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규제개혁'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가 중소기업과 중소상인, 영세자영업자, 농민 등을 지원하는 대구시의 조례까지 규제개혁 대상에 포함시켜 비난을 사고 있다.
공정위가 올해 3월부터 각 지방자치단체에 통보한 '지방자치단체 경쟁제한적 조례・규칙 등에 관한 실태파악 및 개선방안 용역연구' 결과를 보면, 광역단체는 228건, 기초단체는 1,906건 등 모두 2,134건의 조례와 규칙이 규제개혁 대상에 포함됐다. 대구시의 규제개혁 대상에는 조례 4개가 들어가 있다.
특히 대규모 점포 신규 입점과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 의무휴업일을 지정하는 ▷'대구광역시 소상인 지원 및 유통업 상생협력 조례' 제9조와 10조는 '폐지', 중소기업의 제품 구매확대와 시장경쟁 우위를 보장하는 ▷'기업인 예우 및 기업활동 지원에 관한 조례' 제12조는 '개선' 방향으로 나타나 있다.
또 학교급식 식재료 사용시 지역 농산물을 권장하는 ▷'친환경 학교급식 지원에 관한 조례' 제2조는 '개선', 지역 농민를 우대하는 ▷'로컬푸드 활성화에 관한 조례' 제2조와 14조는 '경쟁제한적 규정'을 이유로 '폐지'해야 한다고 나와 있다. 모두 4개 조례가 폐지와 개선 대상에 포함됐다.
이와 관련해 공정위는 지난달 11일부터 각 지자체에 용역연구 결과에 나타난 규제개혁 대상 조례・규칙 목록을 통보하고, 올해 연말까지 폐지, 개선 등의 규제개혁 정책 작업을 끝낼 방침이다.
그러나 시민단체와 중소상인들는 "사회적 약자 보호 조례는 개혁 대상이 아니다"며 반발하고 있다. 김영오 대구시상인연합회장은 11일 평화뉴스와의 통화에서 "전통시장의 영세상인을 보호하고 서민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대구시가 마련한 조례를 대통령의 한 마디로 무조건 다 풀겠다는 것은 사회적 약자와 서민을 다 죽이겠다는 것"이라며 "착한규제는 그대로 유지하는 게 맞다. 상생이란 함께 사는 것이다. 공정위가 추진하고 있는 일방적 규제개혁에 절대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대구참여연대도 10일 성명을 내고 "서민경제 보호를 위한 최소한 조치를 반드시 지켜야 한다"며 "경쟁제한 조례 폐지 움직임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특히 "정부 정책 흐름이 잡혀가면 지자체는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어 우려된다"며 "대구시는 이번만큼은 분명하고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금수 대구참연연대 사무처장은 "착한규제는 유지해야 할 뿐만 아니라 더 강화해야 한다"며 "지금 조례로도 모든 사회적 약자를 보호할 수 없는데 완화나 무력화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공정위 경쟁제한규제개혁작업단 강도영 과장은 "규제개혁 정책에 사회적 약자 지원 조례 폐지 개선 방안을 포함시키지 않았다"면서 "용역연구 결과에 포함된 내용일뿐 모두 미확정된 것이기 때문에 지자체에 폐지 압박을 넣은 적도 없다"고 반박했다. 다만, "사회적 경제 육성과 사회적 약자 지원 관련 규제는 대부분 상위 법령에 근거가 있고 그 동안 사회적 합의를 거쳐 도입된 만큼 조례 폐지나 개선 여부는 지자체와 정부가 충분한 합의를 거쳐 신중히 결정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공정위는 지난달 중순 전국 16개 광역시・도에 '경쟁제한적 자치법규(조례・규칙) 개선을 위한 업무 설명회 개최 협조 요청' 공문을 보냈다.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지난달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규제개혁 끝장토론' 후 공정위가 지자체를 상대로 본격적인 규제완화 정책을 추진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10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규제는 쳐부술 원수, 암덩어리"라며 규제개혁 의지를 나타냈다.
평화뉴스=프레시안 교류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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