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시장 사이의 예선전이 본선 급으로 치닫는 분위기다.
강원도를 방문 중인 박 전 대표는 28일 "이번에는 모든 것을 확 바꿔야 세상이 바로 설 것 같다. 우선 정권을 바꾸고 남성에서 여성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한 권력의지를 드러냈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유독 선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에 관한 언급이 많았다.
이는 이명박 전 시장이 이날 유신 시절 반독재 운동에 가담했던 인사들이 꾸린 '6.3 동지회' 행사에 참석해 박 전 대표와 대립각을 그은 것과 무관치 않아 보였다.
"남성에서 여성으로…이번에 확 바꿔야"
박 전 대표는 속초·고성·양양 지역 당직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나는 부모님께 국가란 어떤 것이고, 올바른 안보관이란 어떤 것인지 매일 배우며 살았다"며 "내가 행여 사리사욕으로 부모님께 누가 되는 일을 할 수 있겠느냐. 저에 대한 1차적 검증은 동지들이 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최근 기자 성접대 논란, 위증교사 의혹 등 갖가지 검증논란에 휩싸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그는 "다음 지도자는 100%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돼야 한다. 대한민국은 벼랑 끝에 서 있다. 대통령의 머릿속에 어떤 국가관과 경제관이 들어있느냐에 따라 대한민국의 운명이 엄청나게 바뀔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충북 제천에서 열린 의림포럼 초청특강에서도 박 전 대표는 흉탄에 숨진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를 언급하며 "못 다한 효도를 한다는 심정으로 국민을 섬기겠다"면서 "오로지 국민과 나라를 위해 모든 것을 다 던지겠다. 한 치의 물러섬도 없이 나아가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그는 또한 "말과 행동이 다른 국가지도자는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을 수 없다"면서 "국민을 만날 때마다 들은 이야기를 꼼꼼히 적고 틈만 나면 챙기는 나를 보고, 여당에서는 수첩공주라고 하는데 그런 수첩공주라면 백 번이라도 하겠다"고 강조했다.
박 전 대표는 오는 29일 옥천과 청주 방문을 마치고 귀경할 예정이며 다음 주부터는 수도권 지역 당심 잡기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이명박, '6.3 동지회'로 세몰이
이명박 전 시장은 이날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6.3 동지회 서울시지부 결성대회'에 참가하는 등 세몰이에 나섰다.
'6.3 동지회'는 1964년 한일 국교정상화에 반대하는 6.3운동에 가담했던 인사들이 결성한 단체. 최근 탈당한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도 이 단체 소속이지만 이날 행사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이 전 시장은 이날 행사에서도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반독재 운동을 벌였던 인사들이 주축이 된 모임의 성격 상 자연스레 박 전 대표를 견제하는 모양새가 됐다.
이 전 시장은 이날 행사 축사에서 "6.3세대는 더 이상 학생시절 책임 없이 소리만 지르던 세대가 아니라 이제는 말 한 마디와 행동을 책임져야 한다"면서 "이 나라에 마지막으로 봉사한다는 정신으로 '잘사는 국민, 따뜻한 사회, 강한 국가'를 만들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6.3 동지회'는 지난해부터 지역별 지부를 잇달아 결성해 왔다. 이미 경기북부, 인천, 충북, 대전, 경북, 대구, 울산, 경남 등의 지부가 활동 중인 상황. 이날 서울지부에 이어 경기남부, 전북, 전남, 제주, 강원, 충남지부도 조만간 결성될 예정이어서 대선을 앞두고 실질적인 '이명박 지원 외곽조직'의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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