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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움직이는데···사드에 정신 팔린 박근혜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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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움직이는데···사드에 정신 팔린 박근혜 정부

[정욱식 칼럼] 어지러운 한반도, 길을 찾을까?

한반도 정세가 어지럽다. 박근혜 정부는 8월 중순 남북 고위급 접촉을 제안했지만, 북한은 아직까지 묵묵부답이다. 북한이 인천 아시안 게임에 선수단을 파견하겠다며 명단을 통보해오면서 한 시름 놓은 듯했다. 그러나 응원단 파견 계획은 취소하면서 그 사유를 둘러싸고 남북한 사이에 비방전이 벌어지고 있다. 기대되었던 박근혜 대통령의 8.15 경축사도 일방적인 대북 제안으로 그쳤다.

8월 16일에는 오바마 행정부의 인사가 미군 공군기를 타고 평양으로 날아갔다. 1박 2일 동안 평양에서 무슨 얘기가 오갔는지는 여전히 베일 속에 가려져 있다. 그런데 한미연합군사연습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이 예정보다 하루 앞선 8월 28일에 종료됐다. 미국이 B-52나 B-2와 같은 전략 폭격기를 투입했다는 소식도 들리지 않는다. 최근 몇 년 사이에 가장 조용히 끝난 한미군사훈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깜짝 소식이 전해졌다. 북한의 리수용 외무상이 9월 중순에 열리는 유엔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 뉴욕으로 간다는 것이다. 북한 외무상의 뉴욕 유엔본부 방문은 1992년과 1999년 단 두 차례밖에 없었다. 당연히 그 배경과 파장에 관심이 쏠린다. 이뿐만이 아니다. 1994년 북미 제네바 합의의 주역인 강석주 노동당 국제비서도 곧 유럽행 비행기에 몸을 실을 예정이다. 또한 북한은 최근 평양에서 프로레슬링 대회를 개최했고, 북한에 억류 중인 미국인 3명은 미국<CNN>과 <AP> 통신 인터뷰를 통해 미국 정부에 '석방 노력'을 촉구했다.

북·일 관계도 갈림길에 들어서고 있다. 두 나라는 지난 5월 스톡홀름 합의를 통해 납치 의혹자를 포함한 북한 내 일본인 재조사와 일본의 독자적인 대북 제재 해제를 맞바꾸기로 했었다. 그리고 이 합의는 비교적 잘 지켜지고 있다. 북한은 포괄적이고 전면적인 재조사에 착수했다며 그 결과를 이번 달에 일본에 전달할 예정이다. 일본은 조사 결과를 보고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방북을 저울질하고 있다.

정리하면 이렇다. 전진이 기대되었던 남북관계는 정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역주행을 거듭해온 북·미 관계는 일단 브레이크를 걸고 갈 길을 모색하는 형국이다. 최근 몇 개월 사이에 유일하게 앞으로 달려온 북·일 관계는 관계 개선이냐, 정체 내지 후퇴냐는 갈림길에 들어서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 가운데 가장 주목을 끄는 것은 북·미 관계다. 북·미 관계에 숨통이 트이면 남북관계에도 활로가 모색될 수 있고, 북·일 관계 개선도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몇 가지 조각으로 퍼즐을 맞춰보면 심상치 않은 흐름이 엿보인다.

우선 8월 16~17일 오바마 행정부 인사의 평양 방문 건이다. 아마도 미국은 두 가지를 요구했을 것이다. 하나는 억류 중인 미국인 3명을 조속히 석방해달라는 것이고, 또 하나는 장거리 로켓이나 핵실험을 자제해달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 미국은 나름대로 성의(?)를 표시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2013년 8월과 올해 2월에도 로버트 킹 대북 인권특사의 방북을 통해 케네스 배의 석방을 추진했었다. 그런데 킹 특사 방북 직전에 전략폭격기를 동원해 북한을 상정한 모의 폭격 훈련을 한국에서 실시했다. 그러자 북한은 미국 특사 방북을 불허하면서 강력히 반발한 바 있다. 이번에는 미국이 약간 달라졌다. UFG를 예정대로 실시하면서도 전략폭격기를 동원하지 않았거나 투입했더라도 이를 공개하지 않았다. 또한 훈련도 하루 앞당겨 종료했다.

그러나 북한은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고 여긴 듯하다. 한미군사훈련을 완전히 중단할 것을 주장하는 한편, 북미 고위급 대화의 재개를 강력히 요구했을 공산이 크다. 그런데 오바마 행정부로서는 이를 수용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북한이 억류 중인 미국인 3명을 미국 언론에 출연시켜 오바마 행정부를 압박하고 있는 것도 북미 고위급 대화 재개에 대한 양측의 이견이 컸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오바마 행정부의 고심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현실적으로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들 석방시키기 위해서는 고위급 인사를 북한에 보낸 것 이외의 방법은 없어 보인다. 그런데 이건 비핵화 문제와 관련해 북한의 태도 변화가 있어야 대화가 가능하다는 '전략적 인내' 원칙과 충돌한다. 또한 북·미 대화와 6자회담이 재개되면 미국이 공들여온 미사일방어체제(MD) 및 한미일 삼각동맹 추진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여길 것이다.

11월 중간선거에서의 득실관계도 따지기 쉽지 않다. 최근 미국 내에서는 억류된 미국인들의 언론 인터뷰를 계기로 석방 노력을 기울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큰 이슈라고 하긴 어렵지만 선거를 앞둔 오바마 행정부로서는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그렇다고 고위급 인사 방북을 통한 미국인 석방이 선거에 도움이 되리라고 보기도 어렵다. 북한에 대한 미국 국민들의 부정적 여론은 대단히 강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어지러운 한반도 정세를 풀 수 있는 열쇠의 하나는 박근혜 정부가 쥐고 있다. 미국을 대화 테이블로 불러낼 수 있는 마땅한 카드가 없는 북한이 억류 중인 미국인들을 조건 없이 석방할 것으로 기대하긴 어렵다. 미국은 "공은 여전히 평양에 있다"며 북한의 선(先) 비핵화 조치를 대화의 조건으로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에 적극 나서고 북·미 대화도 권유한다면 오바마 행정부도 부담을 덜고 북한과의 대화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진다. 오바마 행정부는 대북정책의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 "한국 정부의 입장을 존중하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해왔다. 또한 북·일 관계에 이어 남북관계에도 돌파구가 마련되면, 북·미 대화의 필요성을 더욱 강하게 느낄 공산이 크다.

곧 워싱턴을 방문할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해야 할 핵심적인 역할은 바로 이것이다.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재연기와 미국의 사드(THAAD) 배치 수용이라는 '잘못된 거래'에 치중할 때가 아니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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