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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만에 사과한 삼성, 달라진 모습 보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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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만에 사과한 삼성, 달라진 모습 보이길"

[인터뷰] 28일 삼성전자와 교섭 앞둔 반올림 이종란 노무사

삼성전자와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이 오는 28일 직업병 문제에 대한 대화를 앞두고 있다. 최초 직업병 피해자로 알려진 고(故) 황유미(사당 당시 23세) 씨가 2007년 3월 6일 숨을 거둔 지 7년 만이다.

수년 동안 삼성전자 본관 앞에서, 거리에서, 근로복지공단 앞에서, 법정에서 '직업병 문제'를 알려왔던 반올림 측 교섭위원 이종란 노무사는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이종란 노무사는 26일 <프레시안>과 한 인터뷰에서 우선 삼성전자 측이 반올림을 교섭 상대로 인정하고 직업병 문제에 대해 사과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이 노무사는 "그동안 많은 피해자 가족들이 고통을 호소해왔고 (삼성 측의 형사 고소 등으로) 상처도 많이 받으셨다"며 "지금이라도 삼성이 진전된 자세로 교섭에 임해야 한다"는 바람을 밝혔다.

삼성전자 측이 언급한 '제3의 중재기구'에 대해서는 "양측이 성실하게 교섭도 해보기 전에 중재기구부터 얘기하는 건 순서에 맞지 않는다"며 "일단 양측이 성실하게 교섭해서 절충안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편집자>
▲ 지난해 10월 '근로복지공단은 항소를 포기하고 삼성 백혈병 산재 인정 판결을 수용하라'고 요구하는 이종란 노무사(맨 오른쪽). ⓒ프레시안 자료사진

"전향적 태도 보인 삼성, 구체적 방안까지 들고 와야"

프레시안 : 교섭 재개를 앞둔 심경이 어떤가.

이종란 : 일단 (삼성전자가)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보고 싶다. 그동안 이런저런 핑계를 들어 대화하지 못했는데, 더는 소모적인 논쟁을 할 것이 아니라 구체적이고 빠른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

반올림은 지난해 12월에 삼성 직업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삼성전자의 사과, 피해자 보상, 재발방지대책 등 12가지 요구안을 보냈다. 이미 5개월 전에 요구안을 보냈기에, 삼성전자가 이제는 성실한 답변을 가져오길 바란다. (☞ 관련 기사 : 삼성전자-반올림, 28일 백혈병 문제 대화 재개)

프레시안 : 지난해 말 교섭은 왜 결렬됐나?

이종란 : 지난해 12월 첫 만남 이후에 교섭이 이뤄지지 않다가 이제 열리는 것이다. 작년에는 교섭에 임했던 삼성전자 담당자들이 완강하게 "반올림은 이 교섭의 주체가 될 수 없다"고 했다. 참석하고 싶으면 위임장을 가져오라고 했다. 반올림은 피해자 가족과 활동가들이 만든 단체이기에 실질적인 위임의 주체가 되지 못할 이유는 없다. 위임장이 필요하면 내용에 대해 논의하면서 가져오겠다고 했는데, 교섭이 열리지 않았다.

이번에는 삼성전자가 무슨 얘기든지 듣겠다는 것으로 보이고, 피해자가 만족할 만한 정도의 사과는 아니지만, 일정 부분 사과도 했다. 따라서 앞으로는 제대로 된 사과는 어떻게 할지, 재발방지대책으로 무엇을 약속할지, 보상 문제 등에 대해 구체적인 안까지 나와야 한다.

프레시안 : 많은 사람이 왜 하필 지금 시점에 교섭이 재개됐는지 궁금해한다. 지난해 교섭 결렬 이후 삼성전자 측과 사전 공감이 있었나?

이종란 : 사전 공감은 없었다. 계기는 잘 모르겠다. 다만 갈수록 이 문제가 해외로도, 외신으로도 다뤄지고 있고, 피해자들은 더 나오고 있다. 인과관계가 인정되는 산재 인정 사례도 생기고 있다. 게다가 황유미 씨 등 산재 소송에 대한 항소심 결정이 곧 나온다. 오는 6월 26일이 최종 변론기일이다. 삼성이 더는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

프레시안 : 반올림은 삼성전자 측이 직업병 피해자로 의심되는 사람이 있다고 인정한 점, 사과한 점,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점 등에는 환영한다고 했다. 하지만 제3의 중재기구는 반올림 요구 사항이 아니라고 했다. (☞ 관련 기사 : 반올림, 삼성전자 측 사과에 '환영')

이종란 : 양측이 성실하게 교섭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제3의 중재기구부터 얘기하는 건 논의의 순서에 맞지 않는다. 일단 성실하게 교섭해서 절충안을 마련하고, 그래도 안 되면 제삼자가 필요한지 논의할 수 있다. 지금 당장 논의할 단계는 아니다. 지금은 양측이 의견에 접근하지 못한 사안이 뭔지도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우리는 이미 우리 생각을 밝혀 요구안 형태로 보냈고, 삼성은 그에 대해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않았다.

ⓒ프레시안(최형락)

"한쪽에선 백혈병 대화, 한쪽에선 노조 불인정 말아야"

프레시안 : 피해자 가족들 반응은 어떤가?

이종란 : 그동안 많은 피해자와 가족들이 고통을 호소해왔고, 상처도 많이 받으셨다. 지금이라도 피해자 가족들이 기대할 수 있도록, 진전된 자세로 교섭에 임해야 한다.

프레시안 : 예를 들어 어떨 때 상처를 받았나?

이종란 : 피해자 가족들이 수년간 1인 시위를 하거나 언론 인터뷰를 해왔는데 삼성은 꿈쩍도 안 했다. (삼성전자 본관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 과정에서 지금도 형사 재판을 받고 있다. 또 하나, 삼성이 노동조합을 인정하지 않는다. 한쪽에서는 백혈병 문제로 대화하자고 하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노동조합을 탄압하는 모습이 이율배반적이라고 느낀다. 삼성이 태도를 바꿔 노동자나 피해자를 존중하지 않으면, 이 문제를 해결하기는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삼성이 노조를 대하는 태도가 어떨 때 변하지 않았다고 느끼나?
이종란 :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삼성지회에 대한 태도 모두 마찬가지다.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만든 노동조합을 자기들과 상관없다고 외면하는 것은 노조 탄압이라고 본다(이와 관련해 삼성전자 측은 간접 고용 노동자들인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은 교섭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수차례 밝혀왔다. <편집자>).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이 저임금, 과로 등 열악한 노동 환경으로 노동조합 활동을 시작했다. 노조를 인정하지 않아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망자(고 염호석, 고 최종범 씨)까지 나왔다. 노동자들이 파업하고 농성하면서 절규하는데, 그 목소리는 외면한 채 있는 게 이율배반적이다. 이러한 문제는 직업병 문제와도 무관하지 않다. 노동자와 피해자를 대하는 태도가 변해야 한다.

프레시안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이종란 : 삼성이 이번 발표를 하면서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피해자들이 더 많이 제보해오고 상담 요청을 해오고 있다. 반도체, LCD 공장뿐만 아니라 삼성 내 다른 전자제품을 만드는 사업장에서도 연락이 온다. 내용은 백혈병, 뇌종양 등 중증질병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피해자보다 알려지지 않은 피해자들이 많다. 이는 삼성이 압축 성장하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기업이 되기까지 노동자들의 희생이 있었음을 방증한다. 삼성이 피해자들에 대해 단 한 명도 빠짐없이 사과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제대로 된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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