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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주권 '외주화' 한 박근혜, 군통수권자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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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주권 '외주화' 한 박근혜, 군통수권자 맞나?

[정욱식 칼럼] 그런 '조건'은 영원히 오지 않는다

한마디로 '안보 주권 포기 선언'이다. 23일 한미연례안보회의(SCM)에서 전시작전통제권를 '조건'에 충족되어야 환수한다고 합의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SCM 공동성명에서는 그 조건에 대해 "한국과 동맹국의 결정적인 군사능력이 갖춰지고 한반도와 역내 안보환경이 안정적인 전작권 전환에 부합할 때"라고 언급했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한국군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킬 체인'과 '한국형 미사일방어체제'(KAMD)가 구축되는 시기를 의미한다. 이와 관련해 한국 국방부는 2020년대 중반에는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한국이 '킬 체인'과 KAMD 능력을 강화하고 미국은 핵우산, 미사일방어체제(MD), 재래식 군사력으로 이뤄진 '확장 억제'를 강화하는데, 북한은 팔짱만 끼고 있을까? 한국이 전작권 환수를 할 때까지 북한은 "핵 억제력"을 동결하면서 기다려줄까? 안보는 상대가 있는 게임이다. 어느 한쪽이 상대방의 억제력을 무력화하려고 군비를 증강하면, 다른 쪽도 자신의 억제력을 유지․강화하기 위해 군비를 늘릴 것이라는 점은 삼척동자도 아는 상식에 속한다.

▲ 23일(현지시각) 미 국방부 청사(펜타곤)에 도착해 사전 의전행사를 지켜보고 있는 한민구(왼쪽)국방부 장관과 척 헤이글 미 국방부 장관 ⓒAP=연합뉴스

박근혜 정부가 말하는 2020년대 중반을 상정해보자. 북한은 현재 갖고 있는 영변 핵시설을 총가동하면 매년 5-10개 정도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다. 이 추세라면 북한은 현재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를 포함해 2020년대 중반에 100개 안팎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이 가운데 상당수는 탄도미사일, 지대지 미사일, 신형 방사포 등 다양한 투발수단에 탑재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 한미 양국이 6자회담을 비롯한 북핵 협상에는 팔짱만 끼고 있고, ‘맞춤형 억제’ 강화에만 몰두하면 이러한 시나리오는 결코 기우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한국의 '따라잡기'와 북한의 '도망가기'가 계속 반복될 수밖에 없다. 박근혜 정부가 말하는 전작권 전환의 '조건'은 영원히 오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시기도 명시하지 않고 조건만 강조한 이번 결정이 안보 주권 포기 선언과 다름없다는 지적은 이러한 맥락에서 나오는 것이다. 하여 전작권 환수는 '조건'의 문제가 아니라 '의지'의 문제이다.

또한 이번 결정은 박근혜 대통령의 최고 군 통수권자로서의 자질을 더욱 의심케 만든다. 박 대통령은 남북한의 국지전 발생 위기 시 현장 지휘관의 판단에 그 대응을 위임하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히고 있다. 얼마 전에 있었던 서해와 연천에서의 국지 충돌도 이러한 위임 하에 발생했다. 또한 한반도 전면전 발생 시 전작권은 계속 미국에 맡아달라고 애원해 이를 관철시켰다. 국지전은 한국군에게, 전면전은 미군에게 '외주화'하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에게 주어진 군통수권을 스스로 거부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이는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적인 원리이자 헌법상의 가장 중요한 정신인 문민통제 원칙을 훼손하는 것이다.

문제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마땅히 받아야 할, 그것도 미국이 가져가라는 전작권 환수를 무기한 연기하면서 미국은 '꽃놀이패'를 계속 쥐게 됐다. 반면 우리는 국민 주권의 심각한 훼손을 감수해야 할 처지에 몰렸다. 이번 SCM에서는 전작권 환수 재연기 여파로 연합사는 용산기지에, 미2사단 예하 210화력여단은 동두천에 잔류키로 했다. 이는 10년 전에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치르면서 국회에서 통과된 용산기지 이전계획과 연합토지관리계획을 뒤집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국민의 대의기구인 국회는 한미동맹 앞에서 '식물 국회'로 추락하게 되었고, 미군기지를 반환받아 여러 가지 발전 계획을 세웠던 해당 지자체 및 지역 주민의 꿈도 산산이 깨지게 됐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했는데, 적어도 기지 문제와 관련해서는 미국으로부터 나오고 있는 셈이다.

더구나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에 "전작권을 차질없이 환수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고 인수위 때에도 이런 입장을 거듭 확인했었다. 그런데 국민에게 단 한마디의 설명이나 양해도 없이 대선 공약을 파기해버렸다. 국민 주권에 대한 심각한 모독이 아닐 수 없다.

보다 전략적인 차원에서 한국의 안보 주권이 위협받을 공산도 커졌다. 전작권 환수가 사실상 무기한 연기되었다는 것은 한미동맹에서 미국이 계속 주도적․우월적 위치를 점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미국은 한미동맹을 한국 방어동맹에서 "지역적, 세계적 수준"으로 넓히려고 한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한미동맹을 미·일 동맹에 편입시켜 한미일 삼각동맹으로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중국을 견제․봉쇄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SCM에 "한미일 사이에 군사정보 공유의 중요성을 재확인"한다는 합의가 들어간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이러한 추세가 계속되면 한국은 미·일 동맹의 대중국 봉쇄 전초기지로 전락할 위험이 커진다. 주권 국가라는 한국의 영토가 제3자를 겨냥한 군사기지화가 된다는 것만큼이나 국가 주권의 심각한 훼손은 없다. 사드(THAAD) 배치를 둘러싼 미·중 간의 갈등은 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국내 반대 여론과 중국 및 러시아의 반대로 사드 배치는 유보되었지만, 미국이 동맹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사드 배치를 재추진할 개연성은 얼마든지 있다.

더구나 펜타곤은 연합사와 2사단 일부 전력을 용산 및 동두천에 그대로 담겨둘 수 있게 되었다. 이는 확장되고 있는 평택기지에 여유 공간이 그만큼 생기게 되고 미국은 필요에 따라 '순환 전력'을 이곳에 배치할 수 있게 된다. 평택은 중국 심장부에게 가장 가까인 미군기지이다. 이곳에 미군의 추가 전력이 수시로 왔다갔다 하면 한국은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신세’로 더더욱 전락하게 된다.

결론적으로 이번 합의가 나온 10월 23일은 박근혜 정부의 '안보 주권 포기 선언의 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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