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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벌이 내몰린 기자들, 피해 가족 상처 안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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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벌이 내몰린 기자들, 피해 가족 상처 안 보였다"

토론회서 기자들 "반성"…"보도 준칙 만드는 것보다 교육 중요"

"방송사들은 재난을 '쇼'처럼 연속으로 방송하고, 인터넷 매체들은 조회수 경쟁에 몰입한 나머지 자극적인 기사를 쓴다. '자사 이기주의'에 빠져 희생자 가족이 느끼는 아픔, 국민이 가질 트라우마를 신경쓰지 않았다."

세월호와 함께 한국 언론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 함께 가라앉았다. 한국기자협회는 뒤늦게나마 언론의 무분별한 보도에 우려를 표하며 재난보도 준칙 마련에 다시 나서기로 했다. (관련기사 : "
세월호 참사 보도, "신속성보다 정확성이 먼저")

기협은 준칙 제정의 첫 단추로 '세월호 참사보도 문제점과 재난보도 준칙 제정 방안' 토론회를 열었다. 2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 모인 기자들은 자사 이기주의에 따른 무분별한 보도 행태를 반성했다. 기자들은 재난보도 준칙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준칙을 만드는 것보다 교육을 통해 체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세월호 사고 수습 현장에서 가장 비난을 받는 기자는 방송 촬영 기자, 사진 기자들이다. 다수 기자들이 시신 구조 장면을 카메라에 담거나, 시신 앞에서 오열하는 유족들을 근접 촬영해 피해자 가족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토론자로 나선 이중우 한국방송카메라기자협회 회장은 "카메라협회부터 반성한다"고 운을 뗐다.

이 회장의 발언은 고백에 가까웠다. 그는 "준칙을 자체적으로 갖고 있음에도 기자들은 현장에 가면 지키기 어렵다"며 "속보 경쟁이라는 의식에 억눌려서 인간의 최소한의 예의마저 어기고, 카메라 기자들은 희생자 가족을 근접촬영하거나 사고 현장에 무단으로 들어간다"고 말했다.

▲경비정에 몰래 타려던 기자가 신분이 탄로나 쫓겨나고 있다. ⓒ프레시안(손문상)

속보 경쟁에 따른 상부의 무리한 취재 지시 문제도 지적했다. "(회사에서) 암암리에 '타사와 다른 내용 없어?'라고 강요한다. 현장에 있는 기자는 속된 말로 없는데 만들어서 오보 가능성이 높아지기도 한다"는 것이다.

홍인기 한국사진기자협회장도 "재난 보도는 피재자(被災者) 입장에서 보도돼야 한다는 건 안다"면서도 "데스크 지시로, 현장에 가장 먼저 가는 사진기자 등은 뉴스가 되는 취재에 몰두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대형 재난 사건에서 취재 경쟁으로 인한 오보, 자극 보도 등을 막기 위해선 '합동취재반' 운영이 필요하다는 제안도 나왔다. 이연 선문대학교 교수는 "특히 방송국의 경우 방송 시간대별로 역할을 분담해 전파를 일원화하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며 "그렇지 않으면 각사의 지나친 과열 경쟁으로 이중보도나 오보 등으로 전파 낭비라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보도 준칙을 만드는 데서 그칠 게 아니라, 준칙을 체화하기 위한 기자 교육 프로그램이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김당 오마이뉴스 부사장은 "자사 이기주의나 속보 경쟁 문제도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준칙만 만들어놓고 교육 훈련이 없으면 안 된다는 것"이라며 "교육 훈련이 없으면 피재자 중심 보도 원칙과 기자들이 갖고 있는 국민의 알 권리가 우선한다는 생각이 충돌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최병국 연합뉴스 콘텐츠평가실장은 "언론이 오히려 더 돈벌이에 매달리고, 기자들은 왜 경쟁해야 하는지도 모를 정도로 내몰리는 상황"이라면서 "그러다 보니 재난보도 준칙뿐 아니라 인권보도 준칙도 들여다보지 않고, 교육받은 적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자 교육을 하는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내러티브 기사 등 기술적인 교육은 일부 하지만 기자로서 필수적으로 갖출 윤리, 보도 요령 등 교육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참석자들은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언론 전반의 문제를 긴 시간을 갖고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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