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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재준은 어디로?"…유우성 측, 검찰 직무유기로 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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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재준은 어디로?"…유우성 측, 검찰 직무유기로 고발

[분석] '꼬리 자른' 검찰…증거 조작 윗선 정말 없을까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검찰이 14일 발표한 서울시 공무원 사건 증거조작 수사 결과는 언론의 예상에서 단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국가정보원 수장 남재준 원장과 공소유지를 담당한 검사 2명 모두 무혐의로 결론지었고, 검찰 스스로 가장 '윗선'으로 지목한 대공수사팀장마저도 불구속기소하는 데 그쳤다.

조작 의혹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 진상조사팀 윤갑근 검사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중대한 범죄라는 판단 하에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수사 결과는 납득하기 힘든 점 투성이다. '의도된 부실 수사'라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다.

▲간첩 증거 조작 '무혐의' 처분을 받은 남재준 국정원장. ⓒ연합뉴스

직급 내려갈수록 죗값 올려 '꼬리 자르기'

수사 발표의 핵심은 과연 검찰이 국정원장과 대공수사국장 등 '윗선' 개입을 밝혀내는지 여부였다. 결과적으로 실패였다. 증거가 부족했다는 게 검찰이 밝힌 실패의 변(辯)이다.

검찰은 조작 사건의 총괄 책임자로 대공수사팀장 이모 처장을 지목했다. 국정원 협조자에게 문서 위조를 지시하는 등 실무를 맡은 김모 과장의 바로 위 상사로 3급이다. 결국 증거 조작은 3급 아래에서 발생했다는 얘기다.

검찰 설명과는 달리, 적어도 2급인 대공수사단장(부국장)까지 관여했으리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선양 주재 총영사관 이인철 영사에게 내려진 '가짜 확인서' 제작 지시 문서의 전결권자가 바로 대공수사단장이기 때문이다.

검찰은 일부 문건의 경우 대공수사단장이 직접 결재했음을 인정하면서도, 전자결재 시스템상에서 '단순 클릭'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또, 부국장 이상 상급자의 지시를 받지 않았으며 증거 입수 경위에 대해서도 보고하지 않았다는 국정원 직원들의 말을 따랐다. 즉, 대공수사단장은 이 사건을 몰랐다는 얘기다.

그러나 외국 공문서 위조는 밝혀질 경우 외교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는 사안이다. 그런 중차대한 일을 과연 3급 직원 혼자 결정할 수 있었을지는 의문으로 남는다. 더욱이 위계가 엄격한 국정원 특성을 생각한다면 3급 직원의 독단 행동은 상상하기 어렵다. 이처럼 미심쩍은 부분이 남았음에도 검찰은 더는 증거를 찾을 수 없다며 수사를 접었다.

일각에선 증거 조작 관련 예산 명목인 특수활동비의 규모와 흐름만 살펴도 윗선 개입 여부를 알 수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특수활동비 사용 시 영수증이 필요 없는 대신 지급자와 지급상대방, 지급 목적 및 액수 등은 자료로 남겨야 하기 때문이다. 또, 적지 않은 예산이 들기 때문에 상급자가 파악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게 상식적인 판단이다. 그러나 검찰은 예산 관련해 "대공수사처장이 전결했다"는 얘기만 할 뿐 자세한 설명은 밝히지 않았다.

검찰은 이 처장이 '최종 결재 라인'이라면서, 동시에 또 상식 밖의 결정을 내렸다. "총 책임자인 것은 맞지만 범행을 구체적으로 실행한 건 아니고, 주도적으로 범행한 것은 밑의 과장 이하"라며 이 처장을 불구속기소한 것.

결국 검찰은 이 사건 연루자들에 대해 1·2급은 무혐의, 3급 불구속기소, 4급 구속기소 등 직급이 내려갈수록 죗값을 올렸다. 처벌 수위만 놓고 본다면 가장 큰 책임은 4급 직원들에게 있는 셈이다. 이로써 검찰 수사는 국정원의 조직적 개입의 실체를 밝히기는커녕 오히려 실체에서 멀어지도록 만들었다.

▲지난 11일 법원으로 들어서는 유우성 씨와 변호인단. ⓒ연합뉴스

제 식구 감싸는 검찰… "처음부터 수사 의지가 없던 것"

검찰은 국정원-검찰의 조작 공모 여부에 대해서도 일축했다. 수사와 공소 유지를 담당한 검사들은 "(국정원 직원들을) 믿고 한 것"이라며 도리어 국정원에 속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해당 검사들이 조작 가능성을 알고도 묵인·방조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조작 사건의 단초가 된 유우성 씨의 북-중 출입경기록과 관련, 검사 측은 지난해 10월 항소심 시작 전부터 변호인 측이 제시한 '출-입-입-입' 출입경기록과 국정원 측 '출-입-출-입' 출입경기록을 모두 확보해 둔 상태였다. 둘 중 하나는 위조임이 분명한 상황. 그럼에도 이들은 '출-입-출-입' 출입경기록만을 법정에 제출했다. 조작이 의심돼 화룡시 공안국에 확인을 의뢰했지만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법원에 기록을 냈다.

그 외 △변호인들이 검사가 제출한 증거가 위조됐다고 주장했음에도 삼합변방검사창의 정황설명서에 대한 답변서를 다시 증거로 제출한 점, △국정원으로부터 받은 중국 위조 문서는 영사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점 등도 의문점을 남긴다. 그럼에도 진상조사팀은 이러한 부분들을 충분히 규명하지 않아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을 자초했다.

검찰이 증거 조작에 관여한 이들에 대해 국가보안법 대신 형법을 적용한 것도 '봐주기 수사'로 읽히는 대목이다.

국보법은 형법보다 지휘부 처벌에 용이하다. 형법에선 지휘 책임자들의 위조 지시행위를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한다. 반면, 국보법에선 위조 사실을 알고 묵인만 해도 동일한 형으로 처벌할 수 있다. 따라서 검찰이 국보법이 아닌 형법을 적용하려는 것은 사건 책임자들에 대한 책임을 강하게 묻지 않으려는 의도로 비칠 수 있다.

유 씨 측은 이날 검찰 수사 결과에 대해 '꼬리 자르기', '제 식구 감싸기'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결국 검찰은 처음부터 수사 의지가 없거나 부족하였던 것이 명백해졌다"고 비판했다. 유 씨 측은 검찰 수사의 허점이 낱낱이 드러나자 "이 사건을 더이상 검찰 손에 맡겨둘 수 없다"며 특검을 요구하기도 했다.

유 씨 변호인들이 소속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은 부실 수사를 규탄하는 의미에서 15일 검찰 진상조사팀을 국가보안법 상 특수직무유기죄로 고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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