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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월드컵, 스포츠 축제냐 범죄와의 전쟁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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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월드컵, 스포츠 축제냐 범죄와의 전쟁이냐

[주간 프레시안 뷰] 브라질, 월드컵 치안 위해 무인기까지 동원?

안전 확보를 위한 사회적 능력도 없이 국제 스포츠 행사를 개최하는 것이 정말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국가 발전이라는 이름으로 사회적 모순을 더 증폭시키는 기폭제로 작용하는 것일까요.
현재 브라질은 치안에 비상이 걸렸다고 합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6월 12일~7월 13일) 개막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는데, 아직도 치안이 불안하다는 소식이 들리니 외국인들로서는 어리둥절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2014년 브라질 월드컵 결승전이 열리는 리우데자네이루가 어떤 곳인지 알면 놀랄 일이 아닙니다. 리우데자네이루는 1960년까지 브라질의 수도였고, 지금도 세계적인 관광도시죠. 하지만 도심에 버젓이 거대한 빈민촌들이 곳곳에 있고, 그 대조적이고 너무나 이질적인 풍경을 또 하나의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곳입니다.

그런데 이 빈민촌들이 브라질 치안당국에 의해 완벽히 통제되는 곳이냐 하면 그렇지 않습니다. 어떤 의미에서 치외법권의 지대를 형성하고 있고, 범죄조직, 특히 마약조직들의 소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역 관광수입을 위해 외국인 관광객에 대해서만 치안에 협조할 뿐입니다.

하지만 브라질 월드컵 대회 기간 동안 그들이 치안에 협조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범죄조직끼리 세력 다툼을 하느라 바쁘기 때문입니다. 일명 '마라카낭'이라고 불리는 세계 최대의 축구경기장 '에스타디오 마리오 필료'가 이곳에 있기 때문에 브라질 월드컵의 상징적인 도시라고 할 수 있는 리우데자네이루의 치안 문제는 반드시 개막 전에 해결이 되어야 합니다.

장갑차와 헬기, 중무장 군인 동원, '전쟁터' 방불

하지만 브라질 정부와 범죄조직들과의 협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던 모양입니다. 브라질 정부는 최근 해병대와 육군, 경찰 2700명을 동원해 리우데자네이루 빈민가 '콤플레소 다 마레'를 급습했습니다. 그냥 병력만 동원된 것이 아니고요. 장갑차와 헬기까지 동원해 자동소총과 방탄복으로 중무장한 군인들이 복잡한 뒷골목을 뒤지며 마약범죄 조직과 총격전을 벌인 것입니다. 콤플레소 다 마레는 월드컵 기간 관광객 60만 명이 오고 갈 리우 국제공항과 불과 2km 정도 떨어진 곳입니다. 이런 곳에서 전쟁이나 다름없는 교전이 벌어지고 있다니 상상이 가십니까?

앞서 리우데자네이루의 또 다른 빈민가 '파바우 파바우지뉴'에서도 마약조직과 경찰 사이에 총격전이 일어났습니다. 이 지역 역시 국제축구연맹(FIFA)이 월드컵 경기 생중계를 위해 야외 스크린을 설치할 예정인 세계적인 관광지 코파카바나 해변 근처입니다.

'콤플레소 마레'를 급습한 작전에서 범죄 조직원 10여 명이 사살되고 118명이 체포됐다고 합니다. 최근 두 달간 범죄조직들이 지역 파출소에 잇따라 총격을 가한 데 대해 응징을 했다고 할 수는 있지만, 이 정도로 진압될 범죄조직들이 아닙니다.

월드컵 개최 장소의 하나인 브라질 최대 경제도시 상파울루는 또 어떤지 아십니까. 지난 4월 22일 상파울루와 인근 도시를 오가는 버스 회사에서 무장 괴한들이 불을 질러 버스 34대가 완전히 불에 탔고 버스 운행이 차질을 빚으면서 2만여 명의 주민들이 불편을 겪었습니다.

올해 들어서만 상파울루 시와 인근 도시를 오가는 버스 120여 대가 이렇게 불에 탔습니다. 경찰은 마약 밀거래를 둘러싼 범죄조직 간의 세력 다툼 때문에 벌어진 사건으로 보고 있지만, 주민들은 불안하기 짝이 없습니다.

급기야 브라질 정부는 빈민가에 37개의 경찰서를 설립하고 우범 지역의 치안을 감시하기 위해 드론(무인기)을 띄우겠다는 대책까지 내놓았습니다.

