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가 2014년 9월 29일부터 10월 17일까지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일대에서 열린다. 총회는 193개 회원국, 국제기구, 글로벌 기업 등의 약 2만 명이 참가해 개최되는 환경 분야 최대 규모의 정부 간 국제회의다. 생물다양성의 보전과 현명한 이용, 생물자원의 이용으로부터 얻어지는 이익의 공유 등에 대해 논의하게 된다.
생물다양성협약(CBD: Convention on Biological Diversity)은 기후변화협약, 사막화방지협약과 더불어 1992년 체결된 리우 3대 환경협약 중 하나다.
생물다양성이란 무엇이고, 우리는 이 총회에서 무엇을 얻을 수 있는가. 그리고 각종 국제대회 때마다 홍보에 열을 올리던 정부는 왜 이번 총회에 대해 이렇게 조용하고, 또 왜 언론은 이렇게 조용한가. <프레시안>은 지난 2008년부터 2010년 10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 유치 운동을 벌였던 김영호 전 산업자원부장관을 만나 생물다양성협약과 관련한 여러 이야기를 들었다.
생물다양성은 창조 경제, 미래 산업, 가치 창조는 물론, 지구 생태계 보존과 생명 존중 등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개념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김 전 장관은 "과거에는 운석과의 충돌이라든지, 빙하기, 이런 것에 의한 멸종이 이뤄졌는데, 지금은 인간이라는 생물종에 의해 다른 생물종의 멸종이 일어나는 시대"라며 "결국 생물다양성의 파괴는 인간을 위협하는 요소"라고 지적했다.
김 전 장관은 인류가 얻는 먹거리, 약, 기술 등 생존에 필요한 것들이 대부분 생물에 기반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생태계의 파괴가 인간 세계의 파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지속 가능한 발전은 곧 지속 가능한 인류 사회를 만들기 위한 전제 조건이 된다. 생물 산업, 즉 바이오산업의 어마어마한 잠재적 시장 가치는 덤이다. 김 전 장관은 "우리나라 신성장 산업으로도 바이오산업 부분이 제일 적절한 분야라고 본다. 새로운 기술 혁신에 있어서도 중요한 분야고, 일자리 창출에 있어서도 중요한 분야"라고 말했다.
김 전 장관은 생물다양성 관련 논의가 궁극적으로 '자원으로서 생물'과 '생명으로서 존엄'이라는 모순을 해결해가는 과정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편집자
생물다양성, 그 무한한 가능성
프레시안 : 생물다양성에 대해 잠시 설명을 해주신다면?
김영호 : 생물다양성이라 하는 것은 종 다양성, 생태 다양성, 유전자 다양성, 이 세 가지를 통틀어서 일컫는 말입니다. 옛날에는 하늘에 제비도 있고 참새도 있고 온갖 새가 날아다녔죠. 숲이 있었고 들판에는 온갖 곤충이 있었고, 개울에는 미꾸라지, 메기가 있었습니다. 지금 그런 생명들이 사라져 가고 있어요. 생물이 대멸종을 향해 가고 있는 겁니다. 역사적으로는 제 6차 대멸종이라고 하더군요. 과거에는 운석과의 충돌이라든지, 빙하기, 이런 것에 의한 멸종이 이뤄졌는데, 지금은 인간에 의한 멸종이에요. 인간이라는 생물종에 의해 다른 생물종의 멸종이 일어나는 시대라는 게 특징입니다. 멸종의 속도는 굉장히 빠릅니다. 지금 벌이 없어요. 세상의 벌이 90%가 사라졌다고 해요. 나비도 사라지고 있습니다. 그러면 식물 수정은 누가 하나요? 벌이 사라지면 인류가 사라진다. 아인슈타인이 한 말입니다. 미국에서는 북극곰이 사라지는 것을 굉장히 심각하게 다루더군요. 북극곰이 사라지는 게 그렇게 심각할까요? 북극곰이 사라지면 다음에는 인간의 차례라는 생각이 깔려 있는 겁니다. 생물종이 없어지면 인간의 생존도 위험해집니다. 동해에 물고기가 안 잡히면 뭘 먹고 살 거죠? 종의 멸종이 너무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고, 그것은 인간의 생존을 위협하게 됩니다.
프레시안 : 그래서 1992년에 리우회의가 열렸죠. 역사적인 회의였습니다.
