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이 간절히 원하는 게 뭔지 아나?"
"모든 것을 검토해…"
"검토만 하지 말고 내 자식 꺼내라고!"
소조기 마지막 날, 실종자 가족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살아만 있어다오"라는 염원이 "시신만이라도…"라는 절규로 바뀌면서 눈물 대신 악만 남았다.
실종자 가족들은 24일 오후 팽목항을 찾은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과 김석균 해양경찰청장에게 적극적인 구조작업을 요구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자식 잃은 부모 심정이 그대로 표출된 것이다. 이 장관과 김 청장은 이날 오후 6시께부터 8시간 이상 가족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가족들은 정부 당국의 구조작업에 강한 불신을 드러내며, 민간잠수사 투입을 요구했다. 특히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 합류와 다이빙벨(다이버 이송장치) 사용을 강하게 밀어붙였다.
결국 이 장관은 "이종인 대표까지 포함해서 가용 인력을 총동원해 (구조작업을) 하도록 명령을 내린다"라고 지시했고, 김 청장은 "장관님의 뜻을 잘 받들겠다. 이종인 대표를 포함한 전문가를 총동원하겠다"라고 말했다. 최고위 관료 두 명의 어처구니없는 촌극이 연출된 것이다.
하지만 파장은 엄청났다. 이 대표는 이날 JTBC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해양경찰청장에게서 전화가 왔다"며 "'협조와 준비를 잘할 테니 같이 의논해서 작업할 수 있도록 출동해 주십시오'라는 식으로 요청을 받았다"고 밝혔다. 25일 오전 현재, 이 대표는 다이빙벨을 싣고 목포항으로 이동 중이다.
정부가 민간잠수사와 다이빙벨 실효성에 의문을 제시하며 수색작업에서 배제한 지 사흘 만에 스스로 말을 바꾼 것이다. 그러나 이는 자초한 일이다.
민관군 합동구조팀에서 유일하게 '민(民)'의 역할을 하고 있던 민간구난업체 언딘 마리 인더스트리(이하 언딘)가 전날 다이빙벨을 수색작업 현장에 몰래 들여오다 발각됐다. 게다가 언딘이 사고 책임 해운사인 청해진해운과 계약을 맺은 업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특혜 논란, 독점 논란에 휩싸였다.
가족들은 이에 대해 "자식 죽인 놈에게 살려달라고 하는 꼴"이라며 거세게 항의했다. "거짓말만 늘어놓는 정부에 넌덜머리가 난다"는 하소연도 이어졌다. 하지만 바라는 점은 하나였다.
"사고 발생에 대한 책임도, 미흡한 초동 대처도, 더딘 수색작업도 지금은 탓하지 않겠다. 남은 시간만이라도 헛되게 하지 마라. 아이를 먼저 구하라. 첫째도, 둘째도 아이를 먼저 구하라. 우리 아들이 물속에서 춥다고 한다. 빨리 구하라."
이 대표와 다이빙벨이 175번째 생존자 소식을 들려줄 가능성은 희박하다. 다만, 장례라도 온전히 치러주고 싶은 가족들에게는 유일한 희망이고 위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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