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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과 협박의 악순환, 언제까지 계속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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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과 협박의 악순환, 언제까지 계속할 것인가

[정욱식 칼럼] 맞춤형 억제전략과 을지프리덤가디언

오늘(18일)부터 한미연합군사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이 시작되면서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가 또다시 중대 분수령을 맞게 되었다. 한미 양국은 "연례적인 방어적 목적의 지휘소 훈련"이라며 북한의 중단 요구를 일축했고, 북한은 "선제타격을 노린 위험천만한 핵전쟁연습"이라고 비난하면서 "임의의 시각에 선제타격이 개시될 것"이라고 위협의 수준을 높이고 있다.

한미 군사훈련을 놓고 남북한은 매년 2~4월과 8월에 두 차례 정도 연례행사처럼 갈등을 빚어왔다는 점에서 이번 공방전 역시 새삼스러운 일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최근 북한의 인천 아시안 게임 참가 통보, 남한의 고위급 접촉 제안,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박근혜 대통령의 8.15 경축사 등이 이어지면서 남북관계가 해빙에 접어들 것이라는 기대도 만만치 않았다. 또한 작년 8월과 올해 2월 북한이 한미군사훈련에도 불구하고 이산가족 상봉 접촉에 나선 전례를 들어, 북한의 반발 수위가 크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다.

그러나 북한은 남한의 고위급 접촉 제안에 현재까지 응답하지 않고 있다. 박 대통령의 8.15 경축사도 "근본 문제를 외면했다"며 비난했다. 대신 북한은 작년 2~4월 키 리졸브/독수리 훈련 당시를 연상시킬 정도로 강경 대응에 나서고 있다. 중단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서한을 보내 항의하는 한편, "핵 억제력 강화"로 맞서겠다고 경고해왔다. 특히 훈련 전날인 17일에는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선제타격이 우리가 선택한 임의의 시각에 무자비하게 개시된다는 것을 다시금 천명한다"고 위협했다.

북한이 이번 훈련을 문제 삼고 있는 핵심적인 이유는 이번 UFG가 한미동맹의 '맞춤형 억제전략'이 처음으로 훈련 차원에서 실시된다는 점에 있다. "내외호전광들이 (UFG) 연습에서 '맞춤형 억제전략'을 공식 적용하겠다고 떠들어댄 것은 사실상 우리에 대한 핵전쟁 선전포고"라는 것이다. 이러한 북한의 주장은 과장된 것이지만, 맞춤형 억제전략이 첫 훈련에 돌입한다는 것은 분명 주목해야 할 일이다.

2013년 10월 한미 국방장관은 '북한 핵·대량살상무기(WMD) 위협에 대비한 맞춤형 억제전략'에 합의했다. 이때 채택된 한미안보협의회(SCM) 공동성명에서는 맞춤형 억제전략을 "북한의 핵과 WMD 위협에 대한 억제 방안"으로 규정했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한국은 '킬 체인'과 한국형미사일방어체제(KAMD)를 두 축으로 삼고 있다. 여기서 킬 체인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징후 포착 시 '탐지-식별-결심-타격' 단계로 이뤄진 선제공격 전략을 말한다. 또한 미국 측 전력은 "핵우산, 재래식 타격 능력, 미사일 방어(MD) 능력"으로 구성되어 있다. 동시에 한미 양국은 이러한 양측의 능력을 상호운용성을 증대해 통합해 나가기로 했다.

이러한 흐름이 주목을 끄는 이유는 그동안 선언적 차원에서 제공되었던 미국의 확장억제가 '문서화'되고 '작전계획화' 되고 있다는 점에 있다. 맞춤형 억제전략이 작전계획이 되면, 이에 필요한 군사력이 투입되고 훈련이 실시되게 된다. 북한의 반발 수위가 높아진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번 UFG에 투입되는 전력과 훈련 내용은 아직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한미 양국 정부는 '맞춤형 억제전략을 처음으로 적용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이러한 입장에 충실할 경우 북한이 가장 경계하는 전략 폭격기와 핵잠수함 등 미국의 핵투발 수단과 MD 시스템이 투입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맞춤형 억제전략에는 '북핵 사용 징후시 선제공격을 가한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어 '방어적 목적'과도 부합하는지 의문이다.

이러한 상황 전개를 종합해보면,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 고조와 군비경쟁의 악순환이 확대·재생산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적대 관계에 있는 쌍방의 한쪽이 억제력을 강화하면 상대방도 맞대응을 선택하는 것은 군비경쟁의 전형적인 속성이다. 북한은 주로 핵 억제력 강화를 선택해왔고, 이에 맞서 한미동맹은 '맞춤형 억제전략'을 구체화해왔다. 이 과정에서 '나의 안보를 튼튼하게 하기 위한 조치가 상대방의 반작용을 야기해 오히려 나의 안보도 불안하게 만든다'는 안보딜레마도 격화되고 있다.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고 했던 한국의 지도자가 있었다. 바로 새누리당 정권의 전신인 노태우 정권이다. 노태우 대통령은 1990년 남북대화를 제안하면서 팀 스피릿 훈련 규모를 축소하는 선제적인 모범을 보인 바 있다. 그리고 남북기본합의서와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협상 막바지에는 이 훈련을 중단시켜 두 가지 합의를 이끌어냈다. 북한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을 수용하는 것으로 호응했다.

그래서 거듭 호소하고 싶다. 박근혜 정부는 노태우 정부한테 배워야 한다. 한미 군사훈련을 연례적으로 계속 반복하면, 박근혜 정부의 남은 임기마저도 '한반도 불신 프로세스'에서 벗어나기 힘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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