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은 남 보기에 좋은 일을 하자고 모인 게 아니다. 더 잘살자고 모인 것이다."
3월 27일 오후 7시 30분,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의 연중 조합원 교육 세 번째 강의가 프레시안 교육장(서울시 마포구 서교동)에서 열렸다. 송문강 iCOOP협동조합지원센터 이사가 '협동조합, 고생하면 낙이 옵니다'라는 주제로 강의를 진행했다.
송 이사는 협동조합에서 "사업체적인 측면이 강조돼야, 즉 돈을 벌어야 사회 공헌을 비롯한 다음 활동도 할 수 있다"며 협동조합 현황 및 최근 흐름에 대해 이야기했다.
협동조합기본법이 2012년 12월 시행된 후 올해 1월까지 3500개가 넘는 협동조합이 만들어졌다. 송 이사는 "다양한 분야에서 상상 이상으로 많은 협동조합이 탄생했다"며, 자신이 접한 특이한 사례로 무속인 협동조합을 꼽았다. 1980∼1990년대에 아역 배우로 활약했으나 그 후 생활이 어려워진 이들이 협동조합을 모색한 이야기도 곁들였다.
그러나 안착에 성공한 비율은 그리 높지 않다. 지난해 7월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협동조합의 54퍼센트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라고 송 이사는 설명했다. 송 이사는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된 지 1년이 갓 넘은 이때 "협동조합에 대해 평가하는 것은 너무 이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과 든다면서도, "협동조합의 미래를 볼 때 지금의 위치 잡기는 매우 중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송 이사는 협동조합 유형(사업자 협동조합, 소비자 협동조합, 직원 협동조합, 다중 이해관계자 협동조합) 중 압도적 다수가 사업자 협동조합이라고 설명했다. 사업자 협동조합은 전체 협동조합의 약 3분의 2를 차지한다.
송 이사는 그 원인을 자영업과 중소기업이 마주한 팍팍한 현실에서 찾았다. 대기업의 독과점, 골목 상권에 대한 마구잡이 진출 등으로 생존 위기에 내몰린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이 협동조합을 출구 전략의 하나로 보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을에게 정당한 몫을 보장하지 않는 갑의 횡포가 만연한 것도 사업자 협동조합이 급증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송 이사는 협동조합이 급증한 데에는 "정부의 지원과 보호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송 이사는 "협동조합에 대한 직접적인 자금 지원은 맞지 않다는 것이 나를 비롯한 전문가들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마을 기업을 제외하고는 협동조합에 대한 직접적인 자금 지원은 없다는 것이 공통의 의견이자 현실이라는 것이다.
"조합원의 자발성과 책임감, 주식회사의 그것보다 높아야"
이어 사례를 중심으로 유형별 현황을 짚었다. 사업자 협동조합으로는 동네빵네 협동조합(서울시 성북구 일대 제과·제빵 기능장들이 공동 브랜드 구축)과 한국성수동수제화협동조합(서울시 성동구 성수동 일대 수제화 장인들이 결성) 등을, 소비자 협동조합으로는 우리동물병원생명협동조합(반려동물 건강 지킴이)과 서대문부모협동조합(육아)을 사례로 들었다.
직원 협동조합으로는 대리운전협동조합과 클린광산협동조합(광주시 광산구 청소 용역)을, 다중 이해관계자 협동조합으로는 와플대학 협동조합 등을 제시했다. 직원 협동조합과 관련, 송 이사는 "설립 결정은 신중하게 하되 일단 설립하면 실망하지 말고 계속해야 하며, 비즈니스 모델 개발은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중 이해관계자 협동조합의 경우 "생산자와 소비자의 이해가 엇갈려 충돌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외 사례도 소개했다. 송 이사는 지난해 세간의 관심을 모았던 남양유업 사태를 거론한 후, 이와 달리 "본사와 가맹점이 윈-윈(win-win)한 사례"로 던킨도너츠와 버거킹을 제시했다. 패스트푸드 산업 최초의 협동조합 모델로 꼽히는 던킨도너츠 구매 협동조합은 조합원이 250달러를 출자하고 물품의 70퍼센트 이상을 협동조합을 통해 사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대량 구매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만드는 방식으로, 구매 협동조합의 통합 조직이 본사와 매년 계약해 미국 전역에 있는 던킨도너츠 매장의 구매와 유통을 담당하고 있다. 버거킹 역시 1980년대에 이익 분배 문제를 놓고 본사와 가맹점 사이에 갈등이 발생했으나, 본사는 수익을 일부 포기하고 가맹점은 구매 협동조합을 결성해 수익성을 개선한 사례라고 송 이사는 설명했다.
사례 설명 후 송 이사는 조합원을 하나로 묶는 공통의 욕구와 신뢰가 중요하고, 조합원은 어떤 사람들이며 사업 파트너는 누구인지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 이사는 "협동조합은 내가 필요해서 하는 것이니만큼 자발성과 책임감도 일반 주식회사의 그것보다 높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식회사에 비해 여러모로 불리한 조건에 놓인 협동조합을 안착시키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수 있는 원동력은 조합원의 결의와 강한 연대라는 설명이다.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송 이사는 얼마 전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에 가입한 새내기 조합원이기도 하다.
"프레시안(이 협동조합으로 전환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제일 먼저 든 생각은 '할 수 있어?'였다. (생산자 협동조합이 아니라) 소비자 유형을 넣었을 때 혜택이 있을까 하는 고민이 들었다. 프레시안 기사는 소비자 조합원들만 보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직 1년도 안 된 곳에 답을 빨리 내놓으라고 한다? 못 내놓는다. 지금은 큰 기대보다는 큰 격려를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다음 단계는 다 같이 고민해야 한다. 지금은 (직원 조합원과 소비자 조합원이) 더 많이 이야기해야 할 때다. (프레시안이 지향하는) 양심적인 언론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등에 대한 논의를 당분간 더 많이 해야 하지 않을까? 당장 결론을 내려고 하는 건 부적절하다. 지금은 대화하며 서로 (거리를) 좁혀야 하는 단계다.
그리고 옆에 있는 사람에게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에 가입하라고 해본 적 있나? 후원자가 아니라 조합원이라면 그렇게 해야 한다. 기자들은 그에 걸맞은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야 할 터이고."
프레시안 조합원 교육
<1> "협동조합 원형, 우리 생활과 전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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