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가 먼저 총대를 메고, 주요 사립대가 정부의 '3不정책(본고사, 기여입학제, 고교등급제 금지)에 대해 반기를 들고 나서자 노무현 대통령이 "몇몇 일류대학의 요구는 아주 잘못됐다"고 공박했다.
노 대통령은 22일 대전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열린 과학기술 분야 '국민과 함께 하는 업무보고' 행사와 대전 대덕연구개발특구 성과점검 및 오찬간담회 장에서 강한 어조로 일부 '상위권 대학'들의 행태를 강하게 비판했다.
"내신 위주로 학생 선발했으면"
이날 노 대통령은 공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초중등학교까지는 다양성 교육과 창의적 교육이 성공하고 있는데 고등학교 오면 입시 부담 때문에 잘 안된다"며 "문민정부 때부터 획일적 대입 전형방법으로 학생을 서열화 하지 않기 위해 노력해 왔고 2008년도 (입시)에도 이것을 극복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공교육이 본고사로 가버리면 교육 기능을 학원에 빼앗기고 교육이 전체적으로 붕괴되는 것"이라며 "그래서 평준화 또는 대학입시 과정의 다양성을 유지하려 노력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대학 입장에선 공교육 평가의 신뢰성을 못 믿겠다는 것인데 그래도 (상위) 1% 인재를 찾을 수 있는 만큼 변별력을 내신과정에서 만들어 드릴 테니 그 정도를 가지고 입시를 가져가자"고 강조했다.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난이도가 점점 높아지는 논술이나 수능보다 내신 위주로 학생을 선발하라는 것.
"잘 가르치는 경쟁 할 생각은 안 하고"
노 대통령은 "몇몇 대학이 잘 가르치는 경쟁을 할 생각하지 않고 잘 뽑기 경쟁을 하려고 한다"고 일부 상위권 대학을 비판했다.
이어 노 대통령은 "(대학들이) 대입시 정책을 포함해 소위 3불 정책을 마구 공격하고 있는데 저는 어떻게 되더라도 학생을 획일적 입시 경쟁으로 내몰고 학원으로 내쫓아 버리는 그런 정책을 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노 대통령은 "3불 정책에서도 대학 본고사 정책이 핵심인데 이에 대한 공세가 너무 심해 정부가 방어해 나가기 벅차다"며 "교육의 자유는 가져도 좋지만 왜 선발하는 것까지 꼭 자유를 가져야 하는가"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제 임기가 얼마 안 남아 걱정스럽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는 3불 정책에 대해 상대적으로 부정적인 한나라당 대권주자들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은 일각의 고교등급제 실시 주장에 대해서도 "평준화 과정을 통해 공부한 30, 40대가 이뤄놓은 업적이 허무하냐? 한국의 중고등학교 학생 경쟁력이 대학별 고시를 하는 나라에 비해서 떨어지냐"고 되묻는 것으로 평준화 정책을 옹호하기도 했다.
또한 노 대통령은 "교육을 통해 계층 이동의 통로를 열어놓고 사회의 계급이 굳어지지 않도록 만들어나가는 중대한 문제를 놓고 몇몇 대학들이 지금 입시제도를 흔들고 있는데 걱정스럽다"고 비판했다.
일부 대학의 주장대로 평준화 폐지, 본고사 부활이 실시되면 사교육을 강화시킬 수밖에 없고 결국 이는 부유층에 유리하게 작용해 교육을 통한 계층 이동의 길이 막는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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