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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퇴양난 시진핑…'짝퉁 민주 거부' 홍콩은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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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퇴양난 시진핑…'짝퉁 민주 거부' 홍콩은 어디로?

[주간 프레시안 뷰] 일국양제 놓을 수 없는 중국, 톈안먼 사건 이후 최대 정치 위기

홍콩을 통치하는 행정장관을 완전한 자유 직선제로 뽑게 해달라는 학생 및 시민들의 민주화 시위가 연일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들은 건국 기념일인 10월 1일, 렁춘잉 현 행정장관에 대해 다음 날까지 사임할 것을 요구하면서 그렇지 않을 경우 정부 주요 청사를 점거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중국이 1989년 톈안먼 사태 이후 최대의 정치적 위기에 몰린 것입니다.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를 지향하는 중국 지도부로서는 이번 홍콩 사태의 추이가 향후 대만과 맺을 관계는 물론 본토의 민주화에도 중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기 때문에 홍콩을 예의 주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난 8월 31일, 중국 전인대(전국인민대표대회)는 2017년 치러질 홍콩 행정장관 선거를 직선제로 하되 후보자는 친중국 인사로 이뤄진 선거인단(1200명)의 추천을 받아야 한다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1997년 홍콩의 중국 반환 이후 행정장관은 선거인단에 의한 간접선거로 선출해 왔습니다(2012년 간접선거에서 689표를 얻어 선출된 현 렁춘잉 행정장관은 '689'라는 별명으로 불린다고 합니다). 이번 결정은 홍콩 주민의 직접선거는 허용하되, 중국 정부가 승인하는 후보자만이 출마할 수 있도록 제한했다는 점에서 완전한 자유 직선제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 홍콩의 민주화 시위. ⓒ연합뉴스

중국 정부의 이러한 결정에 대해 가장 먼저 반대의 목소리를 낸 것은 학생들이었습니다. 홍콩의 중·고·대학생들은 9월 22일부터 정부와 입법회 청사가 몰려 있는 타마르 공원에서 수업을 거부한 채 밤샘 집회를 벌여왔고, 26일엔 최루 스프레이를 뿌리며 진압에 나선 경찰과 몸싸움이 벌어졌습니다. 결국 20여 명이 다치고, 17세의 학생 운동가 조슈아 웡 등 70여 명이 체포됐습니다. 이들은 28일 석방됐으며, 다음 날 경찰은 시위 현장에서 철수했습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28일부터 수만 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민주화 시위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10월 1일 수백 명의 시위대가 국경절 행사장에 나타나 렁춘잉 현 행정장관의 즉각 사임(2일까지)까지 요구하게 된 것입니다. 이날 밤에는 수십만 명의 시민이 평화 시위에 참여했습니다.

대학생과 중고생이 주도한 이번 시위는 경찰의 최루탄 발사에 시위대가 우산으로 맞섰다고 해서 '우산 혁명'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지난달 30일까지 700만 홍콩 주민 대부분은 학생들의 요구에 동감하면서도 평소대로 생업에 임하는 차분한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10월 1일부터는 시민들의 참여가 부쩍 늘어 확산되는 모양새입니다. 9월 28일 시위부터 일부 대학 교수와 야당 인사들이 참여한 데 이어, 10월 1일의 시위에는 홍콩 최대의 노조(17만 명)인 직공회연맹을 비롯한 시민단체 대표와 대만인을 비롯한 외국인들도 참여하고 있다고 합니다.

홍콩 특구 정부청사에는 "우리가 바라는 것은 민주일 뿐", "더 나은 미래를 원한다", "아무리 비바람이 몰아쳐도 결국 자유는 꽃필 것", "비폭력·평화·이성", "중국은 이스라엘이고 홍콩은 가자 지구다", "홍콩은 중국 대륙의 짝퉁 물건을 받고 싶지 않다" 등의 벽보가 붙어 있다고 합니다. 행정장관 후보자를 친(親) 중국 인사로 제한한 전인대의 결정은 '짝퉁 민주주의'라는 지적입니다.

