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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의 참패, 자본의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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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의 참패, 자본의 승리

[주간 프레시안 뷰] '부시의 유산' 청산 못한 오바마

현지시간으로 11월 4일 치러진 미국 중간선거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속한 민주당이 참패했습니다. 하원에 이어 상원마저 공화당에 내줬습니다. 반세기 만의 최악의 참패라고 합니다. '오바마 참패'의 의미는 각별합니다. 6년 전, '과감한 변화'를 내세우며 당선됐던 그가 결국 변화를 이루지 못했다는 사실을 드러냈기 때문입니다. 부시 전 대통령도 임기를 2년 앞둔 2006년 중간선거에서 참패했습니다. 이라크 전쟁 등 무책임한 군사적 모험주의에 대한 미 국민의 응징이었습니다. 각성의 흐름은 2008년 '오바마 승리'를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의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했습니다. 이번 중간선거는 지난 6년간 오바마의 국정 운영에 대한 준엄한 심판입니다.

▲ 미국 중간선거 이후 '고개숙인' 오바마 대통령. ⓒ연합뉴스

'오바마 실패'는 예견된 것이었습니다. 미국의 가장 중요한 개혁과제인 군사주의 탈피와 금융구조 개혁을 시도조차 못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도 그는 부시가 일으킨 '테러와의 전쟁'을 확실하게 끝냈어야 합니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을 모두 철수시키고 러시아·이란을 포함해 관련 당사국과 팔레스타인 문제 등 중동 전반의 평화를 위한 담대한 구상을 실천했어야 합니다. 하지만 그는 이라크 미군은 철수시킨 반면, 아프간 미군은 증강하는 미세 조정에 그치고 말았습니다. 오히려 오사마 빈 라덴 등 이슬람 테러분자에 대한 표적 살해를 확대하고, 리비아와 시리아 내전 등에 대한 무력 개입을 확대했습니다. 그 결과가 지난 6월 이슬람국가(IS)의 화려한(?) 등장이었고 이것이 오바마 대통령에게는 치명타가 됐습니다. 결국 오바마 대통령은 '부시의 유산'을 청산하지 못한 채 허우적대다 침몰한 것입니다.

건강보험 개혁 등 경제정책도 패인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미국 경제 상황은 유럽이나 일본에 비해 훨씬 나은 편이지만, 금융개혁 실패는 중간선거 패인의 핵심입니다. 부시 대통령 재임 당시인 2008년에 발생한 금융위기는 미국의 국력이 쇠퇴한 결정적 계기였습니다. 수조 달러에 이르는 공적 자금(국민의 혈세)을 퍼부어 위기를 진정시켰으나, 금융기관의 투기적 행태를 규제할 수 있는 근본적 금융개혁이 필요했습니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은 의미 있는 금융개혁을 전혀 이루지 못했습니다. 지난 2010년 금융개혁을 위한 도드-프랭크법이 제정됐으나, 파생상품 규제 등 실질적인 규제안은 전혀 마련되지 않고 있습니다. 미국의 11개 대형 은행들은 연방예금보험공사에 대한 악성부채 처리방안 제출을 마냥 연기하고 있습니다. 반면, 금융기관의 정치자금 기부 규모는 해가 갈수록 늘어만 가고 있습니다. 한 시민단체 집계에 따르면, 2005~2006년 10억 달러 미만에서 2007~2008년에는 13억 달러 이상으로, 그리고 2011~2012년에는 15억 달러 이상으로 늘어났습니다.

한 마디로, 미국 정치가 돈에 매수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현상은 이번 중간선거에서도 드러났습니다. 워싱턴에 있는 선거감시단체 '책임정치센터(CRP)'는 이번 중간선거에서 최소 10억 달러 이상의 '검은 돈'이 뿌려졌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역대 중간선거 사상 최대이며 4년 전 중간선거에 비해 무려 17배나 된다고 합니다. 이는 지난 4월 연방대법원이 선거자금 기부 총액을 제한하는 연방선거법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위헌 결정을 내렸기 때문입니다. 개인이 특정 후보나 정당에 무제한으로 돈을 제공하는 것이 '표현의 자유'라며 합법화해준 것입니다.

당시 척 슈머 민주당 상원의원은 "이제 더 이상 법이 정치시스템의 공정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해석이 가능하다"고 비판했고,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미국을 건국한 조상들은 돈(money)의 정부가 아니라 다수(many)의 정부와 민주주의를 위해 목숨을 바쳤다"고 꼬집었습니다. 하지만 소용없는 일입니다. 표현의 자유를 앞세운 돈의 공세 앞에 미국의 정치인들은 자본의 하수인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때문에 이번 선거의 진정한 승자는 공화당이 아니라 자본이라는 비판이 진보진영에서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선거가 국민의 뜻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자본의 명령을 하달하는 장치로 타락했다는 것입니다.

한편, 이번 선거 결과는 미국 유권자들의 기존 정치시스템에 대한 불신과 분노가 극에 달했음을 보여줍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미국의 정치권력이 10년 사이에 4차례나 바뀌었다"며 "이는 유권자들이 양당 모두를 불신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제까지 민주, 공화 양당이 한번 상·하원의 다수당 지위를 차지하면 10년 이상 그 지위를 유지해왔습니다. 하지만 최근 10년간 2006년 상·하원, 2008년 대통령, 2010년 하원, 올해는 상원 등 선거가 있을 때마다 주인이 바뀌었다는 것입니다. 국민들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정당이 없다는 얘깁니다. "미국은 양당제가 아니다. 단 하나의 정당이 있을 뿐이다. 그것은 '월스트리트당'이다"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처럼 타락한 미국의 선거는 브라질, 볼리비아 등 남미의 선거와 극명하게 대비됩니다. 브라질 출신 언론인 페페 에스코바르의 지적대로 남미의 '약동하는 민주주의'는 남미 주민들을 신자유주의의 질곡에서 구해내는 반면 미국의 선거는 정치를 돈의 하수인으로, 따라서 국민을 자본의 노예로 만들고 있습니다. 부시의 군사주의가 중동지역 등을 혼란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면 미국의 금권정치는 미국 국내를 분열과 반목으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그런 미국이 요즘 뭐라고 불리는지 아십니까? '혼돈의 제국(Empire of Chaos)'입니다.

<주간 프레시안 뷰>는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만의 차별화된 고급 칼럼지입니다. <프레시안 뷰>는 한 주간의 이슈를 정치/경제/국제/생태/세월호 등으로 나눠 각 분야 전문 필진들의 칼럼을 담고 있습니다.

정치는 임경구 프레시안 기자 및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가 번갈아 담당하며, 경제는 정태인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원장, 국제는 박인규 프레시안 편집인이 맡고 있습니다. 생태와 세월호는 각각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과 김익한 명지대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 원장이 격주로 진행합니다.

이 중 매주 한두 편의 칼럼을 공개하고자 합니다.

※ 창간 이후 조합원 및 후원회원 '프레시앙'만이 열람 가능했던 <주간 프레시안 뷰>는 앞으로 최신호를 제외한 각 호를 일반 독자도 내려받을 수 있습니다.(☞ <주간 프레시안 뷰> 내려받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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