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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째 공동체를 지키는 파수꾼, '마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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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째 공동체를 지키는 파수꾼, '마을기자'!

[마을주의자]<18>창원 경남도민일보 김주완 출판미디어국장

수행자나 구도자처럼 사는 귀농인을 가끔 본다. 깊은 산골 오두막에 틀어박히거나, 마을 안에 스스로 가두고 사는 이른바 ‘자연인'이다. 도시생활에서 사람에게 질린 상처와 후유증이 큰 것으로 짐작한다. 마을로 내려왔으되 마을주민이라기보다 그저 여전히 고립된 개인의 외양이다. 그렇게 살다보면 자아는 잘 깨달을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마을사람들과 마을은 잘 알 수 없다. 마을사람들과 함께 잘 살아갈 수도 없다. 잘못 하면 또 하나의 성이나 섬이 되고 만다. 물론 개인의 선택이고 운명이다.

설사 마을 안에 마을사람들과 잘 어울려 살아도 한계가 있다. 그 마을 안에 원하는 모든 게 있지 않기 때문이다. 자주 마을 밖으로 나가 한발 떨어진 거리에서 뒤돌아 마을을 조망할 필요가 있다. '마실'을 나가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사는지' 따로 둘러볼 필요도 있다. 그렇게 세상이 돌아가는 꼴과 이치를 수시로 공유할 필요가 있다. 마을 밖의 세상, 마을이 속한 지역도 잘 알고 살아야 한다.

그러자면 지역언론만큼 더 요긴한 소통 도구는 없을 것이다. 지역언론은 지역공동체의 커뮤니케이션 통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오늘날 최소한 군 단위마다, 좋은 언론이건, 나쁜 언론이건, 지역언론은 존재한다. 마을단위로, 또는 협동조합 방식으로 마을주민 스스로 펴내는 풀뿌리 마을신문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물론 예외는 있다. 가령 무주군에는 지역신문이 존재하지 않는다. 지역의 언로가 막혀있는 곳이다.

지역 신문은 그 지역에서 일어나는 그날의 주요사건을 기록한다. 그게 쌓여 지역사회의 역사를 이룬다. 지방자치 이후 지역경제, 지역공동체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지역신문의 존재감도 증대되고 있다. 그 역할과 가치가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하지만 정상적인 역할과 기능을 하는 지역언론을 만나기는 쉽지 않은 게 오늘날의 지역현실이다. 구조적인 문제다. 취약한 재정, 경영난, 공정 보도 한계, 광고시장 협소성 등이 원인이다. 지역토호들이 독과점하는 지방자치제를 비판, 감시하고 지역주민의 참여와 자치를 지원하는 본연의 기능을 기대하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이런 지역언론의 한계를 극복하고 지역공동체 재생과 활성화의 새로운 지평을 개척하고 있는 ‘마을기자’의 선도적 사례도 더러 목격할 수 있다. 경남 창원에서 발행되는 경남도민일보의 김주완 출판미디어국장(51세)이 대표적이다

▲ 경남도민일보 부설 지역스토리텔링연구소. ⓒ정기석


마을과 지역을 되살리는 ‘사회적 지역언론’

경남도민일보는 2013년 ‘송건호언론상’을 받았다. 한국의 언론과 언론인이 받을 수 있는 가장 영예로운 상이라고 한다. 1999년, 경남에도 한겨레신문처럼 자본과 권력의 지배를 받지 않는 독립언론을 만들어보자는 꿈을 실현할 수 있었던 것도 송건호 선생과 무관하지 않다. 대표와 편집국장을 직선으로 선출하는 ‘편집규약’과 ‘참여민주경영’의 원리도 송 선생이 주도한 한겨레신문이라는 선행 모델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김주완 국장을 비롯한 경남도민일보 사람들의 솔직한 고백이다. 그래서 김국장 국장에게 송건호언론상은 남다른 감회와 의미가 있다.

"창간 직후부터 100회에 걸쳐 ‘지역 현대사 발굴 기획보도’를 연재한 게 특히 기억에 남아요. 그래서 토호 기득권 세력의 실체와 그 뿌리가 드러나고 민간인학살을 비롯한 각종 반인권‧국가범죄도 밝혀질 수 있었으니까요. 경남에서 태어나 경남에서 자란 경남 지역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지역신문 기자로서 큰 보람을 느낍니다."

특히 송건호언론상 선정 사유 중에는 ‘밀양 송전탑과 진주의료원 문제 심층 집중 보도’도 포함되어 있다. 지역공동체를 지역주민들이 살만한 곳으로 지키는 데 지역언론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경남도민일보는 잘 말해준다.

이같은 행동지침은 김 국장을 비롯한 기자들이 금과옥조로 여기는 바로 ‘창간 21가지 약속’에 다 담겨있다. 그중 '지역시민‧사회운동과 언론개혁운동의 센터가 되겠다'는 다짐은 지역공동체, 마을공동체를 지키는 데 앞장서겠다는 결의에 다름 아니다. 지역현안에 대해서 단순 보도에 그치지 않고, 해결을 위해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사회운동으로 이어간다는 것이다.

또 '지역문화를 살려 내겠다'는 각오는 보다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행동을 이끈다. '각종 문화행사 개최와 지역예술인의 활동을 지원함으로써 서울의 문화집중을 극복'하며 '외래문화의 홍수 속에서 민족문화‧지역문화를 지켜내고 이를 대중화하는데 앞장서겠다'는 지역주민들과의 약속이다.

"지난해 경남도민일보 부설 지역스토리텔링연구소에서 '창동 노스탤지어'라는 추억여행 잔치를 벌였어요. 마산이 고향이지만 오랫동안 고향을 찾아오지 못한 출향인들을 1박2일 동안 마산여행으로 초대하는 일종의 ‘마을귀환’ 행사였죠. 지역의 문화와 역사를 재생하는 좋은 실천 방법이라고 자평해요."

