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명예 퇴진을 앞둔 한국방송공사(KBS) 길환영 사장이 자신에 대한 해임제청안을 가결하고 직무 정지를 의결한 KBS 이사회에 대해 "설득력을 상실했다. 결코 인정할 수 없다"며 무효 소송을 제기했다.(관련 기사 : "파국 초래한 KBS 길환영, 결국 '불명예 퇴진'")
길환영 사장은 9일 오전 각 언론에 이같은 내용이 담긴 '이사회 의결에 대한 KBS 사장 입장'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길 사장은 "이사회에서 사장 해임제청을 의결한 것은 법적 근거가 모호하고 제안 사유는 객관적이지 못하고 논리적이지 못하다"며 "매우 당혹스럽고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길 사장은 "최초 해임제청 사유인 방송의 공정성 침해 부분이 수차례 삭제와 수정을 거친 뒤 전혀 관련이 없는 사유를 들어 처리됐다"며 "당초 사유는 사라지고 파업으로 인한 현재의 상황을 과장 확대시킴으로써 가장 중요한 해임제청 사유로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앞서 야당 측 이사들은 길 사장에 대한 해임제청 사유로 △보도통제 의혹 확산에 따른 공사의 공공성과 공신력 훼손 △공사 사장으로서 직무 수행능력 상실 △부실한 재난보도와 공공서비스 축소에 대한 책임 △공사 경영실패와 재원위기 가속화에 대한 책임 등을 들었다.
길 사장은 이어 이사회에 사장에 대한 직무정지 명령 권한이 있는지를 밝히기 위해 법제처에 유권해석을 의뢰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회사의 장래를 생각할 때 심히 우려스러움을 금할 수 없다"며 "난마처럼 얽힌 우리 문제에 대한 사법적 판단을 기다리면서, 저는 저를 포함한 우리 KBS구성원 모두에게 잠시 자숙의 시간을 가질 것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양대 노조에 따르면, 이날 길 사장은 정상 출근 후 오전 임원 회의를 열어 임원들에게 이번 소송의 배경을 설명하고, 아울러 파업 참가 조합원들에 대한 징계 수위 등을 산정하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양대 노조는 이날 정오 kBS 본관 민주광장에서 긴급 공동총회를 열고, 사장해임제청 무효 소송을 낸 길 사장에 대해 "적반하장식 태도"라고 비판했다.
백용규 KBS 노동조합 위원장은 "제가 주말에 (길 사장에게) 대통령 결단 전에 본인이 사퇴해 달라고 부탁했다. 헌데 제가 미쳤나 보다. 길환영 사장이 끝까지 이사회를 인정할 수 없다고 한다"고 말했다. 백 위원장은 길 사장이 파업 참가자에 대한 징계 강행 뜻을 밝힌 점도 지적하며 "이런 사람에게 기대를 했다니 앞으로 KBS 사장이 들어올 때 정신감정 받아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양대 노조는 이사회의 해임제청안 가결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김성일 사무처장은 "KBS 사장에 대한 해임제청은 대통령 탄핵소추와 달리, 이사회의 해임제청안 가결 동시에 직무정지가 된다는 법상 규정이 없다"면서도 "방송법에서 KBS 이사회는 KBS 최고 의결기관으로 명문화돼있다"며 이사회 결정이 법적 효력을 가지고 있음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길 사장은 보직 해임됐는데도 그 발령이 부당하다면서 원래 자리에서 일하는, 방송법상 위법 행위를 저지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양대 노조는 아울러 KBS 노조가 지난달 19일 법원에 접수한 길 사장에 대한 직무 정지 가처분 신청 결과가 2~3주 내 나올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길환영 사장 입장 전문
지난 6월5일 KBS사장인 저에 대한 이사회의 해임제청안이 가결된 것에 대해 매우 당혹스럽고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회사의 장래를 생각할 때 심히 우려스러움을 금할 수 없습니다. 우선 이사회에서 사장 해임제청을 의결한 것은 법적근거가 모호하고 제안사유는 객관적이지 못하고 논리적이지 못합니다.최초 해임제청 사유인 방송의 공정성 침해부분이 수차례 삭제와 수정을 거친 뒤 전혀 관련이 없는 사유를 들어 처리했습니다. 당초 사유는 사라지고, 파업으로 인한 현재의 상황을 과장 확대시킴으로써 가장 중요한 해임제청 사유로 만들어 처리한 것은 매우 설득력을 상실한 처리결과로서, 결코 인정할 수 없습니다.이번에 이러한 일련의 과정과 결과를 지켜 보면서 느낀 점은 KBS사장의 임기보장은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성을 이루는 가장 중요한 조건이라는 것입니다. 이사회가 불법파업 노조의 힘에 굴복하여 사장퇴진을 한다면 이는 방송사상 가장 나쁜 선례가 될 것입니다. 앞으로 KBS사장은 이사회나 노조, 각 직능단체들의 눈치를 살피느라 소신경영을 하지 못할 것이 뻔합니다. 또, 이런 사태는 향후 우리 사회에 심각한 파장을 불러 올 것입니다.저는 이러한 이유로 오늘 이사회의 비이성적 비합리적 결정에 대하여 사장 해임제청결의 무효소송, 직무정지 무효소송을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제출했습니다.아울러 이사회가 과연 사장에 대한 직무정지를 내릴 수 있는지도 법제처에 유권해석을 의뢰할 것입니다. 이를 통해 이번 기회에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성을 강화할 수 있도록 튼튼한 틀을 마련하고자 합니다.이제 우리는 지난주 이사회 의결을 계기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되었습니다. 이 시점에서 난마처럼 얽힌 우리 문제에 대한 사법적 판단을 기다리면서, 저는 저를 포함한 우리 KBS구성원 모두에게 잠시 자숙의 시간을 가질 것을 제안했습니다.위기의 공영방송을 다시 살리기 위해 서로의 입장을 한발씩 양보하면서 미래지향적인 쪽으로 생각의 틀을 바꾸어 봅시다. 우선 무조건 방송정상화를 먼저 합시다. 그리고 각자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집시다.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저도 지난 한달여간 힘들었던 몸과 마음을 추스릴 시간을 가지려고 합니다. 임직원 여러분과 노조와 각협회에 간곡히 제안합니다.감사합니다.2014년 6월 9일KBS사장 길 환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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