월드컵 반대 시위 세력 "외국인도 공격하겠다"

하지만 치안 부재는 범죄 조직에서만 비롯되는 것도 아닙니다. 치안 수요가 늘어날수록 경찰의 불만이 커지고 있습니다. 심지어 근무 여건 개선을 요구하는 현지 경찰의 파업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경찰이 파업을 벌일 때마다 상가 약탈과 강력사건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치안 우려를 키우는 요소는 또 있습니다. 월드컵 반대 시위 세력입니다. 이 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블랙 블록'은 월드컵 기간 동안 외국 축구 대표팀이 이용하는 버스와 호텔도 공격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서 치안 문제에 대한 불안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 4월 29일(현지시간)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벌어진 '월드컵 개최 반대' 시위. 현수막에는 'No Health No Cup(병원 없인 월드컵도 없다)'라고 쓰여 있다. ⓒ연합뉴스

브라질 월드컵 대회 준비가 부실하다는 지적도 FIFA에서 공개적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월드컵 반대 시위와 함께 빈민가를 중심으로 강력사건이 잇따르는 등 치안불안 상태도 계속되는 가운데, 월드컵 경기가 열릴 12개 도시 중 개막전이 열리는 상파울루를 포함해 일부 경기장 공사는 아직도 끝나지 않았습니다.
지난 4월 22일 FIFA의 제롬 발케 사무총장은 "브라질 월드컵 준비가 완벽하게 되고 있지 않은 것 같다"고 공개적으로 불만을 드러냈습니다.

브라질이 월드컵 개최지로 결정된 것이 지난 2007년인데 왜 이렇게 준비가 미흡한 것일까요. 사정이 있습니다. 당시는 브라질이 '브릭스(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로 불리는 신흥 경제대국 그룹의 선두로 꼽힐 만큼 잘 나가던 때였습니다. 그래서 1950년 이후 64년 만에 브라질에서 다시 월드컵을 개최하게 됐다는 소식에 축구라면 종교처럼 열광하는 브라질 국민 모두 환호했습니다.

사상 최대 돈 잔치 월드컵, 국민은 사회안전망 붕괴

하지만 기쁨은 곧 사그라졌습니다. 브릭스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옛말"이 됐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경제성장이 둔화일로를 걸었습니다. 브라질도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에서 반짝 성장세를 보이더니 2011년 이후 2%대도 힘겨워하는 신세가 됐습니다. 국가 전체가 잘 나가다가 갑자기 급제동이 걸리는 양상이 되자, 고질적인 빈부격차는 더욱 크게 느껴지는 상황이 됐습니다.

이 와중에 브라질 정부는 월드컵 관련 시설 확충에만 110억 달러(약 11조3000억 원)의 예산 중 이미 70억 달러의 돈을 썼습니다. 당초 예산의 3배 가까이 늘어난 것입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은 5조2300억 원, 2006년 독일 월드컵은 5조5400억 원,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은 약 3조7800억 원이 들었습니다. 브라질 월드컵은 4년 전 남아공 월드컵 대회의 4배에 이르는 예산이 투입되는 것입니다. 역대 월드컵 사상 최고의 돈 잔치를 벌이고 있는 것이죠.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의 경우 4년이 지난 현재 투자한 예산의 대부분이 회수도 못한 채 사라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브라질 월드컵은 이보다 더 막대한 적자 대회가 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난해 6월에는 브라질 사상 최대의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수십만 명의 주민들이 낙후된 공공서비스와 경찰의 폭력, 정치권의 부패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월드컵이 웬말이냐며 시위를 벌인 것입니다. 시위대는 "우리에게 월드컵은 필요 없다. 필요한 것은 병원과 학교를 위한 돈이다"라는 구호를 외쳤습니다. 그 이후 지금까지 크고 작은 시위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특히 브라질 국민이 분통을 터뜨리는 이유는 월드컵 예산이 갈수록 부풀려지는 것이 정경유착에 의한 부패와 연결돼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브라질은 2016년 하계올림픽까지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치러야 합니다. 남미 대륙 최초의 올림픽이라는 의미가 있지만, 월드컵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을 지켜본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걱정이 태산 같다고 합니다.

호주 출신인 존 코티스 IOC 부위원장은 지난 4월 29일 브라질의 올림픽 준비에 대해 "여러 가지 면에서 어떤 대회보다도 최악"이라며 "가장 준비가 안 돼 있었던 2004년 그리스 아테네 올림픽 때보다도 못하다"고 맹비난했습니다. IOC가 이렇게 노골적으로 개최국을 비난하는 것은 정말 이례적이죠.

답답한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경기장과 부대시설 건설이 늦어지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말로 브라질 정부를 압박하고 나섰습니다. 이에 대해 리우 올림픽조직위는 성명을 통해 "올림픽 준비는 예정된 기간 안에 끝날 것"이라면서 "2016년 리우 하계올림픽은 최고의 대회가 될 것"이라고 반박하는 등 신경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지금으로서는 오는 10월 대통령 선거에서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의 재선이 유력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대규모 국제스포츠 행사를 연속적으로 치르는 동안 브라질의 미래에 서광이 비칠지, 그림자가 드리우는 결과가 초래될지 지켜볼 일입니다.

<주간 프레시안 뷰>는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만의 차별화된 고급 칼럼지입니다. <프레시안 뷰>는 한 주간의 이슈를 정치/경제/남북관계·한반도/국제/생태 등 다섯 개 분야로 나눠 정리한 '주간 뉴스 일지'와 각 분야 전문 필진들의 칼럼을 담고 있습니다.

정치는 임경구 프레시안 정치 선임기자 및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가 번갈아 담당하며, 경제는 정태인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원장, 남북관계·한반도는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국제는 이승선 프레시안 국제 선임기자, 생태는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이 맡고 있습니다.

이 중 매주 한두 편의 칼럼을 공개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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