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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실종자 가족 "내 새끼 죽이고 나는 못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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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실종자 가족 "내 새끼 죽이고 나는 못 산다"

[소조기, 3일 간의 기록 ③] 자식 잃은 부모 앞에서 정부도, 언론도 죄인

'세월호 침몰' 일주일 만에 유속이 느려진다는 '소조기'가 찾아왔다. 정부 당국은 가용한 인력과 장비를 총동원해 수색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실종자 가족들 또한 175번째 생존자 소식을 애타게 기다렸다. 그러나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살아만 있어 다오"라는 희망은 "내 새끼 살려 내"라는 원망으로 바뀌었다. 다음은 지난 22일부터 24일까지 3일 간 진도 실내체육관과 팽목항을 오가며 적은 것이다.


소조기 마지막 날, 실종자 가족들의 분노는 용광로처럼 달아올랐다.

24일 가족 일부는 범정부사고대책본부가 있는 진도군청을 항의 방문했고, 일부는 배를 타고 수색 현장을 직접 살폈다. 지난 20일 구조가 늦어지는 것에 항의하며 청와대 도보 행진을 추진한 이후 두 번째 집단행동이다.

"소조기도 끝나가고 있다. 실종자를 구조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없다. 벌써 상태가 안 좋은 시신이 나오고 있는데 어떡할 거냐."

"TV에는 매일 항공기가 몇 대고, 잠수부가 몇 명이고 이런 숫자만 나온다. 실제로는 다 작업하지도 않으면서 숫자만 써서 잘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려 한다."

하나둘 모인 분노는 오후 늦게 팽목항에서 터졌다. 실종자 가족 몇몇이 가족지원상황실을 밀고 들어갔고, 해양경찰 최상환 차장이 끌려나왔다. 가족들은 해경의 수색 작업 계획 발표가 거짓이라며, 더딘 수색 작업에 분통을 터뜨렸다.

"내 애가 저 안에 있어. 자식이 찬물에 들어가 있다고."

"해경, 너희가 소조기 3일이 수색 작업을 하기 최고라고 했어. 뭐, 했느냐고! 애들을 빨리 구해야지."

▲ 소조기 마지막 날인 24일, 팽목항에는 부모들의 절박한 심정이 그대로 표출됐다. ⓒ프레시안(이명선)

오후 5시 40분 가족들은 팽목항을 찾은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과 김석균 해양경찰청장을 에워싼 채 거세게 항의했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전화해라. 우리 아들이 물속에서 춥다고 한다. 빨리 데려와라."

그러나 이주영 장관은 "제가 죽일 놈이다. 모든 것을 책임지겠습니다"라고 답할 뿐, 가족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어떤 말도 행동도 하지 않았다. 울음도 말라 버린 분노는 순식간에 악으로 변했다.

"당신들 계속 거짓말하고 있다. 민간잠수사도 투입한다고 해 놓고, 작업에 방해된다며 작업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우리는 열심히 했는데 바람이 세서 못 들어가고 있다'는 변명만 늘어놓고 있다.

온 국민이 노란 리본을 달며 '무사생환'을 염원하고 있는 이 시기에 국민이 애가 타 죽는데, (대책본부는) 방송에다 뭐라고 했나. 헬기가 몇 대씩 뜨고, 배가 200척이 떴다고? 40~50명의 잠수사가 들어갔다 나왔다 한다고?
너희는 내 자식 살이 다 섞어 퉁퉁 불어 고기밥이 되길 기다리고 있는 건가.

사고 첫날, 내 자식 건져서 데려가려고 옷만 싸들고 내려왔다. 데리고 가려고 옷만 싸서 왔어! 그런데 어떻게 했나. 기어 나온 애들만 간신히 건지고, 그 좋은 날씨도 넘기고, 비 와서 바람이 세서 못 들어간다고 했다.

머구리 오라고 했더니, 예산이 없어서 또 윗선에서 허가가 안 나서 못 한다고 했다. 그래서 내 돈으로 할 테니까 머구리협회 회장 부르라고 했다. 그때야 민간잠수사들이 참여할 수 있었다. 그런데 해경이 또 못 들어가게 막는다고 했다.

(사고 다음날부터) 구조 작업 8일째다. 우리 애들 많이 건졌나? 구조했나? (바닷물에) 애들 뜬 거 건져왔다.
첫째 날, 둘째 날 정신 잃고 쓰러져서 링거 두 번 맞고 깨어났다. 내 인생에 이런 일이 생길 줄 꿈에도 몰랐다. 그런데 (수색작업) 8일째가 된 오늘까지 이 사람들 어떤가. 똑같다. 방송은 또 어떤가. 똑같다. 대통령이 왔다가도, 국무총리가 왔다가도 똑같다. 엄마들이 물건 던지고 쌍욕 해도 달라진 것 있나. 비 오는 날, 바닥에 엎드려 무릎 꿇고 자식 이름 부르며 살려달라고 했는데도 달라진 것 있나!

지금 이 사람들, 우리에게 맞아 죽을까봐 기 쓰고 있다. 불쌍하다. 죽을까봐 달달 떨고 있는 게 불쌍하다.

자식 죽고 우리만 살아서 살 수 있나. 우리가 지금 살아 있는 자식 꺼내 달라고 했나. 우리, 어차피 한 번 접은 사람들이다. 자식 시신, 덜 훼손되게 해달라는 건데 첫째 날이나 지금이나 똑같다.

국민은 '빨리 돌아와라. 기적은 일어난다. 돌아와라, 단원고 학생들!'이라고 기도하고 있는데, 기자들은 국민을 우롱하고 있다.

기적이 우리 맘대로 일어날 수 있나. 매일 속으면서 또 기도하고, 오늘은 내 자식이 나올까 매일 기대했다. 내일이라고 달라지겠는가. 모레라고 달라지겠는가.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내 새끼 죽이고 나는 못 산다."

정부도, 언론도, 자식 잃은 부모 앞에서는 죄인이었다.

민관군 합동구조팀은 소조기 3일 동안 세월호 3층과 4층을 집중 수색했지만, 하루에 20~30구씩 수습되던 시신은 오후 8시 30분까지 16구에 그쳤다. 22일에는 36구, 23일에는 36구의 시신이 수습됐다.

한편, 지난 17일 진도 방문 직후 71%까지 상승했던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이 닷새 만에 14.5%포인트 하락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 이택수 대표가 전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밝힌 바에 따르면, 23일 현재 박 대통령 지지율은 56.5%다. 이 대표는 "세월호 사고 직후 상승했던 것도 진도 방문을 계기로 구조 활동에 만전을 기해달라는 소망이 담겼던 것인데, 이후 구조 활동에 실망이 커서 하락한 듯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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