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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전명 '여명의 황새울', 대추초교를 기억하십니까?

[초록發光] 대추리에서 전환 마을을 만난다면

대추리에서 전환 마을을 만난다면

평택에 사람들이 모이고 있다. 노동자 후보 김득중을 지지하는 움직임들이지만 게 중에는 진작에 평택을 드나든 이들이 많아 보인다. 쌍용 자동차 해고 저지 투쟁에 자리를 보탰던 사람들은 물론이거니와, 미군 기지 확장 이전을 막고자 대추리, 도두리벌에서 만났던 이들도 여럿 있을 것이다. 평택역 광장의 천막 아래에서, 평택평화센터에서 이미 숱하게 얼굴을 익힌 이들은 국가와 자본이 행사하는 폭력 앞에 이미 동지임을 잘 알고 있다.

그러고 보니 평택에서 미군 기지 반대 투쟁이 본격화된 게 2004년이니까 벌써 10년이나 된 일이다. 가장 치열했던, 그러니까 가장 분하고 슬펐던 장면인 대추초등학교 철거는 2006년 5월 4일에 있었다. 다음 해인 2007년 3월 25일의 마지막 촛불 행사가 대추리 농협 창고 앞에서 열렸고, 주민들과 남은 활동가들은 짐을 꾸려 그 곳을 떠났다. 주민들은 여러 곳으로 흩어졌지만 마지막까지 대추리에 남았던 44가구는 같은 팽택의 팽성읍 노와리로 집단 이주해서 마을을 만들었다. 그리고 '대추리'라는 마을 이름, 행정 구역 이름을 그대로 유지하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그것이 지금의 대추리 평화 마을이다. (☞관련 기사 : '여명의 황새울' 그 길었던 하루)

▲ 집집마다 태양광 발전기, 태양열 온수기가 설치된 평화 마을. ⓒ김현우

두 해 전 내가 찾은 평화 마을은 언뜻 보기엔 유럽의 어느 작은 마을에 온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말끔히 단장된 길을 따라 새로 지은 단층과 이층 양옥들이 줄을 맞춰 서있고, 잘 꾸며진 놀이터와 평택평화센터 사무실과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는 황새울기념관, 그리고 마을 끄트머리에 솔부엉이 벽 그림이 인상적인 대추리 주민 역사관 '달구름'까지 자라잡고 있었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모든 집에 태양광 발전기와 태양열 온수기를 갖추고 있는 점이었다. 사연을 들어보니, 삶의 모든 터전을 빼앗아가려는 국가에 대해 주민들이 요구한 것 중 하나가 최소한의 생활 수단인 전기와 온수 공급 보장이었고 정부와 주민이 반을 부담해 설치하였다고 한다. 황새울기념관은 지열을 이용한 냉·난방 장치까지 갖추었으니 나름 최첨단 재생 에너지 마을이다.

그런데 겉보기와는 달리 주민들의 삶은 지금도 피폐하다. 토지 보상금으로 정부가 제시한 평당 15만 원으로는 주변에서 농사지을 땅을 구할 도리가 없는 게 가장 큰 문제다. 100평의 공동 농장이 있기는 하지만 소득을 얻을 수 있는 면적일 리가 없다. 갑자기 들어선 평화 마을에 대해 주변 마을에 살던 주민들은 냉담한 편이고 대토도 어렵다. 그래서 여러 주민들은 정부가 제공하는 공공 근로를 나가는 형편인데 이 역시 올해로 중단된다니 날품팔이 도시 빈민 처지나 다름없다.

에너지 문제도 해결된 게 아니다. 평화 마을의 가옥들은 단층의 작은 평형과 이층의 큰 평형으로 구성되는데, 대체로 원래 대추리에서 갖고 있던 농토의 면적에 따라 지금 가옥의 크기가 정해진 것이다. 그런데 모든 집에 설치된 것은 똑같이 태양광 발전기는 3킬로와트 설비 용량이고 태양열 온수기는 300리터 정도의 용량이다. 한 가구 표준형 보급 용량을 일률적으로 적용한 것인데, 그러다 보니 평형이 큰 가옥에서는 이것으로 충당이 안 되어 한겨울에는 오히려 추가 난방비를 아끼려 벌벌 떨고 있다는 이야기다. 해외와 국내의 에너지 전환 마을 조성 사례들을 보면 충분한 사전 교육과 주민의 참여를 통한 설계가 수반되지 않으면 실패하는 경우들이 많은데, 대추리 평화 마을도 그러한 세심한 주의를 기울일 여유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평화 마을은 이 어려운 상황 속에 그대로 머물러있지 않은 것 같아 다행스럽다. 평화 마을로의 이전과 정착 때부터 주민들과 함께 해 온 지역 활동가들과 예술인들이 있거니와, 평화와 인권을 배우러 이곳을 찾는 이들의 발걸음도 점점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하순 뜻 깊은 행사가 열렸는데, 평택평화센터에서 매월 진행하는 문화예술 참여 프로그램인 '룰루랄라~ 대추리 문화예술로 모꼬지하다'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대안 에너지 체험이 진행된 것이다. 샨티학교에 위치한 대안에너지연구소에서 강좌와 실습을 지도하며 50와트 자작 태양광 전지판을 설치하고 1킬로와트 풍력발전기도 옥상 위에 올렸다. 풍력 발전기의 꼬리날개에는 이윤엽 작가의 솜씨로 보이는 매 그림이 선명하다.

이러한 행사들과 만남들이 대추리 평화 마을을 안정된 삶터에 더하여 신나는 실험실로 만들어 갈 수 있으면 좋겠다. 내친 김에 불만족스럽게 설치된 태양광 발전기와 태양열 온수기를 개선하면서 평화 마을 전체를 본격적인 에너지 전환 마을, 에너지 독립 체험 마을로 기획할 수도 있을 것이다. 역사관의 도서관과 목공소 기능을 적정 기술, 적정 예술 공방으로 키워갈 수도 있겠다.

어쩌면 평화마을의 터줏대감들이 이미 궁리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누가 한국에서 평화와 에너지 전환과 예술과 사람의 사이의 연대를 알고 싶다면 대추리를 가보면 다 있다고 할 수 있으면 좋겠고, 그러한 에너지와 삶의 전환 마을이 부러워서 우리도 따라해 보자고 하는 마을이 많아지면 좋겠다. 이번 보궐 선거의 성과와 인연이 그런 더 멋진 평택 구상의 밑거름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초록發光'은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와 <프레시안>이 공동으로 기획한 연재입니다.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는 이 연재를 통해서 한국 사회의 현재를 '초록의 시선'으로 읽으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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