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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세월호 선원들 '살인자'라 할 자격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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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세월호 선원들 '살인자'라 할 자격 있나

[주간 프레시안 뷰] 세월호 참사를 보는 해외 시각

세월호 참사 100일을 기해 외국 언론의 시각을 정리해봤습니다. 그런데 요즘 말레이시아 항공 피격 사건이나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학살 사태 등 국제적으로 보면, 세계 도처에 '세월호 참사' 그 이상의 참사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니 세계 주요 외신들에게 '세월호 참사'는 관심의 우선 순위에서는 이미 멀어진 상태죠. 그런데 관심을 가지지 않기도 어려운 모양입니다. 여전히 세월호 참사는 대한민국에서 현재진행형인 사건이기 때문이죠.

세월호 참사 100일을 1주일 앞둔 지난 17일 세월호 실종자 수색 작업을 하고 복귀하던 헬기가 도심에서 추락하자 외신들이 다시 세월호 관련 보도를 하게 됐습니다.

▲ 17일 자 <월스트리트저널> 온라인판 화면 갈무리. ⓒWSJ

<월스트리트저널>은 "세월호 참사과 관련된 비극적인 소식이 또 생겼다"면서 "구조 요원 5명이 탄 소방헬기가 추락해 모두 사망했다"고 전했습니다.


신문은 세월호 참사에 대해 "한국 역사상 최악의 해양 재난 중 하나"라면서 헬기 추락 사고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거의 정확히 3개월 되는 날에 일어났다"고 관심을 보였습니다.

신문은 또 "실종자 수색 작업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면서 "정치인들은 이 참사의 진상조사를 위한 독립적인 조사기구 설립을 둘러싸고 드잡이를 하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국가적 트라우마 극복 위한 진전 느리다"

희생자 가족들이 독립적인 조사 기구 설치를 위한 '세월호 특별법'을 신속히 통과시켜달라고 요구하며 국회 밖에서 단식투쟁을 벌이고 있고, 지난 16일에는 43명의 단원고 학생들이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친구들의 부모들의 투쟁을 지지하기 위해 안산에서 47km 떨어진 국회까지 이틀 동안 도보행진을 했다는 소식도 전했습니다.

하지만 신문은 "국가적인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한 진전은 느리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5월 19일 전국에 생중계된 대국민담화에서 눈물로 사과했지만, 별로 달라진 게 없다는 것이죠. 신문은 "박 대통령은 안전과 관련한 규정을 전면적으로 개선하고, 관피아 등 사회악을 일소하고, 세월호 참사 같은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일련의 대책도 발표했었다"고 상기시켰습니다.

그런데 달라진 게 있습니까? <월스트리트저널>도 답답하게 느꼈나 봅니다. 신문은 지금까지 진행된 것으로는 세월호 소속사인 청해진 해운 관계자와 선장 등 선박직 직원 15명에 대한 기소, 그리고 대부분의 실종자들의 시신들을 찾았다는 정도를 꼽았습니다. 10명의 실종자가 아직 남아 있어 매일같이 수색작업이 이뤄지고 있지만 말입니다.

'세월호 참사 100일'을 이틀 앞두고 경찰이 발표한 '유병언 회장 시신 발견' 소식에 외신들은 다시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뉴스를 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유병언 회장의 시신 발견을 둘러싼 갖가지 의혹에 대해 깊은 관심을 두기보다는 한국의 당국 발표를 그냥 전하는 수준입니다.

"가장 큰 의문은, 476명의 탑승객 중 왜 172명만 구조됐느냐다"

정말 의문을 품어야 할 것은 유병언 시신 너머에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요? 남의 나라 사건이라고 하지만 외신도 세월호 참사가 어처구니없는 사건인 것은 알고 있었습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22일 자 기사에서 "많은 의문이 남아 있다"면서 "너무나 심한 과적 상태에서 세월호는 어떻게 출항 허가를 받아낼 수 있었던가?"라고 묻습니다.


