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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주하는 한·미·일 MD, 복원력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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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주하는 한·미·일 MD, 복원력 잃었다

[정욱식 칼럼] '돈 먹는 하마' MD, 美·日 로드맵에 말려드는 박근혜

박근혜 정부 출범 2년 차에 접어들면서 한미일 미사일 방어체제(MD) 구축 움직임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미국과 일본이 치밀한 로드맵을 짜고 한국을 여기에 끌어들이려는 시도가 빛(?)을 보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5월 19일 자 일본 <요미우리 신문> 보도가 주목된다. 이 신문의 영문판에 따르면, 오바마 행정부는 지난 4월 하순 일본을 방문했을 때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부에게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한미일 3자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MD용 정보공유 시스템을 창설하자"고 제안했다. 여기에는 "한국의 레이더에 의해 탐지된 미사일 발사 정보를 세 나라가 즉각 공유하는 계획도 포함되어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방일을 수행한 백악관 안보보좌관인 수전 라이스가 아베 총리에게 이러한 제안을 했고, "아베도 긍정적으로 화답했다." 일본의 지지를 확보한 미국은 5월 30일 싱가포르 샹그릴라 안보 대화 기간 중에 열릴 예정인 한미일 국방장관 회담에서 "MD 합동 운용 논의를 시작하자고 제안할 방침"이라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치밀한 로드맵, 말려드는 박근혜

한미일 MD와 관련된 올해 흐름을 종합해보면, 이미 상당한 논의가 진척되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중요한 출발점은 오바마가 주선한 한미일 정상회담이었다. 3월 26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이 회담에서 오바마는 3자 간 군사적 결속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MD를 어떻게 더 심화시킬 수 있는지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 박근혜(왼쪽)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가운데)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3월 25일 오후(현지시간) 네덜란드 헤이그 미대사관저에서 3국 정상회담을 가진 이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오바마의 제안에 따라, 4월 중순에는 한미일 3자 안보 토의(DTT)가 워싱턴에서 열렸다. 필자가 여러 차례 강조한 것처럼 DTT는 MD를 고리로 삼아 한미일 삼각동맹을 추진하는 은밀한 '컨트롤 타워'에 해당된다. 이 회의에서 한미일은 MD 협력 강화 및 이를 위한 한미일 군사정보 공유 문제를 심층적으로 논의했다.

그리고 오바마 대통령이 또다시 직접 나섰다. 4월 하순 일본과 한국을 차례로 방문해 3자 간 MD 및 정보 공유 문제를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로 삼은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오바마는 일본을 방문한 자리에선 한미일 3자 MD 체제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뒤이어 한국을 방문한 자리에서도 유사한 제안을 했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회담 결과는 문서가 말해준다'고 하는데, 한미 정상회담에선 이렇게 해석할 수 있는 두 가지 중요한 표현이 담겨 있다. "MD의 상호운용성 증대" 및 "한미일 3국 간 정보공유"가 바로 그것이다.

뒤이어 오바마와 아베는 각자 중요한 국내적 조치를 취했다. 오바마는 한미일 군사동맹 설계자 가운데 한 사람이자 최측근인 마크 리퍼트를 주한미국대사로 내정했다. 아베는 헌법 해석을 바꿔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공식화했다. 리퍼트 내정자의 핵심 임무가 한미일 군사협력 강화에 있고, 집단적 자위권의 핵심적인 목표가 미·일 동맹 일체화 및 한미일 MD에 있다는 점에서 이 둘은 분리된 것이 아니다. 그리고 곧 열리는 한미일 국방장관 회담에서 쐐기를 박으려고 한다. 불과 두 달여 사이에 한미일 MD를 향한 속도전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정녕 MD의 전초기지를 자처하려는가?

미·일 동맹의 입장에선 한국의 MD 참여가 더없이 중요하다. 한국은 MD의 명시적인 대상인 북한과 잠재적인 대상인 중국 및 러시아와 가장 가까운 미국의 동맹국이다. MD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 상대방의 미사일 발사를 최대한 빨리 탐지·추적하는 데 있다는 점에서 한국의 지리군사적 이점은 대단히 큰 것이다.

더구나 한국은 현재 3척의 이지스함을 보유하고 있고, 또 늘려나갈 계획이다. 한국이 동참하면 미국과 일본은 재정적 부담도 덜 수 있다. 무엇보다도 한국이 MD에 편입되면, 미국엔 아시아 재균형 전략이 보다 수월해지고 일본으로서는 집단적 자위권을 포함한 군사 대국화에 대한 한국의 불만을 희석시키는 효과를 갖게 된다. 한미일 MD 및 정보공유 자체가 세 나라가 집단적 자위권을 일부 공유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한국이 미·일 동맹의 MD에 편입되게 되면 그 위험성과 국익 손실은 대단히 클 수밖에 없다. '돈 먹는 하마'인 MD에 편입될수록 재정 부담은 늘어나게 된다. 2008년 유럽 미사일 위기와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의 원인 가운데 하나는 MD를 앞세워 나토가 동진한 데에 있다. 중국이 MD를 21세기 최대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다는 점에서 유럽의 사례는 동북아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대단히 크다.

또한 세계 최강의 공격력을 갖춘 미국이 한국 및 일본과 함께 방어력까지 증대하면, 한반도와 동북아의 군비경쟁은 더욱 격화될 것이라는 점도 불 보듯 뻔하다. 중국 군사 현대화의 상당 부분은 MD 대응 전력 구축에 맞춰져 있다. 북한도 "핵 억제력"을 강화해 MD에 맞서려고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한국이 미·일 동맹의 MD에 참여하게 되면, 한국의 외교 안보도 복원력을 급속히 잃고 만다. MD의 포식성과 자기 증식성을 놓고 볼 때, 또한 한국의 지정학적 위치를 고려할 때, 대한민국호에 MD라는 화물을 싣게 되면 재난의 위험성도 커지고 재난 발생 시 수습도 어려워진다. 현재의 참사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정부가 미래의 위험마저 잉태시키고 있는 셈이다. 그것도 세월호 참사를 틈타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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