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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중도우파 정당, 한국서도 가능할까?

[조성복의 '독일에서 살아보니'] 독일의 정당 ③ 기민당(CDU)

기민당의 원래 이름은 '기독민주연합(Christlich Demokratische Union Deutschlands: CDU)'으로 흔히 '기민연'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 당은 가치 측면에서 보수적이고, 기독교-사회적, 자유주의적 대중정당으로 표현되며, 현재 연방총리인 앙겔라 메르켈(Angela Merkel)이 대표를 맡고 있다. 당원 숫자로 볼 때는 독일에서 2번째로 큰 정당이다.

2013년 18대 총선에서 34.1%를 득표하였고, 전체 631석 가운데 255석을 차지하여 제1당이 되었다. 2014년 5월 25일 유럽의회 선거에서는 30%를 득표하여 유럽의회의 독일 배당인원인 96명 가운데 29명을 당선시켰다.

일반적으로 연방하원에서 의원들의 숫자나 그 비율을 나타낼 때 기민당 단독으로는 잘 표기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독일 남부에 위치한 바이에른(Bayern) 주에서의 기민당 의원 수가 통째로 빠져 있기 때문이다. 바이에른 주에는 기민당의 조직도 없고 활동도 없다. 지난 기고(☞기사 보기 : 민주당-안철수 깜짝 통합, 독일에선 상상 불가)에 실린 사진을 보면, 독일 대부분 지역에 CDU 지구당들이 촘촘하게 표시되어 있지만 오른쪽 하단 지역(바이에른 주)은 비어있음을 알 수 있다.

그 대신에 CDU는 바이에른 주에서만 활동하는 기사당(CSU)과 자매정당의 관계를 맺고 있다. CSU는 18대 총선에서 7.4%의 지지를 얻어 56석을 차지하였다. 일반적으로 이 두 정당의 의원 수를 합산(311석)하여 하나의 정당으로 취급하고 있고, 실제로도 이들은 연방하원에서 공동으로 원내교섭단체를 꾸리고 있다. 그래서 연방차원에서는 이들을 보통 "기민-기사당(CDU/CSU) 또는 유니온(Union)"이라고 지칭하는데, 대체로 CSU가 좀 더 보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 독일 기민당 전경 ⓒ조성복

기민당은 1945년에 창당되었으며, 1949년 뒤셀도르프 강령에서 '사회적 시장경제'를 채택하였다. 이후 세 차례의 강령개정을 거쳤으며, 가장 최근에는 2007년 하노버에서 "자유와 안전 - 독일을 위한 기본원칙들"이라는 새로운 강령을 채택하였다. 이를 위해 2006년 "보다 많은 자유를 통한 새로운 사회정의"라는 모토아래 당시 사무총장이었던 포팔라(R. Pofalla)를 위원장으로 모든 지역위원회와 당내 그룹들을 대표하는 69명이 참여하는 '강령개정위원회'를 만들어 논의를 진행하였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개정안이 2007년 7월 당 지도부에서 결정되고, 같은 해 12월 연방 전당대회에서 최종 의결되었다.

기독교적 뿌리를 갖는 기민당은 '독일중앙당'이라는 가톨릭 세력과 하나의 정치운동 그룹이었던 개신교 세력이 통합한 것으로, 종교 색에 따른 양측의 정치적 갈등을 극복하기 위해 당명에 중립적인 '기독교적(Christlich)'이라는 형용사를 넣었다. CDU는 흔히 가톨릭 중앙당의 후신이라고 일컬어지지만, 창당 이후 기독교 및 비기독교인 모두에게 문호를 개방하였다. 2005년의 베를린 자유대의 한 연구조사에 의하면, 당원 가운데 가톨릭이 51%, 개신교가 33%, 그밖에 비기독교가 16%로 나타났다.

기민당은 자신의 경제정책으로 '사회적 시장경제'를 도입하였는데, 이를 자유와 복지, 그리고 미래의 안전을 위한 담보로 본다. 이 제도가 국민들에게 경제적 자유를 제공하고 있다고 보며, 세계화 시대를 맞아 이러한 경제시스템의 국제적 확산에 주력하고 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그들은 경제적으로 이성적이고, 사회적으로 정당한 정책을 추구하고 있다.

