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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생활보장·기초연금도 노인 빈곤 해결 못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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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생활보장·기초연금도 노인 빈곤 해결 못한다면?

[복지국가SOCIETY] 개인 단위 노인 기초소득보장제도를 도입하자

한국 노인들의 생활에 대해 생각하면 무엇이 가장 먼저 떠오를까? 나에게는 두 가지의 단상이 떠오른다. 하나는 서울 종로의 파고다 공원을 빽빽이 메운 돈 없고 갈 곳 없는 노인들의 배회하는 모습이다. 다른 하나는 허리 굽은 노인이 폐지를 수집하며 힘들게 수레를 끌고 가는 모습이다.

부끄러운 노인 빈곤의 현실

반면, 소위 서구 선진국 노인들에 대해 생각하면 무엇이 떠오를까?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크루즈선을 타고 황혼 여행을 즐기는 인자한 미소의 노부부를 떠올리지 않을까 싶다. 이러한 대조적인 이미지는 국제통계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우리나라의 노인 빈곤율은 상대빈곤선을 기준으로 약 45% 수준으로 OECD 평균 13.5%의 3배다.

이 OECD 평균이란 선진국만을 포함하는 것이 아니고 멕시코, 터키, 폴란드, 슬로바키아, 헝가리, 체코 등의 중진국들까지 포함한 수치이다. 한국은 현재 OECD 국가 중 노인 빈곤 1위의 노인 빈곤 대국이다. 이는 부끄러운 우리나라 노인 빈곤의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 노인 빈곤에 직접 대응하기 위한 제도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이고 다른 하나는 기초연금제도이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노인뿐만 아니라 전 국민에 대하여 최저생계비 이하 소득의 빈곤가구들에 대해 최저생계비만큼의 생활을 보장하는 제도이다. 기초연금제도는 소득 하위 70%의 노인들에 대하여 정액의 기초연금액을 제공하는 제도이다.

ⓒ프레시안(최형락)

우리나라 노인 빈곤 대응 제도의 한계

이처럼 포괄적인 두 가지의 제도가 있는데도 왜 우리나라의 노인 빈곤은 이렇게 광범위하게 나타날까? 이 두 가지 제도가 어떤 한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일까?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수급자의 범위가 너무 좁다. 그래서 빈곤 노인의 상당수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적용을 받지 못한다. 소위 부양의무자 기준 때문이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에서는 부모와 자녀(및 그 배우자) 간에 부양의무를 설정하고 있다. 그래서 부양 능력이 있는 자녀나 며느리, 사위 등이 있으면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를 적용받을 수 없다.

또 기초연금은 급여 수준이 너무 낮다. 기초연금은 기존의 기초노령연금을 확대 발전시켜 올해 7월부터 시행되는 제도인데, 가입기간에 따라 최대 20만 원을 지급한다. 기초연금은 소득 하위 70%의 노인들에 대하여 기존의 기초노령연금에서 지급하던 10만 원에 더하여 국민연금 가입 기간에 따라 최대 10만 원을(가입 기간 11년 이하는 10만 원, 12년부터는 가입기간 1년 증가 시 1만 원씩 감액, 그래서 가입기간 20년 이상은 0원) 추가로 지급한다. 그래서 기초연금은 최대 20만 원을 지급하는데, 이는 1인 가구 최저생계비 60만 원에 한참 못 미치는 낮은 급여 수준이다. 기초연금 20만 원으로는 노인들을 빈곤에서 구제할 수 없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논란

그러면 이러한 상황에서 노인 빈곤 해소를 위해 어떻게 제도들을 개혁해 나가야 할까? 먼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를 확대하여 노인 빈곤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까? 이것이 가능하다면 어떤 측면에서는 가장 간단한 노인 빈곤 해소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렇게 녹록지 않다. 현재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를 통해 빈곤 노인들을 보호하고자 할 때 제일 문제가 되는 것이 부양의무자 기준이다. 그러므로 기본적으로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하는 것을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이때 우리가 주의 깊게 보지 않았던 심각한 문제가 하나 발생한다. 노인들이 자식들과 같이 살지 않고 가구를 분리하여 따로 살게 되는 것이다. 이는 노인들이 자식들과 같이 살면 기초보장 급여를 받지 못하고 따로 살면 기초보장 급여를 받게 되기 때문이다. 노인이 자식과 같이 살면 이들 모두가 하나의 가구를 구성하게 되어 자식의 소득과 재산이 가구의 소득과 재산 수준을 고려할 때 포함된다. 자식이 일정한 소득과 재산을 가진 경우라면 이 노인은 빈곤하지 않은 가구에 속한 것으로 판정되어 기초생활보장 급여를 받을 수 없다.

