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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를 타고 흐르는 피눈물, 어떻게 닦아줄까?

[초록發光] 송주법은 송전탑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가

송주법은 송전탑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가

올 7월 29일자로 '송·변전 설비 주변 지역의 보상 및 지원에 관한 법률'(송주법)이 시행되었다. 이 법은 밀양 송전탑 갈등에 대한 정치권의 대응으로 마련된 법이다. 2014년 1월 28일 여야 합의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였으나 공포 후 6개월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하도록 하였기 때문에 시행령 및 시행 규칙의 정비와 더불어 이제야 시행에 들어간 것이다.

발전소로부터 전기 소비지까지 전기를 운반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고압의 송전탑, 송전선로, 변전소 등의 시설(송전 시설)이 필요하다. 그런데 송전 시설이 주변 주민들에 대해 다양한 유형의 피해를 야기함에도 불구하고 기존 법령들은 이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해오지 않았다. 그로 인해 법과 제도의 보호를 받지 못한 주민들의 극단적 반발을 불러온 것이 송전탑을 둘러싼 갈등의 본질이다. 송전 시설로 인해 주민들이 입게 되는 피해의 유형들을 살펴보면 다음 표와 같다.

ⓒ김석연

위와 같은 피해와 관련하여 송주법은 보상 대상 송전 시설이 들어선 땅(선하지)의 범위를 확대함으로써 재산적 피해에 대한 보상 범위를 확대하고, 주택 매수 청구 지역을 도입하였으며, 송전 시설 주변 지역을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새로 도입하고 있다. 기존 전기사업법에 비해 보상 범위의 확대 등 진일보한 방안들이 도입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송주법은 다음에서 지적하는 바와 같은 근본적인 한계들을 여전히 지니고 있기 때문에 향후 개정이 필요하다.

우선 송주법은 지중 선로 설치에 대한 기준을 전혀 도입하고 있지 않다. 독일의 경우 광범위하게 주거에 사용되는 주거 지역에서는 건물로부터 400미터 이내, 그 외 주거 건물로부터는 200미터 이내에 각 고압의 송전선이 통과하여야 할 경우 지중선을 설치하도록 하는 지중선 설치에 관한 권고 기준이 존재하여 사실상 주거 지역의 경우 공중 고압 송전선의 설치가 금지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고압 송전선이 주거 지역으로부터 일정한 거리 이내를 통과해야 하는 경우 지중 선로로 설치하도록 의무화하는 제도가 도입되어야 한다.

2006년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이 발간한 <고압 송전선로 전자파에 대한 노출 범위 설정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4밀리가우스를 기준으로 자기장 노출 영향 범위를 설정한 결과, 154킬로볼트 고압 송전선로로부터 주거지에 미칠 수 있는 자기장 노출 영향 범위가 30~55미터인 것으로 분석되었으며, 345킬로볼트 고압 송전선로는 자기장 노출 영향 범위가 70~90미터로 예측되었다. 765킬로볼트는 그 범위가 훨씬 더 넓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의 국제적인 연구들에 의하면 4밀리가우스 이상 노출시 소아백혈병 위험도가 2배 증가했다고 한다. 따라서 고압 송전 시설 설치로 인한 건강영향평가를 실시하고, 이러한 절차를 통해 주거 지역으로부터 일정한 범위까지는 지중 선로의 설치를 의무화하도록 하는 방안이 도입되어야 할 것이다.

두 번째, 송주법은 154킬로볼트 송전선을 보상 범위 확대에 관한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그러나 기존 전기사업법에 의한 보상이 적정하지 않음은 154킬로볼트의 경우에도 동일하기 때문에 이를 송주법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여야 할 아무런 합리적 이유가 없다. 따라서 154킬로볼트도 송주법의 적용 대상에 포함되도록 개정되어야 할 것이다. 재정적인 이유가 있을 수 있으나 이것은 차별의 합리적 이유가 될 수 없다. 154킬로보트에 대한 차별은 평등 원칙에 위반되어 위헌이라고 할 것이다.