그들은 또한 사회적 시장경제가 자유민주주의와 직접적으로 연결된 사회모델이라고 생각한다. 그 강령에 따르면 "자유, 책임, 경쟁과 연대"의 가치가 사회정의를 고려하는 경제 및 사회모델을 구성한다고 본다. 그들은 완전고용, 지속적이고 적절한 경제성장, 재정의 건전화 등을 경제정책의 목표로 삼고 있다. 그 밖에도 국가가 관여하고 있는 모든 경제범주의 민영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노동정책으로는 노동시장의 유연화와 임금의 자율협상을 지지하고 있다.

CDU는 전통적으로 가족을 중시하여 이에 대한 입장이 확고한 편이다. 남성과 여성에 의한 부부를 사회의 이상향으로 간주하고, 아빠, 엄마, 아이들로 구성된 가족을 사회의 근간으로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 부부의 모습과는 다른 형태, 즉 결혼하지 않은 이성 간의 파트너십 관계의 모습도 존중한다. 이를 흔히 '인생의 동반자(Lebensgefährte; 직역하면, 삶에서 같이 가는 사람이란 뜻)'라고 하는데, 유학 도중 주변에서 너무나 흔하게 찾아볼 수 있었다. 기민당은 이에 대해 관용을 베풀며, 어떠한 형태의 차별에도 반대한다.

그러나 동성 간의 법률적 부부 또는 파트너십 관계에는 반대하고 있다. 이는 기본법 6조 1항(부부와 가족은 국가규정의 특별한 보호 아래 놓인다)에 의거한 것이다. 비록 연방헌법재판소가 2002년 그 6조 1항을 이성 간의 부부관계에 비추어 동성 간의 관계에 대한 불이익의 근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판결한 이후 세금정산과 관련하여 입장을 다소 수정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동성 부부의 입양과 관련해서도 같은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기본법이 부부에 대해 명시적으로 남자와 여자의 관계라고 규정하지는 않았지만, 남성과 여성에 의한 부부를 헌법상 보호할 가치가 있다고 본다.

기민당은 기존 세 종류(Hauptschule, Realschule, Gymnasium)의 학교시스템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에 사민당(SPD)은 이들을 통합한 종합학교(Gesamtschule)의 확대를 주장하고 있다.) 또한 대학등록금의 도입에도 찬성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연방장학금(BAföG), 교육융자(Bildungsdarlehen) 등 여러 가지 제도적 장치들이 있기 때문에 부모의 부담을 가중시키지 않을 것으로 본다. (실제로 외국인 학생이었던 필자도 그러한 혜택을 볼 수 있었다.)

동시에 대학의 재정상태를 개선하고 학습조건을 좋게 하여 학생들의 학업기간을 단축할 것으로 본다. 독일대학의 학사운영은 우리와 구조적으로 다르다. 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독일의 교육을 이야기할 때 보다 자세히 살펴보겠다.

범죄에는 단호한 처벌을 통해 안전을 도모해야 한다는 입장이며, 특별재난사태나 테러방지에 군대의 투입을 지지한다. 인터넷에 대한 강력한 감시를 취하는 정책에 찬성하며, 2013년 7월부터 시행된 '최소보관기간(Mindestspeicherfrist)'을 명시한 정보보관 정책을 지지하고 있다.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중국적에 반대하는 입장을 가지고 있으며, 범죄를 저지른 외국인을 추방하는 것에 동의하고 있다.

CDU는 외교적으로는 특히 미국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적녹연정(사민당과 녹색당)에서 이라크 전쟁에 불참한 것을 반미주의로 비판하고, 당시 파리-베를린-모스크바-베이징으로 이어지는 불안한 축은 결코 서방의 연합을 대체할 수 없다고 본다. 오히려 세계의 평화와 자유를 위한 담보로서 독일은 미국을 필요로 한다는 입장이다.

그밖에 기민/기사당은 항상 이스라엘과의 공고한 관계를 주장하고 있다. 또한 터키의 EU 가입에 대해서는 인권위반 사례의 빈번한 발생, 1915년 아르메니아 학살에 대한 부인 등의 이유를 들어 시기상조로 보고 있다.

