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우성 씨 간첩 증거 조작 사건으로 궁지에 몰렸던 정부가 공세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3일 국회 대정부질문 자리에 나온 정홍원 국무총리는 "남재준 국정원장 해임 건의 사유가 없다"고 못을 박았고, 황교안 법무부장관은 이 사건을 "간첩 사건"으로 규정하며, 오히려 "사건의 본질이 어디에 있는지 직시하라"고 국회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국무총리를 비롯해 검찰, 국정원 등이 간첩 증거 조작 사건에 대해 책임질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는 이번 사태를 국정원 하급 직원의 '일탈'로 정리, 관련자 일부를 사법처리하는 것으로 마무리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황 장관은 유우성 씨 사건에 대해 "이것은 간첩 조작 사건이 아니고 (유 씨에게) 간첩 혐의가 있다고 보는데, 그 과정에서 일부 증거 조작 시비가 있는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검찰이 1심 무죄 판결을 뒤집기 위해 항소심에 제출한 핵심 증거가 조작된 것으로 판명났는데, 이를 "일부 증거 조작 시비"로 축소시킨 것이다.
황 장관은 이어 "이 사건의 본질은 피의자 유 씨가 북한을 드나들면서 우리 탈북자 정보를 넘기고 그 외에 여러가지 간첩 행위 했다는 것"이라며 "입증 과정에서 불미스러운 일 생긴 것은 유감이지만 사건의 본질이 어디에 있는지는 직시해야 한다"고 거듭 말했다.
황 장관은 유 씨에 대해 "대한민국에 들어와 수집한 탈북자 정보를 수차례 북한 당국에 넘겼다"고 단정짓기도 했다.
그러나 탈북자 정보를 넘겼다는 사실은 검찰도 아직 확인하지 못한 부분이다. 검찰은 1심 재판 과정에서 유 씨가 탈북자 정보가 담긴 파일을 큐큐(QQ)메신저를 이용해 중국에 있는 동생에게 전송했다고 주장했다. 이를 USB(이동식저장소)에 담아 북한에 직접 건넸다는 것이다.
그러나 동생 가려 씨는 당시 QQ메신저에 가입하지도 않았었다. 나머지는 대부분 초기 합신센터에서 진행된 가려 씨에 대한 수사에서 확보한 진술인데, 가려 씨는 이같은 진술을 재판 과정에서 모두 뒤집었다.
"간첩 혐의 입증에 자신이 있느냐"는 새누리당 김도읍 의원의 질문에 황 장관은 "최근 검찰이 기록을 검토한 결과 추가 제출된 증거 자료들(조작된 증거)이 없어도 처음 기소했던 당시 증거를 가지고도 공소 유지가 가능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검사들은 증거 조작 알고 있었다"
이날 대정부질문에서는 지지부진한 국정원 '윗선' 수사, 그리고 담당 검사의 개입 여부에 대해 공방전이 벌어졌다. 새정치민주연합 박범계 의원은 공소유지를 담당한 검사들이 사전에 문서 위조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당초 검찰은 국정원 측이 엉터리 발신지 팩스 번호로 보낸 문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그런데 후에 팩스 번호만 다른 똑같은 문서를 다시 제출했다. 이 문서는 허룽시 공안국 명의의 사실확인서로, 검찰 수사 결과 조작된 것으로 최종 결론이 났다.
박 의원은 "사실확인서의 팩스 번호가 처음과 나중이 달랐는데, 당연히 검찰은 (국정원이 제출한 문서에 대해) 의심할 만한 사정이 충분히 있었다"면서 "그렇다면 국정원이 두 번째로 (팩스 번호만 다른) 사실확인서를 낼 때 이것은 조작을 했다고 보는 게 검사의 합리적 판단 아닌가"라고 질문했다.
이에 대해 황 장관은 "상식적으로 위조된 것을 알았다면 처음에 (엉터리 팩스 번호가 적힌 문서를) 냈겠느냐"고 반박했다. 황 장관의 반박은 검사들이 위조 사실을 몰랐기 때문에 이같은 일을 벌였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박 의원은 검찰이 1심 재판 과정에서 공소장을 통해 "유우성 씨가 북한으로 도강했다"고 주장했다가, 2심 재판에서는 정식으로 출입국 절차를 거쳐 입북했다고 말을 뒤집은 데 대해서도 의혹을 제기했다.
"검찰은 이미 '출입입입' 기록, 즉 원본 출입경 기록을 확보하고 있었지만 1심에 제출하지 않았다. 거기에 맞춰 공소 사실을 구성하면 허구가 되기 때문에 유우성 씨가 두만강을 도강했다는 것으로 공소 사실을 구성한 것이다. 그런데 1심 무죄 판결이 난 후 국정원은 '출입입입' 기록을 '출입출입'으로 바꿔 새로운 증거인양, 어처구니 없게도 공증까지 해서 갖다줬다. 이런 상황 판단을 한 사람들이 국정원 대공수사 요원들이다. 모순되는 기록을 진짜 증거인양 검사에게 가져다 준 무개념의 국정원 직원이 허위 확인서를 작심하고 만들어 제출했는데 (검사가 모른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 아닌가?"
이에 대해 황 장관은 "추측에 대해서는 답변할 수 없다"며 "검사가 잘못한 게 어떤 게 있는지 검찰에서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증거 조작과 그것을 위한 예산 사용은 국정원 조직의 특성상 남재준 국정원장의 재가 없이 불가능하다"며 "윗선에 대해 조사해야 한다"는 박 의원 등의 주장에 황 장관은 "수사 과정을 지켜봐달라"고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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