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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에게 밑지는 장사한 박근혜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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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에게 밑지는 장사한 박근혜 정부

[정욱식 칼럼] MD 팔아주고, 집단적 자위권 용인하고···

대한민국 전체가 세월호 침몰이라는 커다란 충격과 깊은 슬픔, 그리고 그 끝을 가늠할 수 없는 분노에 휩싸이고 있다. 도대체 이를 어떻게 수습할 수 있을지 근심이 커지고 있다. 이렇게 내우(內憂)가 커질 때 외환(外患)을 어떻게 관리·대응하느냐는 국가의 어려운 숙제이지만 기본 덕목에 해당한다.

때때로 위정자들은 외환을 야기·방조해 내우를 덮고자 하는 유혹에 빠질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유혹을 이겨내지 못하면 내우를 해결하는데 필요한 힘과 지혜는 더욱 위축되기 마련이다. 그 결과 내우와 외환의 위험성 모두 커지면서 악순환이 형성될 수 있다. 그 피해와 고통은 고스란히 낮은 곳으로 흘러가면서 말이다.

▲ 25일 청와대에서 열린 정상회담 직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박근혜(오른쪽)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청와대

대한민국은 외환에 제대로 대처하고 있는가?

오늘날 대한민국이 처한 외환은 크게 세 가지이다. 하나는 북한의 4차 핵실험 가능성을 비롯한 한반도 정세 불안이다. 또 하나는 일본의 군사대국화이다. 끝으로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 격화와 한국이 여기에 휘말릴 위험성이다. 이 세 가지는 고도의 연계성을 가지면서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를 위협하는 가장 핵심적인 문제들이 되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박근혜 정부는 내우는 물론이고 외환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안일하게 대처하고 있다. 지난주에 있었던 한미정상회담 결과는 이를 잘 보여준다. 우선 발등의 떨어진 불이라고 할 수 있는 북한의 4차 핵실험을 막을 방법 자체가 부실하다. 강력한 제재와 압박과 고립을 경고하고 있지만, 이는 실패한 정책의 되풀이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북한의 4차 핵실험 가능성 및 이를 막기 위한 유연한 대책에 대한 질문을 받고는 “북한이 언제라도 핵실험을 할 수 있다”며 드레스덴 구상이야말로 “정말 유연한 정책”이라고 답했다. 대통령의 덕목은 정치 평론가 그 이상을 요구하는데 평론가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 답변이다. 특히 북한이 드레스덴 선언을 여러 차례에 걸쳐 거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상태에서 이게 북한의 핵실험을 막을 수 있는 유연한 정책인 것처럼 답한 것은 동문서답에 불과하다.

앞선 글에서 지적한 것처럼, 지금 북한의 4차 핵실험을 주동적으로 막을 수 있는 유력하고도 유일한 방법은 6자회담의 문을 여는 것이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은 6자회담을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북한이 추가 핵실험을 하면 6자회담은 무의지해질 것이라며 두 차례 언급하는데 그쳤다. 이처럼 두 정상은 6자회담을 통한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을 철저히 외면했다.

대신 지겹게 반복되어온 중국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러나 중국은 주미 중국대사인 추텐카이(崔天凱)의 말처럼 이러한 요구를 “불가능한 임무(mission impossible)"로 간주한다. 중국이 북한의 핵정책을 변화시킬 현실적인 힘도 없을뿐더러, 그 유일한 방법은 대화와 협상인데 한미 양국이 이를 거부하는 것에 대한 강한 불만의 토로이다.

밑지는 장사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오바마 행정부는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의 시기와 조건을 재검토”하겠다는 선물을 주고 박근혜 정부로부터 “미사일 방어체제(MD)의 상호운용성 증대” 및 “한미일 3국 간 정보공유”를 선물로 받았다. 그런데 이건 완전히 밑지는 장사이다.

전작권은 대한민국의 정상화를 위해 진작 가져왔어야 할 군사주권이다. 세계 10위권의 하드파워를 자랑한다는 한국이 스스로 작전권을 행사할 소프트웨어가 없다는 것은 국가의 기본 책무를 망각하는 것이다. 전작권을 가져온다고 해서 한미동맹이 깨지는 것도 아니다. 미국도 가져가라고 한다. 그런데 이걸 또 다시 연기하는 조건으로 MD와 한미일 군사정보 공유를 받아들인다는 것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전란에 대비한 전작권을 환수할 수 있을 때, 세월호 참사와 같은 재난 대비와 구호도 튼실해질 수 있다는 주장은 지나친 비약일까?

더구나 한국이 일본과 군사정보를 공유하기 위한 양해각서(MOU) 체결을 추진하면 일본 재무장의 핵심인 집단적 자위권을 반대할 명분조차도 읽게 된다. 군사정보 공유는 한일 간에도 집단적 자위권을 일부 공유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북핵 때문에 전작권 환수가 시기상조라면, 핵문제 해결도, 전작권 환수도 영원히 불가능해진다는 데에 있다. 미국은 ‘전략적 인내’라는 모호한 이름 하에 북한 위협을 근거로 한미일 삼각동맹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은 말로는 비핵화를 외치면서 정책으론 전혀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북한의 핵 능력이 지속적으로 강화될 수밖에 없다는 것도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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