그런데 만일 이 노인이 자식과 따로 살게 되면, 이 노인은 별도의 가구를 형성하게 되고 노인의 소득과 재산이 거의 없으므로 기초생활보장 급여를 받게 된다. 최저생계비가 1인 가구 60만 원 그리고 2인 가구 약 100만 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노인은 기초생활보장 급여를 받기 위하여 자식과 떨어져 살게 될 강한 경제적 유인을 갖게 된다. 따라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에서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하면, 노인을 모시고 사는 가구들에 비교하여 노인을 모시지 않는 경우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하게 되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 발생한다.

그래서 노인들은 자식과 같이 살고 싶어도 같이 살기 어렵고, 그 결과 자녀와 같이 사는 많은 노인들이 자녀와 떨어져 살게 되는 사태가 일어나게 된다. 더욱이 노인 단독 가구들이 많아지면, 기초생활수급 적용을 받는 노인들의 숫자가 증가하여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부담도 갈수록 증가할 뿐만 아니라 기타 사회적 비용도 매우 증가할 것이다.

현재 노인 빈곤율이 약 45% 수준으로, 약 절반의 노인들이 소득이 부족한 상황에 있으면서도 실제 생활이 가능한 것은 많은 노인이 자녀와 동거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를 통해서는 노인 빈곤 문제에 대응할 수 없다. 이것은 노인들의 동거 형태 선택권을 박탈하고 자식과의 분리에 따른 더 큰 문제를 일으켜 광범위한 노인 문제라는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것과 같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노인 빈곤 해소에 있어 이런 한계를 가지는 이유는 경제력 평가의 단위가 개인이 아니라 가구이기 때문이다. 아주 기술적인 것처럼 보이는 이 문제가 가구 단위를 기본으로 생활을 보장하는 제도들이 갖는 기본적인 맹점이다. 그래서 서구 국가들의 경우에도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와 같은 가구 단위의 사회부조제도를 중심으로 노인 빈곤 문제에 대응하고 있는 나라는 없다.

기초연금 급여 수준을 인상하는 방안의 문제점

그러면 기초연금의 확대를 통해 노인 빈곤에 대응하는 방안은 어떠할까? 이번 7월부터 도입되는 현행 기초연금은 하위 70%의 노인에 대해 기본 10만 원을 지급하고, 이에 더하여 추가로 가입기간별로 최대 10만 원을 더하여 최대 20만 원을 지급한다. 기본 10만 원에 더하여 지급되는 가입기간별 추가 10만 원은 그 성격이 모호하다. 저소득 노인을 보호하는 것도 아니고, 저연금자를 보호하는 것도 아니고, 단기가입자를 보호하도록 하는 것은 그 기본 성격이 모호하다.

ⓒ연합뉴스

추가적 10만 원의 성격은 논외로 하더라도, 최대 20만 원의 급여 수준도 여전히 최저생계비의 3분의 1에 불과하여 노인 빈곤의 대폭 축소와는 거리가 멀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초연금을 확대하여 모든 노인에게 최소한 생계급여 수준인 40만 원(또는 최저생계비 수준인 60만 원)을 지급하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의 국민연금 급여 수준을 유지하는 상황에서 기초연금을 40만 원으로 인상하여 추가하는 것은 과도한 급여의 문제와 막대한 재정 소요 문제를 불러일으키므로 현실성이 없다.

선진국의 경우 대체로 공적연금에서 평균 소득자의 경우 40년 가입 시 40-50%의 소득 대체율을 제공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민연금이 이미 40% 소득 대체율을 제공하는 상황에서 기초연금으로 20%(40만 원 급여 시) 또는 30%(60만 원 급여 시)를 추가한다는 것은 총소득 대체율이 60-70%에 이르는 것을 의미한다. 더욱이 여기에 더하여 퇴직연금 20%를 고려하면 거의 90%의 소득 대체율 수준에 이르게 되어 급여 수준이 너무 높아진다.