지역문화를 살려내기 위해 아예 사회적 기업도 만들었다. ‘갱상도 문화공동체 해딴에’다. '지역에서 본 세상(http://2kim.idomin.com)'을 김 국장과 공동운영하는 김훤주 기자가 주도한다. 주로 지역 사람과 자연과 문화와 역사를 주제로 삼고 있다. 경상도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지역의 자연과 문화와 역사를 제대로 누리고 배우고 즐기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는 다분히 사회적인 사업목적이다.

"‘해딴에’라는 말은 ‘해가 있는 동안에’를 뜻하는 경상도 지역말이죠. ‘미루지도 말고 서두르지도 말고 지금 바로 여기서 누리고 배우고 즐기자’는 의지가 담겨있어요. 지금 학교와 학원이 아이들에게 제 노릇을 다 못하고 있지 않나요. 아이들이 자기 힘으로 자기 앞가림을 하고 있나요. 안타까워요. 아이들이 ‘제 몸을 움직여 뭔가 만들어내는 능력’, ‘자기 멋대로 보다 함께 의논하고 협력하는 능력’이 필요해요. ‘그래서 ‘어린이, 청소년 여행체험 프로그램’을 지역의 아이들과 함께 해보기로 한거죠."

지역신문기자로 지역공동체를 지키는 ‘마을기자’

▲ 경남도민일보 김주완 국장. ⓒ정기석
김주완 국장은 최근 ‘SNS시대 지역신문으로 살아남기’를 새로 펴냈다. 2007년에 나온 ‘지역신문으로 살아가기’의 후속편인 셈이다.

"경남 남해에서 태어났어요. 중‧고등학교 시절엔 잠시 부산에 나가 있었지만, 대학은 다시 진주로 돌아왔죠. 첫 직장 생활도 진주의 지역신문에서 시작했으니 경남이라는 지역을 거의 떠나본 적이 없는 셈이죠. 내가 사는 지역에 대해 알만큼 안다고 자신해요. 무엇보다 어릴 때부터 집안에서 공부만 하며 편히 살 수 없어서, 신문팔이 등을 하면서 지역의 밑바닥, 속살까지 많이 들여다보게 됐죠."

대학 다니면서 학비, 생활비를 벌기위해 진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앵벌이' 비슷하게 오징어, 껌팔이까지 해봤다는 김국장이다. 그래서 지역현장을 몸과 머리로 두루 섭렵한 그가 지은 ‘지역신문기자로 살아가기’는 왠지 설득력이 있게 다가온다. 스스로 자신의 책을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지역신문 기자로 살아가기’는 제기한 문제에 대한 자문자답형 결과보고서였어요. 그 책에서는 주로 지역신문의 잘못된 실태와 관행을 드러내고 고쳐야 할 과제를 제기했어요. ‘SNS시대 지역신문기자로 살아남기’는 그런 문제를 고치고 극복해나가는 과정과 새로운 실험의 성과를 공유하자는 제안이에요. 물론 최종 결과는 아니고, 일종의 중간보고서에 불과합니다만…."

그는 책에서 '우리는 이념에 따라 살고 싶어 하지만 사실은 ‘사는 곳’에 따라 산다. 따라서 나의 삶은 사는 곳이 어떠한가에 따라 달라진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지금이 가히 SNS시대이지만 ‘사회관계망’은 언제나 있어왔고 그것의 특징은 매체가 아닌 '곳'에 따라 규정되어왔다"는 주장이다. 지역신문은 바로 그 사는 곳에 밀착해있다고 규정한다. 그래서 지역신문이 지역주민 삶에서 중요하다는 게 그의 지역신문론이다.

김 국장은 최근 책을 펴낸 산지니출판사와 가진 간담회 자리에서 “신문은 올드 미디어 중에서도 가장 오래된 미디어며 시간문제지만 신문은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고백한 바 있다. 그러면서도 공공저널리즘과 지역밀착보도를 지역신문이 살아남는 대안으로 제시하며 이렇게 지역신문의 활로를 조심스레 전망했다.

"신문이 우리사회에 필요한 것은 내가 사는 세상, 지역이 인간적이고 살기 좋은 지역으로 바뀌기 위해 필요해요. 특히 지역신문은 지역이 살기 좋은 곳으로 발전하는데 기여해야 하고요. 그러나 지금까지 지역신문은 중앙지의 모습을 따라 하기만 하죠. 지역신문은 단순한 보도에 묶이지 않아야 해요. 지역시민과 함께 신문사가 지역의 시민단체 역할도 해야 하는 거죠."

김 국장은 "지역신문사는 종합콘텐츠 회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역이 가지고 있는 문화, 관광, 인물 등 모든 자원을 가지고 종합콘텐츠를, 경남지역포털사이트를 만들고 싶은 게 김 국장의 향후 계획이다.

김태호 전 경남도지사의 권력남용을 제대로 감시하지 못했다면서 신문 1면에 반성문을 게재했던 김 국장. 지역인물 스토리텔링에 유난히 힘을 쏟고 있는 사람을 좋아하는 김 국장. 친일 문제와 일본군 ‘위안부’, 민간인학살 등 한국 근·현대사의 은폐된 진실에 대한 기사를 많이 쓴 김 국장. 토호세력이 지역사회를 어떻게 지배해왔는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 ‘토호 전문기자’라는 별칭을 얻기도 한 김 국장. 지역신문기자 25년차인 김주완 국장은 어느새 지역공동체를 지키는 파수꾼 같은 단단한 ‘마을기자’의 모습이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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