이 신문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세월호 참사'의 핵심이 뭔지 알고 있었습니다. "가장 큰 의문은, 도대체 왜 476명의 탑승객 중 불과 172명만 구조됐느냐다"라고 정확하게 지적했습니다.

이 핵심 의문을 풀려면, 정부의 책임을 규명하기 위한 독립적인 조사기구가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희생자 가족들이 요구하고 있는 것이 '세월호 특별법'입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도 한국의 경찰이나 검찰이 진상을 조사할 것에 대해서는 의문인 모양입니다. 신문은 세월호 특별법에 대해 주목했습니다.

▲ 22일 자 <로스앤젤레스타임스> 온라인판 화면 갈무리. ⓒLA타임스

신문은 "지난주 희생자 가족들은 세월호 특별법 통과를 촉구하는 350만 명의 서명을 담은 청원서를 국회에 전달했다"고 전했습니다.

신문은 희생자 가족들이 겪고 있는 고통도 조명했습니다. 신문은 "참사의 트라우마로부터 가족들이 벗어나기 위한 지원 노력은 몇 년간 계속되어야 할 것"이라면서 "최장 5년간 희생자 가족들을 돕는 프로젝트가 저명한 정신과 의사들의 주도로 진행되고 있다"며 "이들은 '지속적인 상담치료가 없으면, 희생자 가족들은 상당한 기간 동안 외상후 스트레스장애(PTSD)에 시달릴 위험이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세월호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서 청와대가 업무보고를 하는 과정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행방이 묘연했던 8시간'이 새롭게 부각되고 있습니다. 사고 당일 비록 청와대가 오전 9시 19분 언론보도를 보고서야 세월호 침몰 사고를 인지했다는 개탄스러운 실상은 차지하고서, 이 시간부터 계산해서 8시간이 지나도록 박 대통령은 모처에서 서면이나 유선으로만 보고를 받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청와대의 보고가 엉터리였는지, 아니면 박 대통령이 딴 일 하느라 보고를 제대로 못받아들인 것인지 이날 오후 5시 15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친히 방문했을 때 박 대통령은 전혀 상황을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 드러났습니다. 세월호에 300명 넘게 갇혀 있는 시각에 대통령의 첫 질문이 "구명조끼 입고 있다는데, 찾기 힘드냐"는 것이었으니까요.

그런 박 대통령은 나중에 상황을 정확히 파악한 듯 지난 4월 21일 "선원들이 살인에 가까운 행동을 했다"고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당시 <가디언>은 즉각 이렇게 물었습니다. "책임과 의도에 대한 문제라면, 직무태만이나 공포에 휩싸인 행동으로 죽음이 초래됐을 때 그를 살인자로 낙인찍을 수 있는 것인가"라고요.

신문은 "박 대통령이 '살인'이라는 단어를 언급했을 때, 어떤 기준을 가지고 선원들을 살인자로 규정한 것일까"라고 되물었습니다. 국정조사에서 드러난 청와대와 대통령의 행동을 보면, 박 대통령이 '살인자'라고 낙인찍은 선원들의 행동과 '책임과 의도' 면에서 차이가 그렇게 명확한 것일까요?


<주간 프레시안 뷰>는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만의 차별화된 고급 칼럼지입니다. <프레시안 뷰>는 한 주간의 이슈를 정치/경제/남북관계·한반도/국제/생태 등 다섯 개 분야로 나눠 정리한 '주간 뉴스 일지'와 각 분야 전문 필진들의 칼럼을 담고 있습니다.

정치는 임경구 프레시안 정치 선임기자 및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가 번갈아 담당하며, 경제는 정태인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원장, 남북관계·한반도는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국제는 이승선 프레시안 국제 선임기자, 생태는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이 맡고 있습니다.

이 중 매주 한두 편의 칼럼을 공개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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