그러므로 실현 가능한 방안은 국민연금을 절반으로 쪼개서 반은 기초연금 부분으로 넘기고 국민연금은 절반만 남기는 것이다. 하지만 이 경우 현재 국민연금 기금을 기초연금으로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면, 현재 국민들은 기존 국민연금 보험료는 거의 그대로 내면서 추가로 전체 노인에 기초연금 40만 원을 제공하기 위한 조세 부담을 해야 한다. 이는 국민연금 가입자들의 입장에서 볼 때 전형적인 이중부담의 문제를 일으킨다.

자신의 미래를 위해 국민연금 보험료를 내면서 현재 전체 노인들의 기초연금을 위한 조세를 부담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기초연금을 강화하기 위하여 국민연금 구조를 조정하는 방안은 이중부담의 재정적 부담뿐만 아니라 국민연금의 구조를 대대적으로 조정해야 한다는 큰 현실적 부담을 일으킨다.

현실적인 제3의 방안: 개인 단위 노인 기초소득보장제도

이처럼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하여 노인 빈곤 문제에 대응하기도 어렵고, 또한 기초연금의 급여 수준을 최저생계비 수준으로 인상하기도 어렵다면, 더 현실적인 제3의 방안은 없는 것일까? 이러한 방안으로 노인 개인(부부)의 소득과 재산에 기반을 두어 최저생계비를 보장하는 개인 단위(가구단위가 아니라) 노인 기초소득보장제도의 도입을 제안하고자 한다.

노인 기초소득보장제도는 노인이 자녀와 같이 살든 아니든 관계없이 노인 개인(부부)의 소득과 재산에 기반을 두어 급여를 지급하는 제도이다. 이 제도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와 달리 노인들이 자식과 같이 사는 것에 대해 벌칙을 부과하지 않고, 노인 빈곤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훨씬 더 관대한 제도이다. 급여 수준은 기본적으로 최저생계비 수준인 노인 독신 60만 원(노인 부부 100만 원)으로 설정할 수 있다.

하지만 앞으로 기초생활보장제도가 맞춤형 급여체계로 개편된다는 것을 전제하면 생계급여 수준인 약 40만 원으로 설정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당장은 노인 기초소득보장 급여 40만 원을 목표로 설정하는 것이 적절할 것으로 생각한다.

노인 개인 단위의 노인 기초소득보장제도는 가구단위 제도로서의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가진 부양의무자 기준의 문제를 해소한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다. 또한 기초연금의 경우 발생하는 재정 부담의 문제를 완화한다는 점에서도 장점이 있다. 그리고 기초연금 확대 안이 사실상 현행 국민연금제도의 구조적 개편을 전제하므로 개편 과정에서 상당한 혼란을 일으킬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는 반면, 노인 기초소득보장제도의 도입은 현행 국민연금을 유지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보충한다는 점에서도 장점이 있다.

더욱이 현행 기초연금에 더하여 '40만 원 노인 기초소득보장급여'를 도입하더라도 앞으로 기초연금 40만 원 제도로의 확대를 열어놓고 있다는 점에서 상호 충돌되지 않는다. 노인 기초소득보장제도가 도입된 후 기초연금의 급여 수준을 높여나가면 자연히 노인 기초소득보장의 급여 수준은 이에 상응하여 축소되고, 기초연금이 노인 기초소득보장제도에서 제공하는 급여 수준(예를 들어 40만 원)이 되면 노인 기초소득보장급여는 자동으로 소멸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노인 기초소득보장제도의 기초연금과의 보완성은 양 제도가 모두 노인 개인단위에서 제공되는 급여라는 공통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현재 상황에서의 목표가 노인 빈곤의 해소라면, 당연히 그 우선순위는 최저생계를 보장하는 개인 단위의 노인 기초소득보장에 두어져야 한다. 이제 우리나라도 노인 빈곤 대국, 노인 빈곤 1등 국가의 오명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 방법은 노인 개인의 소득과 자산에 기반을 두어 최저생계를 보장하는 '개인단위 노인 기초소득보장제도'의 도입에서 출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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