기민당이 가장 선호하는 연정파트너는 자민당(FDP)이다. 특히 경제 및 조세정책에서 유사한 입장을 가지고 있으며, 이견을 보이는 부분은 시민권 관련분야로, 예를 들어 CCTV의 설치문제나 관련정보의 장기보관 등에서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주(州) 차원의 정부구성에서는 사민당(SPD), 녹색당과도 연정을 구성하고 있고, 대도시(쾰른, 프랑크푸르트, 킬, 자아부르켄 등) 지역 차원에서는 녹색당과 연정을 꾸려왔거나 꾸리고 있다. 2008년부터 2010년까지 함부르크에서 소위 말하는 흑녹연정(기민당과 녹색당)을 처음 시도하였으며, 2014년 1월부터는 헤센(Hessen) 주에서도 이를 시행하고 있다. 2009년부터 2012년 사이에 잘란트(Saarland) 주에서는 자민당 및 녹색당과 공동으로 연정을 꾸렸다. 이를 '자메이카 연정'이라고도 하는데, 이 3당의 색깔을 모아 놓으면 자메이카 국기의 색깔(검정.노랑.녹색)과 같기 때문이다.

당원에 가입할 수 있는 나이는 16세 이상이다. 하지만 14세 이상부터는 청소년 조직인 '청년 유니온(Junge Union)'에 가입하여 활동할 수 있다. 2012년 기준 당원의 평균연령은 57세이며, 당원 가운데 여성 비율은 26%이다. 아래 표에서 보듯이 당비는 소득에 따라 차등화되어 있으며, 최저 당비는 월 5유로(약 7500원)이다. 또 실업상태(학생이나 대학생 포함)라 당비를 낼 수 없을 경우, 당비의 인하 가능성에 대해서는 해당 지역위원회에서 결정한다.

▲ 표 : 기민당의 소득에 따른 차등 당비, 2000년 제13차 CDU 연방전당대회에서 결정함.

통일 직후 1990년대 초반 당원 수는 약 75만 명으로 사상 최고를 기록하였고, 2008년에는 53만 명으로 당원의 숫자가 처음으로 사민당을 넘어섰으나, 이후 다시 감소하여 2013년 말 현재 46만 8천 명을 기록하고 있다. 당을 상징하는 색깔은 검정색이 주를 이루며, 간혹 파란색과 주황색을 같이 사용하기도 한다.

최소한 2년에 한 번씩 개최하는 '연방전당대회'가 최고의 의사결정기관이며, 당의 정책에 대한 기본노선을 확정하고 강령과 당규 등을 결정한다. '연방위원회(Bundesausschuss)'는 2번째 상위기관으로 연방전당대회에서 유보한 사항들, 즉 대부분의 정치적 안건들과 조직문제들을 처리한다. 연방지도부(Bundesvorstand)는 당을 이끌고, 연방전당대회 및 연방위원회의 결정사항들을 집행하며, 연방전당대회를 소집한다. 연방지도부의 결정들을 수행하는 사무총국(Präsidium)이 있는데, 이는 정식 당 기관이 아닌 최상위 지도기구이다. 연방지도부 아래로 연방사무처(Bundesgeschäftsstelle)와 연방전문위원회(Bundesfachausschüsse)가 있다.

이와 별도로 17개의 '주 위원회(Landesverband)'가 있어서 주 지도부를 구성하고, 연방과 마찬가지로 그 아래에 주 사무처(Landesgeschäftsstelle)와 주 전문위원회(Landesfachausschuss) 두고, 주 전당대회를 개최한다. 주 위원회 아래로는 337개의 '지역위원회(Kreisverband)'가 있어서 지역지도부를 구성하고 사무처와 위원회를 두고 있으며, 지역전당대회를 개최한다. 그 아래에는 약 1만1500개의 '기초지역위원회(Ortsverband)'가 있어서 지역별로 지도부를 구성하고 당원모임을 개최한다.

그밖에 연방, 주, 지역 단위로 정당재판소가 있다. 또한 공식적인 당 조직은 아니지만 당규에 의거 만들어진 다양한 그룹들이 존재하는데, 이들은 당의 정책을 수립하거나 확산하는데 영향력을 행사한다. 청년 유니온, 중산층 그룹이나 경제그룹 등이 그것이며, 최근에는 시니어 그룹의 영향력이 거세지고 있다. 또 CDU와 가까운 기업들에 의해 만들어진 경제모임이 있는데, 이 모임은 기민당의 경제정책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외에도 다수의 기민당과 가까운 단체들이 존재하는데,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콘라트 아데나워 재단'이다. 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소개하겠다.

우리나라 집권당의 모습이 위에 언급한 기민당 정도의 정당이었으면 좋겠다는 상상을 해본다. 그러면 사회적 시장경제와 복지정책의 강화를 통해서 점점 심화되고 있는 빈부격차나 양극화의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하면서 보다 안정된 사회를 추구하는 건강한 중도우파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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