해 보다 적극 노력해야 한다고 봅니다. 무엇 보다 북 핵-미사일, 북 인권, 북의 권력승계 등 대북 쟁점마다 침묵이나 소극적 대응이 아니라 명확한 입장을 갖고 적극적으로 국민을 설득해야 하지 않을까요? 우리는 대한민국 내 존재하는 진보정당이며 국민의 입장에서 국민적 정서를 소중히 여기며 대응해야 하니까요.
기준은 6.15공동선언의 정신입니다. 6.15공동선언에는 우리민족끼리 자주적으로 평화롭게 통일한다는 정신과 이를 실현하기 위해 상호 비방하고 대립하는 행위를 하지 말자고 못을 박고 있으니까요. 남이든 북이든 체제와 활동을 비난하고 포탄이 날아다니는 행위는 반드시 없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이에 따라 남이든 북이든 시시비비를 분명히 하고 당의 입장을 밝혀 가야 합니다. 더불어 분단으로 인해 생긴 상처를 포용하면서 국민과 적극적으로 소통한다면 그 동안 생긴 오해와 의구심도 씻어지리라 생각합니다.
정성희 소장 : 진보정치가 어려워지니까 '새정치민주연합의 좌측으로 들어가자’, ‘각개약진 후 장기적으로 통합하자’, ‘이제 지역과 부문의 대중조직 강화에만 매진하자’는 등의 여러 견해가 나타나는데, 새로운 진보통합당이 필요한지, 가능한지에 대해 말씀해주시지요.
김창현 위원 : 새정치민주연합 좌측 방은 굳이 언급하고 싶지 않네요. 가는 길이 울퉁불퉁해도 함께 가는 것이 진보정당운동을 하는 이들의 숙명 아니겠습니까? 그 속에 들어가 희망도 꿈도 없이 살면 뭐 하겠습니까? 우리는 진보대통합을 통해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동안 여러 사건이 있었고 그래서 통합이 그 이전보다 훨씬 힘들지만 급변하는 내외 정세를 보나, 우리가 처한 현실을 보아도 진보통합당 건설을 마냥 먼 훗날의 일로 두어서는 안 됩니다. 사실 지난 6.4 지방선거는 진보진영의 현 주소를 여실히 보여주지 않았습니까? 통합진보당은 물론이고 정의당, 노동당 할 것 없이 진보정치 세력의 위상은 크게 실추되고 정국 개입력이 바닥을 기고 있습니다.
진보정치세력들, 각개약진으로 지지와 믿음 회복할 수 없다
현 시기 우리가 처해 있는 위기는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구조적이며 근본적인 위기이며 그 본질은 진보진영의 분열에서 비롯되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현재와 같이 여러 진보정당으로 나눠진 모습으로는 아무리 헌신적으로 국민 속에 들어가 눈물로 호소해도 잃어버린 지지와 믿음을 되찾기는 힘들 겁니다. 많은 국민들, 특히 진보정당을 아끼는 대중조직과 시민운동 진영은 한결 같이 우리에게 단결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저는 진보대통합의 기치를 새롭게 들자고 말씀 드리고 싶네요.
2011년 민주노총 등의 대중조직과 진보정당이 힘을 모으는 큰 틀을 가까스로 만들었으나 얼마 못 가 더 큰 규모의 분열을 맛보았고 진보대통합의 단어가 지금 얼마나 힘들고 대중적으로 식상해 있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벌써 걱정이 앞서는 것도 사실이고요. 그래서 이제 우리가 제기해야 할 새로운 진보대통합은 과거와 비교해 무엇을 성찰하고 무엇을 계승하며 어떻게 성공시킬 것인지 분명히 해야 할 것이라고 봅니다.
정성희 소장 : 노동진보정치세력 간의 상처와 불신, 지역 주민들의 외면과 냉소를 극복하고 다시는 실패하지 않을 진보정치 혁신통합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합니까?
김창현 위원 : 무엇보다 성찰과 혁신이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누구보다 먼저 우리 통합진보당이 가장 큰 책임감을 갖고 진지한 성찰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단결을 중시하고 통합을 추진했던 당으로 분열의 가장 큰 책임을 갖고 있으니까요. 지난 평가와 전망 위원회, 단결과 혁신 위원회의 토론과정에서 그런 성찰과 혁신의 기운이 높아졌어요. 진보진영과 단결하여 새롭게 미래를 만들어 가야 한다는 고심이 깊어졌습니다.
그리고 노동정치의 부활이 새로운 진보대통합당 건설의 추진 원동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노동자 대중의 힘에 의하여 단일대오를 만들어야 되지 않을까요? 이를 바탕으로 과거불문하고 누구든 함께 동참할 수 있는 거대한 틀을 세워야겠지요. 통합과 분열의 과정에서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운동진영과 정치적 단결을 앞세우면서 노동자대중의 단결 단합에 입각하지 못했다는 뼈아픈 성찰이 있으니까요.
성찰과 혁신, 연대연합 거쳐 진보대통합으로
지난 시기 분열에 대한 성찰과 반성을 교훈 삼아 다시는 실패하지 않는 진보대통합을 이루어내야 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저 스스로 진보정치의 초심으로 돌아가 진보대통합에 복무하려고 합니다. 결자해지의 심정이지요. 누구보다 진보정당운동에 아주 깊숙이 관여하였고 지금의 위기에 누구보다 책임감을 크게 느끼고 있습니다. 각자의 장에서 혁신과 성찰이 진행되고 당면 대중투쟁에 함께 연대하면서 논의를 진행시켜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는 통합진보당의 혁신강화에 관심이 많습니다. 성찰과 혁신 강화 없이 헤쳐모여식 진보대통합은 또 다른 실패로 귀결될 가능성이 너무 크기 때문이지요.