톈안먼 사태 이후 최대 정치 위기

이번 사태는 앞으로 중국 정치의 민주화를 가름하는 중대한 분수령이 될 전망입니다. 이번 사태의 결과가 '일국양제'라는 중국의 홍콩 통치 원칙은 물론, 대만과 통일을 이루는 방안에도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나아가 본토의 민주화 과정에도 커다란 파장을 몰고 올 것이 분명합니다. 중국은 홍콩 행정장관 선거에 제한을 두지 않을 경우 홍콩이 중앙 정부의 통제에서 벗어나게 될 것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또한 홍콩의 정치적 이탈이 대만의 반(反) 통일 움직임을 부추길 수 있습니다. 마잉주 대만 총통은 9월 28일 <알자지라> 인터뷰에서 "대만은 홍콩의 사태 전개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으며 중국이 홍콩을 지배하는 식의 '일국양제'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중국 시진핑 지도부가 곤혹스러운 시험대에 오른 셈입니다. 1989년 톈안먼 사태 이후 최대의 정치적 위기에 봉착한 것입니다.

시진핑 주석은 9월 22일 홍콩 경제계 인사들과 면담한 자리에서 "중국과 홍콩은 한배를 탄 운명 공동체이며 중앙정부의 법치와 '일국양제' 원칙에 따라 홍콩의 장기적 안정을 유지해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또 9월 30일 국경절 축하 행사에서 "'일국양제'를 부단히 추구하는 것은 국가의 근본 이익과 홍콩, 마카오의 장기적 이익에 들어맞는다"라고 말했습니다. 홍콩을 중국의 확고한 정치적 통제 아래 두는 것은 물론, 현재의 '일국양제' 원칙을 지키겠다는 뜻이지요. 현재 중국 당국은 홍콩 민주화 시위 소식이 본토에 전달되는 것을 철저하게 봉쇄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영국 등은 아직까지는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홍콩 주재 미국 영사가 미국은 "관련 당사자 개인이나 단체 등 어느 누구도" 지지하거나 "편들지" 않을 것이라는 성명을 내놓은 정도입니다.

홍콩의 한 대학 교수는 중국 지도부가 이번 사태에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해 4가지 시나리오를 내놓았습니다. 첫째, 완전한 자유 직선제라는 홍콩 시민들의 요구를 받아들인다. 둘째, 톈안먼 사태와 같이 강경 진압에 나선다. 셋째, 자유 직선제는 받아들이지 않는 대신 다른 유화책으로 타협을 시도한다. 넷째, 시위가 수그러들 때까지 기다린다. 이 중 첫째와 둘째는 가능성이 높지 않습니다. 중국 지도부의 당초 결정을 번복하기가 쉽지 않고, 강경 진압은 국제 사회에서 중국의 위상을 크게 떨어뜨릴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셋째와 넷째 전략을 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경우, 시위를 주도한 학생들의 요구에 일반 시민이 얼마나 동참할 것인지가 관건이 될 것입니다. 그런데 홍콩의 젊은 세대들은 홍콩 반환 이후 중국인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경제적 불이익과 불평등을 경험하고 있으며, 이것이 시위의 한 요인이 됐습니다. 그러나 기성세대는 사회경제적 측면에서 젊은 세대와 입장이 다릅니다.

중국 경제가 부상하면서 젊은 세대는 거의 혜택을 보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홍콩으로 몰려든 중국인 때문에 치솟는 집세로 고민하고, 정치적인 미래에 불안감마저 높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중국 부자들이 홍콩에 투자하기 시작하면서 최근 4년 사이 집값은 120퍼센트(%) 가까이 올랐고, 홍콩으로 유학 오는 중국 학생은 10년 새 10배 이상 늘었다고 합니다. 졸업 후 본토로 돌아가지 않고 홍콩에 취업한 중국 학생은 6400명으로 3년 동안 2배 증가했습니다.

반면, 40~50대 이상 경제적 기반이 있는 홍콩의 기성세대는 반(反) 중국 시위 등 정치적인 불안이 경제 혼란을 초래한다고 판단해 시위에 부정적이라고 합니다. 최근 홍콩 중문대 여론조사 결과 15~24세 사이의 응답자 가운데 75.8%가 행정장관 선거법에 반대한 반면, 40~50대 가운데 반대한다는 응답은 45.3%였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젊은이들의 정치적 민주화 요구에는 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불만이 깔려 있는 것이죠. 하지만 기성세대는 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불만이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오히려 안정을 추구하는 편이라는 얘기입니다.

