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최 여부를 두고 혼선을 거듭했던 한나라당 4차 TV토론회가 파행으로 치닫고 있다. TV토론회가 열릴 때마다 '십자포화'를 맞아 온 이명박 후보 측이 사실상 이를 거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일정·피로도 감안" vs "후보사퇴 아니냐"
한나라당 경선관리위원회는 10일 정오까지 오는 16일로 예정된 4차 토론회 개최에 대한 동의서를 제출해 줄 것을 각 캠프에 요구했지만 이명박 캠프는 결국 동의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나머지 후보는 모두 동의서를 제출한 상태다. 대신 이 후보 측은 토론회 날짜를 12일로 조정해 줄 것과 네거티브 방지대책을 마련해 줄 것을 당에 공식 요구하고 있다.
이 후보 측은 "후보의 일정과 피로도를 감안한 요구"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박근혜 후보 측은 "사실상 후보사퇴를 하겠다는 것이냐"면서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박근혜 캠프의 이혜훈 대변인은 논평에서 "사실상 KBS 토론회는 무산됐다"면서 "이명박 후보 측은 당의 경선관리위원회가 일정을 발표한 직후부터 지금까지 토론회를 무산시키기 위한 갖가지 억지를 다 동원하다 드디어 사실상 불참을 선언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해당 토론회의 주제가 '도덕성 검증'이라는 점도 의심의 눈초리를 샀다. 이 주제는 애초 KBS 측의 기획 단계에서 결정된 것.
이 대변인은 "도덕성과 자질 검증이 죽기보다 싫은 이 후보의 사정이야 십분 이해하지만, 검증 거부는 후보사퇴 의사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서울 합동연설회의 연설기회를 박탈하는 등 강력한 패널티를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명박 캠프의 장광근 대변인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일정과 마찬가지로 주제도 아직까지 결정된 것이 아니지 않느냐"면서 "좀 더 지켜보자"고만 말했다.
경선위 "일정변경은 이제 불가능"
일단 한나라당 경선관리위원회은 일단 16일 토론회를 밀어 붙인다는 계획. 경선 전 마지막 TV 토론회가 박근혜, 홍준표, 원희룡 후보 3인만 참석하는 '반쪽 토론회'로 전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경선관리위 최구식 대변인은 "이제 현실적으로 토론회 일정 자체를 12일로 변경하는 것은 불가능한 시점이 됐다"면서 "16일 토론회는 변함 없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경우 KBS 측은 중계를 거부한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는 상황. 최 대변인은 "이명박 후보가 결국 불참한다면 방송사의 생중계 없이 3명의 후보만이 참가하는 '인터넷 중계 토론회'가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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