정성희 소장 : 노동자, 농민, 서민의 새로운 기대를 일으키는 진보정치의 재구성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김창현 위원 : 몇 가지 원칙 아래 진행되어야 하지 않을 까 생각합니다. 첫째, 새로운 진보대통합당 건설은 진보정당운동의 역사 속에서 지켜져 온 진보의 가치와 노선을 철저히 계승하는 입장에 서야 한다고 봅니다. 자주와 평등의 가치 실현, 진성당원제에 기초한 당원 민주주의 구현, 자주통일정당, 연대연합정당, 합법정당의 노선이 훼손되지 않는 통합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과거의 단순한 답습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 지금까지 진보정당운동 과정에서 얻어진 교훈, 새로운 시대적 요청, 끊임없이 변화발전하고 있는 대중의 요구, 주객관적 조건과 환경을 총체적으로 반영하고 그것들을 현실에 맞게 발전시켜야 할 것입니다.
둘째, 아래로부터 대통합의 원칙을 지켜가자는 겁니다. 지난 시기 상층중심의 정치공학적 통합은 반드시 실패한다는 교훈을 얻은 바 있어요. 진보정당간 통합은 정치적 이용 혹은 일시적 제휴가 아니잖아요? 그야말로 전략적인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는 겁니다. 서로 실천적 검증과 공동투쟁의 경험을 통한 정치적 신뢰 확보, 상층의 협상만이 아닌 아래로부터 단결의 토대 구축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일시적인 정치적 이해관계를 앞세운 상층중심의 허약한 통합은 정치적 이해관계가 달라지면 언제든지 파괴될 수 있고 경우에 따라 불순한 정치적 의도와 공작이 끼어 들 수 있기 때문이지요. 연대연합의 경험을 축적해 가는 가운데 시간을 두고 아래로부터 토대를 구축하는 과정이야말로 우리가 추구해야 할 통합의 방식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새 진보대통합의 원칙 ; 가치와 노선 계승, 아래로부터, 노동중심, 과거불문
셋째, 노동중심성과 당의 계급적 기반을 소중히 여기는 통합이어야 할 겁니다. 우리 당은 민주노총 대의원대회 결의로 창당되었고 노동자의 힘을 주 동력으로 성장 발전해 왔습니다. 공안탄압에 의해 파괴되거나 기성정치의 높은 벽에 가로막혀 좌절을 되풀이하던 한국의 진보정당운동이 당당히 진보정치의 권리를 쟁취할 수 있었던 것은 강력한 힘으로 성장한 노동계급의 정치적 진출의 결과임을 부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민주노총의 민주노동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야말로 진보정당의 노동자중심성을 조직적으로 구현한 것이었지요. 노동계급이 진보정치의 주체가 되어 노동자가 주인이 되는 사회를 건설하겠다는 정치적 열망과 의지를 담고 있었던 것이지요. 전농도 배타적 지지방침으로 농민의 정치적 진출을 한 방향으로 모을 수 있었습니다. 이 방침은 노동자와 농민 지도자들이 지배세력과 보수야당의 동원 대상, 정치적 충원대상이 되는 것을 차단하는 역할을 해 왔지요. 최근 일부 노동운동의 상층인사들이 보수야당에 입당하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도 배타적 지지방침의 철회와 관련이 있다 할 것입니다. 진보정당세력의 난립과 분열을 막는 장치로도 작동해 왔습니다.
그럼에도 노동자들은 “몸 대고 돈 대는” 일만 할 뿐 정치적 과실은 정파들이 독점한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뼈아프게 성찰해야 할 대목입니다. 노동중심성의 정신이 구두선에 그쳐 버렸기 때문이지요. 노동중심성은 정파를 뛰어넘는 원칙과 가치이며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진보대통합을 구축해야 하지 않을까요? 진보대통합은 제2의 노동자 정치세력화 운동과 배타적 지지를 바탕으로 노동자들의 정치적 희망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넷째, 진보정치의 폭넓은 단결을 실현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새로운 진보대통합당은 진보의 원칙과 가치에 동의하는 세력, 인사라면 과거를 묻지 않고 폭넓게 대단결해야 한다는 겁니다. 새로운 진보대통합당 건설은 백지 위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지난 10여 년 간의 진보정당운동 과정에서 두 차례의 분열 사태, 그로 인한 심각한 상처 위에서 추진되는 것이니까요. 이러한 조건에서 지난날의 감정이나 잘못, 실수나 오류를 내세우게 된다면 새로운 진보대통합당 건설은 불가능하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새로운 진보대통합당 건설은 과거불문의 원칙을 내세워 오로지 진보의 원칙과 가치에 동의하는 세력이라면 폭넓게 대단결해야 하지 않을까요?
분열을 성찰하고 기득권 내려놓고 초심에서 시작하자
조심스럽게 말씀 드릴 수 있는 것은 지난 시기 진보정당의 분열에 대한 성찰과 반성을 토대로 모두 그 어떤 기득권도 내려놓고 초심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소통과 설복, 존중과 배려의 통합적 리더십을 구축할 수 있는가의 여부가 진보대통합의 성패를 좌우하는 결정적 요소이니까요. 새로운 진보대통합당을 만드는 단계에서부터 기득권을 과감하게 내려놓고 밑거름이 되는 자세로 헌신 복무하는 태도가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것 같습니다.
[진보정치 성찰과 모색 연속 인터뷰] 지난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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