이 때문에 대기업 금융인 등 홍콩의 중국공산당 지지자들은 '결국엔 실용주의가 이상주의를 압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는 전합니다. 공산당 지도부가 기존의 '일국양제' 원칙을 절대 양보할 리가 없다는 것이지요.

▲ 중국 당국의 2017년 행정장관 선거안에 반대하는 홍콩 민주화 시위대가 9월 30일(현지 시각) 폭우 속에 우산을 쓴 채 정부청사 주변 도로에 운집해 있다. 우산으로 경찰의 최루액과 최루탄 가스를 버텨내 '우산 혁명'으로 불리고 있다. ⓒAP=연합뉴스

중국 경제와 홍콩

한편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지도부와 홍콩 주민들이 민주화 문제를 놓고 정면 대결로 치닫기 어려운 요인 중의 하나로 양측 간의 긴밀한 경제 관계를 꼽습니다. 홍콩은 투자와 금융 부문에서 중국과 세계 경제를 잇는 가교라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한편, 중국 경제에 크고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양측이 신중한 대응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1997년 홍콩의 중국 반환 당시 홍콩 GDP는 중국 전체의 16%를 차지했으나, 현재는 3%에 불과합니다. 이렇듯 실물경제에서 홍콩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게 줄어들었지만, 중요한 것은 금융 부문입니다. 특히 주식시장을 비롯해 홍콩의 금융시장이 갖는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2012년 이후 중국 기업들이 홍콩 주식시장 상장으로 확보한 자금이 430억 달러인 반면, 본토 주식시장에서는 250억 달러에 그쳤습니다. 또한 홍콩은 회사채 및 상업 차관 등에서 중국을 세계 자본시장에 연결해주는 통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2005년 해외 자본의 대중국 직접 투자 중 30%가 홍콩을 거친 데 비해 작년에는 그 비율이 67%나 됐습니다. 대중국 직접 투자 통로로서 역할이 한층 커진 것입니다.
또한 홍콩은 중국에 투자하는 해외 기업의 전초기지 역할을 합니다. 공정한 사법 체계 등 안전한 투자 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에 많은 해외 기업들이 홍콩에 본부를 두고 대중국 경제 활동을 하는 것입니다.

홍콩은 지난 5년간 중국 금융 개혁의 시험대이기도 했습니다. 2009년 위안화를 무역 결제 화폐로 처음 사용한 곳이 바로 홍콩이었습니다. 이른바 '딤섬펀드', 즉 위안화 표시 채권의 최대 발행지 또한 홍콩입니다. 나아가 중국 정부는 향후 외국인 투자자가 홍콩 주식 시장을 통해 중국 기업 주식을 취득하는 것을 허용할 계획입니다. 이것이 잘 이루어지면 중국 본토에서 외국인 주식 투자도 가능하게 되겠죠.

물론 중국 경제가 일방적으로 홍콩에 의존하기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홍콩 수출의 절반이 중국으로 향합니다. 홍콩 은행 자산의 20%가 중국인에 대한 대출이라고 합니다. 또한 홍콩 GDP의 10%는 중국인의 홍콩 관광 및 소매 판매에 의한 것입니다.

<이코노미스트>는 결론적으로 "양측 관계가 악화되면 홍콩은 큰 피해를 볼 것이다. 하지만 중국도 상당한 대가를 지불해야 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일단 시진핑 주석은 강경책을 밀어붙이고 있지만, 진퇴양난의 고민스러운 상황이기도 하다는 것이죠.

<주간 프레시안 뷰>는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만의 차별화된 고급 칼럼지입니다. <프레시안 뷰>는 한 주간의 이슈를 정치/경제/국제/생태/세월호 등으로 나눠 각 분야 전문 필진들의 칼럼을 담고 있습니다.

정치는 임경구 프레시안 기자 및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가 번갈아 담당하며, 경제는 정태인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원장, 국제는 박인규 프레시안 편집인이 맡고 있습니다. 생태와 세월호는 각각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과 김익한 명지대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 원장이 격주로 진행합니다.

이 중 매주 한두 편의 칼럼을 공개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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