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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보육 '광' 팔던 박근혜, 교육감에 '피박' 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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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보육 '광' 팔던 박근혜, 교육감에 '피박' 씌워"

누리과정 예산 둘러싼 정부-교육청 힘겨루기로 국정감사 한때 중단

"박근혜 대통령이 (무상보육) '광'을 팔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교육감들에게 '피박'을 씌우나."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안민석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16일 이렇게 말했다. 만 3~5세 영유아의 어린이집 보육료를 지원하는 '누리 과정'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 가운데 하나였는데, 그에 필요한 재정 부담을 정부가 내년부터 시·도교육청에게 떠넘기겠다고 나선 것에 대한 비판이다.

이날 열린 국회 교문위의 서울시교육청, 경기도교육청, 강원도교육청에 대한 국정감사는 시작도 하기 전부터 누리 과정 예산 편성 문제가 뜨거운 쟁점이 됐다.

전날 있었던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황우여 교육부 장관의 합동 기자회견 내용 때문이다. 두 장관은 "내년 누리 과정이 차질 없이 시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중앙정부에서는 이 사업 예산을 전혀 편성하지 않고, 각 시·도교육청에게 내려가는 교육부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서 전액 충당하라는 것이었다.

내년 지방 교육재정 교부금은 줄어들 예정이다. 올해보다 1조3475억 원이 줄어든 39조5206억 원이 편성돼 있다. 반면 누리과정과 초등학교 돌봄교실 사업은 확대되는 상황이다. 내년 누리과정에는 3조6000억 원(교육부가 2조2000원 지원 예정), 초등학교 돌봄교실 사업은 6600억 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앙정부로부터 받는 교부금은 줄어들고 관련 사업에 필요한 돈은 늘어나는 상황에서 정부의 요구는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 시·도교육감들의 주장이다. 때문에 17개 시·도교육감들은 "누리과정 등은 정부시책사업인 만큼 중앙정부가 부담해야 한다"는 요구를 이미 밝힌 바 있다.

그런 가운데 정부가 다시 두 장관의 합동 기자회견을 통해 시·도교육감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음을 확인한 것이다.

교육문화체육관광위 소속 야당 위원들은 이날 국정감사에 앞서 전날 두 장관의 합동 기자회견 내용을 비판하며 황우여 장관을 불러 진의를 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교문위의 오전 국정감사는 진행되지 못했다.

"돈 주는데 교육감들이 '배째라'는 것처럼 정부가 국민 호도"

국회 교문위 야당 위원들은 본격적인 국정감사에 앞서 일제히 황우여 장관을 호출해 긴급 현안보고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특히 야당 의원들은 "정부가 국민을 호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두 장관은 어제 예산이 추가로 증액되는 것처럼 발언했지만 교육부에 확인 결과 사실이 아니었다"(배재정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는 것이다.

정진후 정의당 의원도 "정부와 일부 언론은 마치 교육청이 무상급식 등으로 예산을 다른 데 쓰느라고 누리과정을 진행하지 못하는 것으로 호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유은혜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지방 교육재정 교부금의 편성권은 교육감에게 있다"며 "정부가 누리과정 재원을 지방 교육재정에서 부담하도록 하는 것은 이 편성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설훈 위원장도 "어린이집은 교육기관이 아니라 보육기관인만큼 보건복지부에 그 책임이 있는데 더욱이 고갈 상태인 지방 교육재정에서 그 예산을 감당하라고 하는 것은 교문위 위원장으로서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말했다.

하지만 새누리당 소속 위원들은 정부의 예산 편성권은 인정해줘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강은희 새누리당 의원은 "누리과정에 차질이 있으면 안 된다는 것은 다 공감한다"면서도 "세수 부족에 따른 재정상 어려움은 교육뿐 아니라 모든 부분에 있으며 황우여 장관이 특별히 교육 예산만 조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유재중 새누리당 의원도 "예산 편성권은 정부에 있지만 국회가 심의 확정하는 것"이라며 "국정 감사가 끝나고 예산 심의 과정에서 충분히 논의가 가능한 일이고 정부가 편성 계획을 발표하는 일을 잘못이라 할 수는 없다"며 황 장관의 출석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여야는 황 장관의 긴급 호출 여부를 놓고 간사간 협의를 진행했지만,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다.

조희연 "교육부라도 교육예산 확보 위해 싸웠으면…"

오후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된 서울·경기·강원교육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도 누리과정은 집중 질의 대상이 됐다.

국정감사에 출석한 교육감 세 명은 일제히 "누리과정 예산을 지방 교육재정 교부금에서 편성하는 일은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민병희 강원교육감은 "법률적으로 누리 과정 예산을 시·도교육청에서 편성해야 할 책임과 권한이 없다"고 말했다. 어린이집이 교육기관으로 규정돼 있지 않은 점을 재차 지적한 것이다.

이재정 경기교육감은 "가장 큰 문제는 기획재정부가 교부금 총액이 늘어날 것이라는 잘못된 추계를 했던 것"이라며 "기재부는 내년도 교부금이 49조로 예상했었지만 실제 편성된 것은 39조5000억 원"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육감은 "기재부의 잘못된 재정 추계에서 비롯된 문제를 지방교육청에 맡기는 것은 해결할 수 없는 일을 해결하라고 하는 격"이라며 "이 문제 해결을 위해 기재부가 과감한 대책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기획재정부는 긴축재정 논리를 편다고 하지만 교육부는 교육예산 확보를 위해 적극적으로 싸웠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16일 열린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국정감사에 참석한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민병희 강원도교육감의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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