김영호 : 그렇죠. 기후변화협약, 생물다양성협약, 사막화방지협약이 거기에서 정립됐습니다. 사막화방지협약은 토지황폐화방지 협약이라고 표현하는 게 더 맞는데요, 중국 땅덩어리의 3분의 1이 사막화됐다고 합니다. 우리에게는 심각하지 않아도 지구에게는 심각한 일입니다. 3대 협약 중, 우리나라에서는 기후변화협약이 많은 관심을 모았어요. 기후변화협약은 언론에서도 많이 다뤘죠. 그 총회를 유치하려고 했는데 실패를 했습니다. 당시 많은 사람들이 기후변화협약 총회를 유치해야 한다고 했을 때, 나는 생물다양성협약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당시에는 이 주장이 묻혔지만, 어찌됐든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는 지금 열립니다. 기후변화 관련 시장보다, 생물다양성 관련 시장이 훨씬 큽니다. 통계에 따라 다르지만, 어떤 통계를 보면 3배 이상 시장이 크다는 통계도 있어요. 박근혜 대통령이 유엔에 가서 기후변화 문제를 창조경제의 핵심으로 삼겠다고 발표하던데, 주로 에너지를 가지고 하는 얘기일 것입니다. 그런데 경제를 따진다면 생물다양성 관련 시장은 훨씬 커요. 그 말은 혁신 가능 범위가 훨씬 넓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일자리도 훨씬 많이 생길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게 바이오산업(BT)입니다. 바이오산업은, 따지자면 에너지 산업이기도 합니다. 바이오산업의 원천이 되는 게 생물다양성인데, 생물다양성 위에서 바이오산업이 나오고 바이오산업 위에서 에너지도 나오는 겁니다. 이 부분이 성장 가능성이 매우 높고 성장 속도도 제일 빠르다고 볼 수 있죠.
프레시안 : 지금 우리나라 바이오산업의 현실을 진단한다면 어떻게 볼 수 있을까요? 선진국이나 다국적 기업은 이미 BT 산업 속에서 하나의 거대한 제국을 이뤘다고도 볼 수 있는데.
김영호 : 지금 세계는 IT시대로부터 BT시대로 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IT와 BT가 결합되고 있습니다. 빈트(BINT)라는 말이 있어요. BT, IT, NT 기술을 합친 겁니다.(Bio, Information, Nano Technology) 빈트라는 말 속에도 바이오가 제일 먼저 나오죠. 바이오산업이 21세기의 꽃이라는 것인데, 그런 점에서 생물다양성을 중시해야 합니다.
프레시안 : 경제 산업적 측면에서 생물 다양성 관련해 한국에서는 별로 관심을 안 갖는 것 같습니다. 그 중요성을 조금 더 설명해주신다면요?
김영호 : 생물다양성의 핵심 중 하나는 생물을 자원으로 본다는 겁니다. 기본적으로는 먹거리로 봅니다. 알다시피 모든 약은 생물에서 나오죠. 예를 들면 은행잎에서 징코민이 나옵니다. 아스피린은 버드나무에서 나오고요, 지금 A1과 같은 전염병 약도 생물에서 나오죠. 모든 약의 원천이고 모든 먹거리의 원천이며, 모든 화장품의 원천이고 신소재의 원천이 바로 생물입니다. 뿐만아니라 모든 기술의 원천으로도 가고 있습니다. 소위 바이오미미크리(biomimicry, 생체모방)라고 하죠. 가혹한 환경 속에서 동식물의 진화 능력만한 기술이 없습니다. 가령 지네가 있는데, 발이 많아 어디든 갑니다. 그 원리를 이용해 2010년에 한국의 젊은 과학자가 우주선과 고층빌딩을 청소하고 수리하는 기술을 개발했어요. 동물들이 자연에서 생존하며 자신들이 터득하고 진화시킨 능력을 우리의 기술로 옮겨올 수 있다는 겁니다. 자동차 연구하는 사람이 있는데, 연구실에 가면 바퀴벌레만 들여다보고 있다고 합니다. 바퀴벌레는 가만히 있다가 빠른 속도로 이동하죠. 그렇게 빨리 가다가 급정지를 하는데, 조금도 흔들리지 않아요. 그런 능력을 어떻게 자동차에 적용시킬까, 이런 부분을 연구하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요즘 기술 혁신의 60% 이상이 생물 모방 기술이라고 합니다. 그런 여러 차원에서도 생물다양성은 중요합니다.
일본에서는 열광한 생물다양성협약, 왜 우리나라는?
