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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의 한국호가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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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의 한국호가 걱정된다

[주간 프레시안 뷰] 급변하는 동북아 정세에 무대책?

세월호 국정조사에 임하는 새누리당의 태도를 보면 과연 '이 당이 나라의 운명을 책임 진 집권 정당이 맞나?' 하는 의심이 듭니다. 야당 의원의 작은 말실수를 꼬투리 삼아 회의를 파행시키는가 하면, 국정조사 특위 위원장이 피조사기관인 해양경찰청의 총장을 단독으로 만나 세월호 유가족들의 거센 항의를 받기도 했습니다. 4.16 사고 당시 청와대의 한심한 대응은 더 말할 필요도 없고, 참사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났던 총리를 재활용하는 걸 보면 세월호 참사의 교훈을 새기기는커녕 책임지려는 모습조차 보이지 않습니다.

더 문제인 것은 한국을 둘러싼 국제 정세가 급변하고 있는데도, 박근혜 정부는 무대책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7월 1일 일본 아베 정부는 이른바 '해석 개헌'을 통해 전쟁을 할 수 있는 나라로 탈바꿈했습니다. 이제까지는 방어 목적의 전쟁(전수 방위)만 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미국 등 동맹국을 돕기 위해 전쟁을 하겠다는 것입니다. 일본의 패배로 태평양 전쟁이 끝난 지 69년 만의 대변화입니다.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전반기까지 한국과 중국 등 동아시아를 무력으로 유린했던 일본이, 그리고 그 침략의 과거를 반성은커녕 인정조차 않으려는 일본이 다시 전쟁을 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일본의 '집단 자위권 행사'는 미국과의 긴밀한 공조 속에 이뤄진 것입니다. 미국은 지난 1971년 소련의 팽창에 대항하기 위해 20년 숙적이었던 중국과 전격 화해했던 것처럼, 21세기 이후 미국과 어깨를 겨룰 만큼 국력이 급신장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일본 군사력을 옭맸던 족쇄를 풀어준 것입니다. 일본을 하위 파트너 삼아 미국의 대(代) 중국 군사 포위망을 강화하겠다는 계산입니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떻게 될까요? 이번 '해석 개헌'으로 미·일 군사동맹에서 일본의 군사적 위상은 올라가게 될 것이고, 한국은 한·미·일 삼각 군사동맹의 최하위 파트너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미 한국은 이명박 정부 때 시도했다 실패했던 한일군사정보교류협정을 양해각서 형태로 성사시켰고, 아베 정부가 해석개헌을 강행한 바로 그날, 하와이에서 한··일 최초의 합참의장 회담을 가졌습니다. 공식 발표만 안 했을 뿐, 삼각 군사동맹은 이미 작동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일본의 집단 자위권 행사에도 불구하고 일본군의 한반도 진주는 한국의 허락 없이 이뤄질 수 없다는 공허한 주장만 하고 있지만, 전시 작전권을 갖고 있지 않은 우리가 무슨 힘으로 미군이나 일본군의 군사행동을 막을 수 있겠습니까. 이제 우리의 안보는 미국과 일본의 손에 맡겨진 셈이고, 이는 우리가 미일의 중국과의 군사대결에 끌려들어 갈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 경제의 생명줄이나 다름없는 중국과의 군사대결은 우리의 국익에 치명적 타격을 가져올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지금 속절없이 미·일의 대중 군사포위망에 끌려들어 가고 있습니다.

▲ 일본 아베 총리가 7월 1일 '집단 자위권 행사가 허용된다'는 새로운 헌법 해석을 채택했다. 일본은 전쟁 가능한 나라라는 의미로, 전범국가로 60년 간 봉쇄됐던 관 뚜껑을 스스로 연 셈이다. 이런 가운데,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은 3일 오후 박근혜 대통령을 만났다. 미국을 등에 업은 일본과 미국의 뒤를 바짝 쫓고 있는 중국의 틈바구니에서 박 대통령은 과연 어떤 입장을 취할까. 청와대의 고민이, 우울한 장마가 시작됐다. 표지는 3일 자 손문상 화백의 만평 '관 뚜껑은 누가 열었지?'이다. ⓒ프레시안

북한과의 관계에서도 우리는 일본에 선수(先手)를 빼앗기고 있습니다. 지난 5월 29일 납치자 문제 해결에 전격 합의한 지 불과 한 달여만인 오늘(3일), 아베 정부는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 해제에 합의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북·일 관계가 대단히 빠른 속도로 개선되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일본 내에서는 어쩌면 아베가 올해 안에 북한을 방문할지도 모른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고 합니다. 과거사 문제로 동아시아의 왕따였던 일본과, 핵과 인권 문제 등으로 세계의 왕따였던 북한이 급속히 가까워지면서 외교적 고립을 벗어나고 있는 반면, 진정성 타령을 하며 6자회담 개최에 적극적이지 않은 한국만 외톨이가 돼가는 모양새입니다.

그동안 여러 전문가들이 숱하게 지적해 왔던 것처럼, 한반도 문제 해결의 출발점은 남북관계 개선입니다. 남북관계 개선과 함께 6자회담을 개최해 북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합니다. 북핵문제가 해결돼야 중·미, 중·일 군사대결의 빌미도 제거될 수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연초에 내놓은 '통일대박론'도 남북관계 개선 없이는 이뤄질 수 없습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남북관계 개선의 시도조차 하지 않은 채, 이제는 일본에마저 뒤처지고 있습니다.

지금 세계는 이념 대립을 뛰어넘어 각자의 국익을 추구하는 '각자도생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중국과의 군사적 대결 태세를 노골화하면서도 중국의 긴밀한 우방인 북한과 적극적 관계 개선에 나선 일본이 이러한 추세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의 보수세력은 그저 '한미동맹만이 살 길'이라는 맹신에 빠져 있습니다. 전작권은 미국이 가지되, 제발 우리를 중국과의 군사대결에는 끌어들이지 말라고 애걸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종미(從美)세력이 문제입니다. 전작권을 가져와 우리의 안보에 대한 주도권을 갖고 남북관계에 임하지 않는 한, 우리는 또다시 원치 않는 강대국 간 세력다툼에 끌려들어 가게 될 것입니다.

세월호의 비극은 선장의 잘못된 상황 판단에서 비롯됐습니다. 한국호의 선장인 박근혜 대통령이 현재 우리가 처한 상황을 냉철하고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세월호보다 몇 배나 더 큰 비극을 맞이하게 될지 모릅니다. 한국호의 앞날이 걱정됩니다.

<주간 프레시안 뷰>는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만의 차별화된 고급 칼럼지입니다. <프레시안 뷰>는 한 주간의 이슈를 정치/경제/남북관계·한반도/국제/생태 등 다섯 개 분야로 나눠 정리한 '주간 뉴스 일지'와 각 분야 전문 필진들의 칼럼을 담고 있습니다.


정치는 임경구 프레시안 정치 선임기자 및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가 번갈아 담당하며, 경제는 정태인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원장, 남북관계·한반도는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국제는 이승선 프레시안 국제 선임기자, 생태는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이 맡고 있습니다.

이 중 매주 한두 편의 칼럼을 공개하고자 합니다.

※ 창간 이후 조합원 및 후원회원 '프레시앙'만이 열람 가능했던 <주간 프레시안 뷰>는 앞으로 최신호를 제외한 각 호를 일반 독자도 내려받을 수 있습니다.(☞ <주간 프레시안 뷰> 내려받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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