세 번째, 송주법은 제4조(토지에 대한 재산적 보상 청구) 및 제5조(주택 매수의 청구)와 관련하여 보상 또는 매수 청구를 할 수 있는 기간을 공사 완료일(전기사업법에 의한 사용 전 검사가 완료된 때)로부터 2년까지로 제한하고 있다. 부칙에서 소급 적용에 관하여 달리 정하고 있지 않으므로 결국 공사 완료일로부터 2년이 경과한 기존 송전 시설들의 경우 보상청구가 불가하다는 결론이 된다.

그러나 기존 송전 시설은 송주법 시행 후에도 계속 주민들의 재산권을 침해하고 있는 상태이므로 보상 범위 확대 조항의 적용 대상이 되어야 마땅하며, 오히려 소급 보상을 하여야 한다. 송주법은 기존 전기사업법의 부당한 보상 기준을 반성하는 의미로 보상 범위를 확대한 법이기 때문에 기존 송전 시설에 대해서도 적용이 되어야 마땅한 것이다. 재정적 이유로 기존 송전 시설에 대한 보상을 하지 않는 것은 불합리한 차별일 뿐만 아니라 재산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기 때문에 위헌이라고 할 것이다.

ⓒ프레시안(최형락)

한편, 한국토지공법학회가 선진국들의 고압 송전선 관련 보상 제도를 연구한 결과를 토대로 권고한 고압 송전선 주변의 재산 감가에 대한 차액 보상의 범위는 원칙적으로 송전선로 양측 가장 바깥 선으로부터 765킬로볼트의 경우 80미터, 345킬로볼트의 경우 20미터로 하되, 주택 부지나 나대지의 경우에는 765킬로볼트의 경우 180미터, 345킬로볼트의 경우와 30미터로 확장하는 안이었다. 그러나 송주법은 765킬로볼트의 경우 33미터, 345킬로볼트의 경우 13미터로 정하고 있어 확대된 보상 범위마저 국제적인 기준에 미달하고 있는 것이다. 이 부분도 국제적인 기준에 부합하는 수준으로 개정되어야 할 것이다.

건강 영향을 고려한 지중화 기준을 도입하고, 보상 기준을 국제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려 주민들의 피해가 없도록 현행 송주법을 개정하여야 송전 시설을 둘러싼 우리 사회의 갈등이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의 건강에 피해를 주고, 이용 방해와 개발 및 처분 제한 등으로 재산 가치가 감소함이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한국전력은 헌법이 정한 정당한 보상에 부합하는 수준의 보상 제도를 마련하지 않은 상태로 공권력을 동원하여 문제를 해결해왔다.

그러나 정치적 영향력이 작고, 힘이 별로 없는 소도시나 시골마을 주민들을 억압하여 그들의 희생만을 강요한다면 이는 민주주의의 소수자 보호 원칙에 위반되는 처사임이 분명하다. 그들의 저항은 사실상 국가가 자신들의 재산과 건강을 침해하는 사태에 대한 정당한 요구이지 뭔가 더 얻어내려고 하거나 흔히 도시 지역 주민들이 행사하는 혐오시설에 대한 님비적 권리 행사가 아닌 것이다.

송전 시설과 관련한 정당한 보상이 이루어지려면 보상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전기요금의 인상이 필요하다. 한전은 1000억 원대에서 2000억 원대로 연간 보상 금액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은 내용의 개정을 전제로 하면 이보다 훨씬 많은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비용 증가에 관해서는 송전 시설이라는 혐오 시설의 설치를 유발한 광역 지방자치단체의 주민들로 하여금 부담금의 형태로 전기 요금에 추가 징수하는 방법으로 해결함이 오염자 부담 원칙에 부합하는 합리적 방안이다. 광역 지방자치단체별로 전체 전기 소비량 중 외부 도입 전기량을 산정하여 우리나라의 총 외부 도입 전기량 중 각 광역 지방자치단체가 차지하는 비중대로 송전 비용을 나누어 부담하게 하는 것이다. 아마 이러한 송전 비용의 대부분은 서울과 경기 지역 주민들이 부담하게 될 것인데 이것이 송전탑 갈등을 해결하는 진정한 민주주의 국가의 모습일 것이다.

'초록發光'은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와 <프레시안>이 공동으로 기획한 연재입니다.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는 이 연재를 통해서 한국 사회의 현재를 '초록의 시선'으로 읽으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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