김영호 : 2010년에 나고야에서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를 했어요. 그 다음에 총회가 인도로 갔고, 그 다음에 한국의 강원도 평창에 온 겁니다. 지금 12차 회의죠. 나고야 총회가 열릴 때에 저는 마침 일본의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2008년부터, 즉 총회가 열리기 2년 전부터 매스컴에서 난리를 쳤어요. TV를 켜면 생물다양성에 대해 얘기하는데, 사람들이 나고야에서 하는 생물다양성이라는 이슈에 세뇌를 당할 정도였습니다. 그때 일본 사람들은 생물다양성에 대해 눈을 떴고, 지금 그에 대한 인식도 확 바뀌었습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조용해요. 이것은 나는 언론, 학계, 관료, 산업계의 직무유기라고 봅니다. 화가 나더군요. 산업적으로 이게 얼마나 중요한데 그것을 잘 모르고 있어요.
프레시안 : 생물다양성협약에서 바이오안정성이라든지, 이런 부분들에 있어서 글로벌 스탠더드가 만들어지겠죠. 우리가 그런 부분을 선도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할 텐데요.
김영호 : 우리나라 신성장 산업으로도 바이오산업 부분이 제일 적절한 분야라고 봅니다. 새로운 기술 혁신에 있어서도 중요한 분야고, 일자리 창출에 있어서도 중요한 분야입니다. 산업적 관점에서 봐도 제일 중요한데, 왜 환경부는 그렇게 무성의하고, 산업자원부, 농림부, 복지부는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지…. 정부에서 왜 총체적으로 안 나서는지 모르겠습니다. 그저 떠밀려서 하는 것 같은 느낌도 받고 일부러 관심을 끌지 않도록 하는 것 같기도 해요. 한국에서 생물다양성 관련 행사를 하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모르고 있어요. 개탄스럽습니다. 이번 당사국총회를 바이오산업을 진흥시킬 일대 터닝포인트로 만들어야 하는데 말이죠. 뿐만 아닙니다. 2010년 나고야 총회 때에는 큰 성과가 있었어요. 바로 개발도상국 생물 자원 착취 문제였죠. 생물종은 주로 개도국에 많습니다. 그런데 그것을 이용하는 사람들, 특허를 가진 곳은 주로 선진국이에요.
이를테면 과거에 독일 제약회사가 한국 은행잎을 한국에서 싼 값에 가져다가 징코민을 만들어서 한국에 비싸게 팔았죠. 그러면 우리나라는 그 기술이 없으니 은행잎을 싸게 팔고 징코민을 비싸게 삽니다. 그 이익 배분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생물종이 풍부한 개도국과 그것을 이용하는 지적 소유권을 가진 나라의 이익 배분 문제, 이 문제에 대해 나고야 총회에서 하나의 성과를 거둔 것이 바로 나고야 프로토콜(나고야 의정서)였죠. 나고야 의정서를 실천하는 추진맵을 만들기 위해 하는 게 바로 평창맵입니다. 말하자면 우리나라는 나고야 생물다양성협약 총회의 뒤처리를 하는 총회에서 그칠 우려가 있다는 겁니다. 일본이 참 애를 써서 나고야 프로토콜을 통과시켰는데 그것을 보면, 개도국도 이익을 공유할 수가 있도록 하는 게 핵심 내용입니다. 일본 제약계에서는 이 프로토콜에 서명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저항을 했는데, 결국 일본은 서명을 하게 됐습니다. 한국은 과연 할 것인지, 안할 것인지 모릅니다. 한국이 서명을 하게 된다면 우리나라 제약업계가 지불해야 할 로열티가 수천억 원이 된다고 합니다. 제약 업계는 그야말로 엄청난 위기에 봉착했다고 느낄 겁니다.
일본에서는 340개 기업이 생물다양성 선언을 했어요. 그리고 일본은 기업 평가를 할 때 생물다양성 분야를 평가 항목으로 넣습니다. 기후변화 문제는 탄소배출량처럼 기업의 중요한 기준으로 자리 잡았는데, 일본에서는 여기에 생물다양성 기준을 추가한 거죠. 그만큼 일본은 앞서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그에 대해 정부에서 꿈도 안 꾸고 있어요. 세계의 흐름에 있어서 우리는 얼마나 뒤처져 있는 것인지.
김영호 : 지금은 한국에서 덕을 보는 기업은 별로 없어요. 그런데 과거에 보면 한국은 돈벌이가 되는 주요한 생물종을 선진국에 많이 뺏겼죠. 크리스마스 트리로 쓰는 구상나무종의 특허는 일본과 미국이 가져갔고, 한국 자생 라일락도 미국이 종에 대한 특허를 가져갔어요. 종 다양성이 돈이 된다는 것을 우리는 몰랐던 것이죠. 나고야 총회 때 보니까 세계의 제약업계 사람들이 다 모였더군요. 그 때 내가 유한대학 총장을 할 때여서 제약 업계를 좀 알았는데, 한국의 제약업계 사람들은 거의 안 왔습니다. 앞으로 생물 다양성과 관련해 대처할 것도 있고, 기술혁신을 해야 할 부분도 있는데, 우리나라는 관심을 갖지 않고 있어요. 그것은 무지(無知)입니다.
프레시안 : 학계에서도 이런 얘기를 많이 안하는 것 같습니다.
김영호 : 이 문제는 학계도 나서야 하지만 언론도, 정부도, 기업도 나서서 얘기해야 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고 있어요. 요즘 있는 일을 보죠. 가리왕산이 평창에 있어요. 한국에 산이 많지만 대부분 큰 불이 난 역사가 있다든지, 사람들이 출입을 자주 해서 개발을 한다든지 해서, 한국에는 원시림이 거의 없습니다. 한국에 원시림이 있다고 하면 그것이 가리왕산이에요. 원시의 생태계가 그대로 보존된 곳이죠. 그래서 조선왕조 때도 특별 보호를 했던 곳이고, 그런 산입니다. 큰 산불도 안 났던 곳이고, 개간도 피하고 전쟁도 피했던 곳이었어요. 가리왕산은 한국 생물다양성의 보고입니다. 그런데 그 산이 4년 후에 평창 동계올림픽의 스키장으로 개발된다고 합니다. 개발을 해야 한다, 하지 말아야 한다, 이런 논쟁이 일어나고 있는 와중인데, 불도저가 지금 가리왕산을 밀고 있어요. 그런 것을 주요 언론에서는 보도를 안 합니다. 4년 후에 열리는 동계올림픽에 지금 열리고 있는 유엔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가 밀린 거예요.
4년 후에 하는 올림픽은 며칠 하고 끝나면 아무 것도 아닙니다. 그러나 이 총회는 한국의 바이오산업의 시작을 알릴 수 있는 그런 행사입니다. 이번 총회에는 194개 나라가 참석하러 오는데, 동계올림픽은 한 80개 나라 정도 오나요? 그런데 거기에 밀려서 개발을 해버린다고 하니…. 저는 북한에 김정은이 만든 마식령 스키장을 활용해서 올림픽도 하고 남북관계도 개선하는 계기로 삼으라, 아니면 무주 구천동에 있는 기존 시설을 활용하라, 이런 얘기를 계속 해왔습니다. 그런데 불도저가 밀고 있습니다. 생물다양성을 파괴하는 올림픽이 올림픽으로서 얼마나 의미를 부여받을 수 있겠습니까. 생물다양성을 파괴하는 기업이 비판을 받듯, 국제 올림픽대회를 생물다양성을 파괴하는 형태로 하는 것은 비판받아야 합니다. 정부는 가리왕산을 복원한다고 말하는데, 복원하는 데 100년 걸립니다. 100년 걸려도 원시림의 생태계는 복원이 불가능합니다. 일부 유럽 국가나 핀란드같은 나라는 자연과 생물을 보호하기 위해 아예 올림픽 자체를 열지 않으려 한다고 해요. 우리나라에서 올림픽을 개최하는 것은 좋은데, 생물다양성을 파괴하는 행태를 수반한다고 하면, 그것은 생물다양성협약 총회 주최국으로서 일종의 직무유기라고 봅니다.
생물다양성을 넘어 생명다양성으로, 그리고 문화다양성으로
프레시안 : 생물이 꼭 경제적 의미만 있는 것은 아니겠죠.
김영호 : 그렇습니다. 이제부터 하려는 얘기가 더 중요한 얘기입니다. 생물이 경제적 자원이라는 것은 무시할 수 없습니다. 인간은 동식물을 먹어야 합니다. 생물을 자원으로 본다는 것을 우리는 부정하지 못합니다. 일본에서 연 총회에서 두 가지 성과가 있었습니다. 하나는 나고야 프로토콜, 그리고 또 하나는 아이치타켓입니다. (나고야가 있는 아이치현의 이름을 딴) 아이치타켓은 모든 생물을 경제적 자원으로 보는 자본의 논리로 접근해, 개념을 세분화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근본적인 문제가 남습니다. 생물은 자원인가? 동물은 단지 먹거리인가?
프레시안 : 먹거리 측면은 분명히 있지만 그게 다는 아니죠.
김영호 : 그렇습니다. 생물은 그 이전에 생명입니다. 생물은 생명이다, 생명으로 봐야 한다는 문제가 남습니다. 생물을 생명으로 본다는 것은, 생물의 모든 주체는 자기 나름대로의 운동과 생활을 주체적으로 한다는 것을 인정하는 겁니다. 모든 생물을 주체로 본다는 것이고, 생물 자체의 생존 방식을 존중한다는 것입니다. 인간이 자신들의 뜻대로 길들이는 게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번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 총회가 동양에서는 일본에서 인도를 거쳐 한국으로 왔습니다. 동양 3국을 돈 것이죠. 그러면 총회는 동양을 떠나게 돼 있습니다. 동양에 이 총회가 왔을 때 '생물은 생명이다. 생물 다양성은 생명 다양성이다'라고 하는 철학을 확립시켰으면 어땠을까, 하는 게 제 생각입니다.
프레시안 : 생물을 생명으로 봐야 한다는 것과, 생물을 자원으로 봐야한다는 측면 사이에 모순이 생기는 것 아닌가요.
김영호 : 맞습니다. 이 모순은 두 가지 형태입니다. 특허를 가진 나라와 생물종을 가진 나라의 이익 사이에 모순이 있고, 생물을 생명으로서 봐야 한다는 것과 자원으로 봐야 한다는 것 사이의 모순이 있습니다. 이 모순을 어떻게 타결해야 하는가, 그런 문제를 고민하는 것이 '평창 프로토콜'이 되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을 했어요. 생물을 생명으로 보면, 생물의 생존권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일종의 '동물 복지'를 인정하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완전히 자본의 논리로 동물을 사육하고 있는데, 그런 공장식 사육 동물은 유럽에 수출을 못 하도록 돼 있습니다. EU와 한국이 FTA를 맺었을 때 규정이 만들어졌습니다. EU뿐만이 아닙니다. 그런 원칙이 OECD 전체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덴마크 식품 학자가 한국에 온 적이 있었어요. 이 학자가 돼지 공장, 닭 공장, 소 공장을 보고, 한국의 가축은 인간이 먹을 음식이 못된다고 했습니다. 그야말로 항생제의 덩어리라고요. 그 항생제가 어디로 가나. 인간에게 갑니다. 한국 사람들이 그렇게 병이 많습니다. 그러니 약국과 병원이 많아요. 약국과 병원이 많으니 거기에 종사하는 사람은 돈이 잘 벌리죠. 그래서 대학생이 모두 이과를 선호합니다. 그런 나라가 어떻게 발전할 수 있겠습니까. 덴마크 학자가 '(한국의 공장형 사육장에서 자란) 그런 가축들에게는 동물의 원한이 배어 있어서 인간이 먹는 먹거리가 될 수 없다'고 아주 극단적인 말을 하더군요. 이를테면 우유는 참 좋은 음식인데 한국 우유는 먹지 말라고 하지 않습니까? 항생제가 많이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동물을 자본의 논리만 취급하면 그 음식은 수출도 못하는 것입니다. 인간이 그 동물을 먹으면 동물의 병이 인간의 병으로 옵니다. 현재 병의 60%가 인수 공동 전염병이라고 하죠. 에볼라 바이러스도 마찬가지죠. 한국 사람의 35%가 암에 걸린다는 것, 기가 막힐 일 아닌가요?
프레시안 : 생물과 생명, 두 개념을 어떻게 조화시켜야 할까요?
김영호 : 생물을 경제적 자원으로만 보고, 자본의 논리로만 생산하면, 그 결과를 우리가 감당해야 합니다. 생물을 생명으로 보고, 생명을 존중하고, 동물 복지를 존중할 때 제대로 된 음식이 나올 수 있습니다. 그것이 값도 더 비싸죠. 그런 식품이 한국에는 비싸니 안 들어옵니다. 생물을 생명으로 봐야한다는 것과 자원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 모순되지만, 방금 제가 말한 것처럼 연결되는 지점은 분명히 있습니다. 인간을 위해서라도 그 지점을 찾아야 합니다. 그런 문제제기가 이번에 평창 이니셔티브 해서, 몇 년 동안 논의된 후에 하나의 프로토콜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시작을 평창에서 했으면 좋겠어요. 모든 생물을 생명으로 보자, 이것은 새로운 르네상스입니다. 굉장히 중요한 것입니다. 4대강 사업처럼, 우리가 자연에 잘못을 많이 했습니다. 우리가 고민을 많이 하면, 모순된 갈등을 하나의 조화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그리고 더 나아가 생물다양성이 생명다양성, 문화다양성, 산업다양성으로 연결되도록 하는 게 제 꿈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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